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00:00:05,533 --> 00:00:09,244
저는 지바르트입니다
2
00:00:09,397 --> 00:00:14,100
철자는 지(G)이(E) 브이(V)에이(A)알(R)티(T)입니다
3
00:00:14,433 --> 00:00:16,067
- 언제 태어나셨나요?
- 구스타베입니다
4
00:00:16,067 --> 00:00:24,267
1933년 7월 16일입니다
5
00:00:25,380 --> 00:00:27,480
생일을 거의 잊어버리셨군요
6
00:00:29,100 --> 00:00:30,700
애 좀 먹었네요
7
00:00:32,408 --> 00:00:36,775
지금도 젊으십니다, 6·25전쟁 참전용사
중에 젊은 그룹에 속하십니다
8
00:00:36,800 --> 00:00:37,767
감사합니다
9
00:00:37,800 --> 00:00:45,467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있었습니까?
10
00:00:47,567 --> 00:00:56,767
세계지도에서 한국을 봤습니다
11
00:00:56,767 --> 00:01:04,533
세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일본을 봤어요
그리고 한국도 살짝 봤습니다
12
00:01:04,533 --> 00:01:07,933
그게 다예요
그전에는 아는 것이 없었습니다
13
00:01:07,933 --> 00:01:10,033
지도에서 본 것이 다입니다
14
00:01:10,933 --> 00:01:15,633
그러면, 학교에 다닐 때
한국에 대해 배운 것이 전혀 없었습니까?
15
00:01:16,167 --> 00:01:18,800
- 전혀 배운 것이 없었습니다
- 좋습니다
16
00:01:19,233 --> 00:01:23,933
당신의 가족, 부모님과 형제자매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17
00:01:23,933 --> 00:01:33,533
우리 가족은 인쇄소를 운영합니다
인쇄업자이지요
18
00:01:34,733 --> 00:01:42,633
아버지는 제1차 세계대전에
자원해서 참전하셨습니다
19
00:01:47,933 --> 00:01:58,833
종전 후 1918년, 아버지는 프랑스에서
돌아와 인쇄소를 시작하셨습니다
20
00:01:59,133 --> 00:02:04,167
저는 날 때부터 인쇄 기계들과 함께였죠
21
00:02:04,167 --> 00:02:08,067
어릴 적에 큰 인쇄 기계들이 돌아가고
22
00:02:08,067 --> 00:02:13,667
저는 기계들 사이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던 기억이 납니다
23
00:02:13,667 --> 00:02:21,600
말씀하신 대로
저는 평범한 학교에 다녔습니다
24
00:02:21,833 --> 00:02:24,300
- 언제 졸업하셨습니까?
- 다시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25
00:02:24,300 --> 00:02:26,467
언제 졸업하셨습니까?
26
00:02:26,467 --> 00:02:42,967
그게 1950년,
아니 1948년이나 1949년입니다
27
00:02:44,133 --> 00:02:50,967
가족들이 인쇄업을 하셨다니까 말인데요
28
00:02:54,700 --> 00:03:04,867
금속활자를 최초로 발명해 사용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29
00:03:04,867 --> 00:03:08,733
아니요, 독일로 알고 있었는데
제가 잘못 알았나 봅니다?
30
00:03:09,467 --> 00:03:12,600
-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 말씀이시군요
- 구텐베르크, 맞습니다
31
00:03:12,600 --> 00:03:19,867
한국은 구텐베르크보다 200년 앞서서
금 속활자를 발명했습니다
32
00:03:32,133 --> 00:03:33,833
목판 활자가 아니고요?
33
00:03:33,833 --> 00:03:35,767
- 네, 철로 만든 활자였습니다
- 철이요?
34
00:03:35,767 --> 00:03:38,067
- 네
- 죄송해요, 몰랐습니다
35
00:03:38,067 --> 00:03:40,233
처음 듣는 말입니다
36
00:03:40,233 --> 00:03:44,500
"직지심경"이라는 금속 활자본이 있는데
37
00:03:44,500 --> 00:03:49,200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보다
훨씬 이전에 발명되었습니다
38
00:03:50,300 --> 00:03:53,967
한국이 왜 디지털 강국이
되었는지를 보여줍니다
39
00:03:53,967 --> 00:03:56,367
그렇군요
40
00:03:57,400 --> 00:04:00,633
그러면, 언제 입대를 하셨습니까?
41
00:04:00,633 --> 00:04:11,167
군에 입대한 것은
1950년이나 1951년입니다
42
00:04:12,367 --> 00:04:18,367
그때, 처음으로 6·25전쟁에
관해 듣게 되었습니다
43
00:04:19,600 --> 00:04:36,100
입대하기 전에, 전 책을 많이 읽었는데
러시아의 하르첸코에 대한 책을 좀 읽었습니다
44
00:04:36,100 --> 00:04:42,300
하르첸코가 자유를 택한 것을
결코 잊을 수 없었지요
45
00:04:42,300 --> 00:04:55,600
북한이 남한을 침공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국에서 겪었던 전쟁을 떠올렸습니다
46
00:04:56,233 --> 00:04:59,867
벨기에는 저항활동을 했습니다
47
00:05:00,733 --> 00:05:05,833
침략군이 벨기에에 들어왔을 때는
무척 지쳤을 것입니다
48
00:05:06,600 --> 00:05:11,067
그때 도시는 텅 비어 있었는데
우리가 선전포고를 듣고 피했기 때문입니다
49
00:05:11,067 --> 00:05:15,100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었지요
50
00:05:15,100 --> 00:05:17,033
저는 그때 젊은 청년이었습니다
51
00:05:17,467 --> 00:05:27,400
그러다가 6·25전쟁에 대해 들었고
대령님을 찾아갔습니다
52
00:05:28,167 --> 00:05:39,600
제가 한국에 가고 싶어 한다는 말을 듣고
대령님은 "젊은이, 한국에 가지 말게
53
00:05:39,600 --> 00:05:45,533
전쟁이 어떤 것인지 자네는 모르네
전쟁은 참혹한 거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54
00:05:46,267 --> 00:05:52,067
저는 그렇지 않다고 저는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입대를 했습니다
55
00:05:52,067 --> 00:05:54,567
대령님은 벨기에에 남으면 매년 좋은 자리를
줄 수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56
00:05:54,567 --> 00:05:57,800
"아니요, 저는 당연히 갑니다"
그렇게 말했어요
57
00:05:57,800 --> 00:06:02,633
우선 입대를 하기도 했고, 우리가 당연히 가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58
00:06:04,100 --> 00:06:11,500
이 이야기를 하고 싶군요
59
00:06:11,967 --> 00:06:18,467
얼마 전에 벨기에 재향군인회의
참전용사 대표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60
00:06:18,967 --> 00:06:28,867
우리는 매우 특이한 민족인데
벨기에 사람들은 모험가라고요
61
00:06:30,733 --> 00:06:37,967
그 말이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아마도 맞는 말일 겁니다
62
00:06:38,500 --> 00:06:43,600
하지만 다른 민족들도 생각하기에 따라
모험가들일 수 있습니다
63
00:06:44,900 --> 00:06:47,933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이것입니다
64
00:06:47,933 --> 00:06:53,800
우리는 마음의 소리를 따를 수 있고
그렇게 해서 모험가가 될 수 있습니다
65
00:06:53,800 --> 00:06:55,833
저는 마음의 소리를 따랐습니다
66
00:06:58,033 --> 00:07:08,600
그때, 저는 너무 어리석게도
지휘관이 되려고 노력했지요
67
00:07:09,567 --> 00:07:15,767
당시에 우리는 항공기를 타고
전 세계를 다녔습니다
68
00:07:16,133 --> 00:07:23,067
처음에는 일본에 갔고 이후에는
유럽의 여러 나라에 갔습니다
69
00:07:23,067 --> 00:07:30,633
그런 다음 다시 일본에 갔고 거기에서
보트를 타고 부산에 갔습니다
70
00:07:32,033 --> 00:07:34,100
부산에 언제 도착하셨습니까?
71
00:07:34,500 --> 00:07:41,667
1953년 2월이었습니다
겨울이었죠
72
00:07:42,300 --> 00:07:44,633
- 굉장히 추웠겠군요
- 추웠습니다
73
00:07:45,067 --> 00:07:49,033
제 말을 믿으실 겁니다
한국도 추울 수 있더군요
74
00:07:49,033 --> 00:08:01,800
그리고 버스를 타고 서울로 갔습니다
이틀 동안 머물렀지요
75
00:08:02,200 --> 00:08:05,300
- 서울에 이틀 동안 있었습니까?
- 네, 맞습니다
76
00:08:05,300 --> 00:08:09,367
1953년에 당신이 본 서울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77
00:08:10,600 --> 00:08:18,000
서울에서 유일하게 본 것이
큰 대문들이었습니다
78
00:08:18,367 --> 00:08:21,867
오래된 대문들이었어요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79
00:08:23,233 --> 00:08:25,567
남이 있는 건물들이 전혀 없었다는 겁니까?
80
00:08:25,567 --> 00:08:32,500
건물이 거의 없었습니다
폐허였어요
81
00:08:33,100 --> 00:08:37,867
창문도, 문도,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82
00:08:37,867 --> 00:08:41,467
사람들은 어때요
서울에서 한국인도 보셨습니까?
83
00:08:41,833 --> 00:08:43,800
아니요, 서울에서는 못 봤습니다
84
00:08:44,800 --> 00:08:48,200
아, 그러고 보니 한국인을 봤습니다
85
00:08:48,200 --> 00:08:51,067
내가 본 한국인들은 예배에 참석하고
음식을 얻어먹었어요
86
00:08:51,067 --> 00:09:00,100
미군 부대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들은 부대에서 식사를 준비했습니다
87
00:09:00,100 --> 00:09:05,633
폐허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88
00:09:05,633 --> 00:09:13,600
1940-1945년의 독일과 비교가 됐는데
비슷한 광경이었습니다
89
00:09:17,500 --> 00:09:19,833
서울에서 어디로 이동했습니까?
90
00:09:19,833 --> 00:09:25,133
그때부터는 버스를 타지 않고
트럭을 타고 이동했습니다
91
00:09:25,567 --> 00:09:30,900
제너럴 모터스 사의 GMC 오픈트럭이었죠
92
00:09:31,367 --> 00:09:36,333
그리고 항상 벨기에 장비를 가지고 다녔습니다
93
00:09:38,167 --> 00:09:44,000
눈이 내리고 얼어붙는 날씨였어요
94
00:09:45,000 --> 00:09:47,467
우린 너무 추웠습니다
95
00:09:47,700 --> 00:09:57,567
우리 주둔지가 전방에서 가장 가까운
주둔지라는 것을 안 후에
96
00:09:57,567 --> 00:10:03,533
우리는 미국 장비를 얻기 위해
그곳에 하루 머물렀습니다
97
00:10:03,933 --> 00:10:07,033
거기가 어디였습니까?
철원이었습니까? 강화였습니까?
98
00:10:07,867 --> 00:10:09,433
철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99
00:10:09,433 --> 00:10:11,700
- 철원이 맞습니까?
- 네, 그럴 겁니다
100
00:10:11,900 --> 00:10:19,733
밤에 철원에서 떠나 전방으로 갔습니다
101
00:10:20,100 --> 00:10:30,867
제 기억으로는,
그때 첫 공습을 경험했습니다
102
00:10:31,400 --> 00:10:37,800
포탄이 머리 뒤쪽에서 날아와
참호를 넘어 날아갔습니다
103
00:10:38,700 --> 00:10:40,933
저게 뭐지?
104
00:10:40,933 --> 00:10:46,967
어두침침한 빛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알 수 없는데
105
00:10:46,967 --> 00:10:48,933
포탄이 날아다녔습니다
무서웠습니다
106
00:10:49,800 --> 00:10:54,000
전방에서 보낸 첫날밤이었는데
정말 무서웠습니다
107
00:10:54,433 --> 00:10:59,167
이틀, 사흘이 지난 후
우리는 적응을 했습니다
108
00:10:59,167 --> 00:11:00,600
우릴 아시잖습니까
109
00:11:00,600 --> 00:11:06,433
- 환영 포탄이었던 셈이네요
- 네, 정확하게 그런 셈입니다
110
00:11:06,867 --> 00:11:07,900
그다음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111
00:11:07,900 --> 00:11:19,367
참호에서 경계 근무를 설 때
기억나는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112
00:11:20,300 --> 00:11:25,200
그곳에 우리가 다닐 수 있는
참호가 있었습니다
113
00:11:25,200 --> 00:11:31,500
한쪽 지면에 큰 바위가 있었는데
아무도 그 바위를 치우지 않았습니다
114
00:11:32,100 --> 00:11:38,767
그래서 그쪽을 거쳐 들어오는
사람은 모두가 볼 수 있었습니다
115
00:11:39,300 --> 00:11:48,133
한번은 이른 아침에 뒤 쪽
지면이 아래로 꺼지는 걸 봤습니다
116
00:11:49,367 --> 00:11:50,700
남쪽이었어요
117
00:11:50,700 --> 00:11:57,867
그날 오후 같은 장소에서 누군가
저를 향해 사격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118
00:11:59,633 --> 00:12:06,733
다음번에 그곳에 갈 때는 너무 위험했기
때문에 긴 부츠를 신고 갔습니다
119
00:12:07,200 --> 00:12:16,133
기억나는 두 번째 사건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120
00:12:16,133 --> 00:12:17,833
우리는 순찰을 했습니다
121
00:12:18,467 --> 00:12:27,467
그들은 "누가 가겠나?"라고 물었습니다
지원자를 받았습니다
122
00:12:28,667 --> 00:12:34,767
자원을 받았는데, 군대이다 보니
지원자는 아주 많았습니다
123
00:12:34,767 --> 00:12:39,200
"우리가 가겠습니다, 우리가 가겠습니다"
저도 여러 번 자원했습니다
124
00:12:39,567 --> 00:12:41,900
한번은 정말 상황이 나빴습니다
125
00:12:41,900 --> 00:12:45,233
왜냐하면 누군가와 마주쳤는데
126
00:12:45,233 --> 00:12:49,300
그가 한국군인지 중국군인지
구분할 수가 없었거든요
127
00:12:51,767 --> 00:12:56,333
밤에 우리 순찰지역에
총격을 가하고 있었는데
128
00:12:56,333 --> 00:13:02,233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니 순찰대에서
제가 세 번째(맨 뒤)에 서 있었습니다
129
00:13:02,833 --> 00:13:06,600
다시 뒤를 돌아보니
주변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130
00:13:06,600 --> 00:13:11,400
모두 사라지고 나 혼자 서 있었습니다
131
00:13:14,000 --> 00:13:18,733
그 후에 한국군인지,
북한군인지 중국군인지 모를 사람을 공격해서
132
00:13:18,733 --> 00:13:21,533
부상을 입혔다는 것을 확인했죠
133
00:13:21,533 --> 00:13:24,067
그러나 저희는 같은 장소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134
00:13:24,067 --> 00:13:36,667
저희가 청음초소라 불리는 곳으로 올라갈 때
가는 길에 박격포 불발탄이 있었습니다
135
00:13:37,100 --> 00:13:43,967
제일 앞에서 가던 사람이 "조심해,
박격포탄이야 가까이 가지 마"라고 말했죠
136
00:13:43,967 --> 00:13:48,667
모두 불발탄을 피해 조심해서 걸었습니다
137
00:13:48,667 --> 00:13:58,667
중대로 돌아가는 길에도 박격포 불발탄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했습니다
138
00:13:59,267 --> 00:14:06,667
그때 내 뒤에 있던 사람이 "걱정 마"라고
하더니 포탄을 치웠습니다
139
00:14:08,067 --> 00:14:18,333
박격포 불발탄이 땅에 떨어져 있다는 말을 듣고
그는 포탄을 들어서 저 멀리 던졌습니다
140
00:14:18,900 --> 00:14:23,167
바람으로도 포탄이 터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141
00:14:23,167 --> 00:14:25,400
기억나는 것 중 하나입니다
142
00:14:26,533 --> 00:14:29,833
세 번째로 생각이 나는 일이 있는데
143
00:14:29,833 --> 00:14:35,433
전에 친구와 같은 곳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습니다
144
00:14:35,433 --> 00:14:40,567
그는 벙커에서 미국 탱크에
대해 말해줬습니다
145
00:14:40,567 --> 00:14:46,533
저도 보았는데 탱크를 탄 미국인 장교가
하루에 두 번 주변을 둘러보더군요
146
00:14:46,533 --> 00:14:47,500
자전거(bicycles)?
자전거가 아닌데
147
00:14:47,500 --> 00:14:49,967
- 쌍안경(binoculars) 말씀이군요
- 네, 고맙습니다
148
00:14:49,967 --> 00:14:54,667
그가 뭔가를 말하자 굉음이
붐, 붐, 붐하고 세 번 울렸어요
149
00:14:54,667 --> 00:15:00,367
그리고 그 장교는 산 뒤로 돌아갔지요
150
00:15:01,633 --> 00:15:08,033
매일 오후마다 그 장교가 나타났습니다
151
00:15:08,033 --> 00:15:11,100
그리고 포탄 세 발을 쏘고는 사라졌어요
152
00:15:11,133 --> 00:15:13,267
하루는 제가 참호에 있었는데
153
00:15:13,267 --> 00:15:19,700
깨끗한 군복으로 갈아입으려는
참이어서 알몸인 상태였죠
154
00:15:20,267 --> 00:15:23,733
그때 뭔가 "펑!" 터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155
00:15:23,733 --> 00:15:28,767
벙커 구석에서 박격포탄이 터졌던 겁니다
156
00:15:28,767 --> 00:15:31,067
몸을 웅크렸는데,
바닥에서 폭발 소리가 났습니다
157
00:15:31,067 --> 00:15:35,000
그렇게 우리는 부상을 입고 입원했습니다
158
00:15:35,000 --> 00:15:42,533
지프차, 헬리콥터로 가장 좋은
국립병원으로 이송되었죠
159
00:15:42,533 --> 00:15:46,600
그렇게 공격을 받아서 크게 부상을
당한 적이 총 두 번이었습니다
160
00:15:46,600 --> 00:15:50,733
이후에 저는 잣골에서도 부상을 당했지요
161
00:15:51,833 --> 00:15:55,267
첫 번째 부상은 목, 어깨, 등에
입은 화상입니다
162
00:15:55,267 --> 00:15:59,900
두 번째는 잘못 떨어져서
척추에 부상을 입었어요
163
00:15:59,900 --> 00:16:02,267
한국에 있을 때였습니다
164
00:16:02,267 --> 00:16:04,200
- 그렇게 총 두 번 부상을 당하셨군요?
- 네, 두 번입니다
165
00:16:04,200 --> 00:16:07,967
그때 일본으로 가셨나요, 아니면
육군이동 외과병원으로 가셨나요?
166
00:16:07,967 --> 00:16:11,300
처음에는 육군이동외과병원으로 갔다가
이후에 일본으로 갔습니다
167
00:16:11,300 --> 00:16:13,167
얼마 동안 병원에 계셨나요?
168
00:16:13,167 --> 00:16:24,267
처음에는 석 달 정도 병원에 있었습니다
169
00:16:24,267 --> 00:16:25,600
그 후에 다시 한국으로 오셨습니까?
170
00:16:25,600 --> 00:16:30,600
전선으로 다시 돌아와 전쟁을 치렀습니다
171
00:16:32,833 --> 00:16:37,267
그때 잘못 떨어져서
척추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172
00:16:37,267 --> 00:16:43,233
그래서 또다시 육군이동외과병원으로
갔다가 일본으로 이송되었습니다
173
00:16:44,033 --> 00:16:52,867
그리고 일본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174
00:16:52,867 --> 00:16:58,667
그렇다면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부상을 두 번 당하셨는데
175
00:16:58,667 --> 00:17:05,567
'내가 여기서 뭐 하는 거지?'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까?
176
00:17:07,900 --> 00:17:09,233
아니요
177
00:17:09,533 --> 00:17:10,933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요?
178
00:17:10,933 --> 00:17:15,467
제가 왜 그곳에 있는지를 알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179
00:17:15,467 --> 00:17:20,033
제가 한국에 간 이유는 북한이 독일처럼
다른 국가를 침공했고
180
00:17:20,033 --> 00:17:23,633
그 일이 제가 사는 동안에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181
00:17:23,633 --> 00:17:26,767
불쌍한 사람들이 침공을 당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182
00:17:26,767 --> 00:17:31,233
우리가 성인이라면, 도움을 주어야죠
제가 항상 해왔던 방식이에요
183
00:17:31,700 --> 00:17:35,000
종전 후에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184
00:17:35,400 --> 00:17:47,967
당신이 전쟁에서 다쳤다면 분명
계속해서 한숨 쉬고 탄식할 겁니다
185
00:17:47,967 --> 00:17:54,233
왜냐면 저를 포함한 우리들은
오랫동안 화를 풀지 못할 테니까요
186
00:17:54,233 --> 00:17:58,667
우리는 승리의 편에 서 있었고
정전협정도 맺었습니다
187
00:17:58,667 --> 00:18:00,333
그리고 우리는 그냥 돌아가야 했죠
188
00:18:03,133 --> 00:18:06,967
그런 것들이 항상
제 마음속에 머무르는 것입니다
189
00:18:06,967 --> 00:18:10,600
저는 잘 모르지만, 정치가 그런 거죠
190
00:18:10,600 --> 00:18:12,400
중요한 점을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191
00:18:12,400 --> 00:18:20,700
정전 이후에 70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전쟁으로는 6·25전쟁이 유일합니다
192
00:18:20,700 --> 00:18:23,800
20세기에 공식적인 정전 이후
193
00:18:23,800 --> 00:18:29,500
60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다른 전쟁을 알고 계신 게 있으십니까?
194
00:18:29,500 --> 00:18:35,967
먼저, 6·25전쟁을 겪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전쟁을 결코 잊지 못합니다
195
00:18:36,533 --> 00:18:38,833
항상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196
00:18:39,567 --> 00:18:48,133
한국 이후에도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쟁이 일어났어요
197
00:18:48,133 --> 00:18:51,500
유럽에서도 전쟁이 일어났습니다
198
00:18:51,500 --> 00:18:54,033
그래서 그걸 그렇게
이상하다고 여기진 않습니다
199
00:18:54,500 --> 00:18:56,733
질문에 맞게 대답한 건가요?
200
00:18:57,267 --> 00:19:02,667
그러니까 60년 이상 지속된
전쟁을 아시는 것이 있습니까?
201
00:19:19,700 --> 00:19:25,733
그렇게 오래 지속되는 전쟁은
아는 게 없습니다
202
00:19:25,733 --> 00:19:28,600
맞아요
203
00:19:28,600 --> 00:19:36,933
그렇게 오래 지속되는 걸 이해하기 어렵지만
남한과 북한은 매우 가까워요
204
00:19:36,933 --> 00:19:40,533
서로 멀리 떨어진 나라가 아닙니다
205
00:19:40,533 --> 00:19:44,933
네, 그래도 이해하기 어려웠죠
206
00:19:46,500 --> 00:19:50,667
지금 한국 정부는 전쟁을
끝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207
00:19:50,667 --> 00:19:56,467
정전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려는
한국 정부의 노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08
00:20:00,300 --> 00:20:05,467
제가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209
00:20:07,067 --> 00:20:10,700
물론 좋은 일이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210
00:20:10,700 --> 00:20:16,833
많은 사람이 한국이 통일되는 날을
보고 싶어 합니다
211
00:20:17,333 --> 00:20:19,000
멋진 일이에요
212
00:20:19,900 --> 00:20:26,333
하지만 그건 결말이
어떻게 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213
00:20:27,500 --> 00:20:35,567
제 개인적인 생각은 조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214
00:20:37,833 --> 00:20:45,233
북한은 남한을 침공할 때
전쟁할 준비가 됐냐고 물어보지 않습니다
215
00:20:45,233 --> 00:20:47,567
절대 그렇지 않지요
그리고 남한은 싸워야 합니다
216
00:20:48,200 --> 00:20:56,900
어떻게 될지는 나도 모릅니다
단지 북한을 믿지 않을 뿐입니다
217
00:20:56,900 --> 00:21:01,467
- 역사가 그렇게 말해준다는 말씀이군요
- 그렇습니다
218
00:21:01,467 --> 00:21:03,900
최근에 한국에 다시
와 보신 적이 있습니까?
219
00:21:03,900 --> 00:21:14,900
2016년에 한국에 다시 가 보았습니다
220
00:21:14,900 --> 00:21:16,767
- 2016년이요?
- 네
221
00:21:16,767 --> 00:21:23,433
많은 동료가 한국에 몇 번
다시 가 보았다고 했는데
222
00:21:23,433 --> 00:21:25,067
저는 처음이었습니다
223
00:21:25,067 --> 00:21:29,300
삼 년 후에 다시
가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224
00:21:29,300 --> 00:21:34,667
오 년마다 한국 정부에서
초청한다고 들었습니다
225
00:21:35,300 --> 00:21:38,400
그러면 국가보훈처의
초청을 받아서 가셨군요?
226
00:21:38,400 --> 00:21:39,467
네
227
00:21:39,467 --> 00:21:43,467
2016년에 본 한국이 어땠는지
228
00:21:43,467 --> 00:21:48,400
1950년에 보셨던
한국과 비교해서 말씀 부탁 드립니다
229
00:21:48,400 --> 00:21:56,367
다시 가보기 전까지 제 기억 속의 한국은
종전 후의 독일처럼 폐허였습니다
230
00:21:56,367 --> 00:22:05,667
그 후로 한국에 대한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없었는데
231
00:22:05,667 --> 00:22:10,100
가서 보니 정말 기적이었어요
232
00:22:10,100 --> 00:22:12,000
마치 뉴욕 같았습니다
233
00:22:12,000 --> 00:22:15,767
뉴욕에 여러 번 가 보았거든요
234
00:22:15,767 --> 00:22:20,033
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235
00:22:20,033 --> 00:22:22,200
환상적이었습니다
236
00:22:24,867 --> 00:22:30,233
그러면, 6·25전쟁이 잊혀진 전쟁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 것 같으십니까?
237
00:22:31,700 --> 00:22:32,700
아시나요?
238
00:22:34,333 --> 00:22:38,267
그건 아마 벨기에의
특수성 때문이지 싶네요
239
00:22:40,100 --> 00:22:43,367
사람들은 전부 알고 있지만
동시에 전부 잊습니다
240
00:22:45,900 --> 00:22:49,733
6·25전쟁에서 돌아온 후
241
00:22:49,733 --> 00:22:58,000
저는 항상 전투복을 입고 다녔고
사람들과 충돌하곤 했습니다
242
00:22:58,433 --> 00:23:02,100
왜냐하면 그들 말에 따르면
저는 "한국인"이었기 때문입니다
243
00:23:03,167 --> 00:23:05,567
저는 사람들과 싸웠습니다
244
00:23:05,567 --> 00:23:10,000
그때 저는 강했거든요
그래서 싸웠죠
245
00:23:10,000 --> 00:23:17,500
하지만 그들은 내가 한국에서
무엇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246
00:23:18,133 --> 00:23:24,467
하지만 그건 그들이, 계속해서 가져왔던
그냥 정치적인 태도였죠
247
00:23:24,467 --> 00:23:29,133
필립 국왕이 벨기에 국왕으로서
최초로 한국을 방문했을 때
248
00:23:29,133 --> 00:23:35,367
처음으로 "Be Free Korea
(한국을 자유롭게)"를 들었습니다
249
00:23:35,367 --> 00:23:39,233
우리는, 우리는 그 행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인이었습니다
250
00:23:39,500 --> 00:23:45,067
한국인들이 "Be Free Korea"라고
외치는 것을 그때 처음 들었습니다
251
00:23:45,067 --> 00:23:48,133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252
00:23:49,067 --> 00:23:53,133
이런 현실을 변화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253
00:23:53,133 --> 00:23:57,367
아시다시피, 벨기에의 학교에서는
6·25전쟁에 대해 가르치지 않습니다
254
00:23:57,633 --> 00:24:02,733
사람들은 6·25전쟁을 알지만
잊혀진 전쟁으로 기억합니다
255
00:24:02,733 --> 00:24:05,400
이런 현실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256
00:24:06,533 --> 00:24:15,767
글쎄요, 내가 학교에 다니던
1945년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군요
257
00:24:16,367 --> 00:24:24,533
교사들은 동맹국이었던
모든 나라의 국가(國歌)를 가르쳤습니다
258
00:24:25,700 --> 00:24:33,567
그리고 독일에 맞서
미국, 프랑스, 벨기에와 함께 싸웠던
259
00:24:33,567 --> 00:24:38,700
모든 나라를 지도에서 보여줬습니다
260
00:24:40,467 --> 00:24:46,600
그들도 6·25전쟁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261
00:24:46,600 --> 00:24:52,900
제 생각엔, 교사들이 6·25전쟁에 대해
가르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262
00:24:53,200 --> 00:24:56,667
교사들의 마음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 때만
263
00:24:57,100 --> 00:25:05,900
1945년 이후로 현재까지 벨기에 군대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를 가르치겠죠
264
00:25:06,333 --> 00:25:13,700
왜냐하면, 벨기에는 아프리카와 발칸 반도에도
일부 군인들을 파견하는데요
265
00:25:13,700 --> 00:25:18,367
아무도 그것에 대해 말하지 않아요
266
00:25:20,167 --> 00:25:26,333
외국에 파견된 군인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267
00:25:26,333 --> 00:25:29,100
벨기에의 관습이라고 생각합니다
268
00:25:29,100 --> 00:25:33,433
지난번에 벨기에가 건국될 때 일어났던
269
00:25:33,433 --> 00:25:38,167
1830년 혁명에 대한 프로그램을
텔레비전에서 보았습니다
270
00:25:38,933 --> 00:25:43,567
그렇지만 6·25전쟁에 대해서는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271
00:25:43,567 --> 00:25:46,133
그렇기 때문에 우리 재단이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이고
272
00:25:46,133 --> 00:25:53,833
이 인터뷰를 활용해 6·25전쟁과
근대 한국에 관한 책을 출판할 예정입니다
273
00:25:53,833 --> 00:25:57,100
이것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이고
274
00:25:57,100 --> 00:26:03,733
벨기에에서도 6·25전쟁에 관한 책을
출판할 예정인데 지원해 주시겠습니까?
275
00:26:03,733 --> 00:26:05,367
물론입니다
전적으로 지원하겠습니다
276
00:26:08,433 --> 00:26:15,933
나누고 싶은 다른 이야기가 없다면
이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277
00:26:15,933 --> 00:26:21,333
2020년에 우리는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합니다
278
00:26:21,333 --> 00:26:25,533
한국 사람들과 한국에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279
00:26:27,800 --> 00:26:35,000
네, 지금 하고 있는 대로
계속하시기 바랍니다
280
00:26:37,100 --> 00:26:38,933
한국 사람들은 지금
아주 잘하고 있으니까요
281
00:26:42,767 --> 00:26:48,067
이번 정부를 믿으세요
매우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82
00:26:50,800 --> 00:27:01,167
그리고 다시는 복잡한 정세 속에서
전쟁을 겪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283
00:27:01,167 --> 00:27:06,367
한국의 젊은이들은 6·25전쟁에 대해
아마 잘 모를 것입니다
284
00:27:06,367 --> 00:27:08,033
여기 벨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285
00:27:08,300 --> 00:27:14,633
그렇지만 한국에 다시 갔을 때
286
00:27:15,033 --> 00:27:18,800
나이 많은 한국인들을 만났는데
그들은 6·25전쟁을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287
00:27:19,133 --> 00:27:23,000
그들은 한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될 수도 있다며 계속 걱정했어요
288
00:27:23,967 --> 00:27:29,700
그리고 그들이 말하듯이
희망, 용기, 삶의 가치를 잃지 마세요
289
00:27:30,767 --> 00:27:34,133
그리고 서로 사랑하세요
290
00:27:36,033 --> 00:27:37,833
너무 감사합니다
291
00:27:39,267 --> 00:27:43,533
한국 국민을 대신해 6·25전쟁에
참전해 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292
00:27:43,533 --> 00:27:44,267
감사합니다
293
00:27:44,267 --> 00:27:50,200
심한 부상을 당하셨는데도
여전히 한국을 좋아해 주시네요
294
00:27:50,200 --> 00:27:51,333
아, 당연히 좋아합니다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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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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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22개국에서 온 다른 참전용사들과 함께
우리를 위해 싸워 주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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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