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00:00:05,600 --> 00:00:11,333
인터뷰를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2
00:00:11,333 --> 00:00:14,033
메흐멧 아지즈 에르크멘 입니다
3
00:00:14,033 --> 00:00:18,300
아지즈 선생님, 만나 뵙게 되어 기쁩니다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세요?
4
00:00:18,833 --> 00:00:31,367
진짜 태어난 날은
1928년 12월 8일이예요
5
00:00:31,367 --> 00:00:36,067
하지만 서류 상으로는
1929년으로 나올 겁니다
6
00:00:36,067 --> 00:00:40,931
1928년도에 태어나셨지만
1929년으로 등록되어 있으시군요
7
00:00:40,956 --> 00:00:41,922
네
8
00:00:42,433 --> 00:00:45,233
학업은 어디까지 하셨어요?
고등학교까지 다니셨는지, 중학교까지 다니셨는지
9
00:00:45,233 --> 00:00:47,167
중학교까지 공부했습니다
10
00:00:47,167 --> 00:00:52,900
중학교 졸업이시군요
형제는 몇 분이세요?
11
00:00:54,367 --> 00:00:59,533
첫 번째 어머니로부터 두 형제가 있고
12
00:00:59,533 --> 00:01:01,833
두 번째 어머니로부터
세 형제가 있어서 총 다섯 명입니다
13
00:01:02,267 --> 00:01:05,700
여자 형제가 몇 분
남자 형제가 몇 분이세요?
14
00:01:05,700 --> 00:01:07,200
남자가 셋, 여자가 둘이에요
15
00:01:08,100 --> 00:01:12,833
어머니와 아버지의 직업은요?
16
00:01:13,333 --> 00:01:22,300
아버지는 장교로 복무하신 후
공무직에 계셨습니다
17
00:01:23,900 --> 00:01:26,333
군인이셨군요
18
00:01:27,400 --> 00:01:32,000
차낙칼레 전투를 비롯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셨어요
19
00:01:35,200 --> 00:01:43,533
그 다음에 이란에서 전투를 치르셨고
이란 다음에 아라비아로 가셨습니다
20
00:01:43,533 --> 00:01:48,100
굉장히 많은 전쟁에 참전하신 군인이셨군요
21
00:01:48,100 --> 00:01:52,500
아라비아에서 영국군에게
사단이 점령당했습니다
22
00:01:52,500 --> 00:01:55,600
버마로 망명 차
숨어 들어갔다고 하셨습니다
23
00:01:55,633 --> 00:01:57,567
정말 많은 일을 겪으셨겠네요
24
00:01:57,567 --> 00:02:01,400
그 다음에 독립 전쟁에 참전하셨습니다
25
00:02:02,933 --> 00:02:11,733
이 훈장은 독립 전쟁 유공자 훈장이예요
아버지께서 저에게 물려주셨습니다
26
00:02:11,733 --> 00:02:16,500
그럼 아지즈 선생님
언제 군에 입대하셨어요?
27
00:02:17,033 --> 00:02:26,500
- 1949년 10월 14일에요
- 1949년에요
28
00:02:26,500 --> 00:02:39,467
- 그럼 한국에 자원해서 가셨나요?
- 아니요, 저는 특별히 선발되었습니다
29
00:02:39,467 --> 00:02:41,333
위에 계신 분들이 선생님을
참전 군인으로 선발하셨어요?
30
00:02:41,333 --> 00:02:42,267
네
31
00:02:42,833 --> 00:02:47,133
- 계급은 있으셨어요?
- 상사였습니다
32
00:02:49,833 --> 00:03:01,300
- 병과는 무엇이셨어요?
- 수송이었습니다
33
00:03:01,300 --> 00:03:11,600
- 수송이요, 그 외에 또 있으셨나요?
- 수송 병과 내 기술자였습니다
34
00:03:12,167 --> 00:03:21,333
- 차량 정비도 하셨군요
- 네, 선발된 기술자로 계급은 상사였습니다
35
00:03:21,833 --> 00:03:24,033
- 특별히 선발되셨군요
- 그렇습니다
36
00:03:24,800 --> 00:03:32,100
그럼 선생님, 한국에서 어떤 연대, 어떤 대대
어떤 중대 또는 소대에 계셨는지 기억하세요?
37
00:03:35,033 --> 00:03:46,567
- 차량중대 정비소대에 있었습니다
- 정비소대에 계셨군요
38
00:03:48,233 --> 00:03:53,967
한국에는 제일 처음 파병된
군인 중 한 분이셨고요
39
00:03:53,967 --> 00:03:57,267
제가 잘 이해했다면 첫 파병대
소속이셨을 것 같은데
40
00:03:57,267 --> 00:04:01,967
몇 년도에 한국에 가셨는지요?
41
00:04:03,933 --> 00:04:10,933
1950년 9월 26일에
이스켄데룬시에서 배가 출발했습니다
42
00:04:10,933 --> 00:04:13,767
10월 17일에 부산항에 도착했어요
43
00:04:13,767 --> 00:04:17,833
1950년에요
그럼 첫 파병대 소속 맞으시지요?
44
00:04:17,833 --> 00:04:22,500
네, 맞아요
첫 파병대 중에서도 첫 배를 탔습니다
45
00:04:25,400 --> 00:04:30,133
같은 첫 파병대 중에서
다른 배를 탄 분들도 계세요?
46
00:04:30,133 --> 00:04:32,567
배가 두 척이 더 왔어요
47
00:04:32,567 --> 00:04:36,700
장교께서도 저희 배가 도착한
다음 날에 부산에 도착하셨습니다
48
00:04:36,700 --> 00:04:38,833
10월 18일이었지요
49
00:04:39,933 --> 00:04:44,933
그럼 선생님, 한국에 도착하셨을 때에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50
00:04:44,933 --> 00:04:48,533
한국 사람들은 어떻게 보였나요?
51
00:04:49,067 --> 00:04:56,333
저희는 부산항에서 하루를 기다렸습니다
52
00:04:56,333 --> 00:05:01,600
그 동안 저는 배 갑판에서
항구에 정박한 배의 숫자를 셌습니다
53
00:05:01,600 --> 00:05:13,167
미군 배가 36척이 있더라고요
54
00:05:14,733 --> 00:05:22,733
부산항에서 대구시로 이동했습니다
대구시에서 약 10일 간 머물렀습니다
55
00:05:24,433 --> 00:05:31,700
한국에 도착한 지 20일째 되는 날
저희는 전선으로 향했습니다
56
00:05:31,700 --> 00:05:35,433
군우리 전투가 벌어진 곳이었지요
57
00:05:35,433 --> 00:05:40,067
군우리 전투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한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58
00:05:40,067 --> 00:05:44,633
처음 부산에 가셨다가
대구로 이동하셨다고 말씀 주셨는데요
59
00:05:44,633 --> 00:05:51,867
그럼 가셨던, 혹은 머물렀던 곳의
건물이 어땠는지 말해주실 수 있으세요?
60
00:05:51,867 --> 00:05:54,900
한국인들에 대해서도요
61
00:05:54,900 --> 00:06:00,367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모든 곳은 폐허였습니다
62
00:06:01,133 --> 00:06:03,933
아스팔트가 깔린 길도 전혀 없었어요
63
00:06:04,367 --> 00:06:13,333
몇몇 시골 마을의 입구에는
흙과 잿더미가 쌓여 있었습니다
64
00:06:13,833 --> 00:06:21,100
이 곳은 시골 마을이고 이곳은
도시라고 입구에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65
00:06:21,100 --> 00:06:26,733
- 그럼 대부분의 곳이 유령 도시였겠네요
- 일종의 유령 마을이었지요
66
00:06:27,133 --> 00:06:31,700
서울에 갔을 때 이미 폐허였습니다
67
00:06:35,800 --> 00:06:39,700
어느 정도로 폐허였나요?
어떻게 보였어요?
68
00:06:39,700 --> 00:06:45,900
그 책에 몇몇 사진이 있지요
서울에서 찍힌 사진들도 있습니다
69
00:06:45,900 --> 00:06:52,000
건물의 유리창, 구조, 문 등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70
00:06:52,300 --> 00:06:55,300
- 모든 곳이 다 무너져 있었군요
- 도시 내의 건물들마저 그랬어요
71
00:06:55,300 --> 00:06:58,400
그렇다면 한국 사람들과는
전혀 만난 적이 없으세요?
72
00:06:58,400 --> 00:07:00,467
- 어떤 한국 사람들이요?
- 남한 사람들이요
73
00:07:00,467 --> 00:07:06,867
북한 지역에 갔을 때에는
많은 일반인들과 마주쳤어요
74
00:07:06,867 --> 00:07:15,500
만주 근처 국경선까지 갔으니까요
북한의 수도인 평양시에도 세 번 갔어요
75
00:07:15,500 --> 00:07:18,233
- 세 번이요?
- 네, 세 번이요
76
00:07:18,233 --> 00:07:21,233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담당자로 갔습니다
77
00:07:22,800 --> 00:07:28,367
그럼 북한 사람들과
남한 사람들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78
00:07:28,367 --> 00:07:35,100
북한 여자들과 아이들의 볼은
새빨간 사과 같았습니다
79
00:07:35,633 --> 00:07:38,200
음식 섭취에 어려움이 없었군요
80
00:07:38,200 --> 00:07:44,000
하지만 남한은 정말 큰 비극 속에 있었어요
남한 사람들은 지독한 가난을 겪고 있었죠
81
00:07:44,667 --> 00:07:51,900
북한 사람들은 전쟁 속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좋아 보였지만
82
00:07:51,900 --> 00:07:54,867
남한 사람들은 재난 상황이었습니다
83
00:07:55,600 --> 00:08:01,367
일반인들의 그 상황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84
00:08:01,367 --> 00:08:05,200
제 생각에는, 제일 처음
한국인들과 마주치셨을 때
85
00:08:05,200 --> 00:08:07,500
그들의 모습을 설명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86
00:08:07,500 --> 00:08:10,533
왜냐하면 전투에서의 기억은
굉장히 긴 이야기이거든요
87
00:08:10,533 --> 00:08:13,700
먼저 한국인들에 대한 기억을
꺼내 주시면 저희에게는 더 좋습니다
88
00:08:13,700 --> 00:08:16,267
일반인들은 지독한 가난을 겪고 있었어요
89
00:08:16,267 --> 00:08:20,333
아이들은 헐벗은 채
아무 것도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
90
00:08:25,900 --> 00:08:31,367
그 다음 상황에서 이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91
00:08:31,367 --> 00:08:39,733
군우리 전투에서 퇴각할 때 저희와 함께
일반인들도 중국군을 피해 달아났습니다
92
00:08:40,167 --> 00:08:46,500
여성들의 등에는 아이들이 업혀 있었어요
머리 위에는 쌀주머니가 있었고요
93
00:08:46,867 --> 00:08:53,800
열 살~열 두 살 어린이들도
형제들을 업고, 쌀주머니를 메고 있었어요
94
00:08:53,800 --> 00:08:56,533
환자들은 길에 버려졌습니다
95
00:08:56,533 --> 00:09:03,767
수만명의 사람들이 중국군의 앞에서 도망쳤어요
수만 명의 사람들이요
96
00:09:04,800 --> 00:09:12,833
몇몇은 두 개의 나뭇가지를 서로 엮어서
지게처럼 만들고는
97
00:09:12,833 --> 00:09:17,667
그 위에 몇몇 짐을 싣고 끌면서 가더군요
정말 비참했어요
98
00:09:17,667 --> 00:09:22,433
아이들은 가족을 놓쳤는지
울면서 이곳 저곳으로 뛰어다녔어요
99
00:09:23,467 --> 00:09:26,367
이런 재난 상황을 설명한다?
불가능한 일입니다
100
00:09:26,367 --> 00:09:32,033
저희가 도울 수 있는 건 도왔어요
전투 식량까지 줬습니다
101
00:09:32,033 --> 00:09:36,133
셔츠도 몇 개 더 있으면
그들에게 나눠주었고요
102
00:09:36,233 --> 00:09:39,833
북한 사람은 남한 사람에 비해
어때 보였나요?
103
00:09:39,833 --> 00:09:44,200
북한 사람들과 만날 기회가 많지는 않았어요
오래 머물지 않았거든요
104
00:09:44,200 --> 00:09:54,800
미군의 지시에 의해 만주 전선까지 갔다가
중국군의 습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105
00:09:56,067 --> 00:10:01,667
중국인 중 특히 민간인들과
만나기는 했지만 잘 알지는 못합니다
106
00:10:03,033 --> 00:10:11,267
그럼 다른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한국에서 어떤 전투에 참전하셨는지요?
107
00:10:12,400 --> 00:10:22,133
군우리 전투 전에 3대대와 함께
북동쪽으로 이동했습니다
108
00:10:23,933 --> 00:10:25,233
북동쪽으로요
109
00:10:25,233 --> 00:10:31,933
그 곳에서 게릴라 부대가
있다고 하여 간 것이었는데요
110
00:10:32,867 --> 00:10:39,033
3~4일 후에 저희를 다시 부르더군요
다시 부르더라고요
111
00:10:40,033 --> 00:10:47,367
여단에 합류한 후 군우리 전투로 향했습니다
112
00:10:48,600 --> 00:10:52,067
- 군우리 전투지로요?
- 네
113
00:10:54,433 --> 00:11:01,967
미군이 이 곳에서 만주 국경에
중국군이 모이고 있음을 알게 된 모양입니다
114
00:11:02,467 --> 00:11:08,233
자국 부대를 철수시키기 위해 중국군과
전투를 치룰 부대로 저희를 부른 겁니다
115
00:11:09,200 --> 00:11:13,267
그래서 저희는 산을 올랐어요
자동차 한 대 정도 지나갈 정도의 길이었죠
116
00:11:13,267 --> 00:11:16,867
두 대가 동시에 지나가지 못 할
다시 돌아가지도 못 할 길이었습니다
117
00:11:18,833 --> 00:11:23,700
군우리 전투에 가셨고요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있었나요?
118
00:11:24,267 --> 00:11:28,700
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 곳에서 철수 명령을 받았지요
119
00:11:28,700 --> 00:11:35,800
정말 힘든 철수였습니다
말씀드린 바와 같이 길이 너무 좁았거든요
120
00:11:36,167 --> 00:11:40,333
산에서 내려온 후에
중국군의 공세가 시작되었습니다
121
00:11:40,700 --> 00:11:48,067
다섯 번의 퇴각 명령이 내려왔지만
다섯 번 모두 퇴각한 후 중국군들이
122
00:11:48,767 --> 00:11:52,200
우리가 있던 고지로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123
00:11:53,000 --> 00:11:57,833
저희는 원 안에 갇혔어요
124
00:11:57,833 --> 00:12:00,700
- 포위되셨군요
- 네, 포위됐습니다
125
00:12:01,167 --> 00:12:11,933
저희보다 열 배는 더 강한
중국군과 마주치게 됐어요
126
00:12:11,933 --> 00:12:18,067
당연히 저희도 흩어졌죠
빠르게 철수했습니다
127
00:12:18,067 --> 00:12:23,033
미군, 한국군도 철수했어요
128
00:12:23,033 --> 00:12:31,367
아침 4~5시까지 저희 중대는
포위망 안에 갇혀 있었어요
129
00:12:31,700 --> 00:12:34,600
5시가 지나 탈출한 다음에
중대의 남은 인원을 구출하러 갔어요
130
00:12:35,267 --> 00:12:39,233
3개의 탱크가 길을 지나가고자 했어요
131
00:12:39,233 --> 00:12:42,867
저희는 언덕에 올랐지만
탱크들은 오를 수가 없었지요
132
00:12:42,867 --> 00:12:49,567
건너편의 중국군은 양떼처럼 하얀 옷을 입고
산등성이를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133
00:12:49,567 --> 00:12:53,033
남은 인원 중 콘야시 출신인
무스타파 아브즈(Mustafa AVCI)라는
134
00:12:53,433 --> 00:12:56,500
전우가 있었는데 다리에
총을 맞은 상황이었어요
135
00:12:56,500 --> 00:12:58,300
그를 구출했습니다
136
00:12:59,000 --> 00:13:04,500
부르사시 출신인 알리 외잘튼(Ali ÖZALTIN)도
총을 맞은 모양이더군요
137
00:13:04,500 --> 00:13:06,600
중대장님과 함께 그도 구출해 철수했습니다
138
00:13:06,600 --> 00:13:18,467
미군 제2사단본부의 막사가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139
00:13:18,467 --> 00:13:25,533
그 근처에 모였습니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 쌓인 넓은 저지대였습니다
140
00:13:25,533 --> 00:13:33,933
그 근처에 다른 부대들도 집합했습니다
3일 정도 머물렀던 것 같아요
141
00:13:34,500 --> 00:13:39,033
하나 더 생각났어요
142
00:13:39,267 --> 00:13:42,567
저희 차량이 어디인가에 부딪혔을 대
연료탱크가 아래로 떨어졌습니다
143
00:13:42,567 --> 00:13:45,133
니하트 에신(Nihat ESİN)
중위님께서 그러시더군요
144
00:13:45,133 --> 00:13:47,067
"아지즈, 가서 자동차를 끌고 와"
145
00:13:48,467 --> 00:13:49,467
갔습니다
146
00:13:50,133 --> 00:13:52,367
자동차를 끌고 가는 것은
불가능하겠더라고요
147
00:13:52,367 --> 00:13:54,300
연료탱크가 바로 아래에
떨어져 있었거든요
148
00:13:54,667 --> 00:13:58,200
자동차 안에는 빵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149
00:13:58,867 --> 00:14:01,233
양말 더미도 있었어요
150
00:14:01,600 --> 00:14:13,900
그보다 더 아래에는 1평방미터 크기로
판지 위에 인쇄된 지도가 있었어요
151
00:14:13,900 --> 00:14:16,467
위장되어 있었죠
152
00:14:17,200 --> 00:14:19,967
빵은 근처에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곤 했습니다
153
00:14:19,967 --> 00:14:22,167
북한 사람들이었는데
그들도 모여 있었거든요
154
00:14:22,167 --> 00:14:24,833
그들에게 나누어 줄 때에는…
155
00:14:25,600 --> 00:14:28,000
- 북한이요, 남한이요?
- 북한이요
156
00:14:28,000 --> 00:14:31,100
저희는 북한에서 철수하던 중이었어요
157
00:14:31,100 --> 00:14:34,700
먼저 사단본부의 사단장이
계신 곳에 가야 했습니다
158
00:14:34,700 --> 00:14:38,533
그 당시에 북한 사람들도
굶주림을 겪고 있었나요?
159
00:14:38,533 --> 00:14:44,900
당연하죠, 그들에게 차에
있는 빵을 주곤 했습니다
160
00:14:45,767 --> 00:14:54,367
남쪽과 북쪽에는 산맥이 있었어요
서북쪽에도 산맥이 있었죠
161
00:14:54,367 --> 00:14:56,533
그 사이에 계곡이 하나 있었습니다
162
00:14:56,733 --> 00:14:59,600
그 계곡을 70~80여명의 부대가
건너고 있었습니다
163
00:14:59,600 --> 00:15:03,600
보니까 저희 부대였어요
하지만 굉장히 피곤해하고 있었죠
164
00:15:03,600 --> 00:15:08,033
제 소리를 들을 만한 거리가 되자
소리쳤습니다
165
00:15:08,033 --> 00:15:10,300
"여기 빵이 있습니다! 오십시오!"
166
00:15:10,300 --> 00:15:15,067
피곤하고 지친 부대원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167
00:15:15,800 --> 00:15:20,900
기뻐하며 다시 길로 향하더군요
168
00:15:20,900 --> 00:15:29,500
잠시 하나만 추가하고 싶은데요
300~400미터 앞에 측지중대가 있었어요
169
00:15:30,633 --> 00:15:33,867
그들은 서쪽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습니다
170
00:15:34,267 --> 00:15:37,700
저는 고장나 버린 자동차를 도저히
가져올 수가 없을 것 같아서 태워버렸습니다
171
00:15:37,700 --> 00:15:40,233
그리고 사단 사단장이 계신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172
00:15:40,233 --> 00:15:43,133
막사로 갔습니다
그러나 그 자동차는 태운 상황이었죠
173
00:15:43,133 --> 00:15:46,167
- 지도는 가져오셨어요?
- 가능했을 리가요
174
00:15:46,167 --> 00:15:54,767
- 더미 아래에 있었으니까요
- 적들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175
00:15:54,767 --> 00:15:56,933
네, 그래서 차를 태워버린 거예요
176
00:15:56,933 --> 00:15:59,733
니하트 중위님 차였는데
가져갈 수가 없었어요
177
00:15:59,733 --> 00:16:02,667
중위님도 아무 말씀 안 하셨습니다
178
00:16:03,633 --> 00:16:08,100
제2사단본부가 그 곳에
있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179
00:16:08,100 --> 00:16:10,367
제2사단장이 계신 곳에
180
00:16:10,367 --> 00:16:13,200
우리 중대장님인 이흐산 귤칸
(İhsan GÜRKAN) 중대장님도 계셨어요
181
00:16:13,200 --> 00:16:16,167
중장으로 은퇴를 하셨는데요
182
00:16:16,167 --> 00:16:19,333
그 분이 저희 장군님의
통역사 역할을 하셨습니다
183
00:16:19,333 --> 00:16:22,900
장군님도 제2사단 사단장의 막사에 계셨습니다
중대장께서 나오셔서 저를 보셨습니다
184
00:16:23,333 --> 00:16:29,533
"아지즈"라고 하시며
손짓으로 부르셨습니다, 갔죠
185
00:16:29,533 --> 00:16:33,433
"측지중대의 위치를 알고 있나?" 라고
물으시길래 안다고 답했습니다
186
00:16:34,633 --> 00:16:39,300
"장군님의 명령을 그들에게 전달하게
내일 아침 우리는 포위를 뚫기 위해
187
00:16:39,767 --> 00:16:44,667
공격을 개시할 예정이니 이쪽으로 오라고 해"
라고 말씀하시더군요
188
00:16:46,300 --> 00:16:54,133
그들은 2킬로미터 거리에 있었습니다
막사 앞에 하천이 하나 흐르고 있었습니다
189
00:16:54,133 --> 00:16:59,233
- 얼음이 얼어 있었죠
- 그 정도로 추운 날씨였군요
190
00:16:59,233 --> 00:17:00,700
정말 혹독한 추위였어요
191
00:17:03,733 --> 00:17:06,033
그 강을 건너 갔습니다
192
00:17:07,167 --> 00:17:11,700
그 곳에는 다이아몬드 그림이 있는
커다란 군용 트럭과 고물상이 있었습니다
193
00:17:11,700 --> 00:17:17,267
고장난 자동차 같은 것을
취급하는 고물상이었어요
194
00:17:17,267 --> 00:17:23,567
3~4명의 기술자가 와서
손을 보니 다시 굴러가더군요
195
00:17:23,567 --> 00:17:26,467
중대장이신 제밧(Cevat) 대위님이
가장 앞에 계셨습니다
196
00:17:26,967 --> 00:17:31,267
중대장님께 장군님의 명령을 설명할 때
푸앗(Fuat)대위님도 오셨습니다
197
00:17:32,000 --> 00:17:36,333
저는 장군님의 명령을 대위님들께 전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198
00:17:36,833 --> 00:17:41,133
"상사가 이 곳에 왔을 때 우리는 없었습니다
그러니 저희를 못 본 겁니다, 아셨습니까
199
00:17:41,133 --> 00:17:45,833
이 길 말입니다
서쪽으로 가는 길목이 뚫려 있습니다
200
00:17:45,833 --> 00:17:49,433
저 트럭이 정비 되자마자
우리는 그 길로 갈 겁니다"
201
00:17:49,900 --> 00:17:52,567
저는 "하지만 대위님, 장군님의 명령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202
00:17:52,567 --> 00:17:56,133
대위님들께서는
다시 한 번 말씀하셨습니다
203
00:17:56,133 --> 00:17:58,967
"상사는 우리를 보지 못한 겁니다
우리는 이 곳에 없었습니다"
204
00:17:58,967 --> 00:18:02,033
그래서 돌아섰습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205
00:18:02,033 --> 00:18:03,567
갈 때 생각했습니다
206
00:18:03,567 --> 00:18:09,433
'대위님들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대위님들과 나만 알겠지
207
00:18:09,433 --> 00:18:13,967
본인들이 장군님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거야
208
00:18:13,967 --> 00:18:17,000
제밧 대위님이 말한 걸 그대로 말해야겠다'
그래서 막사로 갔습니다
209
00:18:17,000 --> 00:18:19,200
대위님 중 한 분인 하타이시 출신의
210
00:18:19,200 --> 00:18:23,367
이스멧 치으제(İsmet ÇIĞCE)
사단장님이 계셨습니다
211
00:18:23,367 --> 00:18:25,867
이러 저러 해서 찾아왔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212
00:18:25,867 --> 00:18:31,233
"대위님, 모두 그 자리에 안 계셨습니다
213
00:18:32,533 --> 00:18:42,300
별 탈 없이 포위망에서
빠져나간 것 같습니다"
214
00:18:42,300 --> 00:18:51,733
저희 역시 다음 날, 공격을 개시했습니다
많은 전우들이 그 곳에서 전사했습니다
215
00:18:51,733 --> 00:18:54,333
제 옆에서도 다섯, 여섯 명의 전우들이
총을 맞았습니다
216
00:18:54,333 --> 00:19:00,000
기관총이 아다나시 출신의 상사였던
살리흐 귤레르(Salih GÜLER)의 얼굴을
217
00:19:00,000 --> 00:19:02,533
부수어 버렸습니다
218
00:19:02,533 --> 00:19:04,200
무스타파 아브즈(Mustafa AVCI)도
있었습니다
219
00:19:04,900 --> 00:19:10,500
오른쪽에서 날아온 총알이
그의 위를 뚫었습니다, 그대로 쓰러졌어요
220
00:19:10,500 --> 00:19:11,867
이스멧 시치오울루(İsmet SİÇİOĞLU)는
221
00:19:11,867 --> 00:19:17,533
포위된 그 날 아침
다리에, 팔에 총을 맞았습니다
222
00:19:17,533 --> 00:19:19,767
길가에 누워 있었어요
223
00:19:20,433 --> 00:19:24,767
정말 많은 사람들이
그 곳에서 총을 맞았습니다
224
00:19:26,167 --> 00:19:30,300
정말 힘들게 포위를 뚫고 나왔지요
225
00:19:30,300 --> 00:19:39,433
그럼 선생님, 군우리 전투에 대해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어요
226
00:19:39,433 --> 00:19:47,667
터키군이 미군의 명령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이라고요
227
00:19:47,667 --> 00:19:49,200
맞는 이야기인가요?
228
00:19:49,200 --> 00:19:55,433
아닙니다
미군은 저희와 전혀 접촉이 없었어요
229
00:19:55,433 --> 00:19:58,267
그들은 저희를 바로
중국군과 대치시켰습니다
230
00:19:59,367 --> 00:20:02,500
자국군을 철수시키기 위해
중국군 앞에 저희를 둔 것이에요
231
00:20:02,500 --> 00:20:06,000
왜냐하면 그들은 중국군이 병력을
232
00:20:06,000 --> 00:20:07,533
집결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기 때문입니다
233
00:20:08,167 --> 00:20:09,633
이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234
00:20:10,700 --> 00:20:14,133
저희의 연락, 통신 장비 등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235
00:20:14,133 --> 00:20:18,100
험준한 산악 지형에 있었기 때문에
무전 연락 시설을 충분히 꾸리지 못했습니다
236
00:20:18,100 --> 00:20:24,833
하지만 미군은 달라요
미군에게는 연락할 방도가 충분히 있었습니다
237
00:20:24,833 --> 00:20:32,533
저희 중대장님도 그 길이 뚫려 있음을 알았는데
설마 미군 사단 사단장이 몰랐을까요?
238
00:20:33,867 --> 00:20:38,767
그럼, 터키군은 그 길이
뚫려 있음을 알았고요
239
00:20:38,767 --> 00:20:41,567
그 중대장님이 아셨어요
240
00:20:41,567 --> 00:20:46,033
그럼 다른 사람들, 예를 들면 장군님에게
왜 그 상황을 말하지 않으셨나요?
241
00:20:46,033 --> 00:20:48,767
장군님은 사단 사단장 옆에 계셨어요
242
00:20:48,767 --> 00:20:52,800
자동차가 고장이 난 바람에
그 곳에 머물고 계셨단 말이지요
243
00:20:52,800 --> 00:20:57,700
측지중대가 있었던 곳은
사단 사단장이 계셨던 곳보다
244
00:20:57,700 --> 00:21:01,400
5~2 킬로미터 정도 앞선 곳이었고요
245
00:21:01,400 --> 00:21:06,833
그들이 그 곳에 있는 것도
차량 때문에 알게 되었습니다
246
00:21:06,833 --> 00:21:12,467
왜 상급자들께 보고하지 않으셨어요?
모든 군인을 구할 수 있으셨을 텐데요
247
00:21:12,967 --> 00:21:16,100
무엇을요?
248
00:21:17,100 --> 00:21:24,267
- 제일 윗 분께서 명령하셨을 때…
-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249
00:21:24,533 --> 00:21:29,400
"그들은 장군님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습니다"라고 보고했더라도
250
00:21:29,400 --> 00:21:32,033
상급자들은 그들을 막을 수 없었을 거예요
불가능했을 겁니다
251
00:21:32,667 --> 00:21:35,033
그들은 바로 이동해 떠났습니다
252
00:21:35,033 --> 00:21:41,533
아무리 사람을 보냈다 한들
잡을 수 없었을 거예요
253
00:21:41,967 --> 00:21:49,000
2킬로미터 거리에
아주 깜깜한 밤이었다니까요
254
00:21:49,467 --> 00:21:55,567
이 이야기를 끝내겠습니다
저희는 포위망을 뚫고 나왔습니다
255
00:21:56,500 --> 00:22:08,867
모든 차량, 연료, 탄약, 총기, 보급품 등
모든 물자를 남겨둔 채였습니다
256
00:22:08,867 --> 00:22:15,367
손에 든 건 총 뿐이었습니다
전사자들도 그 곳에 두고 떠났습니다
257
00:22:15,800 --> 00:22:18,600
예를 들면, 앞서 말씀드렸던
아다나시 출신의 상사였던
258
00:22:18,600 --> 00:22:21,600
살리흐 규네르의 시신도
안장되지 못했습니다
259
00:22:21,600 --> 00:22:23,200
저희가 챙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260
00:22:23,200 --> 00:22:26,900
콘야시 출생인
무스타파 아브즈도 마찬가지입니다
261
00:22:26,900 --> 00:22:29,100
총알 두 발을 맞고 제 옆에서
쓰러져 숨을 거두었습니다
262
00:22:29,500 --> 00:22:31,000
시신을 챙길 수 없었습니다
263
00:22:32,200 --> 00:22:35,067
그럼 선생님, 군우리 전투 다음에
어느 전선으로 가셨어요?
264
00:22:35,067 --> 00:22:41,000
군우리로부터 딱 두 달 후에
금양장리 전투가 시작됐습니다
265
00:22:41,333 --> 00:22:49,867
- 그 전투는 어떠셨습니까?
- 바위가 많은 지역이었어요
266
00:22:49,867 --> 00:22:59,233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정찰소대는 중국군과
계획에 없던 소규모 접전을 치르게 됐습니다
267
00:22:59,233 --> 00:23:00,500
우연히요
268
00:23:00,500 --> 00:23:05,233
그리고 갑자기 모든 고지로
전투가 확산됐습니다
269
00:23:06,133 --> 00:23:11,433
정찰소대의 소규모 접전이
전투로 번진 겁니다
270
00:23:11,767 --> 00:23:18,433
그리고 군우리에서 저희와 싸웠던
중국군 부대가 그 곳에도 와 있었습니다
271
00:23:19,467 --> 00:23:26,700
그들의 옷에서 터키군 전우들의
물건들이 나왔습니다
272
00:23:27,300 --> 00:23:30,367
- 그래서 알 수 있었어요
- 전사자들의 물건이요?
273
00:23:30,367 --> 00:23:32,700
전사자들의 물건, 포로가 된
전우들의 물건이 나왔습니다
274
00:23:33,133 --> 00:23:36,833
저희와 그 중국군 부대가
또 다시 대면하게 된 겁니다
275
00:23:36,833 --> 00:23:44,600
저는 전투 지역에 있긴 했지만
전투에는 개인적으로 참여하지 않았어요
276
00:23:44,600 --> 00:23:47,333
직접 싸우지는 않아도
보기는 하셨겠네요
277
00:23:47,333 --> 00:23:51,467
전투 지역을 보기는 했지만
직접 싸우지는 않았어요
278
00:23:55,200 --> 00:24:00,067
그럼, 기억에 남는 다른 것은
무엇이 있으세요?
279
00:24:00,067 --> 00:24:01,867
기억에 남는…
280
00:24:02,233 --> 00:24:09,433
군우리에서 마주쳤던 적군을
금양장리에서 다시 만나셨다거나
281
00:24:09,433 --> 00:24:14,267
전사한 전우들 또는 포로가 된 전우들의 물건을
그들에게서 보셨다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282
00:24:14,267 --> 00:24:17,433
대개는 포로가 되었던
전우들의 물건이 많이 보였어요
283
00:24:17,433 --> 00:24:21,033
전사한 시체에는 손을 대지 못했고요
284
00:24:22,633 --> 00:24:25,467
그럼 그 때 상당수의
터키군이 포로로 잡히신 것이군요?
285
00:24:25,467 --> 00:24:29,267
네, 많은 숫자였어요
그리고 신기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요
286
00:24:29,267 --> 00:24:35,267
한국인들은 눈썹, 코, 눈이
서로서로 정말 많이 닮았더군요
287
00:24:35,267 --> 00:24:42,300
하지만 중국인들은 한국인에 비해
더 뼈가 굵고 풍채가 있었어요
288
00:24:42,300 --> 00:24:48,633
키는 거의 비슷했지만 체격이 달랐습니다
저는 그렇게 구분했어요
289
00:24:49,667 --> 00:24:54,567
그럼 혹시 생사를 넘나든
순간도 겪으셨어요?
290
00:24:54,567 --> 00:24:57,967
네, 당연히 겪었습니다
저는 기관총의 총알에 맞았어요
291
00:24:59,433 --> 00:25:03,567
- 관련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 혹시 다치셨나 해서요
292
00:25:03,567 --> 00:25:07,433
부상은 입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말씀은 드리고 싶어요
293
00:25:07,433 --> 00:25:13,100
저희는 모든 차량을 그대로 둔 채
철수하고 있었습니다
294
00:25:13,100 --> 00:25:15,633
보병연대 차원에서 도보로 이동했습니다
295
00:25:16,833 --> 00:25:21,333
군용기가 도착했기 때문에
더 이상 총을 쏠 수 없었어요
296
00:25:21,333 --> 00:25:23,400
사방은 중국군으로 둘러 쌓여 있었고요
297
00:25:23,400 --> 00:25:31,367
주변의 산악 지형에서 중국군은
기관총을 쏴 대지, 우리는 걸을 수밖에 없지…
298
00:25:31,367 --> 00:25:35,767
어느 지역이었는지 기억나세요?
299
00:25:35,767 --> 00:25:39,067
아니요
하지만 어떤 해협이 흐르고 있었어요
300
00:25:39,533 --> 00:25:42,567
그 해협을 지난 다음에
포위에 갇힌 거거든요
301
00:25:43,067 --> 00:25:52,800
15미터 정도 되는 어떤 공간이 있었어요
양 옆에서 기관총이 불을 뿜었죠
302
00:25:52,800 --> 00:25:55,667
함께 걷던 전우들이 많이 쓰러졌습니다
303
00:25:56,633 --> 00:25:58,233
군용 트럭 한 대가 서 있었어요
304
00:25:58,233 --> 00:26:02,200
앞바퀴에 기대어 어떻게
빠져나갈지 궁리하고 있는데
305
00:26:02,200 --> 00:26:05,233
두 명의 미군이 뛰어내리더군요
306
00:26:05,233 --> 00:26:08,900
기관총을 쏘면
바닥에서 먼지 바람이 일잖아요
307
00:26:08,900 --> 00:26:10,800
그렇게 해서 지나가더라고요
308
00:26:10,800 --> 00:26:12,800
지나갈 때 생각했죠
'나도 저렇게 가야겠다'
309
00:26:12,800 --> 00:26:16,600
방금 전에 총에 맞았던 전우
'무스타파 아브즈'의 이야기를 해 드렸는데요
310
00:26:16,600 --> 00:26:19,667
그로부터 보병 소총을 얻었습니다
상사였기 때문에 저는 기관단총을 다뤘거든요
311
00:26:19,667 --> 00:26:21,933
그런데 기관단총은 낮에는 의미가 없어요
312
00:26:23,167 --> 00:26:25,733
사정 거리가 가깝거든요
313
00:26:26,167 --> 00:26:30,267
기관단총과 보병 소총
두 개를 손에 쥐었습니다
314
00:26:30,267 --> 00:26:35,100
두 팔 위에는 보병 소총 총알을 올려 두고
315
00:26:35,100 --> 00:26:40,133
기관단총의 탄창 다섯 개와
수류탄 두 개는 몸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316
00:26:40,533 --> 00:26:44,467
뛰어내렸습니다
기관총이 발사되기 시작하더군요
317
00:26:44,467 --> 00:26:48,167
먼지바람이 일었습니다
총에 맞을 것 같았어요
318
00:26:48,167 --> 00:26:50,633
길가에 빈 공간이 있길래
뛰어내렸습니다
319
00:26:50,633 --> 00:26:54,467
머리를 북쪽으로 둔 거예요
남쪽으로 가야 했는데 말이예요
320
00:26:54,933 --> 00:26:59,533
뒤로 가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인 한 명도 총에 맞았더군요
321
00:26:59,533 --> 00:27:01,567
그는 총에 맞아 넘어졌어요
322
00:27:01,900 --> 00:27:05,667
그를 끌고 가려고 노력했는데
저조차 일어나기 어렵더군요
323
00:27:05,667 --> 00:27:08,300
너무 무거워서 끌지 못했어요
324
00:27:08,600 --> 00:27:14,400
그는 "아이구, 아이구" 라고
신음하기 시작했습니다
325
00:27:15,233 --> 00:27:18,533
몇 번 더 부딪히자 마지막 숨을
내쉬고는 숨을 거뒀습니다
326
00:27:20,100 --> 00:27:24,000
그럼 6·25전쟁 후에 한국에 가신 적이…
327
00:27:24,000 --> 00:27:27,400
한 가지만 더 말하고 싶어요
328
00:27:27,700 --> 00:27:32,967
저희 부대에 백상기라는
한국인 통역사가 있었어요
329
00:27:33,833 --> 00:27:36,267
"내가 여기서 살아나가면
330
00:27:36,267 --> 00:27:39,600
'아이구'가 무슨 뜻인지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31
00:27:39,867 --> 00:27:47,233
그리고 북한의 수도였던
평양 공항에서 그를 만났을 때 물었습니다
332
00:27:47,233 --> 00:27:50,533
"상기, '아이구'가 무슨 뜻입니까?"
333
00:27:50,533 --> 00:27:52,067
"'신이시여'라는 뜻입니다"라고
답하더군요
334
00:27:52,567 --> 00:27:59,200
정확히 그 뜻은 아니지만
터키어로는 그렇게 번역할 수 있겠네요
335
00:27:59,200 --> 00:28:00,833
네
336
00:28:01,167 --> 00:28:11,500
그리고 제가 1962년에 한국에 방문했을 때
호텔 로비에 앉아 있었거든요
337
00:28:11,500 --> 00:28:16,800
저녁 9시 반인가, 10시쯤이었어요
338
00:28:18,167 --> 00:28:26,433
주한 터키 대사관에 무관으로 있는
아뎀 귤오울루 대령이 호텔로 찾아왔습니다
339
00:28:26,433 --> 00:28:28,400
그와 호텔 로비에서 만났습니다
340
00:28:28,400 --> 00:28:32,433
저는 상기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여기 있어요"라고 하시더군요
341
00:28:32,433 --> 00:28:36,900
그렇게 그와 다시 만나게 됐죠
62년이 지나서 말입니다
342
00:28:36,900 --> 00:28:41,167
대령께서 "제가 만나게 해드리겠습니다"
라고 하더니 전화를 걸었고
343
00:28:41,167 --> 00:28:44,700
그렇게 밤 열 시에 상기와 다시 만났습니다
344
00:28:44,700 --> 00:28:57,367
- 언제 가셨던 거예요?
- 2012년 6월 22일에요
345
00:28:57,367 --> 00:29:02,933
- 2012년 6월 22일이요
- 네, 그 날 이스탄불에서 출발했습니다
346
00:29:03,200 --> 00:29:08,600
그럼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6·25전쟁의 가장 위험한 전투에 참전하셨던
347
00:29:08,600 --> 00:29:13,567
군인 중 한 분이십니다
한 가지 여쭙고 싶은 내용이 있습니다
348
00:29:13,567 --> 00:29:22,433
전쟁 종료 후 또는 임무 수행을
완료하신 후에 본국으로 귀환하셨는데요
349
00:29:22,667 --> 00:29:27,767
한국에 가셨을 때 또는
한국에 계셨던 기간 동안
350
00:29:27,767 --> 00:29:32,567
한국이 이렇게 발전할 것을
세계를 이끄는 20개의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을
351
00:29:32,567 --> 00:29:40,700
또는 가장 민주공화국 체계를 잘 유지하는
국가 중 하나가 될 것을 예상하신 바 있으세요?
352
00:29:41,267 --> 00:29:45,333
모든 곳이 망가진 나라였어요
353
00:29:45,600 --> 00:29:49,233
하지만 읽고 쓸 줄 모르는
까막눈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354
00:29:49,933 --> 00:29:56,933
그리고 마치 에메랄드처럼
사방이 푸르렀고, 물이 흘렀죠
355
00:29:57,800 --> 00:30:03,933
저희가 남에서 북으로 갈 때
양 옆에는 늘 논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356
00:30:04,333 --> 00:30:10,767
사람들은 저희와 함께 이동하며
모를 심고, 경작을 합니다
357
00:30:11,733 --> 00:30:18,033
다시 여름이 되면 또 저희와 함께 이동하며
벼를 수확해 길에 펼쳐 둡니다
358
00:30:18,033 --> 00:30:22,300
탈곡을 해서 쌀을 얻더군요
큰 불행 속에서도 말입니다
359
00:30:23,833 --> 00:30:28,633
모든 것이 망가진 나라였는데도 말이예요
360
00:30:28,633 --> 00:30:31,633
하지만 2012년도에 갔을 때는
361
00:30:31,633 --> 00:30:37,667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상상을
현실화한 나라 중 하나가 되어 있었죠
362
00:30:37,667 --> 00:30:39,133
가장 훌륭한 나라 중 하나요
363
00:30:39,133 --> 00:30:45,100
서울 시내 안으로 한정하자면
한강 위에는 단 하나의 다리만 있었어요
364
00:30:46,067 --> 00:30:49,367
기찻길이었죠
365
00:30:50,133 --> 00:31:00,833
제가 쓴 책이 그 앞에 있지요
열어보면 적혀 있어요
366
00:31:00,833 --> 00:31:05,667
쓰신 책을, 일기를 선생님께 드리겠습니다
367
00:31:05,667 --> 00:31:09,567
최소한 어떤 책인지를…
368
00:31:13,667 --> 00:31:16,033
저희에게 보여주시겠어요?
369
00:31:18,133 --> 00:31:19,700
책에 사진이 더 크게 나와 있어요
370
00:31:26,033 --> 00:31:32,933
다리 하나만 있었다는 이야기해 주셨는데요
더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371
00:31:33,300 --> 00:31:39,267
기차만 다닐 수 있는 다리가 있었습니다
서울의 한 거리로 연결이 됐죠
372
00:31:39,267 --> 00:31:44,167
그 당시에 말이지요
다른 어떤 사진을 가지고 계세요?
373
00:31:46,133 --> 00:31:49,933
한국의 전형적인 주택입니다
이 사진은 한국의 거리이고요
374
00:31:49,933 --> 00:31:53,133
서울 또는 다른 곳의 거리일 거예요
제가 책을 잡을 테니 보세요
375
00:31:54,167 --> 00:31:57,867
이 사진은 그 시절 한국의
전형적인 주택 중 하나입니다
376
00:32:00,767 --> 00:32:09,433
아, 메모를 다 묶으신 책이군요
언제까지 메모를 하셨어요?
377
00:32:12,400 --> 00:32:23,700
한국에 가기 위해 배를 탔을 때부터
돌아올 때까지 적었습니다
378
00:32:24,367 --> 00:32:28,700
저희가 겪은 일들의 사진도 있어요
여기서 보시면 더 좋겠네요
379
00:32:30,733 --> 00:32:33,700
왜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380
00:32:33,700 --> 00:32:41,367
제 습관이예요
평소에도 일기를 써 왔습니다
381
00:32:42,600 --> 00:32:48,367
중국군을 물리친 전투 장소입니다
382
00:32:56,167 --> 00:33:04,067
그 시절, 완전히 전쟁통에 계셨는데요
일기를 쓰는 데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으셨나요?
383
00:33:04,067 --> 00:33:07,700
그다지 어려울 일이 없었을까요?
384
00:33:07,700 --> 00:33:14,400
어렵지 않았어요
계속 전투를 한 것은 아니니까요
385
00:33:15,300 --> 00:33:18,200
전투가 끝나면 철수했고요
386
00:33:18,200 --> 00:33:26,867
철수 후에 무얼 보았는지
무얼 했는지를 짧게 메모했습니다
387
00:33:26,867 --> 00:33:35,300
노트 하나에 적으셨어요
아니면 조각 조각 적으셨어요?
388
00:33:35,300 --> 00:33:39,467
예전에는 은행에서 주머니에 들어갈
크기의 달력을 주곤 했어요
389
00:33:39,467 --> 00:33:42,633
노트 용도였죠
이 정도로 작았어요
390
00:33:43,433 --> 00:33:46,433
그 달력에 썼습니다
나중에 노트를 하나 더 구했어요
391
00:33:46,433 --> 00:33:51,867
그 노트도 달력 노트 정도의 크기였는데
날짜와 함께 메모하곤 했습니다
392
00:33:51,867 --> 00:34:00,600
선생님의 모든 기억과 경험들을
노트에 짧게라도 메모를 남기셨군요
393
00:34:00,600 --> 00:34:03,433
책으로도 내셨고요
394
00:34:03,433 --> 00:34:08,900
그 모든 순간들 중 가장 인상깊게 남아 있는
단 하나의 순간이 있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395
00:34:11,167 --> 00:34:15,300
무엇을 말씀드리면 좋을까요…
396
00:34:16,567 --> 00:34:19,667
민간인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397
00:34:21,567 --> 00:34:27,633
"아일라(Ayla)"라는 영화가 최근에
개봉했는데, 혹시 아실 지 모르겠네요
398
00:34:28,300 --> 00:34:31,567
터키군 부사관이
한 여자아이를 키우는 내용이에요
399
00:34:31,567 --> 00:34:34,667
저희 중대에서도
네 살배기 남자아이를 키웠었지요
400
00:34:34,667 --> 00:34:40,900
- 정말 귀여운 아이였어요
- 남자아이의 이름이 있었나요?
401
00:34:40,900 --> 00:34:47,100
모르겠어요, 잊어버렸습니다
한 달 정도 키웠어요
402
00:34:49,267 --> 00:34:50,533
어떻게요?
403
00:34:51,933 --> 00:34:56,100
"아직 너무 어리고, 겨울이 되어
날씨 역시 너무 추우니
404
00:34:56,100 --> 00:34:59,367
더 이상 이 곳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어렵다"고
405
00:34:59,367 --> 00:35:04,700
중대장님께서 아이를
수원으로 보내자고 하셨어요
406
00:35:05,500 --> 00:35:09,167
앙카라 학교가 있었거든요
들어 보셨죠
407
00:35:10,233 --> 00:35:15,767
지프를 한 대 빌려서
수원까지 태우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408
00:35:17,833 --> 00:35:22,800
수원에 있는 앙카라 학교에 데리고 갔습니다
409
00:35:28,933 --> 00:35:33,167
사진 속의 아이들 중에 그 아이가 있나요?
410
00:35:33,167 --> 00:35:34,300
보여 드릴게요
411
00:35:42,533 --> 00:35:44,767
- 이 사람이요?
- 아니요, 그건 저예요
412
00:35:45,267 --> 00:35:48,767
- 그럼 모든 학생들의 사진을 찍으신 모양이군요?
- 네
413
00:35:48,767 --> 00:35:50,967
아이들은 어땠나요?
414
00:35:52,300 --> 00:35:57,933
휴리옛 신문의 종군 기자가 왔었어요
415
00:35:59,700 --> 00:36:10,500
세미하(Semiha)씨라고
터키의 첫 여성 종군 기자였습니다
416
00:36:12,300 --> 00:36:15,133
히크멧 페리둔(Hikmet Feridun)씨가
최신 뉴스를 적어보낼 때
417
00:36:15,133 --> 00:36:17,067
세미하씨 역시 사진 촬영을 했습니다
418
00:36:18,167 --> 00:36:23,500
제가 아이를 데리고 수원에 갔을 때
그 분들은 수원에 있었어요
419
00:36:24,667 --> 00:36:29,367
세미하씨가 사진을 찍어 주었죠
420
00:36:29,367 --> 00:36:32,633
그리고 휴리옛 신문에
그 사진을 보낸 모양입니다
421
00:36:33,633 --> 00:36:38,000
이 사진이 신문에 났던 사진이에요
제가 나온 사진도 있네요
422
00:36:38,267 --> 00:36:42,000
그 학교는 의무중대장이었던
423
00:36:42,000 --> 00:36:46,067
세이피 아수흐(Seyfi ASUH)
소령께서 세우신 학교에요
424
00:36:48,033 --> 00:36:55,467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들을
한 건물에 모으셨죠
425
00:36:55,467 --> 00:36:59,833
옷과 음식을 군 차원에서 제공했어요
426
00:37:02,200 --> 00:37:11,933
터키어 말하기, 읽기
그리고 쓰기를 가르쳤습니다
427
00:37:11,933 --> 00:37:14,100
학교 이름도 앙카라 학교였고요
428
00:37:14,100 --> 00:37:21,300
- 한국어도 가르쳤나요?
- 아니요, 터키어만 가르쳤습니다
429
00:37:22,000 --> 00:37:27,333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 중에는
한국 사람도 있었어요
430
00:37:27,333 --> 00:37:30,633
그들은 한국어로 대화했습니다
그것은 다른 이야기고요
431
00:37:30,633 --> 00:37:34,333
학교에서 가르치는 언어는 터키어였고
많은 아이들이 터키어를 배웠습니다
432
00:37:34,367 --> 00:37:35,867
하나 더 말씀드릴 것이 생각났어요
433
00:37:36,200 --> 00:37:44,467
전쟁이 잠잠해졌을 때
수원시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434
00:37:44,733 --> 00:37:49,100
2~3명의 전우들과 함께
한 한국인 가족을 알게 되었는데요
435
00:37:50,300 --> 00:37:56,867
할머니, 할아버지, 아내, 남편 그리고
세 명의 아이로 구성된 가족이었습니다
436
00:37:56,867 --> 00:38:00,700
남편의 팔은 팔꿈치부터
부러져 있었습니다
437
00:38:02,033 --> 00:38:05,267
할머니 역시 가운뎃손가락에
농양이 있었습니다
438
00:38:05,267 --> 00:38:08,167
모두 전쟁 때문이었지요
439
00:38:08,167 --> 00:38:11,700
심지어 가운뎃손가락은 고통 때문에
구부러진 채 샛노랗게 부어 있었습니다
440
00:38:11,700 --> 00:38:15,067
그 정도로 심각했습니다
441
00:38:15,433 --> 00:38:22,167
중대에서 연고와 붕대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442
00:38:22,967 --> 00:38:30,167
터키에서 출발할 때 받았던
항생제도 주었습니다
443
00:38:30,167 --> 00:38:32,700
약으로 손가락의 농양을 터뜨렸습니다
444
00:38:32,700 --> 00:38:36,400
고름이 흐르고 나니
할머니의 손가락은 훨씬 좋아졌습니다
445
00:38:36,767 --> 00:38:42,300
그들은 저희 빨래를 해 주곤 했습니다
저희도 보급된 식량을 주었고요
446
00:38:42,300 --> 00:38:48,867
껌, 담배, 면도기, 우유
과립 설탕이 들어 있는 팩을
447
00:38:48,867 --> 00:38:53,400
일주일에 한 번씩 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 팩을 주곤 했습니다
448
00:38:53,400 --> 00:38:56,433
저희는 그들과 한 가족 같았어요
449
00:38:57,167 --> 00:39:01,333
수원시를 떠날 때에
본인들도 데려가라고 말했는데
450
00:39:03,800 --> 00:39:07,500
불가능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451
00:39:07,933 --> 00:39:13,067
실제로 저희는 다음날 아침에 떠났습니다
가족 모두가 와서 울었지요
452
00:39:15,333 --> 00:39:17,733
- 아, 미안합니다
- 아닙니다, 선생님
453
00:39:17,733 --> 00:39:23,267
그 시간들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알고 있습니다
계속 해주세요
454
00:39:24,400 --> 00:39:29,700
울면서 저희를 배웅했습니다
저도 목이 메었어요
455
00:39:33,033 --> 00:39:39,567
말해주고 싶은 내용이 참 많아요
직무상 한국을 많이 돌아다녔거든요
456
00:39:39,567 --> 00:39:45,600
게다가 중대의 기술자였기 때문에
많은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457
00:39:45,600 --> 00:39:49,533
정말 많은 곳에 갔어요
평양시에도 세 번이나 갔으니까요
458
00:39:50,033 --> 00:39:53,300
서울시에도 혼자 갔습니다
459
00:39:53,300 --> 00:39:55,633
중위께 말할 때도 있고
말 하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요
460
00:39:55,633 --> 00:39:58,333
어쨌든 부품 등을 찾으러
지프를 타고 종종 갔습니다
461
00:39:58,333 --> 00:40:04,367
하루 종일, 멀리 돌아 갔습니다
저만큼 한국을 돌아다닌 사람은 없을 거예요
462
00:40:07,100 --> 00:40:11,900
그럼 2012년도에 한국에 가셨을 때
어떤 느낌을 받으셨어요?
463
00:40:11,900 --> 00:40:14,100
아니면 무엇을 보셨어요?
464
00:40:14,100 --> 00:40:19,500
한강 위 다리에 대해 언급했습니다만
이제 그 다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더군요
465
00:40:19,500 --> 00:40:25,433
하지만 한강 위에 총 32개였던가요
많은 다리가 건설되어 있다고 들었어요
466
00:40:26,133 --> 00:40:32,067
- 다리를 보셨어요?
- 돌아다녔으니 다리를 많이 봤죠
467
00:40:33,800 --> 00:40:37,167
터키인 전사자들의 묘를 보러
부산에도 갔습니다
468
00:40:37,167 --> 00:40:39,700
한국인 전사자들에게도 참배했고요
469
00:40:40,933 --> 00:40:44,567
그런 것들을 보셨을 때 어떤 마음이 드셨어요?
놀라셨나요?
470
00:40:44,567 --> 00:40:46,167
당연하죠, 사람은 이상한 존재니까요
471
00:40:46,167 --> 00:40:51,633
그런데 무엇을 보았을 때를 물어보신 거예요?
민간인 말인가요?
472
00:40:51,633 --> 00:40:52,667
그냥, 일반적으로요
473
00:40:52,667 --> 00:40:56,667
일반적으로 굉장히
현대적인 나라가 되었더군요
474
00:40:57,100 --> 00:40:59,833
폐허의 흔적이 다 사라졌어요
475
00:41:00,300 --> 00:41:03,433
건물이 세워질 수 없는 곳에
아주 조금씩만 남아 있었고
476
00:41:03,433 --> 00:41:05,567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었습니다
477
00:41:05,567 --> 00:41:08,867
저녁 즈음 여성들과 어린이들이
자전거 등을 타고
478
00:41:08,867 --> 00:41:11,500
그 공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479
00:41:11,733 --> 00:41:15,067
하지만 다른 곳엔 모두 건물이었어요
480
00:41:15,067 --> 00:41:19,233
한강의 양쪽에도
블록처럼 생긴 건물로 가득했습니다
481
00:41:20,667 --> 00:41:29,300
제가 보여드렸던 다리 있지요
그 다리가 폭파되었다고 하더군요
482
00:41:29,300 --> 00:41:34,100
폭파될 때에 600여명이 죽었다는데
어찌된 일인지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483
00:41:34,467 --> 00:41:38,367
어느 정도까지 사실인 지는 모릅니다만
지금은 그 다리가 없습니다
484
00:41:39,333 --> 00:41:41,233
그 사진도 제가 찍은 거예요
485
00:41:41,900 --> 00:41:47,333
그럼 제일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선생님께서도 피곤해 보이세요
486
00:41:47,333 --> 00:41:48,733
아, 이 이야기도 하고 싶어요
487
00:41:49,767 --> 00:41:58,233
요즘 한국 젊은이들은
예전 한국인들보다 더 키가 크더군요
488
00:41:58,233 --> 00:42:02,567
- 바로 구분이 가능하셨어요
- 키도 더 커졌고, 더 발전했고요
489
00:42:02,567 --> 00:42:11,033
손님접대에 매우 충실하고 예의 바르고
그리고 정말 성실한 사람들이지요
490
00:42:11,767 --> 00:42:20,533
예를 들면, 현대 기업의
조선소를 돌아볼 기회가 있었어요
491
00:42:20,533 --> 00:42:22,933
밤에도 일하더군요
492
00:42:22,933 --> 00:42:27,167
한국이 전 세계 조선업 시장의
40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 모양이예요
493
00:42:27,167 --> 00:42:31,067
- 네, 맞습니다
- 제 자동차도 현대 차예요
494
00:42:31,667 --> 00:42:35,800
한국은 저희보다 훨씬 뒤처져 있었어요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495
00:42:35,800 --> 00:42:38,833
그런데 저희는 이제서야
새 오토바이 정도 만들 수 있네요
496
00:42:38,833 --> 00:42:47,567
한국은 교육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지요
모두 고등교육을 받고요
497
00:42:47,567 --> 00:42:52,833
최소한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
고등학교 졸업자더군요
498
00:42:52,833 --> 00:43:00,333
하지만 저희는…
저희는 더 많이 일할 필요가 있죠
499
00:43:01,967 --> 00:43:05,167
저희는 학교에서 성가를 듣는 걸요
500
00:43:07,200 --> 00:43:11,767
그럼 선생님
가장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501
00:43:11,767 --> 00:43:14,400
2020년은 6·25전쟁 발발
7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502
00:43:14,400 --> 00:43:20,167
젊은이들에게, 한국의 새로운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십니까?
503
00:43:22,933 --> 00:43:28,433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했던
그대로 노력한다면
504
00:43:28,433 --> 00:43:33,267
교육에 중점을 둔다면
더 밝은 미래를 만나게 될 겁니다
505
00:43:33,267 --> 00:43:35,333
그리고 '일하라'고 말하고 싶네요
506
00:43:35,333 --> 00:43:36,967
저에게 손자가 있는데요
507
00:43:36,967 --> 00:43:40,600
학생들이 한국에
장학금을 받고 가지 않습니까
508
00:43:40,600 --> 00:43:43,367
두 번이나 지원했는데 떨어졌어요
509
00:43:44,500 --> 00:43:49,667
치의학을 공부합니다
나중에 치과의사가 될 거예요
510
00:43:49,667 --> 00:43:52,267
올해 역시 지원했는데 또 떨어졌습니다
511
00:43:55,967 --> 00:43:59,933
2000년까지 제가 살아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512
00:43:59,933 --> 00:44:06,800
- 2020년까지요
- 네, 다음 달 8일이 되면 90살도 끝나거든요
513
00:44:06,800 --> 00:44:13,000
- 그럼 91세가 되시는 거예요?
- 네, 다음 달 8일이 되면요
514
00:44:13,000 --> 00:44:16,100
신께서 선생님께
긴 생을 주시기를 청합니다
515
00:44:16,100 --> 00:44:21,167
- 선생님, 피곤하시지요
- 아닙니다, 저도 조금 속이 시원해요
516
00:44:21,167 --> 00:44:23,833
이렇게 인터뷰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시고
517
00:44:23,833 --> 00:44:27,967
선생님을 만나 뵐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518
00:44:27,967 --> 00:44:30,567
여기서 이만 인터뷰를 마칩니다
519
00:44:30,567 --> 00:44:32,300
감사합니다
520
00:44:32,300 --> 00:44:35,433
제가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 오래 걸립니다
521
00:44:35,433 --> 00:44:37,800
그래서 다른 분들과 인터뷰하시라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