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00:00:05,100 --> 00:00:09,267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름, 성, 생년월일을 말씀해 주시고
2
00:00:09,267 --> 00:00:15,867
이름의 철자를 말씀해 주셔야
정확한 기록이 가능합니다
3
00:00:15,867 --> 00:00:21,133
제 이름은 앙리 소케입니다
4
00:00:23,067 --> 00:00:30,000
앙리 소케, 에스(S)오(O)씨(C)
큐(Q)유(U)이(E)티(T)입니다
5
00:00:30,000 --> 00:00:35,693
- 생년월일을 말씀해 주세요
- 1932년 3월 25일입니다
6
00:00:36,533 --> 00:00:40,833
-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 86세입니다
7
00:00:40,833 --> 00:00:46,133
- 어느 도시에서 태어나셨나요?
- 이곳 벨기에 와브르(Wavre)에서요
8
00:00:46,133 --> 00:00:53,033
부모님, 형제, 자매와 어린 시절
고향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9
00:00:54,000 --> 00:00:58,963
저는 형제나 자매가 없습니다
홀어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10
00:00:59,070 --> 00:01:08,832
-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 중등교육을 마치고 기계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11
00:01:09,400 --> 00:01:14,867
제2차 세계대전 중 벨기에가
독일에 점령당했던 시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12
00:01:15,567 --> 00:01:24,700
당시 저는 어린아이였습니다
전쟁과 폭격이 있었다는 것만 기억합니다
13
00:01:24,967 --> 00:01:31,967
당시 학교에서 한국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14
00:01:36,467 --> 00:01:38,167
아니요, 없었습니다
15
00:01:38,167 --> 00:01:42,700
그렇다면 한국에 오기 전까진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 모르셨겠군요?
16
00:01:42,700 --> 00:01:44,367
네? 다시 말씀해 주세요
17
00:01:44,367 --> 00:01:47,567
한국에 왔을 때요
18
00:01:47,833 --> 00:01:51,833
그때 저는 10~12살에 불과했습니다
19
00:01:52,133 --> 00:01:59,467
- 입대는 언제 하셨나요?
- 1952년에요
20
00:01:59,467 --> 00:02:02,106
군복무를 했어야 했죠
21
00:02:02,200 --> 00:02:06,000
- 당시에 한국에 전쟁이 벌어졌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 네
22
00:02:06,000 --> 00:02:14,033
- 한국에 갈 생각을 하고 입대를 하셨나요?
- 아뇨,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23
00:02:14,033 --> 00:02:23,933
군복무를 하고 있었는데
한국에 갈 지원자를 구하더군요
24
00:02:24,300 --> 00:02:28,333
그때 무슨 생각을 하셨어요?
25
00:02:28,333 --> 00:02:36,833
저는 반공주의자였기 때문에
바로 지원했습니다
26
00:02:37,000 --> 00:02:43,576
저는 군인이라기보다,
이상주의자였어요
27
00:02:43,700 --> 00:02:49,567
선생님은 북한이 공산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알고 계셨고
28
00:02:49,567 --> 00:02:52,933
북한이 한국을 공격했기 때문에
한국을 돕고 싶었다는 건가요?
29
00:02:53,600 --> 00:02:59,267
한국에서 공산주의의 확대를
저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습니다
30
00:02:59,700 --> 00:03:04,300
잘 알지도 못하는 한국을 위해
선생님의 목숨을 내놓았다는 건가요?
31
00:03:04,300 --> 00:03:06,167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32
00:03:06,167 --> 00:03:10,558
네, 그렇죠, 즐거움이나 돈을
위해서 간 건 아니니까요
33
00:03:10,600 --> 00:03:13,800
떠나시기 전에
어떤 군사훈련을 받으셨나요?
34
00:03:13,833 --> 00:03:16,833
마르슈레담(Marche-les-Dames)에서
35
00:03:16,900 --> 00:03:18,633
파라코만도 (Para commandos)
훈련을 받았습니다
36
00:03:18,658 --> 00:03:23,358
즐거움이나 돈 때문에 간 것이
아니라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37
00:03:23,400 --> 00:03:27,167
'돈 때문에 가는 게 아니냐'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답을 하셨나요?
38
00:03:27,167 --> 00:03:29,533
그때 무슨 생각이 드셨는지요?
39
00:03:29,533 --> 00:03:34,893
단순하게 공산주의를 저지하는 것이
저의 의무라고 생각했어요
40
00:03:35,033 --> 00:03:40,601
- 언제 한국으로 떠나셨나요?
- 1953년 1월에 떠났습니다
41
00:03:40,693 --> 00:03:45,860
처음 도착한 곳은 어느 도시였나요?
한국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42
00:03:45,867 --> 00:03:52,767
처음엔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그 후 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43
00:03:53,600 --> 00:03:56,000
이후에는 트럭을 타고 전선으로 갔습니다
44
00:03:56,600 --> 00:04:03,500
- 한국의 첫인상은 어땠나요?
- 굉장히 가난한 나라였죠
45
00:04:04,667 --> 00:04:09,660
제가 서울에 갔을 땐
저도 마찬가지로 가난했습니다
46
00:04:09,767 --> 00:04:16,733
서울에서 경험한 것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47
00:04:23,233 --> 00:04:27,667
전 도착하자마자 전선으로 향했고
훈련을 받았습니다
48
00:04:29,067 --> 00:04:33,233
저희는 바로 잣골로 보내졌어요
49
00:04:33,400 --> 00:04:41,833
그곳에서 일과는 어땠나요?
전선에서는 어떤 것을 경험하셨나요?
50
00:04:45,767 --> 00:04:53,367
아! 잣골은 그야말로 전쟁터였습니다
진짜 전쟁이요
51
00:04:53,933 --> 00:04:55,500
몇 달간 전투가 이어졌죠
52
00:04:55,800 --> 00:05:06,145
저는 병장이자, 의무병이었습니다
군인을 돌보고 부상자를 치료했죠
53
00:05:06,267 --> 00:05:14,050
그렇다면 꽤 많은 부상자를 보셨겠네요
사망한 사람도 있었나요?
54
00:05:14,100 --> 00:05:18,100
- 물론이죠
- 그때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55
00:05:18,933 --> 00:05:25,133
그땐, 경황이 없어서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어요
56
00:05:25,133 --> 00:05:29,000
사람들을 구하고 참호와
벙커에서 살아남을 생각만 했죠
57
00:05:29,000 --> 00:05:34,082
매일 밤마다 전투가 벌어졌어요
한국에서는 밤에 그랬습니다
58
00:05:34,467 --> 00:05:40,800
물론 당시에는 부상자들과
주변환경만을 생각하셨겠죠
59
00:05:40,800 --> 00:05:52,233
그렇다면 50여 년이 지난 오늘
그 당시를 추억해 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60
00:05:53,033 --> 00:05:54,867
그때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61
00:05:55,033 --> 00:06:02,267
몇 달 동안 전쟁의 최전선인
잣골에 있었어요
62
00:06:02,733 --> 00:06:06,233
파파산(Papasan)이라고 불렀던
매우 높은 산 아래였죠
63
00:06:08,367 --> 00:06:20,688
매일 밤마다 전투가 벌어졌어요
정찰대와 함께 야간정찰을 돌기도 했죠
64
00:06:24,500 --> 00:06:33,767
중국군들과 우리 참호 사이에
야간정찰을 하는 구역이 있었거든요
65
00:06:34,333 --> 00:06:40,567
- 두려웠나요?
- 물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죠
66
00:06:40,567 --> 00:06:44,000
하지만 그 두려움을 이겨내야 했어요
67
00:06:44,467 --> 00:06:54,867
야간정찰을 하든, 기관총이나 총을 발사하며
전투를 하든, 받은 명령을 이행해야 했죠
68
00:06:54,867 --> 00:06:57,967
저는 저에게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은 정찰을 돌았어요
69
00:06:57,967 --> 00:06:59,522
자발적으로요
70
00:06:59,667 --> 00:07:05,433
치료를 하는 것이 다가 아니었군요
전투에도 직접 참여하셨나요?
71
00:07:05,433 --> 00:07:18,333
그럼요, 적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최전선 초소에 있었으니까요
72
00:07:18,800 --> 00:07:28,367
에이(A) 중대, 비(B) 중대, 씨(C) 중대의 감시초소에
가려면 자발적 의지가 있어야 했죠
73
00:07:29,033 --> 00:07:32,167
또한 제가 의무병이었기 때문에
모든 곳에서 저를 원했어요
74
00:07:32,500 --> 00:07:35,533
- 바쁘셨겠군요
- 오, 그럼요
75
00:07:35,533 --> 00:07:42,433
전쟁 중에 몇 명의 목숨을 구하셨는지
대략 계산이 가능할까요?
76
00:07:44,667 --> 00:07:46,233
수십 명 정도요
77
00:07:46,267 --> 00:07:51,385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서
부상을 당하고 목숨을 잃었죠
78
00:07:51,567 --> 00:08:00,184
- 아직도 부상자들의 모습이 생각나세요?
- 물론입니다
79
00:08:00,267 --> 00:08:09,099
얼마 전 모임에서 당시
파편조각을 맞은 사람을 만났어요
80
00:08:09,133 --> 00:08:12,467
당시 파편이 볼에 박혀서
제가 그 조각을 꺼내줬습니다
81
00:08:12,467 --> 00:08:14,500
우연히 그분을 다시 만나게 되었죠
82
00:08:14,500 --> 00:08:20,754
다른 부상자들은 지프차를 타고
후방으로 이송되었어요
83
00:08:20,867 --> 00:08:26,500
- 그분이 아직도 고마워하던가요?
- 네, 당연하죠
84
00:08:26,533 --> 00:08:30,618
- 감동적이었습니다
- 그랬겠군요
85
00:08:30,867 --> 00:08:37,533
- 그 사람을 치료하던 순간을 아직 기억하세요?
- 그럼요, 물론이죠
86
00:08:38,467 --> 00:08:52,800
저희가 고지 뒤에 숨어있던 날이었고
산꼭대기부터 폭격이 시작되었습니다
87
00:08:52,800 --> 00:08:57,300
저희가 있는 바로 그곳에서
폭격을 맞았죠
88
00:08:57,300 --> 00:09:03,200
식사를 준비하고 있던 한가운데로
폭탄이 떨어졌어요
89
00:09:03,200 --> 00:09:05,400
그날 많은 부상자가 발생했죠
90
00:09:05,500 --> 00:09:17,600
- 그 사건 때문에 악몽을 꾸기도 하셨나요?
- 악몽은 꾸지 않았어요
91
00:09:18,200 --> 00:09:21,741
다만, 가끔 그때 생각이 납니다
92
00:09:21,833 --> 00:09:27,033
바로 제 앞에서 사람이 죽는 모습은
잊을 수가 없어요
93
00:09:27,033 --> 00:09:31,000
한국인 중에 부상당한 사람이나
목숨을 잃은 사람을 보셨나요?
94
00:09:31,333 --> 00:09:34,733
- 한국인들이요?
- 남한 사람들이요
95
00:09:34,733 --> 00:09:41,333
아니요, 저와 함께 근무하는
한국인은 두 명이었어요
96
00:09:42,167 --> 00:09:46,367
한 명의 이름은 이관공이었고
다른 한 명은 장이라고 불렀습니다
97
00:09:47,267 --> 00:09:50,129
항상 저희와 같이 있었죠
98
00:09:50,580 --> 00:09:54,313
죽은 남한 사람들은 못 봤어요
99
00:09:54,400 --> 00:10:01,333
하지만 북한군들이 공격을 가해서
100
00:10:01,333 --> 00:10:05,733
저희가 대응사격을 했을 때
사망한 북한사람은 많이 봤죠
101
00:10:05,733 --> 00:10:08,833
저희는 점점 다가오는
북한군들을 향해 사격을 했어요
102
00:10:09,500 --> 00:10:17,167
북한군 한 명이 쓰러지면 그 뒤에 오는
북한군들이 죽은 동료의 것을 챙겼습니다
103
00:10:17,167 --> 00:10:21,067
죽은 동료의 무기를 챙겨
저희 쪽으로 전진했어요
104
00:10:21,067 --> 00:10:25,858
그런 식으로 계속 적들이 몰려왔죠
어떤 식인지 이해가 되나요?
105
00:10:25,999 --> 00:10:34,966
어느 날 아침, 저희는 북한군들의 시신을
언덕 아래로 굴려버렸어요
106
00:10:35,933 --> 00:10:37,633
악취가 진동을 했거든요
107
00:10:37,673 --> 00:10:46,373
그 주위를 철조망과 소리가 나는
통조림 캔으로 둘러쌌죠
108
00:10:46,833 --> 00:10:50,433
기어 나오는 사람이 있으면 소리가 났고
저희는 즉시 사격을 가했습니다
109
00:10:50,433 --> 00:10:55,319
의료기기나 의료품은 충분했나요?
치료용 의료품이요
110
00:10:55,367 --> 00:11:00,778
의료품은 충분했습니다
111
00:11:00,867 --> 00:11:09,600
한국에 계시는 동안 가장 힘들었거나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112
00:11:13,967 --> 00:11:17,967
적들이 저희를 상대로
대규모 공격을 감행한 적이 있어요
113
00:11:18,467 --> 00:11:20,933
굉장히 가까이 다가왔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114
00:11:21,300 --> 00:11:26,474
하지만 벨기에 전투부대는
단 한 번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115
00:11:26,733 --> 00:11:35,867
조금 긍정적인 이야기는 없을까요?
116
00:11:35,867 --> 00:11:37,400
긍정적인 이야기요?
117
00:11:39,433 --> 00:11:44,933
전방에서 한두 달이 지나자
휴가를 받았어요
118
00:11:45,767 --> 00:11:57,367
저는 일본에서 휴가를 보냈죠, 며칠 동안이요,
그때가 재미있었어요
119
00:11:58,267 --> 00:12:01,934
하지만 다시 전선으로 돌아갔고
상황은 다시 힘들어졌죠
120
00:12:02,100 --> 00:12:08,600
- 언제 한국을 떠나셨나요?
- 정전이 체결되고 나서요
121
00:12:08,600 --> 00:12:12,300
5월이나 6월 즈음에
정전이 된 것으로 기억해요
122
00:12:12,767 --> 00:12:18,033
정전 이후 한두 달 정도 더 머물렀습니다
날짜는 기억이 안 나네요
123
00:12:18,233 --> 00:12:23,600
전쟁 이후에 한국에
재방문하신 적이 있나요?
124
00:12:23,600 --> 00:12:24,633
재방문이요?
125
00:12:24,633 --> 00:12:29,667
- 한국에 다시 방문하신 적이 있나요?
- 아니요, 안타깝게도요
126
00:12:29,667 --> 00:12:36,800
한국 정부가 참전용사들을
초청하는 프로그램이 있거든요
127
00:12:36,800 --> 00:12:42,733
저는 영업분야에서 일을 했고
아이 여섯 명을 키워야 했기 때문에
128
00:12:43,900 --> 00:12:48,575
여행을 할 시간이 없었어요
129
00:12:48,600 --> 00:12:53,633
그렇다면, 귀국을 한 뒤에
한국에 관한 소식을 찾아보셨나요?
130
00:12:53,633 --> 00:12:55,800
- 네, 그럼요
- 경제나 사회분야에서요
131
00:12:55,800 --> 00:13:06,367
최근에 북한과 남한의 관계가
개선되어 정말 기뻤어요
132
00:13:06,933 --> 00:13:10,567
- 정말 뜻깊은 날이었죠!
- 조금만 더 말씀해 주세요
133
00:13:10,567 --> 00:13:12,900
앞으로 두 국가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해야 할까요?
134
00:13:14,367 --> 00:13:19,633
두 국가 사이에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135
00:13:19,633 --> 00:13:24,567
평화협정에 서명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화해는 했다고 봅니다
136
00:13:25,300 --> 00:13:27,722
앞으로 진정한 평화가
찾아오길 바랄 뿐이죠
137
00:13:27,867 --> 00:13:31,917
제 기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대사관에 편지도 썼습니다
138
00:13:32,100 --> 00:13:38,133
한국에서 공산주의를 저지하는 데
기여하여 뿌듯하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139
00:13:38,567 --> 00:13:44,267
한국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공산주의를 막아낸 나라죠
140
00:13:44,267 --> 00:13:53,467
저기 지(Mr. Chi)씨가 계시는데
한국에 계실 때부터 이분을 알고 계셨나요?
141
00:13:53,467 --> 00:13:54,667
아니요
142
00:13:54,867 --> 00:13:58,733
6·25전쟁의 의미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143
00:13:58,733 --> 00:14:04,500
말씀드렸다시피
공산주의를 저지한 겁니다
144
00:14:05,333 --> 00:14:07,433
그걸 성공한 건 저희가 유일해요
145
00:14:07,433 --> 00:14:13,100
아시아에서 공산주의가
확대되는 것을 막은 겁니다
146
00:14:13,467 --> 00:14:18,633
벨기에에는 공산주의자가
정말 많았답니다
147
00:14:20,667 --> 00:14:29,402
사람들은 아시아대륙 전체가
볼셰비즘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148
00:14:29,567 --> 00:14:31,684
하지만 저희가 그걸 막은 거죠!
저도 작은 부분 일조를 했고요
149
00:14:31,944 --> 00:14:43,195
'작은 부분'이라고 하시지만
선생님 덕분에 한국이 발전할 수 있었어요
150
00:14:43,467 --> 00:14:46,033
지금은 전 세계에서
11번째 강대국이 되었고요
151
00:14:46,033 --> 00:14:49,300
네, 전 세계가 한국에 감탄하죠
152
00:14:49,300 --> 00:14:54,233
그래서 선생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153
00:14:54,233 --> 00:15:01,700
정말 우리에게 감사해하는 것 같아요
여기에 벌써 두세 번 초청받았거든요
154
00:15:02,733 --> 00:15:05,400
그래서 기쁩니다
155
00:15:05,400 --> 00:15:10,200
부인도 본인 소개를 해 주시겠어요?
성과 이름을 말씀해 주세요
156
00:15:10,200 --> 00:15:13,800
제 이름은 조세트 부셰
(Josette Boucher)입니다
157
00:15:14,167 --> 00:15:18,900
브라방(Brabant) 지역의 쿠르생테티엔
(Court-Saint-Étienne)에서 태어났습니다
158
00:15:19,333 --> 00:15:27,300
1934년에요, 맞죠?
현재 83세입니다
159
00:15:27,467 --> 00:15:33,167
아이는 6명, 손자는 11명
증손자는 6명 있습니다
160
00:15:33,167 --> 00:15:36,867
- 결혼한 지는 64년 되었죠
- 몇 년도에 결혼하셨어요?
161
00:15:36,867 --> 00:15:40,300
제 남편이 한국에서 돌아오자마자 결혼했어요
가기 전에 이미 약혼을 한 상태였습니다
162
00:15:40,300 --> 00:15:42,167
1954년에 결혼했습니다
163
00:15:42,167 --> 00:15:46,221
남편의 베레모에 제 이름이 적혀 있어요
164
00:15:47,767 --> 00:15:51,867
보여드릴까요? 한국에서 쓰던
베레모라서 오래된 거죠
165
00:15:51,867 --> 00:15:54,733
여기 있네요
166
00:15:55,567 --> 00:15:57,767
잠시만요
167
00:16:01,100 --> 00:16:04,000
부인께서 적으신 건가요
아니면 앙리 선생님께서 적으신 건가요?
168
00:16:04,000 --> 00:16:05,633
아내가 적었어요
169
00:16:05,633 --> 00:16:10,767
남편이 한국에서 쓰던
베레모 안에 제 이름을 적었어요
170
00:16:10,767 --> 00:16:13,533
저를 잊지 말라고요
171
00:16:16,000 --> 00:16:18,367
아내는 몇 년 동안이나 저를 기다렸죠
172
00:16:18,367 --> 00:16:24,033
두 분에겐 정말 힘들었던 시간이었겠어요
소식을 들을 수도 없으니까요
173
00:16:24,033 --> 00:16:27,800
네, 저에게도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174
00:16:27,800 --> 00:16:31,420
잣골에 있을 때는 거의 10일 동안이나
소식을 듣지 못했거든요
175
00:16:31,533 --> 00:16:37,100
그때를 제외하곤 거의 매일 편지를 썼어요
편지 한 뭉치가 한번에 도착하곤 했죠
176
00:16:37,100 --> 00:16:38,767
라디오로도 소식을 들었고요
177
00:16:38,767 --> 00:16:43,267
10일 동안 소식이 없다가 편지 뭉치를
받았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178
00:16:43,267 --> 00:16:45,700
속이 후련했어요
179
00:16:45,700 --> 00:16:48,100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180
00:16:48,100 --> 00:16:52,800
어깨를 짓누르던 어떤 무거운 것이
없어지는 느낌이었어요
181
00:16:52,800 --> 00:16:54,967
스트레스가 심했죠
182
00:16:54,967 --> 00:16:58,623
몇 주 동안 소식이 없다가 갑자기 편지가 오면
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183
00:16:58,600 --> 00:17:01,308
다쳤는지 안 다쳤는지
정신없이 확인했으니까요
184
00:17:01,333 --> 00:17:04,333
저흰 한국으로 떠나기
1년 전에 약혼을 했어요
185
00:17:06,133 --> 00:17:14,267
남편이 떠나는 날 저녁
저는 마르슈레담에 너무 늦게 도착했어요
186
00:17:14,267 --> 00:17:17,038
제 아버지와 함께 마르슈레담으로 갔고
187
00:17:17,100 --> 00:17:19,233
아니, 나뮈르(Namur)의
시타델(Citadelle)로 갔네요
188
00:17:19,233 --> 00:17:21,733
한국으로 떠나는 사람들은
그쪽에서 출발했거든요
189
00:17:21,733 --> 00:17:28,667
저희가 도착해 보니 10분 전에
트럭들이 이미 떠났다고 하더군요
190
00:17:28,667 --> 00:17:35,900
서둘러서 와브르로 돌아갔죠
건널목에 트럭 세 대가 있었는데, 운이 나빴어요
191
00:17:35,900 --> 00:17:39,667
트럭 한 대에 가까이 가는데
그 트럭도 출발해 버렸거든요
192
00:17:40,700 --> 00:17:45,797
작별 인사도 못한 채 떠나보낸 거죠
그게 저희의 작은 에피소드예요
193
00:17:45,933 --> 00:17:53,067
두 분은 몇 살에 처음 만나셨나요?
194
00:17:53,067 --> 00:17:57,743
- 전 17-18살이었을 거예요
- 전 17살이었죠
195
00:17:57,867 --> 00:17:59,143
학교에서 만났어요
196
00:17:59,167 --> 00:18:04,633
남편이 한국으로 떠났으니 한국이라는 나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겠어요
197
00:18:04,633 --> 00:18:09,267
아니요, 전혀요
남편이 원했던 거니까요
198
00:18:09,267 --> 00:18:14,033
병역을 거의 다 마쳤는데 한국으로 갈
지원자를 구한다고 이야기했어요
199
00:18:14,033 --> 00:18:21,200
남편이 원해서 지원한 거죠
그의 선택에 반대하고 싶지 않았어요
200
00:18:21,200 --> 00:18:24,514
자신의 선택이었고, 저는 그걸 존중했죠
201
00:18:24,933 --> 00:18:29,733
그때 주고받은 편지를
아직도 보관하고 계시나요?
202
00:18:29,779 --> 00:18:34,388
그럼요, 정말 많아요
제가 남편에게 쓴 편지도 가져왔더라고요
203
00:18:34,413 --> 00:18:37,375
그래서 제가 쓴 편지와
남편이 쓴 편지가 다 있죠
204
00:18:37,400 --> 00:18:41,867
가끔 그 편지들을 다시 읽으면
믿기지가 않아요
205
00:18:42,000 --> 00:18:46,800
혹시 자료를 위해서 편지 몇 장을
공유해 주실 수 있나요
206
00:18:46,800 --> 00:18:50,500
아니면 너무 개인적인 편지라
공유하는 게 힘들까요?
207
00:18:50,500 --> 00:18:54,733
개인적인 내용도 있지만
드릴 수 있는 것도 있어요
208
00:18:54,733 --> 00:18:57,367
남편이 전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그런 부분이요
209
00:18:57,367 --> 00:18:59,133
제가 선택할게요
210
00:19:00,433 --> 00:19:07,633
그럼 잘 보시고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편지가 있다면
211
00:19:07,633 --> 00:19:13,733
수위를 잘 조절하셔서
저희에게 전달해 주세요
212
00:19:13,733 --> 00:19:14,700
네, 알겠어요
213
00:19:18,000 --> 00:19:25,967
참전용사들이 약혼자 또는 아내와 교환한
편지 자료를 이미 꽤 많이 가지고 있어요
214
00:19:25,967 --> 00:19:32,967
요즘 젊은 친구들은 그런 시기에
연인들이 서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215
00:19:32,967 --> 00:19:36,867
- 굉장히 관심이 많답니다
- 그렇죠
216
00:19:37,000 --> 00:19:41,433
- 그럼 한번 살펴보시고, 연락 주세요
- 알겠어요
217
00:19:41,433 --> 00:19:45,793
앙리 선생님께서 귀국한 후에 한국에서의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나요?
218
00:19:46,000 --> 00:19:51,033
아뇨, 그렇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거의 이야기를 안 했죠
219
00:19:51,033 --> 00:19:56,767
시간이 지나면서 저와 가족 친척들과
조금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어요
220
00:19:56,767 --> 00:20:00,033
그렇지만 상세한 내용은 말하지 않았죠
221
00:20:00,033 --> 00:20:05,767
앙리 선생님께서 겪으신 걸 감안했을 때
222
00:20:05,767 --> 00:20:12,800
6·25전쟁과 그 이후 한국의 발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223
00:20:12,800 --> 00:20:15,400
남편이 참전한 것은
옳은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224
00:20:15,400 --> 00:20:17,700
아까 말했듯이 공산주의의
확대를 막았잖아요
225
00:20:17,700 --> 00:20:19,833
또한 오늘날 서울이 발전하는 걸 보면
정말 놀랍답니다
226
00:20:20,767 --> 00:20:25,733
서울, 그리고 한국의 발전이요
227
00:20:26,933 --> 00:20:29,315
TV에서 서울의 모습을 보면
남편은 놀라움을 금치 못해요
228
00:20:29,340 --> 00:20:31,867
"정말 믿을 수가 없어!"라고 하죠
229
00:20:31,867 --> 00:20:34,867
알고 계신 한국제품이 있나요?
230
00:20:34,867 --> 00:20:40,955
네, 몇 개 안 돼요
한두 개 정도 아는 것 같네요
231
00:20:41,200 --> 00:20:47,433
혹시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232
00:20:47,433 --> 00:20:51,800
참, 한국 아이들이 여기에 왔을 때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233
00:20:51,800 --> 00:20:55,033
저는 개인적으로 벨기에에 사는
한국 사람들을 알진 못해요
234
00:20:55,033 --> 00:21:07,500
지난번에 한국에서 온 여자아이들이
예쁘게 시 낭송을 했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235
00:21:08,033 --> 00:21:11,605
특히 귀여운 여자아이 두 명이었죠
236
00:21:11,833 --> 00:21:18,533
학교에서 여러 나라의 국기를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237
00:21:18,533 --> 00:21:24,233
'정말 우리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구나'라고 느꼈어요
238
00:21:24,233 --> 00:21:26,023
기분이 좋았죠
239
00:21:26,133 --> 00:21:31,100
두 분에게 감사드립니다
정말 특별한 인터뷰였어요
240
00:21:31,100 --> 00:21:34,267
6·25전쟁에 참전하신
앙리 선생님뿐만 아니라
241
00:21:34,267 --> 00:21:40,733
선생님께서 한국으로 떠나는 것을
허락해 주신 부인께도 감사드려요
242
00:21:40,733 --> 00:21:43,095
만약 다시 그 상황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남편은 그렇게 했을 거예요
243
00:21:43,267 --> 00:21:47,067
- 그리고 부인도 동의하실 테고요
- 그렇죠
244
00:21:48,000 --> 00:21:49,800
- 정말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