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00:00:05,391 --> 00:00:08,920
성함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2
00:00:08,987 --> 00:00:11,447
태어나신 곳과
생년월일도 말씀해 주세요
3
00:00:12,003 --> 00:00:15,859
1929년, 아티카 지방
빌리아에서 태어났습니다
4
00:00:17,276 --> 00:00:23,030
제 이름을 마르가리티스 요르요스입니다
성도 말해 드릴까요?
5
00:00:23,223 --> 00:00:26,408
선생님 가족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겠어요?
6
00:00:26,560 --> 00:00:30,794
아버님, 어머님, 그리고
형제자매가 있는지요
7
00:00:30,832 --> 00:00:32,727
아버님께서는 직업이
어떻게 되셨나요?
8
00:00:34,124 --> 00:00:39,077
5남매였습니다
형제가 넷에 누이가 하나 있습니다
9
00:00:41,631 --> 00:00:47,459
아버지는 수지 목재 일을 하셨습니다
농부셨죠
10
00:00:49,488 --> 00:00:54,548
어떻게 자라셨나요, 산간 마을에서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11
00:00:55,327 --> 00:00:59,545
제2차 세계대전 때부터 시작할까요?
12
00:01:01,141 --> 00:01:04,494
제가 열한 살 때입니다
13
00:01:04,977 --> 00:01:07,771
1940년에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습니다
14
00:01:08,007 --> 00:01:11,280
제가 1929년에 태어났으니까
15
00:01:11,999 --> 00:01:16,339
그때 열한 살이었는데
아주 힘든 시기를 보냈습니다
16
00:01:16,802 --> 00:01:19,082
그리스가 독일에 점령을
당했던 시기이지요
17
00:01:22,567 --> 00:01:26,141
아주 비참하고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18
00:01:26,824 --> 00:01:33,512
그 당시 한국이 일제 치하에
있었던 것, 알고 계셨나요?
19
00:01:33,537 --> 00:01:36,225
알았습니다, 한국을 일본이
점령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20
00:01:36,250 --> 00:01:38,405
이미 아시지만, 그리스가
독일에 점령당했던 것처럼
21
00:01:38,430 --> 00:01:41,436
한국도 일제 강점기를 거쳤습니다
22
00:01:41,461 --> 00:01:44,952
마르가리티스 선생님
23
00:01:45,020 --> 00:01:48,472
그 당시 한국에 대한
감정이 어떠셨나요?
24
00:01:48,597 --> 00:01:58,014
같은 처지에 있다는 것에 대해
동정심을 느끼셨나요?
25
00:02:00,106 --> 00:02:03,310
제가 직접 경험해서 잘 알아요
26
00:02:03,663 --> 00:02:05,919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점령을 당하면,
27
00:02:05,944 --> 00:02:09,766
비참함, 굶주림과 가난을
겪게 되어 있습니다
28
00:02:10,953 --> 00:02:14,987
김나지움에 다니셨나요?
29
00:02:15,070 --> 00:02:18,996
아니에요
독일 점령기였으니까요
30
00:02:19,183 --> 00:02:23,277
4 년 뒤에는 입학할 나이가 지나서
가족 일을 도왔죠
31
00:02:24,362 --> 00:02:25,636
초등학교 밖에 안 나왔습니다
32
00:02:25,912 --> 00:02:28,600
그러시군요
정확히 어떤 일을 하셨나요?
33
00:02:31,554 --> 00:02:34,580
서른 살까지 농사일을 했습니다
34
00:02:35,473 --> 00:02:40,601
그 후에 아테네에 가서는
아주 좋은 회사에 들어갔죠
35
00:02:41,684 --> 00:02:43,291
거기서 퇴직할 때까지 일했습니다
36
00:02:46,394 --> 00:02:51,177
그러니까, 어린 시절부터
계속 일을 해 오신 거네요
37
00:02:51,272 --> 00:02:54,649
그래서 김나지움도
진학하지 않으셨고요
38
00:02:54,674 --> 00:02:58,614
아홉 살 때부터 일 했으니까요
39
00:02:58,692 --> 00:03:02,774
잠시만요, 초등학교를 그만둔 때가
아홉 살이었습니다
40
00:03:02,822 --> 00:03:12,627
송진 목재를 말에다 싣고 운반했어요
그게 아홉 살 때였습니다
41
00:03:12,652 --> 00:03:20,565
여름방학이 되면,
세 달 정도 일을 했어요
42
00:03:20,798 --> 00:03:25,452
- 입대는 언제 하셨나요?
- 1952년에 입대했습니다
43
00:03:26,757 --> 00:03:35,640
트리폴리에 있는 신병훈련소로 들어갔지요
그곳에서 기초훈련을 마치고
44
00:03:36,871 --> 00:03:45,503
다음으로는 나플리오에 있는
훈련소에서 육군 공병 훈련을 받았습니다
45
00:03:47,978 --> 00:03:54,724
입대 하시기 전부터 6·25전쟁이
1950년에 발발했다는 사실을 아셨겠네요
46
00:03:54,875 --> 00:03:57,680
1950년에 일어난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47
00:03:57,705 --> 00:04:04,812
한국에 가시리라고
상상이나 하셨나요?
48
00:04:04,861 --> 00:04:06,422
아니요, 절대 못 했습니다
49
00:04:07,664 --> 00:04:11,132
한국으로 언제 출국하셨고,
언제 귀국하셨나요?
50
00:04:11,827 --> 00:04:15,257
1953년 3월 24일에 출국했습니다
51
00:04:15,282 --> 00:04:18,275
그리고 4월 5일 아니면
6일 정도에 도착했어요
52
00:04:18,385 --> 00:04:22,458
가는 데 24일에서
27일 걸린 거 같아요
53
00:04:22,500 --> 00:04:27,527
한국에 4월 6일 아니면
7일쯤에 도착했어요
54
00:04:28,549 --> 00:04:31,008
필리핀에 있을 때 선상에서
부활절을 보냈습니다
55
00:04:31,202 --> 00:04:35,705
그리고 일주일 후에
부산에 도착했지요
56
00:04:35,908 --> 00:04:37,775
한국에는 어디로 입국을, 아, 부산이셨군요
57
00:04:37,862 --> 00:04:40,775
부산에서는 어디로 가셨나요?
58
00:04:41,187 --> 00:04:44,414
부산에 도착한 다음에,
제1전선으로 갔습니다
59
00:04:44,476 --> 00:04:55,048
- 그게 어디였나요?
- 네, 철원
60
00:04:55,073 --> 00:04:56,994
한국에 철원이라는 도시가 있나요?
61
00:04:58,853 --> 00:05:00,851
선생님 대대가 어디에 있었죠?
62
00:05:01,458 --> 00:05:05,199
- 그다음으로는 하이고지로 갔습니다
- 해리고지 말씀이시지요
63
00:05:07,324 --> 00:05:11,439
- 고지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릴까요?
- 그건 나중에 하죠
64
00:05:11,957 --> 00:05:17,424
한국으로 가시기 전에,
한국에 대해서 알고 계셨나요?
65
00:05:17,498 --> 00:05:19,105
한국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있었나요?
66
00:05:19,153 --> 00:05:23,748
아니에요, 김나지움에 진학을 못 해서
지도를 볼 줄 몰랐습니다
67
00:05:24,041 --> 00:05:30,900
부산에 도착하셔서 철원으로 이동하실 때
많은 곳을 지나셨을 텐데요
68
00:05:31,274 --> 00:05:33,834
어떤 모습을 보셨나요?
당시 상황이 어땠나요?
69
00:05:33,859 --> 00:05:42,239
부산에 도착하니까,
대대 부지휘관께서 나와 계셨습니다
70
00:05:42,973 --> 00:05:47,984
코초니스 콘스탄티노스 소령으로
부대대장이었습니다
71
00:05:51,409 --> 00:05:54,040
우리를 인솔하러 온 거예요
72
00:05:54,160 --> 00:06:00,605
그때 무언가 이상한 게 보여서
저게 뭘까 하고 바라봤는데,
73
00:06:00,649 --> 00:06:04,300
폭격에 대비해서 항구에
대공포를 배치해 놓았던 거예요
74
00:06:06,175 --> 00:06:09,387
그다음에 지휘관이 왔고,
우리는 기차에 탔죠
75
00:06:09,412 --> 00:06:13,179
그리고 이동했습니다
서울 바깥쪽으로요
76
00:06:13,543 --> 00:06:18,876
서울을 멀리에 두고 지나갔는데,
시내 바깥이 불에 타고 있더라고요
77
00:06:20,655 --> 00:06:26,978
서울을 지나가지는 않았습니다
서울에 정차하지도 않았고요
78
00:06:27,003 --> 00:06:33,836
휴전 후에 한국에 자주 들른 이야기는
있다가 해 드릴게요
79
00:06:34,623 --> 00:06:39,653
그렇게 화재를 뒤로 하고
계속 움직이고 있었어요
80
00:06:40,594 --> 00:06:44,470
장교들은 우리한테
무서워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81
00:06:44,946 --> 00:06:50,377
북한군이 서울 바깥을 전부 점령했고,
미군과 연합군이 철수해서
82
00:06:50,417 --> 00:07:00,402
우리가 그때 가고 있던 전장까지
철수했었지요, 38선 말이에요
83
00:07:01,376 --> 00:07:09,723
적군이 서울에 진입해서는
불을 지르고 되돌아가고 있었던 거예요
84
00:07:09,999 --> 00:07:14,875
서울을 지나가셨다고 했는데,
파괴된 서울을 보셨나요?
85
00:07:15,221 --> 00:07:16,687
- 네
- 보셨다고요? 좋습니다
86
00:07:16,712 --> 00:07:18,301
황량했습니다, 무너져 있었고
87
00:07:18,677 --> 00:07:20,864
그때 무엇을 느끼셨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88
00:07:20,889 --> 00:07:22,791
그 광경을 보고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89
00:07:23,139 --> 00:07:28,467
우리도 같은 일을 당했기 때문에,
슬프고, 애석했어요, 그렇게 가난하고,
90
00:07:30,011 --> 00:07:38,412
철원에 도착하신 다음에는
선생님 특기에 따라 임무를 맡으셨을 텐데요
91
00:07:38,479 --> 00:07:43,813
지뢰 탐지 작업을 하셨나요?
92
00:07:44,556 --> 00:07:48,596
- 그중에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으셨나요?
- 네
93
00:07:49,578 --> 00:07:55,241
인천에 가기 전에, 딕고지에
며칠 동안 갔었습니다
94
00:07:55,266 --> 00:08:00,920
- 딕고지요
- 딕고지, 이름이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95
00:08:02,265 --> 00:08:07,005
그다음으로 인천에 갔습니다
96
00:08:07,168 --> 00:08:13,361
거기에 평야가 있었는데
거기서 아주 힘들었지요
97
00:08:13,564 --> 00:08:18,146
그곳이 최일선이었요
98
00:08:21,486 --> 00:08:26,766
딕고지, 아니 뭐더라,
인천이 최일선이었습니다
99
00:08:26,797 --> 00:08:30,658
그래서, 인천에
평야가 있는 게 맞나요?
100
00:08:30,821 --> 00:08:39,338
거기에 도시가 있는 거죠?
저는 인천평야라고 들었습니다
101
00:08:39,731 --> 00:08:47,311
커다란 평야가 있었고
병사들이 매복을 하러 나갔습니다
102
00:08:47,409 --> 00:08:52,646
밤에 말이에요
매복을 나갔는데,
103
00:08:54,747 --> 00:09:02,046
매복 중에 사람들이
무슨 전선이 있다고 불평하는 거예요
104
00:09:02,090 --> 00:09:06,050
그 장소에 지뢰가
깔려 있는 것 같다고요
105
00:09:06,200 --> 00:09:11,235
공병들한테 가서 확인해 보라고
몇 번이나 부탁을 했던 거예요
106
00:09:13,287 --> 00:09:22,232
그래서 제가 갔죠,
다른 병사 한 명하고 같이
107
00:09:23,109 --> 00:09:26,789
그 친구 이름이
이오아니스 차부니엘스였습니다
108
00:09:26,814 --> 00:09:28,685
그 친구도 공병이었는데,
109
00:09:28,733 --> 00:09:32,160
저와 차부니에리스가 아침에
지뢰를 탐지하러 간 거예요
110
00:09:32,185 --> 00:09:42,424
매복한 병력은, 적에게 발각되지 않도록
아침이 되자마자 떠나고 있었고요
111
00:09:42,482 --> 00:09:49,724
동이 틀 무렵 그곳에 가서는,
매복했던 병력이 돌아오기를 기다렸습니다
112
00:09:49,958 --> 00:09:56,021
그리고 그쪽 선임인 중위가
그쪽에서 전선을 봤다고 했습니다
113
00:09:56,169 --> 00:09:59,709
그래서,
등에 커다란 배터리를 짊어지고,
114
00:09:59,734 --> 00:10:02,633
헤드폰을 쓰고,
금속탐지기를 들었습니다
115
00:10:02,825 --> 00:10:07,132
그리고 바로
해당 방향으로 향한 다음,
116
00:10:07,157 --> 00:10:19,740
금속탐지기를 땅에다 대는데,
그 중위가 기다리라는 거예요
117
00:10:20,197 --> 00:10:26,642
매복 병력이 갈 때까지 기다린 다음에
진행하라고 했어요
118
00:10:26,836 --> 00:10:29,089
매복 병력이 지뢰를 밟을
위험이 있지 않았나요?
119
00:10:29,114 --> 00:10:39,968
그래서 그 중위가 그렇게 말한 거예요
우리가 놓친 지뢰가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120
00:10:40,258 --> 00:10:42,625
매복 병력이 아직
거기 있었거든요
121
00:10:42,735 --> 00:10:47,868
그 말 그대로 한 건 아니지만,
우리한테 가만히 있으라고 했습니다
122
00:10:47,893 --> 00:10:49,986
매복 병력이 아직 거기 있었으니까요
123
00:10:50,126 --> 00:10:53,304
그 사람들이 떠나야
지뢰를 탐지할 수 있었던 거예요
124
00:10:53,391 --> 00:10:55,360
매복 병력이 몇 미터
뒤로 물러나고,
125
00:10:55,385 --> 00:11:00,956
나는 타부니에리스 지아니스와
계속해서 지뢰를 탐지했습니다
126
00:11:01,183 --> 00:11:04,239
그 친구가 살아서
이걸 봤으면 좋을 텐데
127
00:11:04,482 --> 00:11:07,134
그렇게 계속 전진했는데,
128
00:11:07,213 --> 00:11:11,459
넓은 지역에서 전선을
상당수 발견했습니다
129
00:11:11,542 --> 00:11:18,165
그런데 그것 말고는 찾은 게 없었습니다
아무것도 못 찾았지요
130
00:11:18,213 --> 00:11:23,466
계속해서 지뢰를 찾는데,
긴 전선만 많이 나오는 거예요
131
00:11:23,628 --> 00:11:29,105
그렇게 오랫동안 찾았습니다
결국 동이 완전히 텄는데도,
132
00:11:29,177 --> 00:11:33,136
아무것도 찾지 못했어요
전선 밖에 없었습니다
133
00:11:33,281 --> 00:11:42,711
나중에 들어 보니까 그 전선은
그전에 있던 미군이 쓰려고 놓은 유아등이었어요
134
00:11:42,990 --> 00:11:46,678
그 지역에서 이따금씩 대대들이
서로 위치를 바꾸곤 했거든요
135
00:11:46,924 --> 00:11:50,831
그때 유아등 전선을
남기고 간 거죠
136
00:11:50,926 --> 00:11:59,823
그것 때문에 혼동을 해서,
열심히 찾았는데 아무 지뢰도 못 찾은 거예요
137
00:11:59,847 --> 00:12:05,561
그렇게 한바탕하고 나니
동이 훤히 밝았습니다
138
00:12:05,597 --> 00:12:10,558
북한군인지, 중국군인지 모르겠는데,
139
00:12:11,842 --> 00:12:14,920
우리를 봤습니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140
00:12:15,630 --> 00:12:18,421
두 나라가 동맹으로 함께
싸우고 있었으니까요
141
00:12:18,564 --> 00:12:22,270
북한군이 우리 둘을 봤고,
야포로 우리를 공격했습니다
142
00:12:22,796 --> 00:12:27,654
언덕 밑에 평평한 곳이
몇 미터 펼쳐져 있었습니다
143
00:12:28,256 --> 00:12:33,606
평지는 땅이 질척했고요
포탄이 우리 앞에 한 발, 뒤에 한 발,
144
00:12:33,631 --> 00:12:35,670
오른쪽에 한 발,
왼쪽에 한 발 떨어졌습니다
145
00:12:36,119 --> 00:12:37,762
포탄 소리가 들리자마자,
146
00:12:37,829 --> 00:12:39,966
우리 바로 몇 미터
앞에서 터지더라고요
147
00:12:39,991 --> 00:12:42,546
그렇게 포탄 소리를 듣고는,
148
00:12:42,571 --> 00:12:46,300
땅에 엎드린 다음,
일어나서 뛰기 시작했습니다
149
00:12:46,325 --> 00:12:52,712
적이 포탄을 우리 앞에 한 발, 뒤에 한 발,
오른쪽에 한 발, 왼쪽에 한 발 쐈죠
150
00:12:52,943 --> 00:12:59,255
이걸, 장벽이라고 부르는 것 같은데,
포병에서 그런 방식을 말하는 용어가 있습니다
151
00:12:59,850 --> 00:13:01,574
도망가지 못하게 한 거예요
152
00:13:01,599 --> 00:13:07,036
어쨌든, 그 주변은 땅이 질척하고 숲이 빽빽해서,
파편이 멀리 튀지 않았습니다
153
00:13:07,222 --> 00:13:08,752
폭발한 바로 주변에만 튀었습니다
154
00:13:08,817 --> 00:13:12,920
그래서 그곳에서 겨우 도망쳐
언덕에 있는 숲으로 들어갔습니다
155
00:13:12,945 --> 00:13:15,704
적이 우리를 놓쳤죠
그렇게 겨우 도망칠 수 있었습니다
156
00:13:15,730 --> 00:13:17,966
둘 다 진흙투성이였습니다
157
00:13:17,990 --> 00:13:20,929
진흙 밭에 엎드렸다가
다시 일어나 뛰었으니까요
158
00:13:20,986 --> 00:13:24,132
혹시, 어려운 상황을
직접 겪으셨거나,
159
00:13:24,157 --> 00:13:32,302
전우가 전사하는 것을
목격하신 적이 있나요?
160
00:13:37,230 --> 00:13:42,056
거기서 우리가
해리고지로 옮겼습니다
161
00:13:43,183 --> 00:13:51,380
우리 대대가 거기 있었거든요
미군 제15연대 소속이었습니다
162
00:13:51,724 --> 00:13:58,985
연대가 공격을 당하면,
다른 대대가 기존 대대와 교대했거든요
163
00:13:59,239 --> 00:14:05,936
제15연대의 대대 하나가 공격을 당해서
우리가 다음으로 교대한 거예요
164
00:14:06,941 --> 00:14:10,019
그리스군 대대가 말이에요
165
00:14:10,170 --> 00:14:19,345
해리고지에 올라가라는 명령을 받고
거기서 미군 대대와 교대했어요
166
00:14:21,406 --> 00:14:27,773
공격을 당한 그 미군 대대가
해리고지를 이전까지 점령하고 있었는데
167
00:14:27,798 --> 00:14:30,907
북한군과 중국군이 고지를
빼앗았던 거예요
168
00:14:30,932 --> 00:14:34,381
해리고지는 참 높았습니다
169
00:14:34,406 --> 00:14:41,963
좌우로 적이 점령한 고지가 있지만
그것들보다 더 높았죠
170
00:14:42,263 --> 00:14:46,679
그래서 해리고지를 점령해서
주변에 낮은 고지를 확보하려 한 거예요
171
00:14:46,703 --> 00:14:51,444
그리고 원래 있었던 미군 대대가
그가 해리고지를 점령하고 있었고요
172
00:14:51,469 --> 00:14:55,464
그다음에 북한군이
고지를 공격해서 점령했고
173
00:14:55,677 --> 00:14:59,916
사람들 말이, 북한군이
그 미군 대대를 전멸시켰다는 거예요
174
00:15:00,039 --> 00:15:02,722
기습을 해서 전부 죽인 거지요
그 위에 지휘부도 있었는데
175
00:15:02,747 --> 00:15:06,482
전멸하고 몇 명만 살아남았다는 거예요
열다섯 명 정도였을 거예요
176
00:15:09,851 --> 00:15:12,253
포티니, 이게 방해되나요?
177
00:15:14,184 --> 00:15:17,135
그래서 해리고지를 올라가서
점령하라는 거예요
178
00:15:17,160 --> 00:15:20,199
우리 차례가 된 거지요
그렇게 올라갔는데
179
00:15:20,662 --> 00:15:26,737
1953년 6월 13일인가,
16일이었을 거예요
180
00:15:27,202 --> 00:15:30,709
사흘 차이가 나네요
13일 아니면 16일인데
181
00:15:32,445 --> 00:15:40,635
미군 대대가
공격을 받고 거의 전멸했는데,
182
00:15:41,272 --> 00:15:44,365
그 시체가 아직 거기에 있었습니다
183
00:15:44,895 --> 00:15:49,015
미군 대대와 교대하러
해리고지 기슭으로 갔는데,
184
00:15:49,194 --> 00:15:53,442
제2대대에서 남은 인원은
17명뿐이었습니다
185
00:15:55,739 --> 00:15:58,349
포탄이 떨어져도
한 번에 몰살당하지 않게,
186
00:15:59,080 --> 00:16:02,130
서로 간격을 유지하며 올라갔죠
187
00:16:02,321 --> 00:16:07,009
고지에 올라가기 위한
이동용 참호가 있었는데,
188
00:16:07,289 --> 00:16:10,302
밧줄이 묶여 있어서
잡고 올라가는 거였습니다
189
00:16:10,500 --> 00:16:15,374
그곳이, 특히 겨울이 되면
아주 미끄러웠거든요
190
00:16:15,905 --> 00:16:22,382
그런데 여름에도 미끄러웠어요
그렇게 해리고지에 갔는데,
191
00:16:22,650 --> 00:16:27,067
제가 가장 먼저 도착한
병사 중 하나였습니다
192
00:16:27,755 --> 00:16:32,962
그리고 그 뒤로도
병력이 계속 도착했지요
193
00:16:33,890 --> 00:16:39,241
해리고지 기슭에서
미군의 잘린 다리를 발견했습니다
194
00:16:39,334 --> 00:16:42,408
공격 후에 3일 동안
거기에 있었던 거예요
195
00:16:43,254 --> 00:16:46,264
냄새가 말도 못 하게 났어요
그렇게 다리를 보고,
196
00:16:46,289 --> 00:16:47,979
이동용 참호를 올라가는데,
병사들이 계속 오는 거예요
197
00:16:50,006 --> 00:16:52,221
미군 대대랑 교대하러
그렇게 오는 거였지요
198
00:16:52,378 --> 00:16:56,121
등에 기관총을 짊어진
미군을 봤는데,
199
00:16:56,361 --> 00:16:59,818
겁에 질려 있더라고요
당연히 그랬겠지요
200
00:17:00,191 --> 00:17:04,185
열일곱 명 빼고
전멸을 당했으니 말이에요
201
00:17:04,210 --> 00:17:08,350
그런데, 그 병사가
내 발 앞에 넘어지는 거예요
202
00:17:08,576 --> 00:17:10,920
포탄 소리가 들렸거든요
203
00:17:10,945 --> 00:17:15,455
그런데 그 참호는,
우리가 지나갈 수 있게
204
00:17:15,480 --> 00:17:17,422
폭이 1 미터였단 말이에요
205
00:17:17,469 --> 00:17:20,095
이런 식으로, 한 참호에서
다른 참호로 간 거예요
206
00:17:20,126 --> 00:17:23,774
그렇게 미군이 지나가고,
나는 계속 올라갔어요
207
00:17:23,799 --> 00:17:27,460
그 미군이 포탄 소리를 듣고는
내 발 앞에 넘어졌습니다
208
00:17:27,485 --> 00:17:29,547
왜냐하면, 앞에 통신선이 있었거든요
209
00:17:29,574 --> 00:17:34,992
통신선이 끊기면 통신병들이
선을 이어서 복구하곤 했으니까요
210
00:17:36,294 --> 00:17:38,044
언덕을 올라갈수록
시체가 더 많이 보였습니다
211
00:17:39,923 --> 00:17:44,243
보병 진지와 사격 진지에
포병이 자리 잡고 있었는데,
212
00:17:44,689 --> 00:17:49,090
중국군이 고지를 점령하고 나서는
213
00:17:49,115 --> 00:17:52,647
포병과 공군이 고지를
24시간 공격하고 있었습니다
214
00:17:52,713 --> 00:18:00,045
그래서 처음에는 중국군이 공격하고
다음에는 미국 포병이 포격을 가해서
215
00:18:00,070 --> 00:18:05,431
모든 게 부서져 있었습니다
대피호랑, 포대 같은 것도 있었고요
216
00:18:06,709 --> 00:18:11,246
대피호를 팔 때는
약 일 미터 정도 땅을 파고
217
00:18:11,384 --> 00:18:17,677
흙 자루를 쌓아서 방벽을 만듭니다
그리고 두꺼운 나무도 덧댔지요
218
00:18:18,022 --> 00:18:24,596
사격진지는 전부 무너져 있었고
그래서 중국군이 오래 버티지 못한 거예요
219
00:18:24,645 --> 00:18:28,474
그렇게 미군이 고지를
다시 점령한 거예요
220
00:18:28,890 --> 00:18:31,266
열일곱 명이 말이죠,
나머지는 다 전사했어요
221
00:18:31,291 --> 00:18:33,860
미군 대대 병력은
거의 전멸했었습니다
222
00:18:33,884 --> 00:18:36,927
남은 열일곱 명이
고지를 다시 점령한 거예요
223
00:18:36,953 --> 00:18:39,610
- 새로 온 대대 열일곱 명의 소속은요?
- 제2대대였습니다
224
00:18:39,684 --> 00:18:41,628
말하자면 거기에
대대가 둘 있었지요
225
00:18:41,729 --> 00:18:44,978
중국군한테 기습을 당한 대대
226
00:18:45,115 --> 00:18:48,178
그리고 다시 공격해서
고지를 점령한 대대
227
00:18:48,203 --> 00:18:50,737
그러니까 미군이었다는 말씀이시지요
그럼 그리스 대대는요?
228
00:18:50,762 --> 00:18:52,220
이제 그리스 대대
이야기를 좀 해 주세요
229
00:18:52,249 --> 00:18:55,120
고지를 그렇게 올라갔는데,
230
00:18:55,236 --> 00:19:01,804
다 부서진 상태라
대피호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231
00:19:02,375 --> 00:19:05,070
첫날 밤에는,
232
00:19:05,095 --> 00:19:09,246
자세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어떤 위험을 마주하셨는지
233
00:19:09,321 --> 00:19:10,675
직접 전투에 참여하셨나요?
234
00:19:10,740 --> 00:19:13,477
위험했죠, 폭격도 위험했고
그건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235
00:19:13,536 --> 00:19:16,646
- 좋습니다
- 잠시 좀 쉬셨다가,
236
00:19:17,916 --> 00:19:20,132
계속하세요 제가 통역하겠습니다
237
00:19:20,225 --> 00:19:23,005
- 그래요, 말해 줘요
- 예, 계속하시죠
238
00:19:23,092 --> 00:19:29,534
- 그게 언제였죠?
- 1953년 6월이었습니다
239
00:19:29,663 --> 00:19:32,848
고지에 올라간 게
6월 13일 아니면 16일이었어요
240
00:19:33,545 --> 00:19:42,020
1953년 7월 27일이요
저도 거기 있었습니다
241
00:19:42,045 --> 00:19:46,425
네, 해리고지에 오르시고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242
00:19:46,585 --> 00:19:52,666
그 기간 중에 전투에 참여하셨나요?
어떤 위험을 겪으셨나요?
243
00:19:52,843 --> 00:19:58,600
우리가 해리고지에 오를 즈음
적들이 고지가 파괴된 걸 알고 있었습니다
244
00:19:59,579 --> 00:20:03,626
그래서, 우리가 고지에 오른 첫날 밤에,
245
00:20:04,129 --> 00:20:09,422
주변에 가시철조망을
설치했단 말이에요
246
00:20:09,613 --> 00:20:10,990
네, 네
247
00:20:11,843 --> 00:20:17,160
모든 진지며 대피호가 무너져 있어서
가시철조망을 설치한 거지요
248
00:20:17,244 --> 00:20:20,643
첫날 밤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249
00:20:20,756 --> 00:20:22,459
전투 얘기를 좀 더 해 주세요
250
00:20:22,484 --> 00:20:24,434
계속해 주세요
251
00:20:24,459 --> 00:20:27,980
첫날 밤에
가시철조망을 설치하고,
252
00:20:28,120 --> 00:20:32,486
진지와 대피호를
구축하기 시작했습니다
253
00:20:32,511 --> 00:20:40,392
밤낮으로 일 했습니다
공격은 밤에만 있었습니다
254
00:20:41,132 --> 00:20:49,966
적이 공격이나 기습을 할 때는
언제나 밤에 했었습니다, 새벽 한 두 시까지요
255
00:20:50,131 --> 00:20:54,837
그리고 낮에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256
00:20:55,076 --> 00:21:00,496
그래서, 새벽 두 시부터 아침까지
잠을 잔 후에 아침을 먹었습니다
257
00:21:00,556 --> 00:21:07,578
철모를 쓰고, 고지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했습니다
258
00:21:07,692 --> 00:21:13,919
거기에 27일 동안 있었는데,
매일 새벽 두 시에 잤어요
259
00:21:15,422 --> 00:21:24,957
무너진 대피호에서 잠을 잤습니다
완전 군장에 철모, 방탄조끼,
260
00:21:24,982 --> 00:21:27,573
전부 갖춰 입고
한두 시간을 자는 거예요
261
00:21:28,367 --> 00:21:32,236
거기 올라갔을 때는 그랬습니다
262
00:21:32,678 --> 00:21:39,671
고지에 올라가고
첫날과 둘째 날 밤에는,
263
00:21:40,361 --> 00:21:44,110
그쪽 진지가 전부
부서져 있었습니다
264
00:21:44,928 --> 00:21:47,907
대피호 진지가 서로 간격이
8m에서 10m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요
265
00:21:47,932 --> 00:21:51,660
제가 있는 위치에서 보니까,
대피호 위에 구멍이 나 있는 거예요
266
00:21:51,977 --> 00:21:54,850
그리고 저 멀리, 상태가
더 좋은 진지가 보였습니다
267
00:21:54,875 --> 00:21:58,276
그래서 한 진지에서
다른 진지로 이동했습니다
268
00:22:02,884 --> 00:22:08,835
- 그랬는데, 그날 밤에, 중국군이,
- 공격을 해 왔군요
269
00:22:09,203 --> 00:22:16,333
중국군 야포가 우리 위치를 포격해서
대피호가 다 무너졌어요
270
00:22:16,898 --> 00:22:21,145
그래서 한 대피호에서
다른 대피호로 뛰었습니다
271
00:22:21,205 --> 00:22:28,241
그쪽이 안전할 줄 알았는데
별로 다를 게 없었습니다
272
00:22:28,492 --> 00:22:34,986
다음 대피호에 들어가는데,
냄새가 나는 거예요
273
00:22:36,199 --> 00:22:39,541
시체가 삼일 동안 있었으니
냄새가 나는 거지요
274
00:22:39,566 --> 00:22:43,810
그 달 10일에서 12일까지
사나흘 동안 공격을 받았고
275
00:22:44,239 --> 00:22:47,087
또 사나흘 동안 반격을 했습니다
276
00:22:47,490 --> 00:22:51,335
그 시체들이 전부 거기 있었던 거예요
미군과 북한군 시체가 말이에요
277
00:22:52,222 --> 00:22:55,342
그렇게 그 대피호에 들어갔는데,
냄새가 나는 거예요
278
00:22:55,367 --> 00:22:57,189
냄새는 상관없었지만,
279
00:22:57,214 --> 00:23:00,867
전투에 대해서 좀 더 말씀해 주세요
중국군을 상대하신 건가요?
280
00:23:00,892 --> 00:23:02,672
7월 27일에 중국군이
선생님 부대를 공격했나요?
281
00:23:02,697 --> 00:23:04,211
정전협정은 언제 체결됐죠?
282
00:23:04,236 --> 00:23:08,985
그 상황을 알았기 때문에
폭격을 한 거예요
283
00:23:09,867 --> 00:23:13,098
하지만 고지에
올라오지는 않았습니다
284
00:23:15,728 --> 00:23:18,825
어떤 사람들은 그래요
남한 사람들이 그러는데,
285
00:23:18,850 --> 00:23:20,231
어떻게 통신을 할지 몰랐다고요
286
00:23:20,256 --> 00:23:25,820
그리스 대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공격을 안 했을 거라고 하더군요
287
00:23:25,927 --> 00:23:27,760
그래서 이 전투...
288
00:23:27,785 --> 00:23:38,757
네, 해리고지에서,
협정 체결 27일 전이라고 하셨죠?
289
00:23:38,782 --> 00:23:41,697
16일, 아니, 17일,
290
00:23:41,810 --> 00:23:44,257
우리가 올라간 게 13일
아니면 16일이었습니다
291
00:23:44,310 --> 00:23:46,605
그 달 16일에서 17일 즈음이었어요
292
00:23:46,630 --> 00:23:51,258
- 전투는요?
- 두세 시간 이어졌습니다
293
00:23:51,901 --> 00:23:53,975
그 다음에 정전협정이 체결된
다음에는 전투가 없었던 건가요?
294
00:23:54,015 --> 00:23:57,158
그다음에는, 거기를 떠났어요
295
00:23:57,183 --> 00:24:00,137
고지에서 여러 날을 머무르다가,
296
00:24:00,162 --> 00:24:03,685
휴식을 취하려고
고지 밑으로 내려갔습니다
297
00:24:03,938 --> 00:24:07,547
가끔씩 고지 밑으로 내려가서
하루 이틀 정도 쉬곤 했거든요
298
00:24:07,572 --> 00:24:13,048
그렇군요
그곳에서 문제를 겪지는 않으셨나요?
299
00:24:13,446 --> 00:24:18,069
아직 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우리가 돌아왔을 때 말이에요
300
00:24:18,094 --> 00:24:22,062
고지를 내려가서, 적 사정거리에서
벗어난 커다란 대피호에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301
00:24:22,670 --> 00:24:25,619
그다음 날, 북한군이 후퇴했습니다
302
00:24:25,644 --> 00:24:33,400
전장에서 후퇴를 했는데,
그 전선이 아주 길었단 말이에요
303
00:24:33,567 --> 00:24:37,094
누구는 250 킬로미터라고 그러던데
304
00:24:37,119 --> 00:24:45,965
북한군이 한국군 사단 전체를
6 킬로미터 정도 밀어냈습니다
305
00:24:46,567 --> 00:24:59,102
그리스 군인으로서
어떠한 일을 겪으셨나요?
306
00:24:59,403 --> 00:25:03,237
철원에 있는 평야에서
위험한 일이 있었고요
307
00:25:03,262 --> 00:25:06,238
해리고지에서는
폭격을 당하면서 계속 싸웠지요
308
00:25:06,263 --> 00:25:06,805
좋습니다
309
00:25:06,830 --> 00:25:09,824
해리고지 이후에도 참여하신 전투가 있나요?
310
00:25:09,850 --> 00:25:12,045
해리고지 이후에는 전투가 없었습니다
311
00:25:12,070 --> 00:25:13,984
우리가 정전협정 장소에 갔는데
이 말은 하고 싶네요
312
00:25:14,043 --> 00:25:16,916
- 네, 좋습니다
- 판문점에 갔습니다
313
00:25:16,954 --> 00:25:20,536
그래요 아니, 인천에
우선은 인천에 있는 평야, 딕고지,
314
00:25:20,600 --> 00:25:22,755
그다음에는
해리고지로 갔습니다
315
00:25:22,780 --> 00:25:24,423
그렇군요 거기서
무엇을 보셨나요?
316
00:25:24,477 --> 00:25:26,588
네, 그러니까, 적과 또
조우하신 적이 있나요?
317
00:25:26,613 --> 00:25:29,869
- 정전 이후에 말입니다
- 아직 정전협정 체결 전이었습니다
318
00:25:29,894 --> 00:25:33,200
전이었나요? 전투에 참여하셨나요?
그리스 대대가 전투에 참여했나요?
319
00:25:33,225 --> 00:25:35,089
- 그래요, 말씀드리죠
- 말씀해 주세요
320
00:25:35,139 --> 00:25:38,220
- 해리고지 기슭에 쉬러 내려갔을 때였습니다
- 네
321
00:25:39,039 --> 00:25:43,663
다음 날 철수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322
00:25:44,240 --> 00:25:48,870
북한군한테 밀린
한국군 사단을 지원하라는 거였지요
323
00:25:49,110 --> 00:25:52,486
아직 정전협정 체결 전이었고,
27일이었습니다
324
00:25:53,106 --> 00:25:57,387
8월 27일이 아니라,
25일인가 그랬는데
325
00:25:57,412 --> 00:25:59,005
정전협정은
7월 27일에 체결됐습니다
326
00:26:00,121 --> 00:26:07,577
그래요, 27일 제가 8월이라고 했나?
네, 7월 27일에 거기 있었습니다
327
00:26:07,764 --> 00:26:10,065
정전협정 전에 우리를 불러서는
328
00:26:10,098 --> 00:26:14,985
- 북한군한테 밀린 한국군 사단을 지원하라는 겁니다
- 그렇군요
329
00:26:15,010 --> 00:26:22,127
그래서 갔는데, 사단 전체가
6 킬로미터 정도 후퇴한 거예요
330
00:26:22,347 --> 00:26:27,587
전방으로 갔는데, 다른 북한군은
우리 진지 위치에 남아 있었습니다
331
00:26:27,724 --> 00:26:30,395
다른 북한군은 후퇴하고요
332
00:26:30,420 --> 00:26:32,367
저희가 묻고 싶은 건
전투에 관련된 것입니다
333
00:26:32,392 --> 00:26:35,173
세부사항은 말씀 안 해 주셔도 됩니다
334
00:26:35,198 --> 00:26:39,006
거기에 가서는,
싸우는 게 아니었습니다
335
00:26:39,031 --> 00:26:41,798
- 좋습니다
- 포격만 있었습니다
336
00:26:42,005 --> 00:26:45,552
- 그리고 우리 전우 네 명이 전사했지요
- 네, 네
337
00:26:45,577 --> 00:26:49,186
그리고 우리 전우 네 명이 전사했지요
338
00:26:49,840 --> 00:26:53,222
- 당시에 계급이 어떻게 되셨죠?
- 병사였습니다
339
00:26:53,799 --> 00:26:59,086
- 한국에서는 언제 귀국하셨나요?
- 귀국은 1954년에 했습니다
340
00:26:59,693 --> 00:27:03,007
한국을 떠난 게,
그때 기록한 쪽지가 있는데,
341
00:27:05,367 --> 00:27:10,547
지금 가지고 있지 않네요
한국에서 떠나서는, 그리스에 3월에 도착했습니다
342
00:27:10,798 --> 00:27:13,791
그러니까 그보다 한 달 전에
떠난 거지요
343
00:27:13,816 --> 00:27:18,225
2월이군요, 재방문프로그램을 통해서
한국에 다시 가보신 적은 없었나요?
344
00:27:18,250 --> 00:27:19,500
가본 적이 없습니다
345
00:27:19,741 --> 00:27:27,455
뉴스나 TV에서, 한국 경제의
기적에 관한 소식은 들으셨나요?
346
00:27:27,491 --> 00:27:29,858
지금 한국은 세계
제11대 경제대국이 되었습니다
347
00:27:29,883 --> 00:27:34,315
민주주의도 안정화되고 있고요
이런 이야기는 들어 보셨나요?
348
00:27:35,623 --> 00:27:40,443
들었습니다,
한국이 그런 나라가 됐다는 것을요
349
00:27:41,767 --> 00:27:46,033
경제도 융성해졌다는
소식을 들으니 참 기쁘지요
350
00:27:46,333 --> 00:27:52,138
그렇게 가난했던 국민이
이렇게 잘 살게 되었다니 반갑고요
351
00:27:52,752 --> 00:28:01,539
정전협정 때 또 일이 하나 있었는데
이거 말했었나요?
352
00:28:01,564 --> 00:28:04,137
- 말씀해 주세요
- 어떻게 계속 진행할까요?
353
00:28:04,359 --> 00:28:09,880
정전협정이 체결된 다음에
우리 군이 수 킬로미터 정도 물러났습니다
354
00:28:10,010 --> 00:28:14,261
적군도 마찬가지였지요
그래서 무인지대가 생겼습니다
355
00:28:14,599 --> 00:28:18,140
우리가 몇 킬로미터 물러나서 주둔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말이예요
356
00:28:19,345 --> 00:28:21,778
서울 외곽에 있었는데,
357
00:28:21,803 --> 00:28:24,652
여기서 아테네까지의 거리와 비슷했습니다
약 60 킬로미터였어요
358
00:28:25,209 --> 00:28:29,721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규모 기지에 주둔하고 있었거든요
359
00:28:29,775 --> 00:28:32,253
죄송하지만, 전쟁에 관련된 말씀이나
360
00:28:32,349 --> 00:28:34,686
역사와 관련된 말씀만
간략하게 부탁드리겠습니다
361
00:28:34,716 --> 00:28:39,447
아니, 우리가 거기서 봤던
한국 사람들 이야기예요
362
00:28:40,029 --> 00:28:44,037
그 당시 오후가 되면, 서울에 가서
산책을 한 다음 기지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363
00:28:44,062 --> 00:28:47,477
거리가 가까웠거든, 오모노이아에
산책하러 가는 정도였으니까요
364
00:28:47,502 --> 00:28:49,748
그러니까 서울에 가셨다는 것이지요
좋습니다
365
00:28:49,773 --> 00:28:53,460
거기 사람들이 얼마나
비참하게 사는지 봤지요
366
00:28:53,485 --> 00:28:57,719
그게 제가 말하고 싶은 거예요
367
00:28:57,776 --> 00:29:02,106
시내 주변에 오두막 같은 걸 짓고 살았었지요,
헛간 같은 거였어요
368
00:29:02,373 --> 00:29:04,393
그 집을 왜 지었는지 궁금했는데
369
00:29:04,418 --> 00:29:08,194
들어보니까, 전쟁터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을 위해서 지은 거라는 거예요
370
00:29:08,219 --> 00:29:12,566
서울 근처에서 살 수 있도록 말이에요
371
00:29:13,791 --> 00:29:18,184
- 굶주리고, 더러운 상태였어요
- 정말 그랬겠네요
372
00:29:18,350 --> 00:29:27,358
참전한 사실이
자랑스러우신가요?
373
00:29:27,669 --> 00:29:32,996
한국이 그렇게 경제적으로
발전했다는 사실이,
374
00:29:33,021 --> 00:29:36,016
한 나라가 그렇게
살아나는 것을 보면, 뿌듯하지요
375
00:29:36,041 --> 00:29:39,059
우리도 제2차 세계대전, 독일 강점기 때
배고픔을 겪었으니까요
376
00:29:39,453 --> 00:29:40,948
그리고 한 가지만 더,
377
00:29:40,994 --> 00:29:44,033
우리가 부르던 노래가 있는데
카메라로 찍어 줘요
378
00:29:44,958 --> 00:29:48,285
나라가 번창해 가고 있는 것을 보면
아주 뿌듯합니다
379
00:29:48,469 --> 00:29:50,642
대대에서 부르던 노래가 있습니다
380
00:29:50,667 --> 00:29:53,765
우리 대대장이 쿠마나코스 요르요스라고,
용감한 장교였는데
381
00:29:54,302 --> 00:29:58,835
대대장이 이런 노래를 부르곤 했습니다
382
00:30:00,150 --> 00:30:02,547
"자유국가들과 함께,
노예의 속박을 뒤로하자
383
00:30:02,572 --> 00:30:04,398
우리 영광스러운 조국의
명에 따라 그 선봉에 서자"
384
00:30:05,178 --> 00:30:12,840
2020년이 되면
6·25전쟁 발발 70주년이 됩니다
385
00:30:13,051 --> 00:30:22,033
1952년에서 2020년까지 70년이지요
기념행사가 크게 열릴 예정이에요
386
00:30:22,058 --> 00:30:31,079
혹시 6·25전쟁 발발 70 주년을 맞은
한국 국민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387
00:30:34,282 --> 00:30:36,222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은데,
388
00:30:40,584 --> 00:30:43,989
언제나 앞장서서, 두려워하지 말고
나아가라는 거예요
389
00:30:46,973 --> 00:30:50,778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힘든 일은 지나가게 되어 있으니까요
390
00:30:51,825 --> 00:30:56,309
그리고 나이 든 사람들을 기억해 달라는 거예요,
충고도 귀 담아 듣고요
391
00:30:57,565 --> 00:30:59,368
제가 제대로 말을 한 건지 모르겠네요
392
00:31:03,416 --> 00:31:08,661
- 앞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은요?
- 물론, 발전해야지요
393
00:31:08,686 --> 00:31:10,937
남이 굶은 걸 보고
기뻐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394
00:31:10,962 --> 00:31:14,036
- 그렇지 않나요?
- 옳은 말씀이십니다
395
00:31:14,345 --> 00:31:20,092
한국에 계시던 시절과 관련해서
중요한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396
00:31:20,117 --> 00:31:26,333
들으셨거나 직접 겪으셨거나
떠오르는 이야기 없으신가요?
397
00:31:26,532 --> 00:31:28,185
전쟁 중의 이야기도 괜찮습니다
398
00:31:28,210 --> 00:31:32,833
예를 들어, 거기에서 고아를
도와주셨다거나 하는 얘기요
399
00:31:32,941 --> 00:31:36,241
사람들에게 먹을 것을 주셨다던가,
400
00:31:36,266 --> 00:31:41,690
우리가 휴전 중에 서울에 가면
군 신부님이 한 분 계셨습니다
401
00:31:42,144 --> 00:31:47,260
그분이 고아들을 도와주시고
세례도 주고 하셨거든요
402
00:31:47,687 --> 00:31:53,203
신부님이 우리한테
나누어줄 것이 없느냐고 그러시는 거예요
403
00:31:54,127 --> 00:31:57,613
그때 우리 월급이 20달러였습니다
404
00:31:57,707 --> 00:32:02,013
신부님께 세례 비용이나
다른 비용에 쓰시라고
405
00:32:03,249 --> 00:32:08,363
- 우리가 돈을 좀 드렸지요
- 선생님도 주셨나요?
406
00:32:08,479 --> 00:32:14,034
아니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드릴 줄 알았으니까요
407
00:32:14,402 --> 00:32:18,197
자, 그렇게 스크라전투에서 중요한
408
00:32:18,222 --> 00:32:20,405
아, 해리고지전투군요
죄송합니다
409
00:32:20,430 --> 00:32:23,269
- 스크라는 소아시아였고
- 해리고지였지요
410
00:32:23,570 --> 00:32:38,817
그곳에서 싸워 주신 덕분에,
한국 사람들이 아주,
411
00:32:39,425 --> 00:32:47,151
그리스가 도와준 데 대해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412
00:32:47,225 --> 00:32:53,589
한종우 선생님이 한국 국민을
대표해서 감사드린답니다
413
00:32:54,602 --> 00:33:04,266
제가 해리고지에 있을 때
아까 말한 대로 대피호를 만들었습니다
414
00:33:06,662 --> 00:33:09,753
그런데 대피호 안에
미군이 파묻혀 있었습니다
415
00:33:10,455 --> 00:33:14,808
대피호를 고칠 때,
제가 그 미군 시체를 곡괭이로 파서 꺼냈지요
416
00:33:15,241 --> 00:33:18,392
그날 꺼낸 시체가 세 구였는데,
417
00:33:20,406 --> 00:33:23,206
꺼내다 보니까
미군 지갑이 떨어지는 거예요
418
00:33:23,961 --> 00:33:28,594
지갑이 떨어졌길래, 찾아서 열어봤어요
지금 이 말은 꼭 찍어 줘요
419
00:33:28,994 --> 00:33:35,252
지갑을 보니까 400달러가 있는 거예요
그리고 사진이 있었습니다
420
00:33:35,512 --> 00:33:39,819
사진에는 그 미군하고,
그 아내랑 두 아이 사진이 있었습니다
421
00:33:39,970 --> 00:33:42,098
아이들이 아주 어렸습니다
그래서...
422
00:33:44,946 --> 00:33:56,648
그래서, 그때 느낀 게
지갑을 그냥 닫고, 돈도 빼지 않고,
423
00:33:57,934 --> 00:34:01,471
될 수 있는 한
멀리 던져버리고 싶은 거예요
424
00:34:01,496 --> 00:34:03,130
돈을 가져가지 않았습니다
425
00:34:03,158 --> 00:34:06,991
그 사람도 못 쓴 돈을
제가 뭐라고 쓰나 싶었던 거예요
426
00:34:07,016 --> 00:34:10,257
그래서 던져버렸지요
427
00:34:10,582 --> 00:34:12,078
다른 병사들이 뛰어가서
지갑을 찾았습니다
428
00:34:13,455 --> 00:34:16,755
그리고는 누가 돈을
가져갈지를 놓고 싸우길래,
429
00:34:17,090 --> 00:34:20,423
제가 찾은 거니까
돈을 나누자고 했습니다
430
00:34:20,738 --> 00:34:25,862
곡괭이로 꺼낸 미군 시체 주머니에서
그 지갑을 찾은 거예요
431
00:34:25,935 --> 00:34:28,900
그렇게 사흘을 방치된
시체와 있다 보니까 냄새가 심했습니다
432
00:34:29,312 --> 00:34:37,424
그래서 냄새 없애라고
탈취제를 많이 보급해 줬었습니다
433
00:34:38,105 --> 00:34:44,160
한국군이 철수할 때까지는 말이에요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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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든 지갑을 던져버렸는데,
다른 병사 둘이 그걸 가져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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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던져버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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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4:54,900 --> 00:34:57,387
왜냐하면, 그 미군이
써 보지도 못하고 죽은 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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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4:57,452 --> 00:34:58,652
제가 뭐라고 그 돈을 가져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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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에게 주시지 그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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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지휘관에게
가져가야 했던 것은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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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5:02,710 --> 00:35:04,008
내 잘못이지 하지만 전방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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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5:04,053 --> 00:35:07,036
이 말씀은 안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선생님께 누가 될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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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5:07,061 --> 00:35:11,908
우리는 전방에 있었단 말이에요
지휘관은 고지 기슭에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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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거기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가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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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5:15,342 --> 00:35:16,781
어디로 가져가야 하는지도 몰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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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에게 가져가시면 되죠
지휘관이 미국인이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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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말씀하시면 누가 되실 것 같아서
지갑 던지신 이야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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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져가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미군이 잃은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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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종우 선생께 전달은 하겠지만,
선생님께 누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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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5:33,867 --> 00:35:36,890
돈을 가져가지 마시고
사령부에 전달하시는 게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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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께 누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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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5:38,258 --> 00:35:41,357
- 제 말 이해하시겠어요?
- 이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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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한국을 위해 싸워주신것에 대해 감사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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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도 이일을 잊지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