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00:00:05,600 --> 00:00:08,100
저는 로널드 조지 야들리입니다
2
00:00:08,700 --> 00:00:14,560
1931년에 태어났고
1950년부터 1952년까지
3
00:00:14,560 --> 00:00:18,760
영국 군함인 벨파스트 함에서
복무를 했습니다
4
00:00:19,330 --> 00:00:24,100
- 보직은 무선통신사였습니다
- 좋습니다
5
00:00:24,100 --> 00:00:28,760
이 인터뷰는 벨파스트 함을 타고 6·25전쟁에
참전하신 이야기를 듣기 위한 자리인데요
6
00:00:28,760 --> 00:00:35,917
그 전에 선생님의 출신지가 어디인지
입대 전에는 어떻게 사셨는지 듣고 싶습니다
7
00:00:36,060 --> 00:00:40,700
네, 저는 요트 경기로 유명한 이 곳
8
00:00:40,730 --> 00:00:44,800
에식스의 번햄 온 크루치라는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9
00:00:45,330 --> 00:00:53,460
아버지인 조지 야들리
그리고 어머니인 엘시 야들리 사이에서 태어나
10
00:00:53,460 --> 00:01:00,360
여기서 그리 멀지 않은
사우스 우드햄 페러스에서 자랐습니다
11
00:01:00,430 --> 00:01:07,160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에 다녔고요
12
00:01:07,930 --> 00:01:14,930
저는 14살에 학교를 그만두고
동네 식료품 가게에서 첫 일자리를 구했는데
13
00:01:15,160 --> 00:01:22,030
그 당시 학교에서는
매우 기초적인 교육만 받았습니다
14
00:01:22,060 --> 00:01:25,060
사우스 우드햄 페러스에서 살던 시절
15
00:01:25,060 --> 00:01:28,430
제2차 세계 대전을 겪으셨는데
가족은 대가족이었나요?
16
00:01:28,430 --> 00:01:30,300
전쟁 중에는 어떻게 사셨습니까?
17
00:01:30,300 --> 00:01:37,260
전쟁 중에 청소년기를 보냈는데
시골 마을에 살고 있어서
18
00:01:37,260 --> 00:01:41,530
도시보다는 전쟁의 영향을 적게 받았지요
19
00:01:41,530 --> 00:01:47,730
그렇지만 당시를 회상하면
식량 배급을 받는 등 생활에 제약이 있었고
20
00:01:47,730 --> 00:01:57,930
저보다 6살 어린 남동생과
6살 많은 누나가 있었습니다
21
00:01:57,930 --> 00:02:06,230
전쟁 중에 어린 시절을 보내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은 아니지만
22
00:02:06,230 --> 00:02:09,660
어른들만큼 고생하진 않았습니다
23
00:02:10,360 --> 00:02:13,930
학교에 다닐 때 전쟁의 영향을 받았었는데
24
00:02:13,930 --> 00:02:17,660
적군이 비행기로 학교 건물에
기총 사격을 하기도 했지요
25
00:02:17,660 --> 00:02:18,930
- 정말입니까?
- 네, 정말입니다
26
00:02:18,930 --> 00:02:27,730
한 번은 스미스 선생님이
완전히 화염에 휩싸인 학교로 오시는데
27
00:02:27,730 --> 00:02:31,230
스피트파이어 전투기가 추격해 와서
팔에 부상을 입으셨어요
28
00:02:31,530 --> 00:02:39,560
독일 조종사가
도덕적인 사람이었는지 모르겠지만
29
00:02:39,560 --> 00:02:42,560
전투기는 학교 건물 위가 아니라
30
00:02:42,560 --> 00:02:48,930
5km 정도 떨어진 시골집의
큰 연못으로 떨어졌어요
31
00:02:48,930 --> 00:02:55,200
학교 수업을 마치면 우리는 전투기 잔해 같은 것을
구경하려고 모두 연못으로 달려갔어요
32
00:02:55,200 --> 00:03:01,400
그런 일이 계속되었고
마을과 주변 지역에는 지뢰가 떨어져 있었지요
33
00:03:01,400 --> 00:03:07,330
아버지는 금속판공으로 철도 관련 일을 하셨고
34
00:03:07,330 --> 00:03:16,660
어머니는 전업 주부로 세 자녀를 키우며
집안 일을 하셨어요
35
00:03:16,660 --> 00:03:26,560
사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집은 전기는 물론이고 난방도 안 되었어요
36
00:03:26,560 --> 00:03:31,530
하나뿐인 화장실은 집 밖에 있었고요
37
00:03:32,430 --> 00:03:39,030
매주는 아니지만 토요일 밤엔
종종 목욕을 했는데
38
00:03:39,030 --> 00:03:48,960
바깥 헛간에 놓인 얼음처럼 매우 차가운
무쇠 욕조를 집안으로 가져와야 했지요
39
00:03:48,960 --> 00:04:00,400
어머니는 석탄으로 가열하는
이동식 보일러로 물을 데워 욕조에 부었어요
40
00:04:00,560 --> 00:04:09,500
가족 중 한 명이 욕조에 앉아
목욕하고 나면 바로 물이 더러워졌어요
41
00:04:09,500 --> 00:04:18,000
아버지는 맨 나중에 욕조에 들어가셨는데
물이 식어버린 탓에 얼어붙을 지경이었어요
42
00:04:18,360 --> 00:04:24,400
우리 모두가 이런 고생을 했지만
그냥 자라면서 겪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43
00:04:24,400 --> 00:04:28,430
우리는 그런 고생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44
00:04:28,430 --> 00:04:33,660
사우스 우드햄 페러스는 런던 교외에 있으니
피난을 간 적은 없으시겠군요?
45
00:04:33,660 --> 00:04:34,700
네, 없습니다
46
00:04:34,700 --> 00:04:39,600
- 그럼 그곳에 피난민이 오기도 했습니까?
- 아니요, 우리 마을에 피난민은 오지 않았어요
47
00:04:39,600 --> 00:04:43,900
스미스 선생님은 런던 블랙히스에
살았기 때문에 피난을 왔었지만
48
00:04:44,460 --> 00:04:46,700
보통은 피난민이 오지 않았지요
49
00:04:46,700 --> 00:04:55,760
전쟁통이라 그렇기도 했지만 저희 마을은
작아서 제대로 된 시설이 별로 없었어요
50
00:04:55,760 --> 00:05:00,200
마을에 그럴싸한 포장 도로는 하나뿐이었고
51
00:05:00,200 --> 00:05:07,360
다른 길은 모두 비포장 진흙 길이라
통행이 무척 불편했어요
52
00:05:07,360 --> 00:05:13,030
킨다는 학교를 참 좋아했는데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는 별개로
53
00:05:13,030 --> 00:05:20,000
그것 자체도 교육이었죠
54
00:05:20,000 --> 00:05:25,200
우리 마을에 중등학교가 없어
기차를 타고 윅퍼드로 가야했는데
55
00:05:25,200 --> 00:05:30,330
사우스 우드햄 페러스에서
한두 정거장만 가면 되었죠
56
00:05:30,330 --> 00:05:33,800
다시 말하지만 교육 내용은
매우 기초적이었어요
57
00:05:33,800 --> 00:05:38,360
읽기, 쓰기, 셈본을 배웠지요
58
00:05:38,360 --> 00:05:43,230
-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읽어보셨나요?
- 아니요
59
00:05:43,230 --> 00:05:45,560
- 그럼 극동 지역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 아니요
60
00:05:45,560 --> 00:05:48,300
- 들어보신 적도 없으셨고요?
- 없었습니다
61
00:05:48,860 --> 00:05:58,030
저는 벨파스트 함 부임을 앞두고
승선 휴가를 받았던 18세 때
62
00:05:58,300 --> 00:06:00,760
한국이란 나라에 대해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63
00:06:01,060 --> 00:06:11,760
저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몰랐습니다
64
00:06:12,230 --> 00:06:15,030
해군에 입대를 원하는 것은 실제로
해군이 되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죠
65
00:06:15,030 --> 00:06:16,400
해군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아야 하니까요
66
00:06:16,400 --> 00:06:18,000
정말 그렇습니다
67
00:06:18,000 --> 00:06:20,030
처음 받았던 훈련 중에
어떤 것이 기억나십니까?
68
00:06:20,030 --> 00:06:25,300
- 그때가 몇 년도였지요?
- 1949년 5월입니다
69
00:06:25,600 --> 00:06:33,960
우리는 대형 트럭 짐칸에 앉아
채링 크로스에서 워털루로 이동했어요
70
00:06:33,960 --> 00:06:41,300
거기서 윌크셔의 코샴이란 곳으로 가야했는데
71
00:06:41,530 --> 00:06:50,100
코샴에는 영국 해군을 훈련하고
양성하는 기관인 로열 아더 함이 있었습니다
72
00:06:50,760 --> 00:06:57,130
그곳에서 영국 해군에 대해
본격적으로 알게 되었죠
73
00:06:58,860 --> 00:07:06,630
저녁 6시에 도착해 첫 식사로
훈제 청어를 먹었는데 지금도 기억이 납니다
74
00:07:08,330 --> 00:07:13,360
그 후에도 훈제 청어를 계속 먹게 되었지요
75
00:07:13,360 --> 00:07:20,300
그러고 난 뒤 반원형 막사로 된
숙소로 돌아갔고
76
00:07:20,300 --> 00:07:25,860
한 시간쯤 후에 몸집이 큰 부사관이
들어와 이렇게 말했죠
77
00:07:25,860 --> 00:07:30,230
"내가 들어오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차려 자세를 취하고
78
00:07:30,230 --> 00:07:33,830
내가 하는 말을 매우
주의 깊게 듣길 바란다"
79
00:07:34,400 --> 00:07:39,630
"모두에게 결정할 시간을
24시간 주겠다
80
00:07:40,360 --> 00:07:51,260
여기에 남아 영국 해군으로 살지
아니면 엄마에게 돌아갈지 결정하기 바란다"
81
00:07:52,000 --> 00:07:57,730
부사관은 막사에 있는 우리를
주눅 들게 하려고 그런 말을 했습니다
82
00:07:58,460 --> 00:08:03,830
엄마에게 돌아가겠다고 말하려면
상당히 큰 용기가 필요했지요
83
00:08:03,830 --> 00:08:09,800
하지만 한 명이 엄마에게 돌아가겠다고 말했고
저는 그 사내에게 매우 감탄했어요
84
00:08:09,800 --> 00:08:14,500
앞으로 겪게 될 일에 대해
분명 크게 걱정했던 거죠
85
00:08:14,500 --> 00:08:20,460
다음 날 그는 부사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저는 엄마에게 돌아가고 싶습니다"
86
00:08:20,460 --> 00:08:27,430
짐 가방에 소지품 몇 가지를 싸서
성년 남자인지 소년인지 모를 그 사내는 떠났습니다
87
00:08:27,430 --> 00:08:33,560
그때부터 본격적인 해군의 삶이 시작되었죠
88
00:08:33,560 --> 00:08:42,360
우리는 모든 물품을 지급받았고 옷은 물론
모든 물건에 이름을 새겨 넣어야 했습니다
89
00:08:42,360 --> 00:08:49,530
조끼, 바지, 해먹 등 전부 다요
90
00:08:50,230 --> 00:08:56,000
6주 동안 매우 집중적인 훈련을 받았습니다
91
00:08:56,430 --> 00:09:04,660
행군, 규율, 어떤 시간에
무엇을 정확히 해야 하는지에 대한 훈련이었죠
92
00:09:04,660 --> 00:09:14,730
6주가 지나면 큰 열병식이 열렸는데
평가를 통해 가장 점수가 높은 그룹을 선발했어요
93
00:09:14,730 --> 00:09:21,060
그렇게 6주간의 기초 훈련이 마무리되었죠
94
00:09:22,500 --> 00:09:29,460
그런 다음 해군의 어느 병과로
들어가길 원하는지 결정해야 했어요
95
00:09:31,130 --> 00:09:36,760
저는 통신 병과를 선택했는데
96
00:09:37,560 --> 00:09:45,200
해군 기지 3곳 중 어디에 소속되길 원하는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97
00:09:45,200 --> 00:09:50,460
그 당시 채덤, 포츠머스, 데번포트에
해군 기지가 있었는데
98
00:09:50,960 --> 00:09:58,160
누나가 포츠머스에 살고 있어 기회가 되면
포츠머스에 있는 해군 기지로 오라고 했죠
99
00:09:58,160 --> 00:10:05,530
하지만 저는 채덤으로 결정했습니다
솔직히 채덤이 집에서 가장 가까웠어요
100
00:10:05,530 --> 00:10:11,160
채덤으로 결정하지 않았다면
여기 이렇게 앉아 있지 못할 수도 있었어요
101
00:10:11,960 --> 00:10:14,560
상황이 많이 달라졌을 테니까요
102
00:10:14,830 --> 00:10:21,430
군함을 타거나 육상 기지로
전출하지 않는 사람은
103
00:10:21,430 --> 00:10:26,630
펨브로크 함에 남아
다음 근무지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104
00:10:26,630 --> 00:10:39,300
결국, 전출 근무지를 알리는 게시판에
내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105
00:10:40,130 --> 00:10:45,330
벨파스트 함으로 결정된 것을 알았습니다
그전에는 전혀 아는 게 없었습니다
106
00:10:45,330 --> 00:10:46,860
- 들은 것도 없었나요?
- 네
107
00:10:48,960 --> 00:11:01,560
단지 전출 관리 사무실에 신고하면
그곳 직원이 승함 휴가에 대해 알려주는 방식이었죠
108
00:11:04,760 --> 00:11:12,960
그리고 가장 기억해야 할 것은
당시의 해외 근무 기간인데
109
00:11:12,960 --> 00:11:16,830
오늘날보다 기간이 훨씬 더 길었기 때문이죠
110
00:11:17,300 --> 00:11:23,630
우리 시절에는 군함을 타고
해외에서 근무를 하면
111
00:11:23,930 --> 00:11:30,600
적어도 약 2년 동안 본국을 떠나 있어야 했는데
정말 긴 시간이죠
112
00:11:30,600 --> 00:11:35,160
결국 한국이란 나라에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113
00:11:35,900 --> 00:11:45,130
6·25전쟁 발발 당시 벨파스트 함이
극동 기지에 출격해 있었기 때문이었죠
114
00:11:45,730 --> 00:11:54,130
벨파스트 함은 친선 방문 등
많은 일을 수행하고 있었지만
115
00:11:54,130 --> 00:12:01,100
1950년 6월에 6·25전쟁이 발발하자
116
00:12:01,100 --> 00:12:09,000
6·25전쟁 군사 작전에 동원된
세계 최초의 영국 군함 중 한 척이 되었지요
117
00:12:09,360 --> 00:12:16,430
벨파스트 함은 6·25전쟁의
첫 전투에 파견되었지만
118
00:12:16,600 --> 00:12:24,060
2년 동안 멀리 나가 활동했던 터라
승조원 교체를 위해 영국에 돌아와야 했습니다
119
00:12:24,900 --> 00:12:31,260
당시에는 신임 승조원을 출국시키고
구임 승조원을 복귀시키는 데 이용할
120
00:12:31,260 --> 00:12:35,630
항공 수단이 아직 없었거든요
121
00:12:36,030 --> 00:12:41,100
그래서 우리는 그 신임 승조원들 중 일부였고
122
00:12:41,100 --> 00:12:49,660
벨파스트 함에서 평화 시
약 750명이었다는 것은 유일한 차이점이었죠
123
00:12:50,430 --> 00:13:00,660
한국에 다시 갈 때는 전시 상황이라
200명 이상이 추가되어
124
00:13:00,660 --> 00:13:11,060
같은 공간에 훨씬 더 많은 인원이
승함하게 되었죠
125
00:13:11,530 --> 00:13:14,360
제 고향은 아주 작은 마을이라
126
00:13:14,360 --> 00:13:23,930
제가 6·25전쟁에 참전할 거란 소문이
매우 빨리 퍼졌습니다
127
00:13:24,930 --> 00:13:30,600
제가 마을에 머무를 때 사람들이 어느새
부모님께 찾아와 이렇게 말했어요
128
00:13:30,600 --> 00:13:37,600
"어머나, 론이 어디
전쟁터로 간다고 들었어요"
129
00:13:38,300 --> 00:13:43,130
작은 마을에서는 사람들의
사고 방식이 그렇지요
130
00:13:44,060 --> 00:13:54,100
부모님을 위로해 주려고도 하고
어떻게 되어 가는지를 물으려고 온 거였죠
131
00:13:55,260 --> 00:13:57,800
저는 그렇게 벨파스트 함에
승함하게 되었습니다
132
00:13:57,800 --> 00:14:15,130
벨파스트 함에 승선하는 날 아침에는
신임 승조원 수백 명을 연병장에 세 줄로 세웠고
133
00:14:16,130 --> 00:14:25,300
영국 해병대 군악대도 있었는데
신호를 받고 연주하기 시작했죠
134
00:14:25,560 --> 00:14:30,660
우리도 채덤의 막사로부터
연병장을 향해 행진을 시작했는데
135
00:14:30,660 --> 00:14:37,060
해군 조선소 등 여러 곳을 지나
벨파스트 함까지 갔습니다
136
00:14:37,060 --> 00:14:40,530
벨파스트 함은 부두에 계류해 있었습니다
137
00:14:41,000 --> 00:14:52,200
그때가 당분간 내 집이 될 군함을
처음 바라본 순간이었는데
138
00:14:52,200 --> 00:14:54,600
굉장히 비좁은 공간이었죠
139
00:14:56,260 --> 00:15:01,630
그 이후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습니다
140
00:15:02,730 --> 00:15:11,330
모두가 해산하고 군악대도 돌아가자
대규모 군수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는데
141
00:15:11,330 --> 00:15:19,400
모든 인원이 승함해서 앞으로 한두 해를 살
작은 방을 찾아가야 했으니까요
142
00:15:20,300 --> 00:15:28,030
누군가 제 군번을 불러 대답했는데
이러더군요
143
00:15:28,030 --> 00:15:37,530
"군번 00번, 계급 XX
이 복도 어딘가에 네 거주 구역이 있다"
144
00:15:38,530 --> 00:15:40,130
사실상 무의미한 얘기였죠
145
00:15:40,760 --> 00:15:45,860
우리는 식당을 찾기 위해 통로를 따라
발을 허둥대며 돌아다녔어요
146
00:15:45,860 --> 00:15:50,760
그럭저럭 헤매는 동안 각자의 짐이
먼저 도착해 있었고
147
00:15:50,760 --> 00:15:54,300
결국 자신이 사용할 거주 구역과
식당을 찾아갈 수 있었죠
148
00:15:54,760 --> 00:15:58,900
사다리를 타고 하부 갑판으로 내려갔는데
149
00:15:59,130 --> 00:16:05,100
16명이 지내는 거주 구역이 거기에
또 있는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150
00:16:05,700 --> 00:16:09,100
한국으로 항해할 때
함장은 어떤 분이셨나요?
151
00:16:09,100 --> 00:16:11,630
선생님은 여기 함교 근처에서
근무하셨잖아요
152
00:16:11,630 --> 00:16:19,060
함장님은 오브리 포드라는 분인데
별명이 '스트로베리' 포드였죠
153
00:16:20,960 --> 00:16:30,160
아마 우리가 만난 함장 중에
최고의 함장님이었을 겁니다
154
00:16:30,700 --> 00:16:37,930
함장님은 하부 갑판에서 지내는 수병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셨는데
155
00:16:37,930 --> 00:16:41,260
'우리'와 '너희'로 차별하지 않았죠
156
00:16:41,600 --> 00:16:48,030
수병들과 매우 친했고
우리가 있는 곳을 가능한 자주 와주셨습니다
157
00:16:48,300 --> 00:16:56,300
승조한 수병들 중 함장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은 수병은 없었을 겁니다
158
00:16:56,300 --> 00:17:00,560
정말 훌륭한 함장님이셨죠
159
00:17:00,560 --> 00:17:10,460
그 함장님이 계속 남아 계시진 않았고
중간에 다른 함장님과 교대를 했었죠
160
00:17:10,460 --> 00:17:12,830
그분은 정말 좋은 분이셨어요
161
00:17:12,830 --> 00:17:19,660
많은 중국인들이 홍콩에서
벨파스트 함에 탔는데
162
00:17:19,660 --> 00:17:34,000
그들은 세탁부, 사관실 당번 같은
기본적인 업무를 했습니다
163
00:17:34,000 --> 00:17:37,200
중국군과 전쟁을 하러 가는데
중국인을 함선에 태웠다고요?
164
00:17:37,200 --> 00:17:39,630
아니, 한국인과 하는 전쟁이었죠
아닌가요?
165
00:17:40,030 --> 00:17:41,660
네, 북한 사람들과 전쟁을 한 건 맞지만
166
00:17:41,660 --> 00:17:46,100
아, 맞아요, 북한 사람들
167
00:17:46,100 --> 00:17:57,130
제 말은 중국이 한국과 전쟁을 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저처럼 몰랐다는 거예요
168
00:17:58,360 --> 00:18:00,900
그랬죠
169
00:18:00,900 --> 00:18:14,700
어떤 나라가 어느 편에 참전할지는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 솔직히 몰랐습니다
170
00:18:14,730 --> 00:18:18,000
저는 북한만이 적군이라 생각했지만
171
00:18:18,260 --> 00:18:28,630
알고 보니 중국이 북한군을 지원하는 데 있어
실제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더군요
172
00:18:28,900 --> 00:18:38,460
홍콩 사람들은 중국 사람들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지 않았어요
173
00:18:39,200 --> 00:18:49,930
홍콩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이었고
자기 사업과 가게 같은 것을 운영했어요
174
00:18:49,930 --> 00:18:58,930
제가 홍콩에 갔던 1954년에도
영국 해군 기지에서 일하는 중국인들은 많았습니다
175
00:18:58,930 --> 00:19:02,730
네, 그런데 벨파스트 함에서는
그보다 일찍부터 중국인이 근무를 했네요
176
00:19:02,730 --> 00:19:08,330
홍콩에 정박해 중국인들을 태웠군요
그렇다면 한국에 매우 가까이 왔음을 알았을 텐데
177
00:19:08,330 --> 00:19:10,760
함상에서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178
00:19:10,760 --> 00:19:21,200
미지의 것에 대한 흥분이 있었죠
179
00:19:21,200 --> 00:19:33,560
한국에 가까워질수록 한국과 6·25전쟁에 대해
점차 더 많은 것을 듣고 알게 되었습니다
180
00:19:33,600 --> 00:19:43,760
마침내 홍콩을 떠났고
얼마 안 되어 일본 사세보 항으로 갔습니다
181
00:19:44,560 --> 00:19:56,060
우리 모두 2-3일 후
한국에 도착할 것을 알았죠
182
00:19:56,230 --> 00:20:00,300
사세보 항에서 이틀을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183
00:20:00,730 --> 00:20:20,030
우리 수병 중 두세 명이 술에 진탕 취해서
일본 택시를 탈취한 사건이 기억나네요
184
00:20:21,800 --> 00:20:26,360
그들은 훔친 택시를 타고
사세보 항 주변을 조금 돌아다녔는데
185
00:20:26,360 --> 00:20:30,560
포장 도로가 많지 않아 쉽지 않았죠
186
00:20:31,500 --> 00:20:37,900
결국에는 잡혀서 사세보 항에 있는 감옥에 갔는데
187
00:20:37,900 --> 00:20:43,900
6·25전쟁에 참전해야 했기 때문에
풀려나기는 했습니다
188
00:20:43,900 --> 00:20:53,000
사세보 항을 떠나면서
이제 다른 항구에 들르지 않고
189
00:20:53,000 --> 00:20:57,900
한국에 도착할 거란 것을 알았습니다
190
00:20:58,860 --> 00:21:11,230
그때 우리 여정의 전체 그림이
매우 극적으로 변하게 되었죠
191
00:21:13,430 --> 00:21:27,630
먼저, 엄청나게 추웠는데 우리 중
누구도 그런 추위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192
00:21:27,930 --> 00:21:33,960
영하 30도로 바다는 얼어 있었죠
193
00:21:35,460 --> 00:21:41,930
갑판 위로 올라가지도
함선의 금속 부분에 손을 대지도 않았습니다
194
00:21:41,930 --> 00:21:47,330
그랬다가는 의사가 도와주어야만
손을 뗄 수 있었으니까요
195
00:21:49,830 --> 00:22:03,500
그리고 당시에는 지금처럼
보온성이 좋은 방한복이 없었습니다
196
00:22:03,500 --> 00:22:06,530
한국을 처음 봤을 때를 기억하시나요?
197
00:22:06,530 --> 00:22:09,300
하부 갑판에서 지내셔서
못 봤을 수도 있겠군요
198
00:22:10,860 --> 00:22:13,160
한국을 보았습니다
199
00:22:13,160 --> 00:22:16,730
한국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200
00:22:16,730 --> 00:22:23,700
모두 호기심이 발동해
전쟁이 벌어질 땅을 보길 원했죠
201
00:22:23,700 --> 00:22:35,460
보이는 것은 간단한 해안선이 전부였어요
멀리에서 보이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202
00:22:36,760 --> 00:22:41,930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고
건물이든 뭐든 구조물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203
00:22:41,930 --> 00:22:45,960
황량한 해안선만 보였죠
204
00:22:45,960 --> 00:23:07,160
하지만 우리는 맡은 일을 하느라
한국 땅보다 동료들의 얼굴을 더 많이 보았습니다
205
00:23:07,530 --> 00:23:23,460
우리는 이 잔혹하고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서 꼭 필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206
00:23:23,460 --> 00:23:33,860
한국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우리는 본격적인 전투 활동을 했습니다
207
00:23:33,860 --> 00:23:47,830
우리의 주요 역할은 포격이었고
6인치 함포 12문이 있었습니다
208
00:23:49,060 --> 00:23:58,330
86세가 된 지금도 그 함포의 포성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습니다
209
00:24:00,230 --> 00:24:10,200
우리가 머무른 하부 갑판이 6인치 함포 포탑
바로 아래에 있어 상황은 더 나빴지요
210
00:24:11,830 --> 00:24:22,900
야간에 당직 근무를 하면 다음 몇 시간 동안
잠을 잘 수 있는 해먹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211
00:24:24,500 --> 00:24:31,560
6인치 함포 사격이 시작되는 시간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212
00:24:32,000 --> 00:24:44,030
해먹에 누워 있는데 함포 사격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시작되는 거죠
213
00:24:44,630 --> 00:24:53,230
그러면 함포 사격의 충격으로 해먹에서
튀어 올랐다가 다시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214
00:24:54,100 --> 00:25:02,560
당시 18세였던 저로서는 정말 무서웠습니다
이건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215
00:25:03,360 --> 00:25:12,730
포격은 몇 시간이나 계속 되기도 했고
중간에 멈추는 시간이 없을 때도 있었죠
216
00:25:13,560 --> 00:25:22,460
다른 승조원들이 그러더군요
제2차 세계 대전 때보다
217
00:25:23,060 --> 00:25:33,060
6·25전쟁 2년 동안 벨파스트 함에서
6인치 함포를 비롯해 더 많은 함포 사격을 했다고요
218
00:25:33,460 --> 00:25:37,830
정말 강력한 함포 사격이었습니다
219
00:25:38,260 --> 00:25:48,560
발포 시의 충격으로 배가
기울어졌다가 바로 서기도 했죠
220
00:25:49,630 --> 00:25:58,030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든 살아야 했어요
너무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221
00:25:58,400 --> 00:26:02,600
너무나 비좁은 생활 환경에서 지내야 했고요
222
00:26:03,430 --> 00:26:13,130
전쟁 지역에서는
해먹을 걷어 선반에 정리하지 않고
223
00:26:13,130 --> 00:26:21,030
펼쳐 걸어 놓는 것이 허용되었습니다
224
00:26:21,430 --> 00:26:27,460
다만 문제가 좀 있었는데
해먹 여러 개가 같이 묶여 있어
225
00:26:27,860 --> 00:26:34,600
한밤중에 당직 근무를 하러 갈 때
226
00:26:34,900 --> 00:26:44,760
옆자리 사람을 건드리지 않고
일어나는 것이 매우 어려웠어요
227
00:26:44,760 --> 00:26:50,300
어두운 공간에서 옷을 입고
당직 근무를 하러 가고
228
00:26:50,530 --> 00:26:58,400
밤이나 이른 새벽에 당직을 마치고 돌아오면
자신의 해먹에 몸을 뉘어야 했죠
229
00:26:58,400 --> 00:27:12,160
해먹에 눕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격벽에는 여러 위치에 강철봉이 있었어요
230
00:27:12,730 --> 00:27:24,560
뛰어서 강철봉을 붙잡고
몸을 흔들어 올려서 해먹으로 들어갔죠
231
00:27:25,330 --> 00:27:28,630
하지만 해먹끼리 심하게 엉켜 있으면
232
00:27:29,100 --> 00:27:37,700
아예 해먹에 눕지 못하거나 옆자리 사람이
누워 있는 해먹에 들어가기도 했어요
233
00:27:39,130 --> 00:27:43,400
요즘처럼 트랜스젠더나
온갖 성 정체성의 문제가 있는 시대라면
234
00:27:43,800 --> 00:27:46,930
수긍할 만한 방법은 아닐 거예요
235
00:27:46,930 --> 00:27:55,630
하지만 당시에는 매일 있는
일상이자 생활의 일부였지요
236
00:27:56,100 --> 00:28:02,330
해먹에 들어가고 나오는 것이 말이죠
237
00:28:02,330 --> 00:28:07,460
저 문틀에서 어떻게 하는 건지
잠시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238
00:28:10,560 --> 00:28:15,200
벨파스트 함이 폭격을 당한 적은 없었나요?
집중 포격을 받은 적이 없었나요?
239
00:28:15,200 --> 00:28:16,600
네, 있죠
240
00:28:20,300 --> 00:28:29,730
한번은 우현에 포탄이 떨어진 적이 있는데
흘수선 아래였죠
241
00:28:30,700 --> 00:28:36,360
그때 일어난 일을 제가
자주 이야기하게 되는데
242
00:28:36,360 --> 00:28:42,900
포탄이 떨어진 곳은
중국인 승조원들이 있던 하부 갑판이었어요
243
00:28:46,160 --> 00:28:54,900
몇 시였는지 모르지만 낮이었고
점심 시간은 지났던 것 같아요
244
00:28:55,100 --> 00:29:00,360
사관실에서 일하고
245
00:29:00,930 --> 00:29:08,930
하부 갑판으로 돌아온 중국인 승조원이
잠을 좀 자려고 해먹에 누웠지요
246
00:29:09,930 --> 00:29:15,830
그리고 중국군인지 북한군인지가 발포한
해안 포대의 포격을 받았습니다
247
00:29:16,700 --> 00:29:24,500
포탄이 군함 선체의 측면을 뚫고 들어왔어요
우현 아래쪽으로 낮고 깊게 들어왔지요
248
00:29:24,500 --> 00:29:33,900
그렇게 우현을 관통한 포탄으로
지름이 10~15cm의 큰 급수관이 파괴되었는데
249
00:29:33,900 --> 00:29:36,630
배 안의 모든 온수가 공급되는 급수관이었어요
250
00:29:37,500 --> 00:29:43,960
불행히도 해먹에 누워 있던
이 불쌍한 중국인은 배수관 바로 아래에 있었고
251
00:29:44,830 --> 00:29:47,660
뜨거운 물에 데여 죽었습니다
252
00:29:50,200 --> 00:29:55,430
전쟁터로 갈 때 죽음을 예상하기 때문에
특별한 일은 아니었으나
253
00:29:55,430 --> 00:30:00,460
보통은 총이나 포탄에 맞는 것을
예상하기 때문에 이 경우는 좀 달랐습니다
254
00:30:00,460 --> 00:30:14,930
문제는 그의 장례식을 일반 수병과는
다르게 치러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255
00:30:15,660 --> 00:30:19,900
일반 수병이었다면 군함 현측에서
바다로 던지는 수장을 했을 겁니다
256
00:30:19,900 --> 00:30:23,630
일반적이고 간단한 해군의 장례식이지요
257
00:30:23,630 --> 00:30:31,460
그가 중국인이어서인지
종교 문제인지 잘 모르겠지만
258
00:30:31,860 --> 00:30:38,400
이런저런 이유로 그의 시신을
육지에 묻기로 결정했습니다
259
00:30:39,100 --> 00:30:44,530
우리는 가끔 해안에 매우 가깝게 접근해서
일할 때도 있었습니다
260
00:30:45,030 --> 00:30:53,600
밤 시간 어둠 속에 숨어 그의 시신을 감싸는
매장용 캔버스 관을 만들었죠
261
00:30:53,860 --> 00:31:01,300
캔버스 관에 시신을 감싸서 넣고
보트를 바다에 내렸습니다
262
00:31:01,860 --> 00:31:12,400
보트에 시신을 실었고, 수병 몇 명이
보트를 이용해 해변으로 싣고 갔습니다
263
00:31:12,960 --> 00:31:17,530
가능한 한 내륙으로 들어갔지만
아주 멀리는 가지 못했죠
264
00:31:17,530 --> 00:31:24,860
거기서 얕은 무덤을 파고 시신을 묻었지요
265
00:31:25,200 --> 00:31:33,060
목공실에서 만든 작은 나무 십자가를
시신의 머리 쪽에 세웠습니다
266
00:31:33,530 --> 00:31:39,330
그곳이 그의 무덤이 되었지요
267
00:31:39,960 --> 00:31:42,260
그 사람을 알았나요?
그를 만난 적이 있나요?
268
00:31:42,260 --> 00:31:48,060
없습니다
전사한 해병대원 두 명은 만난 적이 있지요
269
00:31:48,060 --> 00:31:50,030
좋습니다
그 이야기도 해볼게요
270
00:31:50,030 --> 00:31:53,630
어떤 일이 있었는지, 군함에서는
그 사건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말씀해주세요
271
00:31:53,630 --> 00:31:55,900
우리는 그 사건을 극복했지요
272
00:31:55,900 --> 00:32:00,960
이 부분에 대해 경솔하게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벨파스트 함처럼
273
00:32:00,960 --> 00:32:10,260
거의 천 명이 승조하는 군함에서는
사병들이 모두 부서별로 근무합니다
274
00:32:10,260 --> 00:32:15,100
군함에 탄 보일러실 요원들은
그들끼리 소통을 하죠
275
00:32:15,100 --> 00:32:19,630
조리장, 조리사, 행정 서무사들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276
00:32:19,630 --> 00:32:24,960
그러니 자유 시간이 있거나
다른 승조원이 머무는
277
00:32:24,960 --> 00:32:31,960
하부 갑판에 갈 때가 아니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가 없었죠
278
00:32:31,960 --> 00:32:38,560
제 생각에 중국인 승조원의 죽음으로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은
279
00:32:38,560 --> 00:32:43,930
그의 시신을 뭍으로 가져가 무덤을 파서
묻었던 딱한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280
00:32:43,930 --> 00:32:52,860
물론, 군함에 탄 중국인은
영국인과 교류할 일이 없었습니다
281
00:32:52,860 --> 00:32:57,960
그들이 일하는 장소와
우리가 일하는 장소가 달랐으니까요
282
00:32:57,960 --> 00:33:01,430
예를 들면 세탁실이 있지요
283
00:33:02,660 --> 00:33:09,660
유일하게 영국인과 같은 공간에서 일했던
중국인이 사관실에서 일했던 승무원이었어요
284
00:33:09,660 --> 00:33:15,130
잔인하거나 불공평하게
말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285
00:33:16,000 --> 00:33:24,500
그 중국인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사고로 죽게 되어 충격적이었어요
286
00:33:25,300 --> 00:33:31,460
항해 시 뜨거운 물에 데여
죽을 일은 없잖아요
287
00:33:31,460 --> 00:33:35,100
해먹에서 지내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죽는 것은 아주 뜻밖의 일이지요
288
00:33:36,400 --> 00:33:39,230
하지만 그 불쌍한 중국인은 그렇게 죽었어요
289
00:33:39,230 --> 00:33:41,530
그의 이름은 리우 시우이고
290
00:33:41,530 --> 00:33:46,400
철자는 엘(L)아이(I)유(U) 에스(S)
아이(I)오(O) 또는 에스(S)아이(I)유(U)입니다
291
00:33:46,400 --> 00:34:02,460
한국인 등 모든 사망자를 추모하는
위령탑에 제가 그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292
00:34:02,460 --> 00:34:14,130
국립 묘지의 6·25전쟁 전사자 위령탑에도
제가 그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293
00:34:14,500 --> 00:34:19,360
전사한 영국 해군 두 명의 이름도 올렸지요
294
00:34:19,830 --> 00:34:23,930
전사자 위령탑에 새겨진 그들의 이름을
사진으로 찍어 지니고 다녔습니다
295
00:34:23,930 --> 00:34:28,030
항상 제 옷 주머니 속에 들어있지요
지금도요
296
00:34:28,030 --> 00:34:31,460
당시에 영국 해병대의 상황은 어땠나요?
297
00:34:31,460 --> 00:34:41,300
해병대는 지상군으로 투입되었는데
여기에는 미국의 영향이 컸습니다
298
00:34:41,330 --> 00:34:49,260
영국 해병대가 미군 파견대와 함께
지상군으로 투입되어
299
00:34:49,260 --> 00:34:58,060
어떤 지역을 공격하고 파괴했던 것 같습니다
300
00:35:00,660 --> 00:35:04,630
하지만 그들은 전사했고
301
00:35:04,960 --> 00:35:09,360
어디서 어떻게 전사했는지를
아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302
00:35:09,660 --> 00:35:13,760
하지만 벨파스트 함을 타고 떠난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303
00:35:13,760 --> 00:35:19,300
무슨 정보가 있었을 것 같은데, 모르죠
304
00:35:19,300 --> 00:35:23,800
미국 같은 나라의 군사 정보로
활용되었을 수도 있어요
305
00:35:24,400 --> 00:35:29,800
그래서 두 해병의 시신은 찾지 못했고
306
00:35:30,830 --> 00:35:35,730
아까도 말했지만 그들의 이름은
위령탑에 새겨져 있습니다
307
00:35:36,060 --> 00:35:44,430
벨파스트 함에 탄 해병 파견대는
온갖 종류의 임무를 수행했어요
308
00:35:44,430 --> 00:35:49,630
일상적인 업무도, 가장 어려운 일도 했지요
309
00:35:49,630 --> 00:35:55,530
그들 대부분이 해병대
군악대 소속이기도 했어요
310
00:35:55,930 --> 00:36:04,960
일요일 각 부서에서 그들을 붙들어 두었는데
예배를 위해 연주를 했지요
311
00:36:04,960 --> 00:36:12,400
2-3주에 한 번은 즉흥 재즈 연주회
같은 것을 큰 선실에서 열었는데
312
00:36:12,400 --> 00:36:18,760
우리는 그들의 연주를 듣는 호사를 누렸고
약간의 해방감 같은 것을 느꼈지요
313
00:36:18,760 --> 00:36:24,360
물론 그들은 전투 해병이었기 때문에
314
00:36:24,360 --> 00:36:44,630
가장 먼저 투입되어 육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상군으로 활동을 했죠
315
00:36:45,200 --> 00:36:53,000
네, 그 두 이름은
항상 제 주머니 안에 들어있어요
316
00:36:53,000 --> 00:36:55,100
그들을 결코 잊은 적이 없습니다
317
00:36:55,100 --> 00:36:56,660
그들을 만나신 적이 있나요?
아는 사이였습니까?
318
00:36:56,660 --> 00:37:03,330
네, 알았지요
제임스 병장과 헴멜 상병이었을 거예요
319
00:37:03,860 --> 00:37:06,730
맞아요
320
00:37:07,130 --> 00:37:13,360
포격 이야기도 아까 해주셨는데
바다에서 사람을 건져 올린 적도 있나요?
321
00:37:15,830 --> 00:37:24,500
사람을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일은 잘 모르지만
322
00:37:24,500 --> 00:37:36,030
북한 포로들을 벨파스트 함에
자주 데려 왔어요
323
00:37:37,800 --> 00:37:48,030
많은 북한 포로들이
우리 군대의 공격을 받아 부상을 당했지요
324
00:37:48,630 --> 00:37:54,360
벨파스트 함에는 외과 전문의와
수술 장비가 있었습니다
325
00:37:54,360 --> 00:38:04,900
수술실이라고 하기에는 좁지만
병상과 수술 장비가 있는 공간이었죠
326
00:38:04,900 --> 00:38:15,000
응급 처치 정도의 치료를 해주기 위해
북한 포로들을 벨파스트 함에 데려왔지요
327
00:38:15,000 --> 00:38:19,630
우리는 보통 치료한 당일에
해안선 가까이로 가서
328
00:38:19,630 --> 00:38:23,700
치료 받은 북한 포로들을
육군 부대에 내려주었습니다
329
00:38:25,960 --> 00:38:32,630
거기서 그들은 전쟁 포로로 수용되어
포로 대우를 받게 되지요
330
00:38:35,060 --> 00:38:40,130
당시에 북한 포로들이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
331
00:38:40,130 --> 00:38:44,630
이 녹화에서 말할 수는 없지만
기억나는 일이 있습니다
332
00:38:44,630 --> 00:38:50,360
한번은 북한 포로 두 명을
군함에 데려왔는데
333
00:38:50,960 --> 00:39:02,730
한 명은 왼쪽 발을, 다른 한 명은
오른쪽 발을 잃은 상태였습니다
334
00:39:03,900 --> 00:39:10,060
그들은 한쪽 다리로 뛰어
갑판 아래로 내려가야 했죠
335
00:39:10,360 --> 00:39:21,000
우리 수병 한 명이 그들을 감시했는데
한 명이 먼저 치료를 받으러 들어갔지요
336
00:39:21,430 --> 00:39:31,200
그 외과 의사는 아마도 신경질적인 것으로 치면
세상에서 제일가는 사람일 겁니다
337
00:39:31,200 --> 00:39:38,360
북한 포로를 치료한다고 생각하니
자존심이 많이 상했을 거예요
338
00:39:38,900 --> 00:39:46,200
의사는 첫 번째 북한 포로를 치료했습니다
339
00:39:46,500 --> 00:39:53,500
이유는 모르지만 부상 당한 포로들을
군함에 데려올 때 보면
340
00:39:53,500 --> 00:40:00,900
항상 너무 얇고 해진 옷을 입고 있었는데
특히, 겨울에도 그랬어요
341
00:40:01,300 --> 00:40:05,130
우리는 배 안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물었죠
342
00:40:05,130 --> 00:40:10,160
"흰색 내의를 가진 사람!
외투, 셔츠, 바지 있는 사람!"
343
00:40:10,160 --> 00:40:12,630
그렇게 모은 옷가지를 포로들에게 입혔어요
344
00:40:13,030 --> 00:40:16,400
조금이라도 더 편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랬지요
345
00:40:17,000 --> 00:40:22,860
두 번째 포로를 치료하기 전에도
그렇게 옷가지를 모았는데 그중에 즈크화도 있었어요
346
00:40:22,860 --> 00:40:25,860
요즘 나오는 굽이 낮은 운동화지요
347
00:40:26,300 --> 00:40:39,500
누군가가 내놓은 즈크화 한 켤레를
두 북한 포로를 앉혀 놓았던 바닥에 두었습니다
348
00:40:39,730 --> 00:40:48,900
그런데 치료를 받고 나온 포로가
악을 쓰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습니다
349
00:40:48,900 --> 00:40:54,630
그렇게 고함을 지르는 것은
정말 처음 보았습니다
350
00:40:55,400 --> 00:40:58,830
우리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351
00:40:58,830 --> 00:41:04,700
감시병이 그에게 오른발에 신으라고
즈크화를 주었거든요
352
00:41:05,830 --> 00:41:08,960
알고 보니 그는 신발 두 짝을 다 달라고
악을 쓴 거였어요
353
00:41:10,600 --> 00:41:19,000
외과 사령관이 이 소동과 고함을 듣고
나와서 소리를 질렀어요
354
00:41:19,000 --> 00:41:22,230
"무슨 일이야?"
즈크화 두 짝을 다 달라고 한다고
355
00:41:22,230 --> 00:41:29,130
감시병이 설명하자
외과 전문의가 이렇게 말했어요
356
00:41:30,360 --> 00:41:37,030
"즈크화 한 켤레를 달라고?
이 형편없는 놈에게 말해
357
00:41:37,030 --> 00:41:43,230
발이 한 개니까 신발도
한 개를 신는 거라고, 됐나?"
358
00:41:43,230 --> 00:41:47,230
"그게 아니라면, 남아 있는
형편없는 발 한 짝도 잘라버릴 테니까!"
359
00:41:48,360 --> 00:41:52,630
그러고 나서 포로는 조용해졌습니다
360
00:41:52,630 --> 00:42:01,130
우리가 조심해야 했던 게 돛단배였는데
중국과 북한이 띄운 돛단배였습니다
361
00:42:02,000 --> 00:42:10,430
조용히 해안선을 따라다니면서
소형 기뢰 같은 것들을 떨어뜨렸지요
362
00:42:12,100 --> 00:42:18,060
그러니 북한 포로들을
부드럽게 다룰 수는 없었지요
363
00:42:18,260 --> 00:42:26,900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그들의 공격 방식이었죠
364
00:42:26,900 --> 00:42:37,460
문제는 한국에서 마음을 졸이고 지내는 동안
절대 육지로 갈 수 없다는 거였죠
365
00:42:37,830 --> 00:42:44,130
군함에 승조하는 장교들이
육지에서 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366
00:42:44,130 --> 00:42:54,200
군함에 탄약과 식량을 실으러
2-3일 정도 일본에 갈 때였어요
367
00:42:54,660 --> 00:42:59,530
거기에 상륙하면 몇 시간은
보낼 수 있었지요
368
00:42:59,530 --> 00:43:03,400
일본에 상륙했다가 다시 군함을 타고
또 일본에 갔다가 다시 군함을 타고
369
00:43:03,400 --> 00:43:06,660
그렇게 반복했죠
370
00:43:07,000 --> 00:43:13,030
제가 그때 벨파스트 함에 타고 있었는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371
00:43:13,030 --> 00:43:21,200
벨파스트 함의 6인치 함포 몇 문이 고장 나서
싱가포르까지 가야 했던 적이 있습니다
372
00:43:21,200 --> 00:43:28,960
대포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고장이 났지요
373
00:43:28,960 --> 00:43:32,300
사세보 항의 우체국으로 편지가 왔나요?
374
00:43:32,300 --> 00:43:35,430
아니면 영국에서 황해로 오는
선박 편으로 편지를 받았나요?
375
00:43:35,430 --> 00:43:37,800
황해로 오는 배가 편지를 싣고 왔지요
376
00:43:37,800 --> 00:43:41,460
편지가 도착하면 우편 실로
사람을 보내 편지를 가져가라고
377
00:43:42,130 --> 00:43:44,730
함 내 전반에 안내 방송을 했습니다
378
00:43:44,730 --> 00:43:51,300
그러면 각 하부 갑판에서 한 명이 올라가
편지를 받아왔고
379
00:43:51,300 --> 00:43:54,400
그 사이에 모두 둘러 앉아
편지를 기다렸지요
380
00:43:54,400 --> 00:43:59,530
편지를 못 받을 때가 물론 많았습니다
그러면 생각했지요
381
00:43:59,530 --> 00:44:03,200
'이런, 또 두 달을 기다려야 해'
382
00:44:03,660 --> 00:44:07,460
하지만 편지를 받은 사람들도 있었죠
383
00:44:07,830 --> 00:44:16,160
한국으로 파병된 지 얼마 안 된 어린 친구는
여자친구의 이별 통보 편지를 받기도 했어요
384
00:44:16,730 --> 00:44:23,030
이별 통보 편지를 받은 친구는
그렇게 힘들어 할 수가 없었습니다
385
00:44:23,030 --> 00:44:30,560
의지할 데가 없었으니까요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없었죠
386
00:44:31,030 --> 00:44:36,900
결혼한 사람이 이별 통보 편지를
받는 것은 더 참담했는데
387
00:44:36,900 --> 00:44:43,800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건달과 떠났다는 내용의 편지였죠
388
00:44:44,500 --> 00:44:48,460
그런 편지를 받은 사람은
너무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389
00:44:48,460 --> 00:44:52,160
앞으로 18개월 동안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390
00:44:52,160 --> 00:45:00,100
잘 알고 있었으니 참담했지요
이런 경우를 위한 특별 휴가는 없었습니다
391
00:45:00,630 --> 00:45:09,730
그 사람은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는 사실을
392
00:45:10,130 --> 00:45:20,000
가슴 한쪽에 둔 채로 일과를 해내고
임무에 집중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습니다
393
00:45:20,400 --> 00:45:31,100
아주 끔찍한 경우를 보기도 했어요
자해하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394
00:45:31,500 --> 00:45:38,900
아니면 술에 취해 지내려는 사람도 있었죠
술을 너무 많이 마셨지요
395
00:45:38,900 --> 00:45:44,000
그런 사람들은 항상 제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396
00:45:45,830 --> 00:45:58,860
1940년대 후반과 1950년대 초에
해군에는 고아 출신들이 많았습니다
397
00:45:59,360 --> 00:46:15,130
그들은 '사랑의 집' 같은 고아원에서 왔는데
제2차 세계 대전 때 고아가 된 사람들이었죠
398
00:46:15,130 --> 00:46:20,160
예외 없이, 남은 가족이 몇 명 되지 않거나
혼자 살아 남았거나 한 경우였어요
399
00:46:20,800 --> 00:46:31,160
'사랑의 집' 같은 곳에서 14세가 되면
고아원을 떠나 소년 훈련소로 보내졌습니다
400
00:46:31,160 --> 00:46:35,800
입스위치 근방 해군 부대 내
갠지스 함에 있는 훈련소였지요
401
00:46:37,230 --> 00:46:45,330
소년 훈련소에서 지내다가 군함을 탔어요
402
00:46:46,030 --> 00:46:52,130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우리 하부 갑판에도
고아 출신이 한 명 있었습니다
403
00:46:52,130 --> 00:46:53,530
어리지만 괜찮은 친구였죠
404
00:46:54,100 --> 00:47:00,830
물론 그는 집에서 보낸 편지를 받지 못했습니다
한 번도 받을 수가 없었지요
405
00:47:00,830 --> 00:47:06,100
한국으로 파병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때인데
406
00:47:06,100 --> 00:47:10,030
소포와 편지가 도착했어요
407
00:47:10,030 --> 00:47:15,230
저도 편지를 한 통 받았고
구석에 가서 읽으려고 앉았죠
408
00:47:15,230 --> 00:47:20,660
어디든 시끄럽긴 했지만 편지를 읽었습니다
409
00:47:20,660 --> 00:47:24,100
나중에 편지를 손에 들고 그냥 앉아 있는데
그 친구가 슬쩍 다가 오더니 말했어요
410
00:47:25,300 --> 00:47:30,260
"노르만, 할 말이 있는데 지금 말해도 될까?"
저는 괜찮으니 말해보라고 했죠
411
00:47:30,860 --> 00:47:36,400
그 친구는 이렇게 말했어요
"알다시피 나는 편지를 받을 일이 없잖아
412
00:47:37,030 --> 00:47:46,230
그래서 말인데, 네 편지에서
읽어줘도 괜찮은 부분을 내게 읽어줄 수 있을까?"
413
00:47:46,230 --> 00:47:52,300
"그러면 집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느낄 수 있잖아"
414
00:47:54,630 --> 00:47:59,200
저는 너무 놀라 물러서며
마른 침을 몇 번 삼킨 다음
415
00:47:59,200 --> 00:48:00,700
"당연히 읽어주겠다"고 했어요
416
00:48:01,030 --> 00:48:07,660
그런데 제가 받은 편지에는
친밀하거나 개인적인 내용이 없었어요
417
00:48:07,660 --> 00:48:11,900
가족, 날씨, 이런저런 일에 대한 것이 다였지요
418
00:48:11,900 --> 00:48:15,360
결국 그 친구에게 그날 저녁까지
제 편지를 다 읽어주었지요
419
00:48:16,160 --> 00:48:21,560
편지 한 통 받을 일 없는 이 친구에게
420
00:48:22,400 --> 00:48:33,700
제 개인적인 편지를 읽어주는 일에
큰 만족감을 느끼진 못했던 것 같아요
421
00:48:34,000 --> 00:48:38,860
제가 싱가포르에서
마침내 벨파스트 함을 떠날 때
422
00:48:40,800 --> 00:48:45,030
그 어린 친구가 와서 제 어깨에
팔을 두르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423
00:48:45,830 --> 00:48:53,260
"노르만, 이 군함에서 너처럼
자기 편지를 읽어주는 사람은 또 못 만날 것 같아
424
00:48:53,260 --> 00:48:57,300
절대 잊지 않을게"
그 친구를 다시 만나지는 못했어요
425
00:48:57,300 --> 00:49:03,630
그 친구의 아주 개인적인 면을 보았죠
426
00:49:03,900 --> 00:49:07,760
온갖 소동을 겪고, 전투에서 싸우고
이런저런 일을 겪었지만
427
00:49:07,760 --> 00:49:10,930
이렇게 개인적인 면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428
00:49:11,330 --> 00:49:13,860
벨파스트 함을 떠날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429
00:49:14,560 --> 00:49:17,300
너무 힘들었습니다
430
00:49:17,300 --> 00:49:22,600
벨파스트 함에는 많은 사람들
수병들과 해병들이 탔어요
431
00:49:22,600 --> 00:49:29,030
다른 부서들 간에 서로 섞여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을 알게 되었지요
432
00:49:29,030 --> 00:49:36,960
같은 하부 갑판 식탁에서 지낸
작은 수병 그룹은 특히 친했어요
433
00:49:36,960 --> 00:49:45,860
아까 말했듯이 벨파스트 함은
처음부터 무척 행복한 군함이었어요
434
00:49:46,130 --> 00:49:55,130
62개의 다른 부서에서 복무한
우리는 모두 행복했습니다
435
00:49:55,500 --> 00:50:02,030
1939년 제1부서의 존 해리슨에게 묻든
그 누구에게 묻든 벨파스트 함은
436
00:50:02,030 --> 00:50:05,130
아주 행복한 함선이었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437
00:50:05,130 --> 00:50:09,300
그래서 더 그리운 것 같습니다
438
00:50:09,300 --> 00:50:13,730
함선에서 지내는 동안 항상 싸우고
문제가 있었다면
439
00:50:14,130 --> 00:50:17,330
떠날 때 그저 기쁘기만 했을 거예요
440
00:50:17,330 --> 00:50:24,600
저는 벨파스트 함을 떠나
로열프린스 함으로 옮겨 탔습니다
441
00:50:25,760 --> 00:50:32,560
로열프린스 함은 독일
크레이필드 해군 기지에 있었습니다
442
00:50:32,560 --> 00:50:38,160
거기에는 대규모 기동포정 전대가 있었지요
443
00:50:38,160 --> 00:50:46,200
기동포정 전대에는 헤르만 괴링이 소유했던
444
00:50:46,630 --> 00:50:51,260
세상에 하나뿐인
아주 특별한 모터 요트가 있었습니다
445
00:50:52,800 --> 00:50:55,830
전부 마호가니에 크롬 도금이
되어 있었어요
446
00:50:55,830 --> 00:51:01,360
하부 갑판으로 내려가면
가죽 의자, 탁자, 온갖 것이 있었죠
447
00:51:01,360 --> 00:51:07,230
히틀러, 괴링, 되니츠 같은 인물들이
448
00:51:07,230 --> 00:51:14,300
모두 거기서 제2차 세계 대전의
작전 계획을 작성했어요
449
00:51:14,430 --> 00:51:26,630
운이 좋게도 저는 헤르만 괴링의 요트를 타고
훈련을 나간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450
00:51:27,100 --> 00:51:30,860
요트는 원래 헤르만 괴링의
첫 아내의 이름을 따서
451
00:51:30,860 --> 00:51:34,400
'카린'이라는 독일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452
00:51:34,400 --> 00:51:40,260
요트를 찍은 사진도 가지고 있어요
제 기념품 상자에 옛날 사진들이 있습니다
453
00:51:40,260 --> 00:51:42,600
- 그 요트가 지금도 바다에서 항해하나요?
- 아니요
454
00:51:42,600 --> 00:51:49,000
마지막으로 요트에 대해 들은 게
이집트 모래 언덕에 올려져 있다는 것이었는데
455
00:51:49,000 --> 00:51:51,400
수년 전에 그렇게 들었습니다
456
00:51:51,400 --> 00:51:58,300
- 요트에는 꽤 주목할 만한 역사가 있습니다
- 악명 높은 역사죠
457
00:51:59,130 --> 00:52:00,930
악명 높았지요
458
00:52:01,230 --> 00:52:12,400
영국 해군에서 프린스오브웨일스 함이라고
이름을 지었지요
459
00:52:13,500 --> 00:52:20,060
그리고 1960년에 우리 집 식탁에
보관한 사진이 있어요
460
00:52:20,900 --> 00:52:26,800
나중에 찰스 왕세자의 주최로
세인트 제임스 궁전에서 열린
461
00:52:26,800 --> 00:52:31,560
6·25전쟁 참전 용사 모임인지
리셉션인지에 참석한 사진이죠
462
00:52:32,000 --> 00:52:38,560
우리 모두는 작은 테이블 주변에 서 있었고
해군 출신들이 먼저 한 잔씩 술을 마셨죠
463
00:52:38,560 --> 00:52:46,560
그러고 나서 큰 문들이 다 열리더니
찰스 왕세자가 수행원들과 함께 걸어 들어왔어요
464
00:52:46,560 --> 00:52:51,060
그때 사람들 앞에서 제 인생의
가장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죠
465
00:52:51,060 --> 00:52:57,830
찰스 왕세자가 다가와 너무 감사하고
만나서 반갑다고 하면서 이런저런 말을 했습니다
466
00:52:57,830 --> 00:53:00,860
찰스 왕세자는 "오! 벨파스트 함을 타셨군요"
라고 말했어요
467
00:53:00,860 --> 00:53:07,060
저는 그렇다고 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을 말씀 드리고 싶은데
468
00:53:07,060 --> 00:53:12,730
저는 당신의 이름을 딴 함선에서
복무한 적이 있습니다"
469
00:53:12,730 --> 00:53:16,460
찰스 왕세자가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바로 알 거라고 생각했어요
470
00:53:16,960 --> 00:53:21,360
저는 헤르만 괴링의 요트 이야기를 한 것인데
찰스 왕세자는 요트에 대해
471
00:53:21,360 --> 00:53:24,730
아무것도 원하지 않았고
아무 상관도 하지 않았어요
472
00:53:24,730 --> 00:53:28,360
요트의 역사라든가
다른 것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죠
473
00:53:28,960 --> 00:53:34,500
찰스 왕세자가 대화를 마치고 다른 곳으로 가자
다른 사람들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어요
474
00:53:34,500 --> 00:53:44,130
오늘 같은 날 시작이 더럽게 좋다고요
그때 찍은 사진도 있습니다
475
00:53:44,130 --> 00:53:46,060
그러면, 마지막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476
00:53:46,060 --> 00:53:46,960
그러세요, 실례합니다
477
00:53:46,960 --> 00:53:51,730
6·25전쟁 때 한국에 상륙한 적은 없었지만
478
00:53:51,730 --> 00:53:56,000
6·25전쟁의 참전 용사로서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십니까?
479
00:53:57,730 --> 00:54:02,930
매우 자랑스러우면서도 동시에
불만스럽기도 합니다
480
00:54:03,360 --> 00:54:07,160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481
00:54:07,160 --> 00:54:15,800
6·25전쟁은 67년 동안 알려져 왔지만
여전히 잊힌 전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82
00:54:17,000 --> 00:54:21,500
6·25전쟁이 잊힌 전쟁이 된 유일한 이유는
483
00:54:21,500 --> 00:54:26,730
제2차 세계 대전이 종식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484
00:54:26,860 --> 00:54:30,400
당시에 영국 국민은 전쟁에 질렸고
485
00:54:30,400 --> 00:54:39,030
현실에서 그들의 삶을 되돌리고자
무척 애를 쓰고 있었습니다
486
00:54:39,030 --> 00:54:44,700
가장이 집으로 돌아오고
가족이 다시 모였을 테지요
487
00:54:44,700 --> 00:54:50,900
그러니 8-9000 마일 이상 떨어진
먼 이국 땅에서 일어난 전쟁은
488
00:54:50,900 --> 00:54:53,530
그들에게 너무나 먼 이야기일 뿐이었습니다
489
00:54:54,460 --> 00:54:59,700
자신들과 관련된 것이
사실 아무것도 없기도 했고요
490
00:54:59,700 --> 00:55:06,200
물론, 한국에 파병되었던
영국 해군과 공군은 예외입니다
491
00:55:06,200 --> 00:55:09,160
수천 명의 병력이었죠
492
00:55:09,600 --> 00:55:19,830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드디어 우리도
6·25전쟁의 참전 용사로서 인정을 받는 것 같습니다
493
00:55:21,000 --> 00:55:33,300
제가 알기로, 총 16개국 중 영국은
6·25전쟁 기념비가 없는 유일한 나라였습니다
494
00:55:33,830 --> 00:55:45,330
2-3년 전에는 한국 정부가 주도해서
기념비를 세웠고, 대부분의 비용을 부담했죠
495
00:55:45,330 --> 00:55:52,400
우리는 영국 정부나 기업으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습니다
496
00:55:52,730 --> 00:55:56,730
하지만 우리 기념비도 이제
497
00:55:57,560 --> 00:56:00,730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