자막
00:00:05.060 --> 00:00:15.921
2018년 9월 24일, 위대한 도시, 아테네에서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00:00:15.941 --> 00:00:19.654
저는 한종우라고 합니다
한국전쟁유업재단 이사장으로 있습니다
00:00:19.683 --> 00:00:22.130
선생님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00:00:22.151 --> 00:00:25.628
성함 말씀해 주시고, 철자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00:00:28.749 --> 00:00:32.561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성과 이름 둘 다 말씀해 주세요
00:00:32.697 --> 00:00:33.674
드미트리오스
00:00:33.694 --> 00:00:35.809
드미트리오스 아르바니티스
00:00:35.829 --> 00:00:38.532
네. 철자를 말씀해 주세요
"아르바니티스" 하나씩이요
00:00:38.553 --> 00:00:39.533
스피리돈의 아들이죠
00:00:39.554 --> 00:00:41.244
철자 하나씩 말씀해주세요
00:00:41.796 --> 00:00:44.924
스피리돈의 아들, 드미트리오스 아르바니티스입니다
00:00:44.945 --> 00:00:47.804
감사합니다. 생년월일은요?
00:00:49.521 --> 00:00:53.106
1928년 10월 3일이에요
00:00:53.127 --> 00:01:01.430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지금?
00:01:01.788 --> 00:01:02.794
아흔 살 됐어요
00:01:03.602 --> 00:01:05.765
- 연세가 아흔이나 되셨어요?
- 네!
00:01:05.786 --> 00:01:08.461
전혀 그렇게 안 보이세요
00:01:09.340 --> 00:01:11.704
예순 정도밖에 안 돼 보이세요
00:01:12.687 --> 00:01:15.876
예순이요! 예순 정도로 보이세요
00:01:16.873 --> 00:01:19.320
아흔 살 맞아요
00:01:19.996 --> 00:01:28.708
그렇게 정정해 보이시는 비결이라도 있으신가요?
00:01:30.915 --> 00:01:33.204
뭐... 약을 드신다거나?
00:01:33.679 --> 00:01:36.577
여든다섯 때 약을 좀 먹긴 했어요
00:01:37.793 --> 00:01:42.966
바로 고대 그리스에 '테트라파마코스'라고
'네 가지 약'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00:01:42.987 --> 00:01:54.426
"신을 두려워하지 말라 / 죽음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
좋은 것은 얻기 쉽다 / 나쁜 것은 견디기 쉽다"
00:01:54.997 --> 00:02:00.133
평생 담배는 입에도 안 댔고, 뭐든 절제하며 살았죠
00:02:01.648 --> 00:02:15.634
계속 운동하고 훈련하고 일하고 독서를 했으니
그런대로 잘 살았다고 생각해요
00:02:15.964 --> 00:02:18.452
잘 보이게 조금 들어주시겠어요?
00:02:18.473 --> 00:02:21.394
위로 들어주세요
네, 좋습니다
00:02:21.817 --> 00:02:26.834
미남이셨네요! 이때 계급이 어떻게 되셨죠?
00:02:26.855 --> 00:02:32.127
여기서는, 중장
중장이었어요
00:02:33.323 --> 00:02:35.987
아! 아주 건강해 보이세요
미남이셨어요!
00:02:37.176 --> 00:02:38.146
그때는 운동을 많이 했거든요
00:02:38.653 --> 00:02:42.125
에벨피돈(Evelpidon) 육군사관학교는 언제 입학하셨나요?
00:02:42.739 --> 00:02:48.583
1948년 12월 1일에 입학했어요
00:02:48.603 --> 00:02:50.860
특기는 어떻게 되셨죠?
00:02:51.351 --> 00:02:59.728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보병이 되었어요
00:03:01.184 --> 00:03:06.184
그리고 3년 후에 6.25전쟁에 참전했고
00:03:06.205 --> 00:03:11.280
귀국한 다음에는 에벨피돈 사관학교 교관이 됐죠
00:03:11.301 --> 00:03:20.997
여기 계신 한종우 이사장님도 항공 교관이셨어요
00:03:27.446 --> 00:03:39.216
1958년 사관학교 교관직을
떠낼 때까지는 포병이었어요.
00:03:39.891 --> 00:03:43.991
- 아, 포병이요! 이유가?
- 포병부대에 들어갔어요
00:03:44.121 --> 00:03:48.816
거기서 포수 교육을 받았고,
00:03:48.837 --> 00:03:57.042
몇 년 뒤에 사관학교로 돌아가서
포병 교관을 했지요.
00:03:57.121 --> 00:04:08.348
그러니까 같은 교육기관에서 보병 교관을
하다가 또 포병 교관까지 한 거죠.
00:04:08.369 --> 00:04:17.158
포병학교에서도 오래
가르쳤어요. 꽤 오래.
00:04:18.624 --> 00:04:25.070
한국에 가시기 전에 한국에 대해서 들어 보셨었나요?
어떤 이야기를 들으셨죠?
00:04:25.290 --> 00:04:32.500
한국 얘기는 들었었고,
가서 참전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었죠
00:04:32.521 --> 00:04:37.146
전쟁 전에는 어떤 것을 알고 계셨나요?
00:04:37.632 --> 00:04:47.320
게릴라전, 대폭도전, 그러니까 우리 내전은
직접 경험한 적이 있었어요
00:04:47.649 --> 00:04:56.452
졸업하시고 참전하시기 전에 한국에 대해서
들으신 게 있는가 여쭤보는 거예요
00:04:56.861 --> 00:05:02.390
전쟁 전부터 잘 알고 있었어요
한국에 대해서 읽은 게 있으니까...
00:05:02.411 --> 00:05:04.671
그 중에 몇 가지 얘기해줄 수도 있어요
00:05:04.692 --> 00:05:13.983
제2차 세계대전 중
1945년 8월 6일하고 9일에
00:05:14.004 --> 00:05:19.208
'원자'폭탄 두 개가 떨어진 다음
00:05:19.228 --> 00:05:24.435
일본이 패망하는 걸 봤어요
00:05:24.861 --> 00:05:34.668
그리고 그때 한국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00:05:34.689 --> 00:05:38.493
- 그러셨군요. 알겠습니다
- 그때 처음 한국에 대해서 들은 거였어요
00:05:38.660 --> 00:05:44.772
한국에는 언제, 어디로 입국하셨죠?
00:05:45.778 --> 00:05:51.701
1953년 4월에 한국에 도착했어요
00:05:52.532 --> 00:05:57.210
'제14진'이라고 불렸었죠.
00:05:57.983 --> 00:06:02.414
투입된 인원이 장교 병사 합쳐서
300명이 좀 안 됐는데
00:06:02.435 --> 00:06:06.145
기존 인원 교대에 자원한 거였어요
00:06:06.166 --> 00:06:09.699
- 네. 한국에는 어느 지역으로 들어오셨죠?
- 부산으로 들어갔죠
00:06:09.720 --> 00:06:16.991
제가 지휘를 맡았어요
병력을 3개조로 나눴는데
00:06:17.012 --> 00:06:20.182
티스 살라미노스 키마타("살라미나의 파도")
노래를 부르면서
00:06:20.202 --> 00:06:24.788
모두 배에서 내린 후에 기차를 타러 갔어요
00:06:25.459 --> 00:06:28.738
그때 일 중에서 말해줄 게 있어요
00:06:28.758 --> 00:06:38.491
가는 길에 지프를 지나쳤는데,
우리 병력 몇 미터 앞에 서는 거예요
00:06:38.512 --> 00:06:46.124
지프에서 고위 장교가 나와서는
우리한테 환영 인사를 하더라고요
00:06:46.145 --> 00:06:54.222
- 그리스 장교였나요?
- 가까이 가서 보니 미군 중령이었어요
00:06:54.243 --> 00:06:56.095
나한테 경례를 하길래 나도 경례를 했더니
00:06:56.115 --> 00:07:00.446
"국적이 어디인지 여쭤봐도 될까요?"하고
물어보는 거예요
00:07:00.467 --> 00:07:08.089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 자원병력이고
전우들과 교대하러 왔다고 했죠
00:07:08.110 --> 00:07:16.745
그랬더니 수고했다고 격려하고는 떠났는데,
그 다음부터 일이 이렇게 됐죠
00:07:16.766 --> 00:07:26.428
그 중령이 전선에 돌아가서는 그리스대대에 연락해서
지휘관에게 이렇게 말한 거예요
00:07:26.448 --> 00:07:30.334
"축하합니다! 새로 오신 분들은 진정한 전사더군요"
00:07:30.355 --> 00:07:38.833
언제 부산에 도착하셨나요?
4월 4일에 도착하셨나요?
00:07:38.854 --> 00:07:41.170
4월 초였어요
00:07:41.671 --> 00:07:45.288
그러면, 한국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00:07:45.309 --> 00:07:51.485
느낌이 어떠셨어요?
그리스와 비교해서 더 낫거나 나빴던 게 있나요?
00:07:51.906 --> 00:07:57.701
한국에 대한 강한 애정이 있었어요
00:07:57.721 --> 00:08:05.612
도착했을 때는 참전하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00:08:06.597 --> 00:08:09.561
한국인들한테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게
00:08:09.582 --> 00:08:15.959
그 모든 비극, 파괴, 1950년부터 계속된
전쟁에도 불구하고
00:08:15.980 --> 00:08:18.509
보는 사람마다 웃고 있었거든요
00:08:18.530 --> 00:08:23.170
웃으면서 우리를 친절하게 대해주는 거예요
00:08:23.191 --> 00:08:25.322
그래서 바로 친구가 됐죠
00:08:25.589 --> 00:08:31.371
전쟁 중에 어려운 일을 많이 겪으셨을 텐데요
00:08:31.392 --> 00:08:42.139
훈장도 많이 받으시고 전투도 여러 차례 겪으셨죠
00:08:42.160 --> 00:08:47.018
이 중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00:08:47.987 --> 00:08:56.450
우선, 미국 정부가 보급한 장비가 마음에 들었어요
00:08:57.096 --> 00:09:00.521
무기도 있었고, 방탄조끼에, 철모도...
00:09:00.541 --> 00:09:04.014
우리 병사들도 열의가 대단했어요
00:09:04.034 --> 00:09:09.012
나보다 나이가 많은 병사들도 있었는데 말이에요
00:09:09.447 --> 00:09:16.221
모두 한국인에 대해서 좋게 말했고
한국이 잘 되기를 바랬어요
00:09:16.626 --> 00:09:21.136
한국군은 이미 거의 무너진 상태였어요
00:09:21.157 --> 00:09:34.669
아주 능력 있고 결단력 있는 서른 여섯 살
군인 휘하의 육군 사단 하나만 버티고 있었죠
00:09:34.690 --> 00:09:43.448
그 지휘관을 만나기도 했어요. 병사들 몇 명은
나한테 배속되어서 연락병으로 활용했고...
00:09:43.469 --> 00:09:47.051
그중에 성이 김 씨인 병사가 있었고
심 씨인 병사가 있었는데
00:09:47.072 --> 00:09:52.280
심은 아마 지금 주그리스한국대사의 아버지인 것 같아요
00:09:52.301 --> 00:09:56.552
그런데 지금은 기억을 못 해요, 치매에 걸렸거든요
00:09:57.077 --> 00:10:07.349
나중에 설명할 일과도 관련이 있는 사람인데,
나와 같이 있던 중공군 포로들 통역을 해 줬어요
00:10:07.370 --> 00:10:10.815
이건 기록에도 남은 일인데
00:10:10.836 --> 00:10:22.447
당시 그 젊은 친구들이 온갖 고난을 겪었는데도
엄청난 생명력과 힘을 보여줬어요
00:10:22.468 --> 00:10:27.019
그 친구들한테 큰 감화를 받았죠!
00:10:27.039 --> 00:10:29.584
- 그러셨군요
- 내게 용기를 줬어요
00:10:30.185 --> 00:10:34.146
그 친구들은 무기도 없었는데도
00:10:34.167 --> 00:10:38.174
우리와 가깝게 지내면서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라고 물어보곤 했어요
00:10:38.195 --> 00:10:44.242
네, 통역도 해야 하니 잠깐 쉬어 가시죠
통역을 해야 하거든요
00:10:44.314 --> 00:10:49.867
이제 전투에 대해서 여쭤보면...
어떤 전투에 참전하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00:10:50.016 --> 00:10:57.578
최전방 전투에는 다 참여했어요
00:10:57.598 --> 00:11:04.054
톰-딕-해리전초 전투,
그리고 22일 낮밤을 싸운 전투도 있고
00:11:04.075 --> 00:11:13.135
철마 고지 전투, 그리고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전쟁의 마지막 두 전투에도 참전했어요
00:11:13.155 --> 00:11:18.759
그중 하나가... 마지막 전투는
휴전 협정이 발효된 곳에서 치렀죠
00:11:18.780 --> 00:11:27.062
그중 가장 중요한 전투가 중공군이
미군 전선을 돌파하려던 때였는데
00:11:27.082 --> 00:11:38.788
그리스대대 주둔 지역을 공격하는 바람에 실패했죠
00:11:38.809 --> 00:11:54.781
1953년 7월 17일에 벌어진 전투였는데,
안개 때문에 중공군에게 불리했어요
00:11:54.802 --> 00:11:59.284
해가 뜨지 않아서 중공군 상황이 안 좋게 됐는데
00:11:59.305 --> 00:12:08.102
17시 30분이 되니까 갑자기 안개가 걷혀서
우리 군 바로 앞에 중공군이 노출된 거에요
00:12:08.123 --> 00:12:12.190
우리 병사들은 영웅적으로 싸웠죠
00:12:12.211 --> 00:12:15.125
중공군이 전부 쓰러질 때까지 싸웠으니까요
00:12:15.146 --> 00:12:25.593
최선임 장교가 병사 열네 명을 데리고 항복했는데,
원래는 200명이 있었다더라고요
00:12:26.336 --> 00:12:31.935
그중에 살아남은 병력이 열넷이었던 거에요
그중 하나는 그 장교 자신이었고요
00:12:31.956 --> 00:12:37.507
말씀하신 것 전달하겠습니다
잊어버리기 전에요
00:12:39.479 --> 00:12:42.475
말씀하신 전투가 어느 도시에서 벌어졌죠? 철원?
00:12:42.496 --> 00:12:46.661
그게 어디였나요? 어떤 전투였습니까?
어떤 전선이었죠?
00:12:46.682 --> 00:12:51.801
- 아마 충청 지역이었던 것 같은데...
- 철원, 철원이요
00:12:51.822 --> 00:12:55.460
서류를 찾아볼게요, 지금은 설명하기가 힘들어서...
00:12:55.481 --> 00:13:00.906
- 날짜는 7월 17일이었어요
- 1953년이죠?
00:13:00.927 --> 00:13:05.350
휴전협정 발효 열흘 전이었죠
00:13:06.071 --> 00:13:15.802
중공군 장교가 항복했는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줄게요
00:13:15.822 --> 00:13:18.959
내가 부상 입은 그 장교를 돌보고 있는데
00:13:18.979 --> 00:13:30.475
중상을 입은 병사 하나가 칼리니시코프 소총을
집어 들더니 총구를 나한테 겨누는 거예요
00:13:30.496 --> 00:13:32.633
그 장교를 치료 중이었는데...
00:13:32.654 --> 00:13:44.474
결국 장교를 치료하다 말고 뛰어가서
그 중공군 병사가 총을 쏘지 못하도록 소총을 걷어차 버렸죠
00:13:44.515 --> 00:13:58.559
중공군 장교가 이걸 보더니, 김 아니면 심한테
저 장교는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00:13:59.778 --> 00:14:05.584
그가 "그리스 출신"이라고 했는데,
이 친구가 이해를 못 하는 거예요
00:14:05.605 --> 00:14:09.665
계속 "그리스, 그리스에서 왔다고요" 하더라고요
00:14:09.686 --> 00:14:13.426
나는 알아들었어요
그때는 젊고 귀가 밝았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죠
00:14:14.438 --> 00:14:19.825
그래서 내가 이랬어요
"김, 아테네에서 왔다고 전해"
00:14:19.846 --> 00:14:24.301
내가 "아테네"라고 하자 그 중공군이
일어나서 세 마디를 하더군요
00:14:24.334 --> 00:14:28.953
"아크로폴리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00:14:29.007 --> 00:14:31.074
솔직히 그때는 이성을 잃었어요
00:14:31.095 --> 00:14:36.146
멱살을 잡고는 말했죠
"네가 그리스 사람이냐? 그리스 사람이냐고!"
00:14:36.167 --> 00:14:39.788
그랬더니 이 친구가 순서만 바꾸는 거예요
내 말을 이해 못 한 거지
00:14:39.809 --> 00:14:44.120
나한테 이러더라고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크로폴리스"
00:14:44.141 --> 00:14:46.803
그냥 순서만 바꿔서 말 하는 거예요
00:14:46.824 --> 00:14:55.580
내가 화를 내니까, 그다음에는 그 친구가
두 손을 들고 귀 뒤에 대고는 이러더라고요
00:14:55.601 --> 00:15:02.901
"내 이름은 OOO 이고 군번은 XXX 이다"
전쟁포로로서 해야 하는 말을 한 거죠
00:15:03.246 --> 00:15:04.831
나는 소리 내서 웃기 시작했어요
00:15:05.979 --> 00:15:08.097
그때 굉장한 일이 벌어졌어요
00:15:09.118 --> 00:15:21.633
내가 웃는 걸 보더니, 그 장교가 왼손 소매에서
훈장 같은 걸 꺼내더니 나한테 주는 거예요
00:15:21.654 --> 00:15:23.503
내가 그랬죠. "받을 수 없소"
00:15:23.524 --> 00:15:26.317
그러니까 김이 "기념품으로 드리는 거랍니다" 그러더군요
00:15:26.643 --> 00:15:30.581
기념품이래요. 그래서 받았죠
00:15:30.744 --> 00:15:32.744
여기 있는 이거에요
00:15:32.765 --> 00:15:36.446
다른 얘기 계속하죠
이 얘기는 이제 끝났어요
00:15:36.467 --> 00:15:42.766
포로들을 돌려보냈어요
부중대장에게 보냈죠
00:15:42.786 --> 00:15:46.868
다른 2인조 포로들과 함께 데려갔어요
00:15:46.888 --> 00:15:48.406
나는 상관없었으니까...
00:15:48.427 --> 00:15:54.405
지휘관이었던 쿠마나코스 사령관께서
전화로 공로를 치하하시더라고요
00:15:54.426 --> 00:15:56.860
그러더니 이러시는 거예요.
"우리 조상의 명예를 드높인 미덕을
보여주었으니 훈장을 상신하겠네."
00:15:56.881 --> 00:15:57.978
나는 훈장엔 관심도 없었는데 말이죠
00:15:57.999 --> 00:16:05.018
그래서, 그 일은 그렇게 끝났고
그 다음에 있던 일을 얘기할게요
00:16:05.039 --> 00:16:13.574
며칠 후에 쿠마나코스 사령관께서 타임지 기자
넷이 사단 본부에 왔다고 알려주면서
00:16:14.395 --> 00:16:21.491
"가 봐, 자네를 기다리고 있네" 이러시는 거예요
00:16:21.815 --> 00:16:26.326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사령관께서 "그 중공군 때문인 것 같네"라고 말씀해 주셨죠
00:16:27.076 --> 00:16:32.823
본부에 가니까 기자 중 한 명이 있더라고요
00:16:32.844 --> 00:16:40.097
나한테 인사를 하더니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고,
기자 중 가장 나이 많은 기자가 이러는 거예요
00:16:40.118 --> 00:16:44.890
"대통령께서도 당신을 알고 계십니다!
그 중공군 친구가 대통령께 편지를 보냈거든요"
00:16:44.911 --> 00:16:47.126
내가 맞게 알아들은 건지 모르겠지만요
00:16:47.147 --> 00:16:54.778
같은 날 저녁 이송된 중공군이
아이젠하워에게 편지를 보내서
00:16:54.799 --> 00:17:01.951
"그런 장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1950년에
이미 항복했을 것"이라고 했다는 거예요!
00:17:02.072 --> 00:17:06.518
여기서도 말해줄 일이 하나 있는데
기자들이 그날 일을 물어보길래
00:17:06.539 --> 00:17:13.890
내가 포로를 잡은 일, 그 중공군이 내게 경의를 표한 일,
그리고 그 후에 그가 한 일을 얘기해 줬어요
00:17:13.911 --> 00:17:19.387
그랬더니 기자들이 나보고 참전한 이유, 그것도
자원으로 참전한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00:17:19.408 --> 00:17:24.960
그래서 대답을 했더니 이렇게 물어보는 거예요
"돈은 얼마나 받으세요?"
00:17:24.981 --> 00:17:29.323
그래서 "43달러요"라고 했어요
그때 실제로 받는 봉급이었으니까
00:17:29.780 --> 00:17:31.584
그랬더니 이 친구들이 크게 웃는 거예요
00:17:32.323 --> 00:17:37.201
단상 뒤에 키 큰 장군이 한 명 서 있었는데,
나보고 "잠깐 볼 수 있소, 중위?" 하더라고요
00:17:37.222 --> 00:17:41.895
영어였기 때문에 난 바로 알아들었죠
00:17:41.916 --> 00:17:44.161
이러더라고. "잠깐 볼 수 있나요"
00:17:44.182 --> 00:17:51.693
그래서 다가가서 경례하고 명찰을 보니까
"아이젠하워"였어요
00:17:52.658 --> 00:17:54.963
생긴 것도 아이젠하워 닮았더라고!
00:17:54.984 --> 00:17:59.121
바로 아이젠하워 아들이었던 거에요
00:17:59.142 --> 00:18:02.465
나한테 같은 질문을 하고는 깊은 감명을 표하더라고요
00:18:02.486 --> 00:18:03.942
그 뒤로는 친구가 됐어요
00:18:04.087 --> 00:18:12.574
아이젠하워에게 받은 사인은 아직 가지고 계신가요?
00:18:12.594 --> 00:18:15.605
지금 가지고 계신가요?
00:18:16.892 --> 00:18:19.900
못 알아들었는데... 질문을 못 알아들었어요
00:18:19.921 --> 00:18:26.718
아이젠하워 아들... 그분이 사인을
해 주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00:18:26.739 --> 00:18:33.140
아이젠하워 아들과는 이후로 가까운 전우로 지냈죠
내가 그랬거든요
00:18:33.160 --> 00:18:35.507
아이젠하워 사인이 있으시냐고 여쭤보는 거예요
00:18:35.528 --> 00:18:39.065
이것도 말을 해드려야 되거든요, 내가 이렇게 말했어요
00:18:39.085 --> 00:18:46.703
부친은 미합중국 대통령 아닙니까
제2차 세계대전부터 알아 왔고 존경하는 분입니다
00:18:46.724 --> 00:18:52.793
이 어려운 시기에 훌륭한 지도자신데
그런데 그분이 당신을 한국에 보냈다는 말입니까?
00:18:52.814 --> 00:18:56.551
그랬더니 누가 그 친구 말을 통역해 줬어요
00:18:56.572 --> 00:19:04.211
"귀관은 자원해서 왔지만, 나는 며칠 전에
마오쩌둥 아들이 전사했기 때문에 여기 온 거요
00:19:04.232 --> 00:19:10.642
그리고 밴 플리트(Van Fleet) 장군 아드님도
그 전에 전사했다오
00:19:10.663 --> 00:19:15.851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요
'짐 챙겨서 한국으로 가라!'"
00:19:16.582 --> 00:19:19.351
그래서 내가 농담으로 그랬어요
00:19:19.372 --> 00:19:23.468
"그렇습니까. 하지만 저는 소대장입니다.
장군님은 S3이고"
00:19:23.489 --> 00:19:29.725
S3이란 건 최전방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단 세 번째 사무실을 말하는 거거든요
00:19:29.746 --> 00:19:35.861
타임지와 인터뷰는 하셨나요?
00:19:36.497 --> 00:19:37.729
더 크게 말해줘요. 소리가 안 들려요
00:19:37.750 --> 00:19:43.774
그렇다면 한국에서 타임지,
그리고 미군과 인터뷰를 하신 건가요?
00:19:43.795 --> 00:19:46.022
당시에 인터뷰하신 게 아닌가요?
00:19:47.069 --> 00:19:50.322
타임지하고?
00:19:50.343 --> 00:19:51.400
네, 인터뷰했죠
00:19:51.616 --> 00:19:53.459
인터뷰 기사 스크랩 같은 것 해 놓지 않으셨나요?
00:19:53.480 --> 00:19:57.961
아니, 나한테 그런 건 안 주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줬어요
00:19:58.716 --> 00:20:02.905
그냥 일어난 일 그대로 말해주는 거예요
00:20:03.685 --> 00:20:06.086
- 당시 계급이 어떻게 되셨나요?
- 중위였어요, 중위
00:20:06.203 --> 00:20:10.290
휘하 병력이 얼마나 되셨나요?
지휘하시는 병력이 몇 명이었나요?
00:20:10.311 --> 00:20:12.103
휘하에 병사 45명이 있었어요
00:20:12.124 --> 00:20:16.000
그중에 전사자나 부상자는 한 명도 없었죠
나도 부상을 입지 않았고...
00:20:16.021 --> 00:20:24.590
그러면 전투 중에 가장 힘드셨던 전투가 어떤 전투고
어느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인지 말씀해 주세요
00:20:24.986 --> 00:20:28.751
힘든 전투가 하나 있었어요
00:20:28.771 --> 00:20:33.447
야간이었는데,
딕 전초(OP Dick) 너머였어요
00:20:33.468 --> 00:20:45.944
좌표 XY에서 오전 11시에 포병 지원과 함께
중공군 공세가 있을 거라는 얘기가 들렸죠
00:20:45.965 --> 00:20:53.969
지도를 보니까, 우리가 있는 데가
바로 그 관측소 한 가운데인 거에요
00:20:53.990 --> 00:21:04.017
10시 30분이 지나고, 10시 58분이 됐고
잘못된 정보가 아닌가 싶었어요
00:21:04.038 --> 00:21:15.675
그런데 11시 정각이 되니까, 중공군 포병대가
온갖 자동화기, 기관총, 포탄 등을 전부 퍼붓기 시작했죠
00:21:15.696 --> 00:21:20.121
하지만 미군 포병대가 중공군을 완전히 섬멸했어요
00:21:20.142 --> 00:21:26.899
그날 밤에는 그냥 거기서 죽는 줄 알았어요
00:21:28.020 --> 00:21:31.986
신께 살려 달라고 기도했죠
00:21:32.148 --> 00:21:34.933
정말 정말 큰 충격이었어요
00:21:34.954 --> 00:21:45.834
또 다른 전투는 중공군이 반격한 전투였는데,
우리도 반격을 가해서 전멸을 시켰죠
00:21:45.855 --> 00:21:49.150
자동화기 사격으로 전부 시체가 돼서
나가떨어지는 걸 봤어요
00:21:50.171 --> 00:21:51.754
다른 전투도 여럿 있는데
00:21:51.775 --> 00:22:08.938
그중에서도 휴전 협정 당시 7월 27일
11시에 치른 전투에 대해 얘기할게요
00:22:08.959 --> 00:22:12.382
휴전협정이 발효할 때였죠
00:22:12.402 --> 00:22:23.866
그날 밤, 중공군 부대가 우리 부대를
고지에서 몰아내려고 매섭게 공격을 했어요
00:22:23.887 --> 00:22:26.502
38도선 북쪽이었죠
00:22:26.846 --> 00:22:34.587
우리를 몰아내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매우 위험했어요
00:22:34.608 --> 00:22:49.356
여기, 내가 서 있는 곳 뒤의 참호를 보면,
기관총이 사격을 가하는 중이었어요
00:22:49.377 --> 00:22:57.826
휴전협정은 이미 체결됐지만,
발효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죠
00:22:57.847 --> 00:23:03.497
결국 발효가 됐는데, 그날 전투 후에는
제대로 남아 있는 나무가 하나도 없었어요
00:23:03.517 --> 00:23:09.843
여기 보이는 십자가는
내가 숨어있던 나무에 묶여 있었는데
00:23:09.863 --> 00:23:17.237
총알이 날아와서 내 눈과 나무 사이를 정확히 맞췄죠
00:23:17.588 --> 00:23:20.614
나무가 반으로 꺾였는데, 나는 멀쩡했어요
00:23:21.817 --> 00:23:26.542
그냥 힘든 정도가 아니라 우리 전부 죽을 줄 알았어요
00:23:26.563 --> 00:23:35.067
그랬다면 정말 비극이었을 거에요
휴전협정 발효 몇 초 전의 일이었으니까
00:23:35.092 --> 00:23:44.540
다음 날 파판드레아스 신부가 와서는,
내가 죽을 뻔한 장소에서 삼성송을 불렀어요
00:23:45.346 --> 00:23:49.736
병사들이 중공군 전사자 수를 셌는데,
너무 많아서 전부 셀 수 없을 정도였죠
00:23:49.814 --> 00:23:55.035
그리스대대 종군기자인 토모풀로스라는 기자 친구가
00:23:55.055 --> 00:24:06.399
다음 해 군사 소식(스트라티오티카 네아) 신문에
전면 기사를 썼어요
00:24:06.420 --> 00:24:18.182
이 전투를 묘사하면서, 아르바니티스 중위가
전투에 승리해서 38도선 북쪽 지역을 지켜냈다고 썼죠
00:24:21.143 --> 00:24:22.501
그 전투로 미군 은성훈장도 받았어요
내가 추천된 게 그때였죠
00:24:22.522 --> 00:24:27.164
연대장이 에이커스 대령이셨는데,
아주 훌륭한 분이셨어요
00:24:27.185 --> 00:24:32.691
이 분이 나를 은성훈장에
추천하라고 지시하신 거예요
00:24:32.712 --> 00:24:37.130
그리고 실제로 받았고...
00:24:37.642 --> 00:24:40.421
- 어떤 분이셨죠?
- 은성훈장 말인가요?
00:24:40.442 --> 00:24:43.997
에이커스 대령은 제15연대장이었지요.
00:24:44.018 --> 00:24:47.289
승리 후에 그 지시를 내리신 거죠
00:24:47.410 --> 00:24:49.042
한국은 언제 떠나셨어요?
00:24:49.063 --> 00:24:54.789
언제 떠났냐고요? 1954년 4월에요
00:24:54.810 --> 00:24:57.336
- 1953년...
- 53년에 들어갔고,
00:24:57.357 --> 00:25:04.164
전쟁이 7~8월에 끝났고,
분계선에 주둔하다가 돌아왔어요
00:25:04.185 --> 00:25:06.807
당신도 거기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00:25:06.828 --> 00:25:12.595
- 파판드레아스 신부와 같이 돌아왔어요
- 그러셨군요. 항상 함께...
00:25:12.616 --> 00:25:15.586
네, 말해줄 게 있는데...
00:25:15.607 --> 00:25:19.447
- 그게 언제였죠? 4월 4일?
- 그렇죠, 4월
00:25:19.468 --> 00:25:36.369
대략적인 날짜는요? 출국일 말입니다
00:25:36.394 --> 00:25:37.504
4월 첫날...
00:25:37.582 --> 00:25:39.006
그냥 짐작이에요. 기억이 안 나네요
00:25:41.896 --> 00:25:44.340
거기서 일 년을 보냈어요, 일 년
더 오래 있을 수는 없었고요
00:25:45.831 --> 00:25:47.480
- 어쨌든 1954년이었군요
- 네, 1954년이죠
00:25:53.302 --> 00:25:55.780
- 몇 월이었죠? 1월, 4월?
- 내가 귀국한 때요?
00:25:56.901 --> 00:25:59.657
- 네. 귀국하신 때요
- 4월에 귀국했죠
00:26:00.280 --> 00:26:09.385
또 말해줄 게 있는데, 제일 끔찍했던 전투를
아직 얘기하지 않았네요. 해리 전투
00:26:09.734 --> 00:26:12.906
- 저도 거기 있었죠
- 그러게요!
00:26:13.544 --> 00:26:20.239
소대원들하고 22일 밤낮을 줄곧 거기서 지냈어요
00:26:20.583 --> 00:26:34.954
시체가 이미 부패하기 시작해서, 병사들이 파리약
스프레이로 파리를 쫓아내야 겨우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00:26:34.974 --> 00:26:42.638
연락병 친구들 식사할 때는 내가 파리를 쫓아줬고요
00:26:43.273 --> 00:26:46.638
그때가 제일 끔찍한 시기였어요. 해리
00:26:47.491 --> 00:26:51.118
기록에는 해리전초(OP Harry)로 돼 있어요
00:26:51.353 --> 00:27:04.582
거기서 그리스 헌병이 나를 찾아왔는데, 내가 당시
육군 원수였던 파파고스 총리한테 편지를 썼어요
00:27:05.314 --> 00:27:13.511
"총리 각하, 피로 얼룩진 해리 기지에서
서신 올립니다. 아군 사기는 드높습니다"
00:27:13.532 --> 00:27:15.766
편지 사본도 간직하고 있어요
00:27:15.886 --> 00:27:20.444
한국을 떠나시고 나서 다시 방문하신 적이 있나요?
00:27:20.465 --> 00:27:24.232
- 가본 적 없어요
- 왜 안 가보셨죠?
00:27:24.818 --> 00:27:29.539
여기저기 교관으로 복무했으니까
일을 두고 떠날 수는 없었어요
00:27:29.560 --> 00:27:38.798
퇴역하고서는 바로 정부에 채용되는 바람에,
한국에 갈 기회가 없었고요
00:27:39.091 --> 00:27:46.406
아이들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크니까 손자들이 생겼고
손자들한테 내가 필요했으니까요
00:27:47.269 --> 00:27:50.148
언제 퇴역하셨나요?
00:27:50.169 --> 00:27:55.450
1981년 8월 7일, 아베로프 정권 때요
00:27:55.691 --> 00:27:58.577
한국에 가서 어떤지 보고 싶지 않으세요?
00:27:58.598 --> 00:28:02.685
그러고는 싶은데 할 수가 있어야죠
시간이 없어요
00:28:02.706 --> 00:28:08.383
자식들에, 손주들에, 친척까지 내가 있어야 하거든요
내가 옆에 있어 줘야 해요
00:28:08.580 --> 00:28:16.778
한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아시나요?
얼마나 성장했고, 나아졌는지...
00:28:16.799 --> 00:28:19.066
원하면 내가 그 주제로 강연도 해 줄 수 있어요
00:28:19.087 --> 00:28:23.986
한국은 세계 5대 경제대국이죠
00:28:24.007 --> 00:28:31.004
내가 있을 때는 인구가 천만이었는데
이제는 4천만이에요. 아니, 5천만인가?
00:28:31.277 --> 00:28:35.505
나는 한국 민족이 잘 해낼 거라고 예상했어요
00:28:35.525 --> 00:28:44.432
무기도 없는 사람들이, 나처럼 무기든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걸 봤으니까요
00:28:44.719 --> 00:28:47.229
언제나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어요
00:28:47.250 --> 00:28:51.954
나는 한국 사람들을 사랑했어요
같은 나라 사람처럼 여겼지
00:28:51.975 --> 00:28:57.762
그리스 사람들이 들으면 안 되는데!
내가 아는 몇몇 그리스 사람들보다도 훨씬 나았어요
00:28:57.783 --> 00:28:59.763
지금 여기 같이 있는 친구들은 빼고
00:29:01.037 --> 00:29:07.883
선생님께 한국은 어떤 존재인가요?
00:29:08.281 --> 00:29:08.959
못 알아들었어요
00:29:08.980 --> 00:29:17.766
오늘날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개인적인 생각을 여쭤보는 겁니다
00:29:18.197 --> 00:29:27.925
개인적으로는 유럽의 영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라고 생각하죠
00:29:27.946 --> 00:29:33.582
땅덩어리나 그 아름다운 반도 때문이 아니라,
그 국민들 면에서요
00:29:33.603 --> 00:29:38.188
다른 아시아 사람들하고 전혀 달라요
00:29:38.209 --> 00:29:41.391
남한 사람들은... 내가 독서를 좋아하는데
00:29:41.412 --> 00:29:49.119
여기 있는 작가이자 시인 마츠오카 선생
작품도 읽은 적이 있어요
00:29:49.140 --> 00:30:00.199
시도 몇 편 외웠지
앞으로 오래 발전할 그 문화를 이해하고 싶었어요
00:30:00.536 --> 00:30:03.816
분명히 발전할 거에요
앞으로도 오래 말이죠
00:30:03.837 --> 00:30:06.630
내 조국은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아요
가능성이 안 보여
00:30:06.832 --> 00:30:13.083
달리하실 말씀은 없으세요?
포로나 전투와 관련해서?
00:30:13.104 --> 00:30:16.181
더 하실 말씀은 없으세요?
아니면 충분히 말씀하신 건가요?
00:30:16.202 --> 00:30:25.073
약간 보태고 싶은 말이 있는데
호민관은 백인대장이 아니었어요
00:30:25.093 --> 00:30:27.056
잡힌 포로가 선임 장교였는데
00:30:27.077 --> 00:30:35.196
그 친구한테 깊은 인상을 받아서
그날부터 앉아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었죠
00:30:35.217 --> 00:30:37.982
그 친구가 그 이름을 알길래 말이야
00:30:38.003 --> 00:30:49.116
손자에 대해서도 읽었어요. 기원전 544년
노나라에서 태어나 기나라로 간 군인이었죠
00:30:49.137 --> 00:30:56.566
병법에 대한 명저를 남겼는데, 그 내용은
오늘날에도 새길만한 가르침이 있어요
00:30:56.587 --> 00:30:59.234
손자, 그 이름이었어요
00:30:59.255 --> 00:31:06.656
기원전 544년에 태어나서
512년에는 다른 나라의 장수가 됐죠
00:31:06.677 --> 00:31:14.093
책사이자, 장수이자, 전사이자, 저술가였어요
굉장하지
00:31:14.114 --> 00:31:18.173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도 여전히 읽고 있어요
00:31:18.293 --> 00:31:31.429
아직 할 얘기가 남았어요. 그 중공군 포로를
밤중에 그리스 장교와 교환했었거든요
00:31:31.450 --> 00:31:37.030
그런데 타임지 인터뷰하고
여러 일이 있고 나서 보니까
00:31:37.051 --> 00:31:41.722
그 중공군 포로가 중요한 인물이었던 게 밝혀졌어요
00:31:41.743 --> 00:31:51.680
중요 인물이었어요
이 휘장이 마오쩌둥 휘하 장교 휘장이라고 말했죠?
00:31:51.701 --> 00:31:54.376
그 포로가 나한테 준 이 휘장 말이에요
00:31:54.397 --> 00:31:58.773
딸아이가 잘 보관하고 있어요
잃어버리지 않게 잠가서 보관하고 있어요
00:32:01.304 --> 00:32:10.035
그 일로 내가 변했어요. 내 인생 가장 중요했던 때가
바로 그 전쟁에 참전한 때였던 거에요
00:32:10.250 --> 00:32:26.015
1950년부터셨죠
2020년은 6.25전쟁 70주년이에요
00:32:26.036 --> 00:32:33.553
한국 국민들에게 전할 말씀 있으세요?
00:32:33.709 --> 00:32:38.935
준비한 게 없는데, 그래도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니까
00:32:38.956 --> 00:32:45.409
지금까지 했던 대로 앞으로도
잘하시라고 전하고 싶어요
00:32:45.430 --> 00:32:49.147
똑똑한 사람들이 이끌고 있으니까
00:32:49.168 --> 00:32:57.157
지금처럼 꿋꿋하게, 법을 지키고 제도를 시행하면서
00:32:57.178 --> 00:33:10.244
과장이 아니라 언젠가는 대한민국이 (구)소련보다도
위대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라고 말이에요
00:33:10.265 --> 00:33:14.517
중국보다 강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훨씬 더 강해져야지
분명히 그렇게 될 거예요
00:33:14.828 --> 00:33:31.672
내년에 역사 교사들과 다시 만나셔서
이야기 나누시는 건 어떠세요?
00:33:32.646 --> 00:33:36.657
- 언제나 환영이죠! 미리 알려만 주세요
- 네, 미리 알려 드리겠습니다
00:33:36.678 --> 00:33:43.358
이제 나이가 90이 넘었으니,
24시간 전에만 알려주면 돼요
00:33:44.257 --> 00:33:46.543
그것 빼고는 언제나 준비가 돼 있어요
00:33:46.664 --> 00:33:50.524
참석할 수 있어요
기꺼이 응하겠습니다
00:33:50.545 --> 00:33:55.596
정말 고마워요
당신도 알겠지만
00:33:55.751 --> 00:34:00.761
내 친구 알렉산드로스한테도 감사할 게 있어요
00:34:00.782 --> 00:34:10.419
열여섯 살 때 만났는데 다른 녀석들하고는 달랐죠
00:34:10.440 --> 00:34:12.302
나한테 깊은 인상을 주었죠
00:34:12.323 --> 00:34:17.575
내 친구인 신부 파판드레아스도
살면서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다고 했었어요
00:34:17.595 --> 00:34:19.570
참 신심이 깊은 친구지!
00:34:19.860 --> 00:34:24.693
내가 농담으로 "네가 축복해 주려고?" 하니까
이 친구가 "아니, 주님의 마음으로 살아야지" 그래요
00:34:24.714 --> 00:34:27.884
안드레아스 신부님...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지만...
00:34:27.905 --> 00:34:34.206
당신도 굉장히 존경합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모범이 되는 분이에요
00:34:34.227 --> 00:34:38.594
선생님 전화번호 가지고 계시죠?
00:34:38.615 --> 00:34:40.727
네, 저한테 있네요. 지금 드릴게요
00:34:41.368 --> 00:34:43.288
당신 전화번호 저장해 놨어요
00:34:43.322 --> 00:34:44.480
다시 또 뵙죠
00:34:44.501 --> 00:34:47.297
다른 일 때문에 바빠서 연락을 못 했어요
00:34:47.318 --> 00:34:51.628
마츠오카 선생하고 따로 보려고 했는데 말이에요
대사님하고도 같이...
00:34:52.098 --> 00:34:54.632
한국 국민을 대표해서
00:34:54.653 --> 00:35:03.682
한국을 위해 해 주신 모든 일과 오늘 또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말씀 나눠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00:35:03.703 --> 00:35:12.509
정말 고마워요. 한국에서 오래 있을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요
00:35:12.530 --> 00:35:15.949
당신이 내 추억에 생명을 불어넣어 줬어요
00:35:15.970 --> 00:35:20.713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어 살날도 얼마 남지 않은 지금
00:35:20.734 --> 00:35:26.976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추억은 더 강렬한 색을 띠기 마련이거든요
00:35:26.997 --> 00:35:40.476
이 순간도 다른 순간과 함께 시간의 굴곡으로 흘러들어와
지나간 시간을 적셔서 화려하고 멋진 꽃을 피웠어요
00:35:40.497 --> 00:35:44.770
이 순간도 내 기억 속에 뚜렷하게 각인될 거에요
00:35:44.791 --> 00:35:51.186
그래서 고마워요
모두 고마워요
00:35:51.207 --> 00:35:54.527
모두 고맙습니다
00:35:54.552 --> 00:36:03.216
당신은 훌륭한 사람의 자질을 모두 갖췄어요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를 거예요
00:36:03.237 --> 00:36:06.327
당신은 훌륭하고 선한 사람의 자질을 모두 갖췄어요
00:36:06.348 --> 00:36:17.204
사회와 그 가치관, 이상, 삶이라는 것에
공헌하는 사람 말이죠
00:36:17.225 --> 00:36:24.705
좋을 때나 힘들 때나 계속 창조주 하나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내려 주신
00:36:24.726 --> 00:36:28.482
귀한 선물이 되어 줄 그런 사람 말이에요
00:36:29.805 --> 00:36:33.358
한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00:36:33.783 --> 00:36:35.648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