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00:00:06,210 --> 00:00:09,230
제 이름은 데니스입니다
철자도 말해드리죠
2
00:00:09,260 --> 00:00:12,540
디(D)-이(E)-엔(N)-아이(I)-에스(S)
3
00:00:13,250 --> 00:00:16,920
존 철자는, 제이(J)-오(O)-에이치(H)-엔(N)
4
00:00:17,450 --> 00:00:20,920
어프 철자는, 이(E)-에이(A)-알(R)-피(P)
5
00:00:21,870 --> 00:00:27,740
1998년 전역 당시 남아프리카 공화국
6
00:00:28,020 --> 00:00:30,560
공군 중장이었습니다
7
00:00:30,790 --> 00:00:34,240
선생님 성함은 어느
민족 이름인가요?
8
00:00:35,310 --> 00:00:39,730
확실히 모르지만
스코틀랜드인 것 같습니다
9
00:00:39,780 --> 00:00:43,880
스코틀랜드요
그러면 유전자에
10
00:00:43,950 --> 00:00:46,530
- 스코틀랜드 피가 섞이신 건가요
- 그렇죠
11
00:00:48,110 --> 00:00:50,810
생신은 어떻게 되세요?
12
00:00:51,360 --> 00:00:54,740
1930년 6월 7일이에요
13
00:00:54,800 --> 00:00:59,080
1930년이요
그럼 현재 여든 살?
14
00:00:59,170 --> 00:01:01,240
- 88세이죠
- 여든 여덟이시고
15
00:01:01,310 --> 00:01:05,130
- 생신은 아직 안 지나신 거군요?
- 지나지 않았죠
16
00:01:05,190 --> 00:01:08,730
- 그러시군요, 아주 정정해 보이십니다!
- 고마워요
17
00:01:08,910 --> 00:01:13,440
그러면,어디에서 태어나셨습니까?
18
00:01:13,760 --> 00:01:20,730
현재는 단지 ‘자유 주’라고 하는
19
00:01:21,950 --> 00:01:24,500
‘오렌지 자유 주’ 수도였던
20
00:01:25,670 --> 00:01:27,730
블룸폰테인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21
00:01:29,610 --> 00:01:31,450
부모님 말씀도 좀 해주십시오
22
00:01:31,530 --> 00:01:34,550
자랄 때 형제나
자매에 관해서도요
23
00:01:35,830 --> 00:01:39,950
부모님은 교사였습니다
24
00:01:40,030 --> 00:01:42,520
교사셨군요
어떤 과목을 가르치셨나요?
25
00:01:42,600 --> 00:01:48,310
아버지는 영어와 라틴어
어머니는 영어 교사셨어요
26
00:01:49,940 --> 00:01:54,210
형제자매는 한 명씩 있었고요
27
00:01:54,940 --> 00:01:57,960
누나는 먼저 세상을 떠났어요
28
00:01:59,220 --> 00:02:07,570
부모님께서 모두 영어 교사셨으니
교육은 잘 받으셨겠네요
29
00:02:08,770 --> 00:02:10,540
잘 받았죠
30
00:02:11,270 --> 00:02:17,880
하지만 중요한 건 교사가
무엇을 가르치냐가 아니라
31
00:02:17,940 --> 00:02:22,830
학생이 정보를
받아들이는 태도입니다
32
00:02:23,730 --> 00:02:25,670
정말 옳으신 말씀입니다
33
00:02:25,760 --> 00:02:30,890
그렇다면 지식과 역사를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는 어떠셨나요?
34
00:02:31,270 --> 00:02:37,720
우선 역사부터 말씀 드리자면
역사는 포기해야 했어요
35
00:02:38,230 --> 00:02:44,270
순수 물리학과 순수 화학
수업만 듣고 싶었거든요
36
00:02:45,320 --> 00:02:48,240
그래서 역사는
수강하지 않았습니다
37
00:02:48,720 --> 00:02:54,320
그때 이후로는 역사는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38
00:02:55,930 --> 00:03:01,210
요즘 텔레비전을 보면 독학이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에요
39
00:03:01,440 --> 00:03:04,900
정확성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겠지만요
40
00:03:06,140 --> 00:03:10,190
그렇다면 역사적 지식은
어떻게 얻으셨나요?
41
00:03:10,450 --> 00:03:13,890
그 당시 TV 정보가
많지 않았잖아요?
42
00:03:13,960 --> 00:03:16,030
- 없었죠
- 어떻게 공부하셨습니까?
43
00:03:16,320 --> 00:03:22,910
책으로 했죠
책과 독서는 언제나 좋아했어요
44
00:03:23,640 --> 00:03:30,460
지식이란 건 원하는 사람
모두에게 열려 있으니까요
45
00:03:31,810 --> 00:03:40,000
- 역사를 좋아하셨나요?
- 좋아하죠, 독서를 통해 과거 일을 알고
46
00:03:40,070 --> 00:03:45,080
무엇이 사람들을 역사의 무대에
인간을 등장시켰는지 알아야만
47
00:03:45,160 --> 00:03:55,930
세상 일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48
00:03:57,100 --> 00:04:00,000
정말 굉장한 인터뷰가
될 것 같아 벌써 기대가 됩니다
49
00:04:00,080 --> 00:04:04,480
아버님께서 영어와 라틴어를
가르치셨다고 하셨죠
50
00:04:04,550 --> 00:04:07,760
라틴어를 읽고
쓰실 수 있으셨나요?
51
00:04:08,180 --> 00:04:11,530
그렇습니다, 학교에서
라틴어 과목을 배웠죠
52
00:04:13,110 --> 00:04:16,370
그게 제가 역사를
포기한 이유였어요
53
00:04:17,280 --> 00:04:22,210
죽은 언어라고 하는데,
54
00:04:22,620 --> 00:04:29,680
로망스어는 모두 라틴어에
뿌리를 두고 있어요
55
00:04:29,680 --> 00:04:30,610
그렇군요
56
00:04:30,750 --> 00:04:37,290
서구의 모든 법원 판결은
라틴어 용어를 기반으로 합니다
57
00:04:37,800 --> 00:04:41,100
미국 스릴러 영화를 보면
58
00:04:41,180 --> 00:04:47,340
하베아스 코르푸스을
보여달라고 하는데,
59
00:04:48,070 --> 00:04:49,190
그게 라틴어거든요
60
00:04:49,190 --> 00:04:56,330
- 네, 라틴어 아니면 그리스어죠
- 그 둘이 뿌리가 되는 언어이고요
61
00:04:56,710 --> 00:05:01,370
역사에 대해서 상당히 박식하신 것
같아서 질문 한 가지 드립니다
62
00:05:01,420 --> 00:05:05,090
학교에서 한국에 대해 배우신 것이 있나요?
63
00:05:05,160 --> 00:05:09,360
아니면 독학하시면서 한국에 대해서
읽어보신 일이 있으신가요?
64
00:05:10,110 --> 00:05:15,130
6·25전쟁 전에는 없었어요
한국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어요
65
00:05:15,410 --> 00:05:20,900
어디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세계지도에서 찾아봐야 알 수 있었죠
66
00:05:21,790 --> 00:05:26,260
찾아보니까 아주 먼 나라더군요
67
00:05:27,330 --> 00:05:36,340
그 당시에는 그게 학문적 관심이었어요
당시 주된 관심은 비행이었거든요
68
00:05:36,750 --> 00:05:38,580
비행이요?
항공기를 조종하고 싶으셨나요?
69
00:05:38,660 --> 00:05:40,140
비행이 하고 싶었죠
70
00:05:41,560 --> 00:05:45,650
선생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저의 아버지도 조종사셨습니다
71
00:05:45,840 --> 00:05:48,980
저도 공군 출신
한국 공군사관학교에서
72
00:05:49,050 --> 00:05:53,000
생도들을 가르쳤죠
모두 공군 가족이네요
73
00:05:53,060 --> 00:05:56,930
이렇게 훌륭한 분을 만나다니
공군 출신이시니 필시 훌륭한 분이시겠군요
74
00:05:57,030 --> 00:06:04,530
아, 그럼요, 한국에 대해서 처음에는
전혀 모르셨다는 말씀이시죠?
75
00:06:05,770 --> 00:06:09,530
- 당시에는 몰랐습니다
- 고등학교는 언제 졸업하셨나요?
76
00:06:10,300 --> 00:06:12,670
1947년이에요
77
00:06:14,930 --> 00:06:16,620
그 후에는 무엇을 하셨나요?
78
00:06:17,330 --> 00:06:23,060
비행이 하고 싶었죠
그런데 돈이 없었어요
79
00:06:24,020 --> 00:06:29,240
개인 교습을 받을 돈이 없었어요
비쌌거든요
80
00:06:30,620 --> 00:06:41,290
하지만, 선발이 되면 가능했죠
군대에 가면 되는 거였어요
81
00:06:42,290 --> 00:06:46,2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상비군
사관생도 과정으로요
82
00:06:47,740 --> 00:06:50,170
지원은 가능했는데,
83
00:06:50,710 --> 00:06:54,920
경쟁이 아주, 아주 심할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죠
84
00:06:56,410 --> 00:06:59,960
그런데, 이 길은
돈이 안 드는 거에요
85
00:07:00,030 --> 00:07:04,130
학교 교사 봉급이 그렇게
많지가 않았거든요
86
00:07:05,970 --> 00:07:08,660
어쨌든 그게 제 관심사였죠
87
00:07:10,800 --> 00:07:13,970
그러면 어느 학교에
지원하신 건가요?
88
00:07:14,930 --> 00:07:24,460
군대에 지원했죠
상비군 사관 생도 과정 선발에요
89
00:07:27,080 --> 00:07:42,150
1948년 2월에 프레토리아에 왔고
선발 과정이 시작됐어요
90
00:07:43,820 --> 00:07:55,190
놀랍게도, 600명 지원자 중에
42명이 뽑혔는데, 그 중에 제가 된 겁니다
91
00:07:56,410 --> 00:08:02,040
참고로, 뮬러 장군도
같은 과정에 선발됐어요
92
00:08:04,040 --> 00:08:06,520
그분이 선생님
말씀을 하시더군요
93
00:08:06,600 --> 00:08:10,490
거기서 만나서
서로 친해지셨다고 말입니다
94
00:08:10,580 --> 00:08:17,980
그랬죠, 카바 부두로 가는
블룸폰테인 역에서 입니다
95
00:08:18,960 --> 00:08:22,240
그 때 이후로
친구로 지내왔어요
96
00:08:23,430 --> 00:08:24,990
시험도 보셨나요?
97
00:08:26,320 --> 00:08:29,790
시험을 아주 많이 봤습니다
검사도 많이 받았고요
98
00:08:30,690 --> 00:08:36,920
심리검사에,
엄격한 신체검사까지
99
00:08:38,370 --> 00:08:41,680
선발이 됐을 때
정말 한 시름 놨지요
100
00:08:41,770 --> 00:08:43,820
그런데 다음 문제가 있었어요
101
00:08:44,900 --> 00:08:47,010
제가 과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102
00:08:48,080 --> 00:08:51,200
왜냐하면 그때는
2년 과정이었거든요
103
00:08:52,120 --> 00:08:56,150
대위 급까지 포함되었고요,
104
00:08:59,770 --> 00:09:15,470
보병, 포병, 장갑차, 공병
그리고 승마까지 있었어요
105
00:09:15,540 --> 00:09:17,570
- 승마요?
- 네
106
00:09:18,230 --> 00:09:24,970
당시 남아프리카 공화국 군대에는
기병 전통이 남아있었거든요
107
00:09:25,380 --> 00:09:28,060
그렇다면,
조종사가 되고 싶으셨지만
108
00:09:28,110 --> 00:09:33,650
포병이나 승마 같은
과정도 거치신 거네요
109
00:09:33,930 --> 00:09:39,970
그래요, 물리학이나 화학 같은
일반 과목들도 포함해서 말입니다
110
00:09:39,970 --> 00:09:50,360
최고 수준으로 배운 건 아니지만
전쟁사도 공부했어요
111
00:09:51,240 --> 00:09:53,510
지금 이렇게 계신걸 보면,
살아 남으신 거네요
112
00:09:53,510 --> 00:09:54,930
살아 남았죠
113
00:09:55,000 --> 00:09:59,980
그래서 1948년에 입학하시고
1950년에 졸업하신 거군요?
114
00:10:00,050 --> 00:10:02,050
- 그래요
- 졸업일자는 언제죠?
115
00:10:02,430 --> 00:10:07,490
1950년 4월 1일에 졸업했어요
116
00:10:08,380 --> 00:10:13,310
- 6·25전쟁 발발 직전이네요?
- 직전이에요
117
00:10:14,360 --> 00:10:22,930
참고로, 재학 시절에
부대장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118
00:10:24,040 --> 00:10:27,810
‘자네 졸업성적이 전체 10등 안에 든다,
119
00:10:29,480 --> 00:10:35,340
그러니 원하는 병과를 선택할 수 있다’
하고 말이죠
120
00:10:37,440 --> 00:10:44,740
그 당시에 최고 병과는
포병이었습니다
121
00:10:45,670 --> 00:10:48,890
군에서 어디든 갈 수
있다고 한다면,
122
00:10:48,960 --> 00:10:50,790
포병으로 가는 게
당연했단 말이에요
123
00:10:52,080 --> 00:10:53,870
그런데 저는 공군을 택했죠
124
00:10:56,480 --> 00:10:59,780
그러니까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125
00:10:59,840 --> 00:11:03,970
"확실한가?
포병으로 가고 싶지 않나?
126
00:11:04,050 --> 00:11:05,680
전체 석차가 10등
안쪽이라니까"
127
00:11:05,740 --> 00:11:09,290
- 전체 10등 안쪽이셨다고요?
- 상위 열 명 중 하나였습니다
128
00:11:09,860 --> 00:11:13,990
공군으로 간다고 하니까
적잖이 놀라셨어요
129
00:11:14,900 --> 00:11:19,710
하지만 공군으로 갔어요
제가 가고 싶어했던 곳이니까요
130
00:11:20,020 --> 00:11:24,270
2년 만에, 제가 가고 싶은 곳에
닿을 수 있는 기회를
131
00:11:24,380 --> 00:11:27,600
처음으로 가지게 된 거에요
132
00:11:29,740 --> 00:11:34,610
- 그 다음에는 어디로 가셨나요?
- 거기서 두노타로 갔어요
133
00:11:35,270 --> 00:11:41,530
트란스발 동부
스프링스 근처에 있는 곳이죠
134
00:11:41,560 --> 00:11:42,760
철자가 어떻게 되나요?
135
00:11:43,760 --> 00:11:51,120
디(D)-유(U)-엔(N)-엔(N)-오(O)
티(T)-티(T)-에이(A)-알(R), 두노타
136
00:11:51,940 --> 00:11:55,990
당시에 중앙 비행 학교가
거기 있었거든요
137
00:11:56,050 --> 00:12:00,610
그러면 1950년까지는 비행 훈련을
받으신 적이 없으신 거네요?
138
00:12:01,440 --> 00:12:03,110
없었죠
139
00:12:03,920 --> 00:12:11,760
훈련 학교에 가서 항공기를
보기도 하고 타보기도 했지만,
140
00:12:11,840 --> 00:12:14,690
공군 훈련을 받은 건 아니었어요
141
00:12:14,740 --> 00:12:18,700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훈련을 거기서 받으셨나요?
142
00:12:19,870 --> 00:12:25,430
두노타에서는
타이거 모스기로 시작했어요
143
00:12:25,530 --> 00:12:34,180
타이거 모스 훈련을 완료할 즈음에
6·25전쟁이 발발했죠
144
00:12:35,730 --> 00:12:39,300
훈련 완료 후, 한 달이 채 안 돼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정부가
145
00:12:40,000 --> 00:12:46,610
한국에 전투비행대대를
파병한다는 의사를 발표했어요
146
00:12:48,400 --> 00:12:59,390
이제 비행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147
00:12:59,790 --> 00:13:04,530
자원해서 한국에서
비행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뻤지요
148
00:13:05,340 --> 00:13:10,700
참고로, 아시겠지만
당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149
00:13:10,740 --> 00:13:14,070
해외 파병은 자원해서 가는 거였어요
150
00:13:16,740 --> 00:13:18,950
그런데 문제가 무엇이었는가 하면
151
00:13:19,470 --> 00:13:23,560
6·25전쟁이 초기 진행 상황을 보니까,
152
00:13:25,020 --> 00:13:30,740
몇 달 뒤에도 전쟁이
계속될 것 같지가 않은 거에요
153
00:13:31,040 --> 00:13:33,160
전쟁이 빨리 끝날 거라고 생각했죠
154
00:13:33,760 --> 00:13:41,440
그 당시에는 한국군이
낙동강 전선까지 철수한 상태였거든요
155
00:13:42,340 --> 00:13:45,050
- 그래서 생각했죠
- 생각하셨다 하시면
156
00:13:45,070 --> 00:13:48,290
전쟁이 곧 끝날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157
00:13:50,210 --> 00:13:52,410
그런데 우리는 전쟁이 계속됐으면 했어요
158
00:13:55,160 --> 00:14:02,540
1950년 12월에
조종사 자격을 획득했어요
159
00:14:03,670 --> 00:14:08,790
그렇더라도
아주 초보 조종사였기 때문에
160
00:14:10,770 --> 00:14:15,330
전투기 조종사가 되려면
갈 길이 멀었던 거죠
161
00:14:17,150 --> 00:14:19,820
그런데 12월이 돼서
연락을 해 보니까
162
00:14:20,960 --> 00:14:32,280
국제연합군이
인천에 상륙작전을 실시해서
163
00:14:33,260 --> 00:14:39,630
북한군을 몰아내고
북으로 진군했다는 거에요
164
00:14:39,690 --> 00:14:42,100
압록강까지 거의 진출했더군요
165
00:14:42,360 --> 00:14:45,140
그 때 중국군이
개입을 결정한 거죠
166
00:14:47,300 --> 00:14:51,080
그래서 조종사 자격을 획득하고,
167
00:14:51,520 --> 00:14:54,350
12월에는 중국군이
남으로 진군하고 있었어요
168
00:14:54,440 --> 00:14:59,540
우리는 또 한 번 질문했죠
‘6·25전쟁이 얼마나 오래 갈까?’
169
00:15:02,360 --> 00:15:09,810
1월에 전투기인
스핏파이어 전환훈련과
170
00:15:10,630 --> 00:15:13,310
무기과정 교육을 받았어요
171
00:15:14,760 --> 00:15:24,680
5월에 훈련을 완료하고,
한국으로 출국했습니다
172
00:15:25,300 --> 00:15:29,830
한국에 가고 싶으셨나요?
참전을 원하신 건가요?
173
00:15:29,920 --> 00:15:31,900
네, 자원해서 갔으니까요
174
00:15:32,490 --> 00:15:33,900
그것 참 무모하셨네요
175
00:15:33,970 --> 00:15:36,930
그건 맞아요
하지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176
00:15:36,930 --> 00:15:42,350
저는 조종사가 되려고
군인의 길을 선택한 거에요
177
00:15:42,590 --> 00:15:49,340
그 길로 가서 공군 중위가 됐어요
178
00:15:49,360 --> 00:15:52,270
하지만 생명이 위험한 일이지 않습니까
한국에서 전사하실 수도 있으셨을 텐데요
179
00:15:52,510 --> 00:15:54,600
그건 그렇죠
180
00:15:54,850 --> 00:16:02,950
하지만 군인으로서의 책무를
완수하는 의무가 있으니까요
181
00:16:04,120 --> 00:16:07,450
하지만 한국에 대해서
처음에는 전혀 모르셨잖아요
182
00:16:07,530 --> 00:16:09,630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셨다고 하셨고요
183
00:16:09,710 --> 00:16:11,700
그런데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184
00:16:11,750 --> 00:16:16,450
미지의 나라를 위해
싸우고자 하셨던 거죠
185
00:16:16,970 --> 00:16:22,940
맞아요, 젊을 때는
항상 영민하진 못하니까요
186
00:16:22,960 --> 00:16:24,950
영민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입니다
187
00:16:24,990 --> 00:16:33,590
젊을 때는 나쁜 일은 자기 외에
다른 사람에게만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죠
188
00:16:36,200 --> 00:16:41,440
우리 태도가 대개 그랬던 것 같아요
189
00:16:41,500 --> 00:16:46,360
임관된 사람들 말이에요
당시 열여섯이었거든요
190
00:16:47,130 --> 00:16:49,370
훈련 중에 한 명이 순직했고,
191
00:16:50,290 --> 00:16:53,870
다른 한 명은 결혼을
한다고 제대했어요
192
00:16:54,460 --> 00:16:59,680
그 당시에는 25세가 넘어야
결혼할 수 있었습니다
193
00:16:59,680 --> 00:17:04,920
신부 될 사람도 부대장에게
확인을 받아야 했고요
194
00:17:05,560 --> 00:17:08,290
모든 게 잘 해결되면,
결혼을 할 수 있었죠
195
00:17:08,360 --> 00:17:10,930
그래도 25세 전에는 못했죠
196
00:17:11,010 --> 00:17:15,590
- 제대하신 분은 25살이었나요?
- 아니요, 그보다 어렸어요
197
00:17:15,610 --> 00:17:18,140
- 그러면 어떻게 결혼을 하셨나요?
- 그러니까 제대를 한거죠
198
00:17:21,550 --> 00:17:24,690
- 우리가 제대로 이해한 건가요?
- 정확하게 이해했어요
199
00:17:25,540 --> 00:17:29,230
그러면 여기서
항공편으로 가신 거죠?
200
00:17:29,310 --> 00:17:32,010
- 그러니까 일본으로 가셨나요?
- 그래요
201
00:17:32,080 --> 00:17:34,590
그 때 말씀 좀 해 주세요
어디를 어떻게 경유하셨나요?
202
00:17:36,000 --> 00:17:45,010
당시로서는 아주 편하게 이동했어요
일본까지 닷새 걸렸어요
203
00:17:45,820 --> 00:17:47,150
닷새밖에 안 걸렸나요?
204
00:17:47,230 --> 00:17:52,780
닷새 밤에는 비행하지 않고
중간 기착지를 경유했거든요
205
00:17:54,320 --> 00:17:59,210
로마를 포함해서
여러 곳을 들렀어요
206
00:17:59,260 --> 00:18:01,000
로마에도 들르셨어요?
207
00:18:01,040 --> 00:18:03,250
로마를 경유했습니다
하룻밤을 거기에 있었어요
208
00:18:03,890 --> 00:18:06,720
출국 후 여행과정에서
여러 곳을 경유했는데,
209
00:18:07,740 --> 00:18:15,710
당시에는 1등석, 2등석,
이코노미석으로 나뉜 게 아니라
210
00:18:15,790 --> 00:18:19,010
1등석밖에 없었어요
211
00:18:19,440 --> 00:18:21,330
로마에 들르셨을 때는
귀국하실 때
212
00:18:21,430 --> 00:18:27,700
미래의 사모님을 만나시게
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213
00:18:27,720 --> 00:18:29,890
그건 한참 후의 일이에요
214
00:18:30,470 --> 00:18:32,220
예상은 하셨나요?
215
00:18:32,300 --> 00:18:36,270
아니요, 그런 방향으로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216
00:18:36,380 --> 00:18:40,250
한국, 전투, 비행만 생각했어요
217
00:18:41,610 --> 00:18:45,840
당시에는 관심이 온통
그쪽으로 쏠려있었으니까요
218
00:18:45,920 --> 00:18:50,120
하지만 로마에서 미래의 사모님을
만나실 운명이셨던 거죠
219
00:18:50,170 --> 00:18:52,940
맞아요, 하지만
제가 계획해서 된 게 아닙니다
220
00:18:53,550 --> 00:18:55,910
다른 뭔가가 작용했죠
221
00:18:56,770 --> 00:18:58,820
다른 뭔가라고 하시면
신께서 계획을 하셨던 모양이네요
222
00:18:58,880 --> 00:19:00,140
그런가 봅니다
223
00:19:00,760 --> 00:19:06,690
그렇다면 한국에 처음
도착하신 때가 언제였나요?
224
00:19:06,750 --> 00:19:07,910
어디로 입국하셨죠?
225
00:19:08,710 --> 00:19:12,670
K10(진해 비행장)으로 갔어요
226
00:19:13,300 --> 00:19:23,250
마산 반대편이고
진해 인근이었는데,
227
00:19:24,500 --> 00:19:28,340
부산에서 서쪽으로
조금 가서 있는 곳이었죠
228
00:19:29,450 --> 00:19:35,480
그러시군요, 어떠셨어요?
처음 오셨을 때, 솔직히 어떠셨나요?
229
00:19:35,560 --> 00:19:38,160
한국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230
00:19:39,580 --> 00:19:44,160
첫인상이라고 한다면,
나라 전체가 혼란 상태였어요
231
00:19:44,160 --> 00:19:48,370
모든 게 정신 없이 돌아가고,
천막도 많고,
232
00:19:48,540 --> 00:19:53,330
제대로 준비된 것은 별로 없고
사람들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233
00:19:54,640 --> 00:19:57,940
그렇지만 아주 흥미로웠어요
모험이었죠
234
00:19:58,940 --> 00:20:06,100
스무 살 적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235
00:20:07,500 --> 00:20:09,850
제가 전투비행대대
소속이었는데,
236
00:20:11,080 --> 00:20:15,530
전투비행대대가
미군 전투비행단 산하에 있었어요
237
00:20:15,600 --> 00:20:16,740
제18전투비행단이군요
238
00:20:16,840 --> 00:20:21,120
우리 말고도 3개 대대가
산하에 있었는데,
239
00:20:22,070 --> 00:20:26,670
제12대대, 제39대대
그리고 제67대대였죠
240
00:20:27,690 --> 00:20:35,360
그런데 SAAF가 그 비행단에
제4전투비행단을 신설한 거에요
241
00:20:37,360 --> 00:20:41,390
새로운 경험이어서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242
00:20:42,490 --> 00:20:48,900
미국에서는 언어도 달랐어요
비행하는 방식도 달랐고요
243
00:20:50,300 --> 00:20:51,720
하지만 흥미로웠어요
244
00:20:52,940 --> 00:20:55,940
미군 제18전투폭격비행단에
245
00:20:56,020 --> 00:21:00,750
남아프리카 공화국 말고
다른 나라 부대도 있었나요?
246
00:21:01,000 --> 00:21:02,820
미안해요, 못 알아들었습니다
247
00:21:02,910 --> 00:21:06,960
진해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말고
다른 나라 부대도 있었나요?
248
00:21:07,100 --> 00:21:10,380
아니에요
제18비행단만 있었어요
249
00:21:10,430 --> 00:21:12,570
미국하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말씀이시죠?
250
00:21:12,640 --> 00:21:15,450
- 그렇죠
- 두 나라밖에 없었군요?
251
00:21:15,530 --> 00:21:19,640
조종사는 몇 분이나 계셨나요?
252
00:21:19,940 --> 00:21:22,690
남아프리카 공화국 조종사 말입니다
4개 편대였죠?
253
00:21:24,750 --> 00:21:25,880
죄송합니다, 뭐라고 말씀하셨죠?
254
00:21:26,000 --> 00:21:29,680
진해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조종사가 몇 분 계셨나요?
255
00:21:30,010 --> 00:21:33,960
그 당시에는
한 30명 됐을 거에요
256
00:21:35,300 --> 00:21:37,430
- 30분이요?
- 30명 정도 됐어요
257
00:21:37,450 --> 00:21:39,150
남아프리카 분들만요?
258
00:21:39,190 --> 00:21:40,490
- 네
- 그렇군요
259
00:21:40,560 --> 00:21:47,970
구성이 이렇게 되는 거에요
대대 1개에 편대가 4개 있고
260
00:21:49,810 --> 00:21:54,560
대대장,
그리고 부대대장이 있고,
261
00:21:55,100 --> 00:22:02,090
각 편대에는 같은 수의
조종사가 있는데,
262
00:22:02,900 --> 00:22:08,510
합치면 약 30명 정도가 됩니다
263
00:22:11,040 --> 00:22:15,960
전쟁 이전에는 F51을
264
00:22:15,960 --> 00:22:19,050
- 조종해 보신 적이 없으셨죠?
- 맞아요
265
00:22:19,120 --> 00:22:20,800
그렇다면 어떻게 F51을
조종하시게 된 건가요?
266
00:22:20,840 --> 00:22:24,390
훈련을 받으셨나요?
재미는 있으셨나요?
267
00:22:24,420 --> 00:22:27,940
훈련이야 많이 받았죠
거기서 준 책을 읽고는,
268
00:22:29,040 --> 00:22:35,280
조종실에 앉아서
외운 걸 확인하는 거에요
269
00:22:35,300 --> 00:22:38,880
눈 감고, 스위치에
손을 올려놓고 말입니다
270
00:22:40,070 --> 00:22:45,740
눈을 감은 채로
조종실 점검하고, 엔진을 켜고,
271
00:22:45,740 --> 00:22:55,360
지상 활주하고, 그걸 완벽하게
해내면 준비가 된 거죠
272
00:22:55,680 --> 00:22:57,300
비행 준비가
된 거라는 말씀이시죠?
273
00:22:58,650 --> 00:23:05,780
다음에는 비행, 그리고
관숙비행, 위트니스 스핀,
274
00:23:08,040 --> 00:23:13,520
그 다음에는 무장입니다
그러니까 폭탄,
275
00:23:13,610 --> 00:23:18,240
야간용 폭탄, 로켓,
기총을 장전하고
276
00:23:18,300 --> 00:23:22,120
진해 앞바다에 있는
작은 섬에 가서
277
00:23:23,210 --> 00:23:30,120
공격 훈련을 하면서
감을 잡았어요
278
00:23:31,430 --> 00:23:35,960
다음은
너서리 스윕이라는 걸 했어요
279
00:23:36,960 --> 00:23:45,850
폭격선이라고, 넘어가면 항공통제를
받지 못하는 선이 있었어요
280
00:23:46,010 --> 00:23:49,150
그 너머는 적군 지역이죠
바로 거기로 비행해서
281
00:23:51,320 --> 00:23:55,320
대공포 사격을 받는 걸
경험하는 거에요
282
00:23:56,180 --> 00:23:59,830
그렇게 무스탕 기종
전환이 끝났습니다
283
00:24:01,990 --> 00:24:12,070
그때 즈음에는 비행시간이
265시간이 됐어요
284
00:24:12,450 --> 00:24:14,970
요즘 기준으로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요
285
00:24:17,120 --> 00:24:21,710
하지만 훈련 당시에
무스탕을 처음 조종하신 거잖아요
286
00:24:21,930 --> 00:24:32,520
혼자서 조종하셨나요,
아니면 교관이 같이 있었나요?
287
00:24:32,560 --> 00:24:34,990
- 훈련이 어떻게 이루어진 거죠?
- 단독으로 비행했습니다
288
00:24:35,150 --> 00:24:37,690
단독으로 말씀이세요?
단좌 항공기라서 그렇군요
289
00:24:37,740 --> 00:24:40,830
- 네, 조종석이 하나밖에 없어요
- 그래서 혼자 비행하신 거군요
290
00:24:40,860 --> 00:24:43,670
- 그랬죠
- 어렵지 않으셨나요?
291
00:24:43,940 --> 00:24:49,080
아니에요,
재미있는 사실이 있는데
292
00:24:49,160 --> 00:24:51,850
무스탕은 노스 아메리칸
컴퍼니가 만들었어요
293
00:24:52,980 --> 00:24:57,300
이 회사가 하버드
훈련기도 만들었죠,
294
00:24:58,070 --> 00:25:00,860
두 기종의 조종실이
아주 비슷했어요
295
00:25:01,680 --> 00:25:05,710
낯설지가 않아서
조종하기가 더 쉬웠죠
296
00:25:06,270 --> 00:25:09,400
무장 관련 스위치가
몇 개 더 있고,
297
00:25:09,770 --> 00:25:15,680
앞에 조준기가 붙은 걸
빼고는 익숙한 느낌이었어요
298
00:25:16,130 --> 00:25:23,030
물론 조작감은 많이 달랐지요
마력이 워낙 세서,
299
00:25:24,150 --> 00:25:30,700
교관들이 늘 강조하는 게
속도가 늘릴 때
300
00:25:31,190 --> 00:25:36,360
연료 조절판을 너무 빨리 열면
항공기가 뒤집힌다는 거였어요
301
00:25:36,790 --> 00:25:40,580
지상에 가까이 있을 때
그런 일이 발생하면 죽게 된다고 했습니다
302
00:25:41,230 --> 00:25:45,830
- 무스탕은 마음에 드셨나요?
- 그럼요, 아주 마음에 들었지요
303
00:25:47,470 --> 00:25:51,340
실전에서 비행할
자신이 있으셨던 거죠
304
00:25:51,420 --> 00:25:57,080
그래요, 젊었으니까
저는 잘못될 일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305
00:25:58,090 --> 00:25:59,960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아니라고 말이요
306
00:26:01,190 --> 00:26:05,470
그래서 실전에 들어가는 건
전혀 문제가 안 됐어요
307
00:26:05,690 --> 00:26:07,080
오히려 신이 났죠
308
00:26:08,290 --> 00:26:11,880
첫 단독비행은 기억나시나요?
309
00:26:11,950 --> 00:26:14,510
언제, 어떤 임무로 비행하셨나요?
310
00:26:16,170 --> 00:26:20,520
6월 7일인가 그래요
아닐 수도 있지만
311
00:26:21,950 --> 00:26:24,950
- 왜냐하면 우리가 5월 말에 도착했거든요
- 그렇군요
312
00:26:26,460 --> 00:26:30,650
한 주 정도 훈련하셨는데
벌써 준비가 되신 거였나요?
313
00:26:30,650 --> 00:26:31,770
준비가 됐었죠
314
00:26:33,400 --> 00:26:35,610
6월 7일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315
00:26:35,690 --> 00:26:37,700
어디로 가셨고,
어떤 임무를 하셨나요?
316
00:26:37,760 --> 00:26:49,210
북한에 있는 어떤 교량을
공격하는 임무였어요
317
00:26:50,260 --> 00:26:54,470
제 기억으로는
도로 정찰이 필요했죠
318
00:26:55,970 --> 00:26:58,530
그리고 임기표적을 공격하는 거였지
319
00:26:59,550 --> 00:27:03,630
그런 임무를 수행했는데
아주 흥미로웠어요
320
00:27:04,690 --> 00:27:10,350
제 능력에 큰 확신은 없었지만
또 크게 실수한 것도 없었거든요
321
00:27:11,220 --> 00:27:14,900
그리고 편대장이 이렇게
말하더군요 "멋진 비행이었어"
322
00:27:16,050 --> 00:27:19,210
그 때 비행은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323
00:27:20,480 --> 00:27:23,680
당시 무기체계가
얼마나 정확했나요?
324
00:27:23,720 --> 00:27:27,910
네이팜, 로켓, 기총이죠?
얼마나 정확했나요?
325
00:27:28,900 --> 00:27:36,710
무스탕 비행에 익숙해지면,
꽤 정확했어요
326
00:27:37,370 --> 00:27:39,700
폭격은 그렇게
정확하지는 않았고,
327
00:27:39,720 --> 00:27:43,440
네이팜 같은 경우는
저고도에서 투하했는데,
328
00:27:44,320 --> 00:27:49,800
탱크같은 건 백발백중이었어요
329
00:27:51,240 --> 00:27:53,790
그리고 기총은
조종사 실력에 달린 겁니다
330
00:27:55,490 --> 00:28:03,380
그러면 포로로 잡히시기 전
총 몇 번 출격하신 거죠?
331
00:28:04,440 --> 00:28:07,830
65번째 출격에서 격추당했어요
332
00:28:08,010 --> 00:28:11,460
- 65번째요?
- 네, 65
333
00:28:12,650 --> 00:28:18,530
- 그게 언제였죠? 기억 나시나요?
- 1951년 9월 27일이에요
334
00:28:19,540 --> 00:28:21,390
어떻게 되신 거죠?
335
00:28:21,440 --> 00:28:24,440
그 날 임무에 대해서 최대한
자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336
00:28:24,440 --> 00:28:28,590
어떻게 진행이 됐고, 격추된 장소도요
337
00:28:28,990 --> 00:28:39,240
그러죠, 이전에 서울 공항이었던
K16에서 이륙했어요
338
00:28:40,930 --> 00:28:47,360
이른 아침이었는데
주어진 경로를 따라가면서
339
00:28:48,330 --> 00:28:52,570
임기표적을 공격하는 임무였죠
제가 편대장이었어요
340
00:28:55,230 --> 00:28:57,560
그런데 이륙 직후에,
341
00:28:58,310 --> 00:29:06,840
2번 기 조종사가 엔진에
약간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겁니다
342
00:29:08,140 --> 00:29:12,830
그래서 폭격선으로
데리고 가서 복귀시켰죠
343
00:29:15,910 --> 00:29:17,540
이제 3기가 남은 거에요
344
00:29:19,580 --> 00:29:25,760
우리는 북으로 비행하면서
임무를 계속 했어요
345
00:29:26,070 --> 00:29:31,550
임기표적을 찾다가
교량을 발견했는데,
346
00:29:32,980 --> 00:29:38,340
강 가까이에 있었어요
옆에는 산이 있고
347
00:29:39,700 --> 00:29:47,550
산 아래 교량을 공격해서
차단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348
00:29:49,550 --> 00:29:54,550
그렇게 했는데,
교량을 공격하다가
349
00:29:54,620 --> 00:30:06,870
4연장 50구경 브라우닝 대공포가
저를 향해서 사격하는 걸 봤어요
350
00:30:07,670 --> 00:30:11,830
이른 아침이었기 때문에
예광탄도 보였죠
351
00:30:12,420 --> 00:30:21,630
그래서 편대에게 장전 후에
우회해서 공격하라고 지시를 내렸어요
352
00:30:24,490 --> 00:30:30,200
돌아서 들어가는데,
353
00:30:30,710 --> 00:30:35,250
예광탄이 조종실
바로 위를 지나가는 걸 봤어요
354
00:30:36,820 --> 00:30:40,190
그래도 계속 하강해서,
포좌를 확인하고,
355
00:30:43,190 --> 00:30:48,670
로켓을 선택한 다음 발사했어요
356
00:30:50,160 --> 00:30:53,480
저는 그 후에 상승하면서
세 번 피격을 당했죠
357
00:30:55,330 --> 00:30:57,340
그런데 여기서 말씀 드려야 할 것이,
358
00:30:58,470 --> 00:31:01,510
그 전에는 피격 당한 적이 없었어요
359
00:31:04,740 --> 00:31:07,860
다른 조종사들은
여러 번 피격 당했는데,
360
00:31:08,860 --> 00:31:10,740
저는 스친 적도 없었답니다
361
00:31:11,180 --> 00:31:16,550
그래서 저는 피격 당할 일이 없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던 거에요
362
00:31:19,700 --> 00:31:27,810
그렇게 피격 당하고 돌아보니까,
제가 적군 대공포는 파괴했더군요
363
00:31:30,100 --> 00:31:32,610
편대 재집결 후에,
364
00:31:32,870 --> 00:31:37,910
저는 피격 당했으니까
남쪽으로 간다고 말했어요
365
00:31:39,400 --> 00:31:42,770
그런데 그 직후에 보니까
냉각액이 새고 있는 거에요
366
00:31:43,310 --> 00:31:45,430
엔진 온도는 올라가고,
367
00:31:47,590 --> 00:31:54,170
조종석, 제 발 밑에서
불길이 올라오는 겁니다
368
00:31:55,470 --> 00:32:00,150
그때는 걱정이 됐던 게,
동료 중 한 명이
369
00:32:00,690 --> 00:32:03,440
비슷한 상황에서
피격 당했었거든요
370
00:32:03,500 --> 00:32:05,990
탈출하려고 조종실을 열었는데,
371
00:32:06,370 --> 00:32:08,800
그 때문에 불길이
조종실로 밀려들어와서
372
00:32:08,860 --> 00:32:10,760
그 친구가 죽었단 말입니다
373
00:32:10,850 --> 00:32:12,060
물러 장군님도
그러셨다고 하던데요
374
00:32:12,880 --> 00:32:15,710
물러 장군님도 같은
경험을 하셨대요
375
00:32:16,400 --> 00:32:19,130
냉각액이 새는 바람에
376
00:32:19,870 --> 00:32:22,180
엔진 온도가 엄청나게
올라갔다고요
377
00:32:22,250 --> 00:32:28,480
그래요, 그런데 이제,
냉각액을 바로 다 잃은 거에요
378
00:32:29,480 --> 00:32:33,140
그래서 비상조치를 취했죠
379
00:32:33,470 --> 00:32:40,340
셔터를 열어서 냉각하고,
속도를 약간 줄였어요
380
00:32:41,370 --> 00:32:43,700
고도를 유지할 수
없을 거라는 사실은 알았지만,
381
00:32:45,190 --> 00:32:51,910
헬리콥터에 알릴 시간은 있었어요
382
00:32:53,050 --> 00:32:57,340
편대원 중 한 명에게 무선 송신을 위해서
위에 남아있으라고 하고는
383
00:32:58,550 --> 00:33:01,470
다른 둘은 적 지상 병력이
384
00:33:02,570 --> 00:33:11,960
나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계속 봐달라고 했죠
385
00:33:14,060 --> 00:33:18,640
점점 고도가 내려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86
00:33:18,880 --> 00:33:26,880
냉각액과 연료가 조종실
양 옆을 가려서, 위쪽만 볼 수 있었어요
387
00:33:28,530 --> 00:33:32,960
사실은 그때 엄청난
대공 포화를 뚫고 비행했는데,
388
00:33:33,180 --> 00:33:40,880
사실은 제 앞에서 빠르게 비행하고 있던
무스탕을 노린 것 같아요
389
00:33:44,070 --> 00:33:50,520
결국 통제실에서 헬리콥터가
대기 중이라고 알려왔어요
390
00:33:51,510 --> 00:33:57,760
하지만 개성 중립구역을 향하고 있으니까
경로를 바꿔야 한다는 거에요
391
00:33:58,490 --> 00:34:04,020
당시에 개성 중립구역에서
휴전 협상이 진행 중이었거든요
392
00:34:06,660 --> 00:34:09,890
그런데 저는 통제실 말을
듣지 않았어요
393
00:34:10,550 --> 00:34:13,120
그 때 선회하면 고도를
더 잃었을 테니까요
394
00:34:13,520 --> 00:34:17,390
그리고 중립구역에 진입한다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던 겁니다
395
00:34:18,920 --> 00:34:21,940
그런데 거기까지도
갈 수 없는 거에요
396
00:34:23,030 --> 00:34:24,370
고도가 너무 낮았거든요
397
00:34:26,420 --> 00:34:32,040
산악 지역이어서
비상 착륙할 곳도 보이지 않았어요
398
00:34:33,630 --> 00:34:38,500
발치에 있는 불이 약간 잦아들었길래,
399
00:34:39,470 --> 00:34:43,660
탈출한다고 알리고는
조종실을 열고 뛰어내렸죠
400
00:34:47,070 --> 00:34:48,380
그리고 어떻게 됐나요?
401
00:34:50,060 --> 00:34:53,140
항공기에서 탈출할 때,
402
00:34:53,440 --> 00:35:02,310
낙하산에서 진동이 오면
낙하산 줄을 잡고
403
00:35:02,370 --> 00:35:05,760
몸을 끌어 올리면 된다고 배웠어요
404
00:35:07,430 --> 00:35:10,700
배운대로 몸을 끌어올려서
진동을 멈췄는데,
405
00:35:11,350 --> 00:35:19,600
바로 그 때
50 구경 기관총 사격을 받아서
406
00:35:20,210 --> 00:35:23,320
낙하산에 구멍이 뚫린 거에요
407
00:35:23,390 --> 00:35:31,610
그래서 다시 진동을 만들려고 하다가
착지한 겁니다
408
00:35:32,749 --> 00:35:37,789
- 항공기에 타신 상태로요?
- 그 때는 낙하산을 펼친 상태였어요
409
00:35:37,950 --> 00:35:43,130
항공기는 제가 탈출한 다음에
떨어져 나가서 추락했습니다
410
00:35:44,580 --> 00:35:46,650
그 다음에 누가 접근했나요?
411
00:35:48,110 --> 00:35:53,840
착지가 엉망이었어요
아주 가파른 언덕에 착지했는데,
412
00:35:55,290 --> 00:35:59,560
낙하산으로 착지할 때는
충격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413
00:35:59,630 --> 00:36:04,620
몸을 굴린단 말이에요
414
00:36:05,950 --> 00:36:07,480
그래서 몸을 굴렸는데,
415
00:36:08,200 --> 00:36:11,490
그대로 언덕을
굴러 내려갔습니다
416
00:36:12,960 --> 00:36:21,730
몸을 멈춰야겠다 싶어서
다리를 벌렸는데, 운 나쁘게도,
417
00:36:23,110 --> 00:36:28,820
오른쪽 발이
나무 틈 사이에 끼인 거에요
418
00:36:29,450 --> 00:36:31,300
구르던 중에 말이죠
419
00:36:32,270 --> 00:36:37,090
그래서 오른쪽 무릎을 다쳤는데
어쨌든 구르기를 멈추기는 했어요
420
00:36:39,910 --> 00:36:42,490
상황이 아주 안 좋았어요
421
00:36:42,560 --> 00:36:48,360
그 일이 벌어지는 순간에
이동 능력이 제한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죠
422
00:36:51,090 --> 00:36:55,590
낙하산을 편 직후에
423
00:36:56,680 --> 00:36:59,760
무릎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보고 있는데
424
00:37:01,080 --> 00:37:05,650
갑자기 작은 계곡 건너편에
적병들이 나타나서는
425
00:37:06,569 --> 00:37:07,899
저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하는 거에요
426
00:37:10,840 --> 00:37:13,290
상황이 또 나빠진 거죠
427
00:37:13,600 --> 00:37:16,290
제 위치만 유지할 수 있다면
428
00:37:17,000 --> 00:37:23,270
2번 기에 신호를 보내고
적 병력에 기총소사해서
429
00:37:23,290 --> 00:37:28,380
헬기가 올 때까지
접근을 막을 수 있었어요
430
00:37:30,260 --> 00:37:33,700
그런데 위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에요
431
00:37:36,889 --> 00:37:38,949
계획을 다시 바꿔야 했습니다
432
00:37:39,100 --> 00:37:42,690
거기에 그대로 있을 순 없으니까,
433
00:37:43,090 --> 00:37:46,410
어디로 가서 뭘 할지를
결정 내려야 했어요
434
00:37:48,870 --> 00:38:00,480
처음에는 서쪽으로 가서
임진강을 찾고,
435
00:38:01,370 --> 00:38:08,100
밤을 틈타서 강을 따라
헤엄쳐서 도망치면 된다고 생각했어요
436
00:38:08,580 --> 00:38:12,060
임진강 하구에 아군이
점령 중인 섬이 있었거든요
437
00:38:13,120 --> 00:38:19,770
그게 애초 계획이었는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지요
438
00:38:21,440 --> 00:38:28,480
그 적병들이 유엔군 조종사들에 대해서
아주 안 좋은 소리만 들었나 봐요
439
00:38:29,730 --> 00:38:38,480
왜냐하면 제가 덤불 숲에 숨자 마자
깡통과 수류탄을 던지더라고
440
00:38:40,430 --> 00:38:42,530
그래서 계획을 또 바꿔야 했어요
441
00:38:42,580 --> 00:38:50,450
그때까지는 울창한 덤불에 주로 숨었는데
덤불을 피해야 했던 거죠
442
00:38:50,480 --> 00:38:53,750
총에 맞지 않고 시야도 확보하도록
더 성긴 덤불에 숨어야 했던 겁니다
443
00:38:56,350 --> 00:39:00,800
여섯 시간인가 일곱 시간인가
444
00:39:00,800 --> 00:39:05,730
꽤 오랫동안 적 병력을
피해 다녔어요
445
00:39:06,320 --> 00:39:11,770
그런데 빨리 움직일 수가 없었고
통증도 있었죠
446
00:39:14,220 --> 00:39:21,740
마지막에는 작은 도랑에 숨어있었는데
적병이 일렬로 지나가는 거에요
447
00:39:21,770 --> 00:39:24,190
다 지나간 줄 알았는데,
448
00:39:24,300 --> 00:39:29,980
한 어린 병사가 도랑에
떨어진 겁니다, 제 바로 옆에
449
00:39:31,530 --> 00:39:33,900
여기서 설명할 게 있는데,
450
00:39:34,500 --> 00:39:41,100
우리 조종사들은 신호,
물 정화 장비가 있는
451
00:39:41,320 --> 00:39:49,390
비상용 조끼와 어깨에
권총집을 착용하고 있었어요
452
00:39:51,980 --> 00:39:55,620
그때 그 어린 병사가 엄지로
453
00:39:55,660 --> 00:39:59,580
총 안전장치를 풀려고
하는 걸 봤어요
454
00:40:01,330 --> 00:40:03,300
저는 권총을 꺼내려 했는데,
455
00:40:03,330 --> 00:40:05,740
당황해서 권총집을
열지 않고 잡아당긴 거에요
456
00:40:06,100 --> 00:40:13,750
그렇게 저는 권총을 계속 잡아당기고
그 병사는 안전장치를 더듬거리고 있었지
457
00:40:14,020 --> 00:40:16,600
그러다 그 병사가
안전장치를 먼저 풀었어요
458
00:40:17,980 --> 00:40:21,030
그렇게 잡히게 된 거에요
459
00:40:22,370 --> 00:40:24,100
북한 병사였나요?
460
00:40:24,710 --> 00:40:26,610
- 중국군이었어요
- 중국군이요?
461
00:40:27,140 --> 00:40:32,260
당시에는 그걸 몰랐지
그냥 병사로만 봤으니까
462
00:40:34,420 --> 00:40:35,960
당시에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463
00:40:37,160 --> 00:40:40,430
이렇게 생포되다니
운이 참 없다고 생각했죠
464
00:40:44,760 --> 00:40:50,840
- 처음에 구타를 당하셨나요?
- 처음에는 아니에요
465
00:40:52,530 --> 00:40:56,900
여기서 한 가지
언급할 부분이,
466
00:40:57,150 --> 00:41:00,190
제가 탈출하는 동안에
대기했던 2번 기가
467
00:41:00,660 --> 00:41:01,960
저를 놓친 상황이었어요
468
00:41:02,670 --> 00:41:08,440
경험이 많은 조종사였지만
한국에 온 지가 얼마 안 돼서,
469
00:41:08,930 --> 00:41:13,670
그곳 상황에
익숙하지가 않았어요
470
00:41:14,350 --> 00:41:16,250
그래서 저를
시야에서 놓친 거에요
471
00:41:16,950 --> 00:41:20,630
그래서 근접 지원을
할 수 없었어요
472
00:41:22,150 --> 00:41:27,880
어쨌든, 이 때 여러 항공기가
저를 찾아 비행하고 있었어요
473
00:41:30,110 --> 00:41:38,360
그래서 이 병사들이
나뭇가지를 꺾어서
474
00:41:38,960 --> 00:41:42,540
허리 뒤쪽에 꽂아 놓은 거에요
475
00:41:42,640 --> 00:41:45,690
항공기가 가까이 올 때,
476
00:41:45,780 --> 00:41:51,540
허리를 숙여서 앉기만 하면
사실상 보이지가 않거든
477
00:41:51,600 --> 00:41:55,500
- 위장이군요
- 신경이 아주 아주 날카롭더군요
478
00:41:57,920 --> 00:42:03,920
그래서 저한테 계속 빨리
움직이라고 하는 겁니다
479
00:42:05,950 --> 00:42:07,700
제가 빨리 움직일 수가 없으니까
480
00:42:09,920 --> 00:42:15,300
병사들 중 한 명이
제 권총을 가져가서는
481
00:42:15,560 --> 00:42:24,130
빨리 가라고 제 발치에 쐈어요
짜증이 났죠
482
00:42:25,700 --> 00:42:27,340
그리고 저는 넘어졌어요
483
00:42:28,590 --> 00:42:32,740
다시 일어났는데도
계속 빨리 가라고 하는 겁니다
484
00:42:32,940 --> 00:42:39,730
그래서 첫 번째 실수를 저질렀죠
그 병사를 때려눕혔어요
485
00:42:42,170 --> 00:42:45,920
그러니까, 당연하게도
바로 보복이 오더군요
486
00:42:45,940 --> 00:42:51,160
- 분명 그랬을 테죠
- 저를 개머리판으로 내려 쳤어요
487
00:42:53,600 --> 00:43:02,790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어두운 헛간 같은 데 있더군요
488
00:43:05,360 --> 00:43:10,210
그게 잡히고 나서부터
초반부 얘기죠
489
00:43:12,050 --> 00:43:19,600
그렇다면 9월 27일 이후로는
어디로 끌려가신 거죠?
490
00:43:19,660 --> 00:43:20,890
어디로 가셨나요?
491
00:43:21,830 --> 00:43:28,020
28일 이른 아침이었는데,
심하게 맞은 상태였어요
492
00:43:32,560 --> 00:43:37,850
부상을 입었어요
493
00:43:37,920 --> 00:43:45,410
뇌진탕이 와서 머리도
심하게 아프고 구토증세가 있었어요
494
00:43:46,710 --> 00:43:53,780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는데,
병력 규모로 봐서는
495
00:43:54,500 --> 00:43:58,100
여단 본부에
아주 가까이 있겠구나 싶었죠
496
00:43:58,100 --> 00:44:01,870
아니면 그렇게
병력이 많을 리가 없어요
497
00:44:02,410 --> 00:44:06,480
- 중국군 인가요?
- 네, 중국군이요
498
00:44:06,700 --> 00:44:11,560
개성 북 북동쪽
어디였을 거에요
499
00:44:14,410 --> 00:44:19,050
거기서 전쟁포로로서의
여정이 시작됐습니다
500
00:44:21,060 --> 00:44:23,000
심문부터 했나요?
501
00:44:24,530 --> 00:44:27,980
처음에는 그리 심하지 않았어요
502
00:44:28,030 --> 00:44:35,330
제 이름과 군번을 물었죠
군번은 없었지만
503
00:44:37,173 --> 00:44:40,390
그들도 심각하게
심문을 하지는 않았어요
504
00:44:40,440 --> 00:44:45,800
저를 그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우선 보내려는 생각인 것 같았어요
505
00:44:47,900 --> 00:44:49,950
거기에서 어디로
이동하신 거죠?
506
00:44:50,000 --> 00:44:55,260
거기에서, 처음에는
말을 타고 이동했어요
507
00:44:55,650 --> 00:45:00,220
- 말이요?
- 제가 걷기가 힘드니까 말을 탔죠
508
00:45:02,400 --> 00:45:06,390
그래서 심문을 하는데,
우선 이름, 계급, 군번을 물어보더군요
509
00:45:07,070 --> 00:45:11,990
제가 군번이 없으니까
심문이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않았어요
510
00:45:14,370 --> 00:45:18,930
- 군번이 없으셨다니 무슨 말씀이세요?
- 저는 군번이 없었어요
511
00:45:18,960 --> 00:45:20,620
무슨 번호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512
00:45:20,790 --> 00:45:24,640
군인이라면 다 가지는
일련번호 말입니다
513
00:45:24,710 --> 00:45:26,880
조종사는 군번이
없었다는 말씀이세요?
514
00:45:26,920 --> 00:45:29,780
- 저는 없었어요
- 없으셨다고요?
515
00:45:30,106 --> 00:45:34,480
- 그건 이상하네요, 왜 없으셨나요?
- 심문하던 친구들도 안 믿더군요
516
00:45:36,360 --> 00:45:40,380
중국군 병사들이
꽤 당황했겠네요
517
00:45:40,476 --> 00:45:45,606
- 당황은 아니고, 짜증을 냈어요
- 왜 그렇게 했을까요?
518
00:45:46,390 --> 00:45:56,750
제 신원, 소속 대대, 조종기종,
병력 규모를 물어보는데
519
00:45:56,790 --> 00:45:58,187
제가 대답을 안 하니까
이렇게 물어보는 거에요
520
00:45:58,212 --> 00:46:00,372
"좋아,
당신 아버지 이름이 뭐냐?"
521
00:46:02,010 --> 00:46:04,640
그래서 말했죠
"그 질문에는 대답할 의무가 없다"
522
00:46:05,720 --> 00:46:08,310
제네바 협정에 따르면
대답을 안 해도 되니까요
523
00:46:08,930 --> 00:46:12,610
그랬더니 제네바 협정은
서방세계의 음모라는 둥
524
00:46:13,160 --> 00:46:17,720
장광설을 늘어놓더니,
525
00:46:18,480 --> 00:46:23,260
자기들한테 더 좋은 게 있다는 거에요
레닌이 세운 정책이 있는데,
526
00:46:23,890 --> 00:46:29,330
기본 내용은 우리가 당신을
죽이지는 않겠지만,
527
00:46:30,420 --> 00:46:40,380
당신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중화인민공화국 인민들에 대해서
528
00:46:41,020 --> 00:46:49,590
전쟁을 벌인 것은
알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529
00:46:50,870 --> 00:46:53,860
그렇기 때문에 전쟁범죄자이고,
530
00:46:54,340 --> 00:47:01,380
전쟁범죄자는
처형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531
00:47:02,030 --> 00:47:13,100
하지만 협력하고 제대로 대답하면
죽이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532
00:47:15,700 --> 00:47:17,770
그런데 그게 문제였죠
533
00:47:19,940 --> 00:47:22,730
제가 어떤 질문에도
답변을 거부했거든요
534
00:47:24,030 --> 00:47:27,930
그러면 곧 죽겠구나 생각하신 건가요?
처형을 당하실 거라고?
535
00:47:27,960 --> 00:47:30,910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536
00:47:30,980 --> 00:47:35,410
심문자가 화를 내고는
초병들을 부르더니
537
00:47:35,440 --> 00:47:39,410
나를 끌고 가서 나무에
등을 대고 서게 하는 거에요
538
00:47:40,160 --> 00:47:42,460
진심인 것 같더라고요
539
00:47:44,430 --> 00:47:46,090
초병들을 세우더니,
540
00:47:47,490 --> 00:47:52,930
나보고 눈가리개를 원하냐는 거야
싫다고 했더니
541
00:47:54,200 --> 00:47:59,820
권총을 내 머리에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더라고
542
00:48:01,170 --> 00:48:02,550
그랬더니 찰칵 소리가 났어요
543
00:48:04,790 --> 00:48:06,790
기를 꺾으려고 한 거죠
544
00:48:08,680 --> 00:48:11,890
일부러 총알을 장전하지
않은 거군요?
545
00:48:11,960 --> 00:48:13,940
네, 분명합니다
546
00:48:14,620 --> 00:48:20,480
그리고 나를 다시 데려와서
"생각할 시간을 주지"라고 하더군요
547
00:48:22,750 --> 00:48:24,880
그리고 땅에 구멍을 파고
548
00:48:27,090 --> 00:48:36,140
나무 판자 뚜껑을 덮은 데
밀어 넣고는 가 버리는 거에요
549
00:48:38,930 --> 00:48:41,610
처형되어 죽을 각오가
되어 있으셨나요?
550
00:48:42,450 --> 00:48:44,510
죽기는 싫었어요
551
00:48:44,510 --> 00:48:48,030
- 하지만 대답을 거부하셨잖아요
- 대답하기 싫었거든요
552
00:48:48,520 --> 00:48:53,710
대답을 거부하면 중국군이 선생님을
처형할 것이 확실하지 않았나요?
553
00:48:54,070 --> 00:48:58,450
대답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554
00:48:58,530 --> 00:49:04,730
제 원칙은, 제네바 협정을
따르는 것이고
555
00:49:05,600 --> 00:49:11,380
적군이 협정을 따르지 않는다면
그건 그쪽 사정이라는 거였죠
556
00:49:12,230 --> 00:49:15,370
제 원칙에 따르면,
버텨야 하는 거였어요
557
00:49:18,860 --> 00:49:25,930
하지만 결국 음식도 물도 없이
오래 그 구멍에...
558
00:49:26,100 --> 00:49:31,920
- 며칠이나 계셨죠?
- 그 더운 데 있다 보니까
559
00:49:33,040 --> 00:49:38,220
한 이틀쯤 되니까
뭐라도 말을 해야겠더군요
560
00:49:40,380 --> 00:49:45,670
심문관이 다시 와서,
잘 생각해봤는지 묻길래,
561
00:49:46,520 --> 00:49:48,140
그렇다고 했어요
562
00:49:49,490 --> 00:49:51,630
아버지 성함을 말해 주겠다고요
563
00:49:55,170 --> 00:49: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