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00:00:05,233 --> 00:00:06,900
제 이름은 콜린 존 할렛입니다
2
00:00:06,900 --> 00:00:12,400
철자는 콜린 씨(C)오(O)엘(L)아이(I)엔(N)
존 제이(J)오(O)에이치(H)엔(N)
3
00:00:12,400 --> 00:00:16,633
할렛 에이치(H)에이(A)엘(L)엘(L)
이(E)티(T)티(T)이(E)고요
4
00:00:16,633 --> 00:00:18,300
생년월일이 어떻게 되십니까?
5
00:00:18,300 --> 00:00:21,467
1932년 4월 11일입니다
6
00:00:21,867 --> 00:00:25,800
- 그럼 올해 87세 맞으세요?
- 아직 86세입니다
7
00:00:25,800 --> 00:00:28,067
4월에 87세가 되고요
8
00:00:28,067 --> 00:00:32,733
믿기 어렵군요
그렇게 안보이십니다
9
00:00:33,967 --> 00:00:37,067
- 예순 여섯 정도 되어 보이시는데요
- 고맙습니다
10
00:00:37,067 --> 00:00:40,800
어떻게 된 거죠?
다들 젊어 보이십니다
11
00:00:40,933 --> 00:00:44,267
정말 좋습니다! 태어나신 곳은요?
12
00:00:44,267 --> 00:00:47,500
테 아로하(Te Aroha)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13
00:00:47,500 --> 00:00:48,300
철자를 좀 알려주시겠습니까?
14
00:00:48,300 --> 00:00:52,100
티(T)이(E)에이(A)알(R)오(O)에이치(H)에이(A)
15
00:00:52,100 --> 00:00:54,767
- 사랑이라는 뜻입니다
- 사랑이요?
16
00:00:54,767 --> 00:00:58,000
예쁜 지명입니다
테 아로하가 사랑이라는 뜻이에요
17
00:00:58,000 --> 00:01:03,200
- 마오리어 인가요?
- 마오리어로 사랑이라는 뜻입니다
18
00:01:03,200 --> 00:01:04,833
여기서 먼가요?
19
00:01:07,833 --> 00:01:12,133
그리 멀지는 않습니다
1시간 반 정도 걸릴까요?
20
00:01:12,700 --> 00:01:15,733
성장과정에서 가족 분들에 대해서
좀 말씀해 주십시오
21
00:01:15,733 --> 00:01:18,000
부모님과 형제 분들에 대해서요
22
00:01:19,867 --> 00:01:23,267
부모님은 테 아로하에서
23
00:01:23,500 --> 00:01:28,167
11km 정도 떨어진 화이트타워
(White Tower)에 농장을 갖고 계셨습니다
24
00:01:28,167 --> 00:01:37,033
네, 형 빌(Bill), 제가 둘째였고
여동생 노마(Norma)
25
00:01:37,033 --> 00:01:43,067
그리고 남동생 배리(Barry)와
케빈(Kevin)이 함께 자랐죠
26
00:01:44,700 --> 00:01:47,233
다니신 학교는 어땠나요?
27
00:01:47,233 --> 00:01:49,033
저는 화이트타워 학교에 다녔습니다
28
00:01:49,033 --> 00:01:49,767
화이트타워요?
29
00:01:49,767 --> 00:01:54,500
네, 화이트타워 학교에 다니다가 이후에
마텐스빌(Martensville)로 진학했습니다
30
00:01:54,500 --> 00:01:56,733
마텐스빌 고등학교였죠
31
00:01:57,200 --> 00:02:00,300
고등학교를 다니셨고
언제 졸업하셨습니까?
32
00:02:00,300 --> 00:02:06,133
1945년 아니면 46년?
33
00:02:08,167 --> 00:02:14,433
고등학교를 졸업한 시점에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계셨습니까?
34
00:02:14,933 --> 00:02:18,767
몰랐습니다, 아무것도 몰랐어요
35
00:02:18,767 --> 00:02:26,033
한 번도,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36
00:02:26,500 --> 00:02:30,033
그때만 해도 제 평생 한국에
가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지요
37
00:02:31,133 --> 00:02:33,900
세상에! 근데 지금은 6·25전쟁 참전용사가
되어 계시네요, 그렇죠?
38
00:02:33,900 --> 00:02:35,233
네, 맞아요
39
00:02:35,233 --> 00:02:37,033
그럼 한국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된 겁니까?
40
00:02:37,033 --> 00:02:41,600
한국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을 알고 계시잖아요?
41
00:02:41,600 --> 00:02:44,367
한국에 대해 많이 알지만,
다 아는 것은 아닙니다
42
00:02:44,367 --> 00:02:47,200
많이 아는 정도, 알겠습니다
43
00:02:47,200 --> 00:02:49,633
하지만 해군에는 항상 입대하고 싶었습니다
44
00:02:49,633 --> 00:02:54,067
제가 어렸을 때 해군에 들어가는 게
제 운명이라고 생각했죠
45
00:02:54,067 --> 00:02:59,767
제가 입대한다면, 결국 한국에 가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현실이 된 겁니다
46
00:03:00,233 --> 00:03:04,800
- 그럼 언제 해군에 입대하셨죠?
- 1946년으로 기억합니다
47
00:03:05,200 --> 00:03:08,500
해군에 입대했을 때 15살이었어요
48
00:03:08,867 --> 00:03:16,100
해군에 입대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은
다들 15살 때였다고 말씀하십니다
49
00:03:16,100 --> 00:03:16,867
사실이에요
50
00:03:16,867 --> 00:03:21,667
해군에서 그렇게 어린 소년들의
입대를 허가하다니 믿기지가 않아요
51
00:03:21,667 --> 00:03:23,767
우리를 '소년 수병'이라고 불렀습니다
52
00:03:26,900 --> 00:03:34,400
- 군사훈련은 어디에서 받으셨습니까?
- 음, 해상 훈련 말인가요?
53
00:03:34,867 --> 00:03:39,867
모튀헤 섬(Motuihe Island)에 있었던
뉴질랜드 군함 타마키함(Tamaki)과
54
00:03:39,867 --> 00:03:42,100
오클랜드의 하우라키(Hauraki)에서
받았습니다
55
00:03:42,600 --> 00:03:48,100
6개월 훈련 후 전함
발로그나(Balogna)에 승함했죠
56
00:03:49,300 --> 00:03:53,633
그 군함을 타고 소위 세계일주를 했습니다
57
00:03:55,467 --> 00:04:00,200
- 특기는 어떻게 되셨나요?
- 함포 조준수였습니다
58
00:04:00,200 --> 00:04:02,767
- 그게 뭐죠?
- 조준수요
59
00:04:02,767 --> 00:04:10,300
타마키함 이후에는 에이키미스 필라모함으로
복귀해서 장포사 특기를 받았고요
60
00:04:10,944 --> 00:04:17,311
80mm 대공포와
10cm 포 같은 대형 함포였죠
61
00:04:17,433 --> 00:04:21,389
포를 다루는 일이라면 뭐든 했어요
장포사가 제 특기였습니다
62
00:04:21,488 --> 00:04:24,421
조준 실력이 훌륭하셨을 것 같은데, 맞나요?
63
00:04:24,466 --> 00:04:27,666
조준이요, 그렇죠
저는 사냥도 했거든요
64
00:04:28,233 --> 00:04:31,566
아버지와 형제들이 다 사냥을 해서
65
00:04:31,633 --> 00:04:38,067
총을 워낙 많이 쏴 본지라
총이라면 자신이 있었다고 할까요
66
00:04:38,067 --> 00:04:42,800
- 요즘도 사냥을 하시나요?
- 아뇨, 요즘엔 사냥 대신 산책을 합니다
67
00:04:43,800 --> 00:04:45,133
총은 벽에 걸어 뒀지요
68
00:04:46,100 --> 00:04:51,233
당시에 6·25전쟁에 참전하게 될 것이란
생각을 해 보신적이 있나요?
69
00:04:52,644 --> 00:04:58,944
6·25전쟁 이야기가 나왔을 때
제가 한국에 가게 될 것을 직감했습니다
70
00:04:59,333 --> 00:05:02,249
- 두려웠나요?
- 아뇨, 딱히 두렵지 않았어요
71
00:05:02,274 --> 00:05:03,867
한 순간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72
00:05:03,867 --> 00:05:06,200
- 당시에는 어린 나이셨죠?
- 네, 그렇죠
73
00:05:06,200 --> 00:05:10,700
6·25전쟁이 발발했을 때
나이가 어떻게 되셨나요?
아마도
74
00:05:10,700 --> 00:05:12,535
- 열 아홉인가요?
- 스물이요
75
00:05:12,560 --> 00:05:16,993
스무 살이었습니다
홍콩에서 스물 한 번째 생일을 맞았거든요
76
00:05:18,900 --> 00:05:22,333
- 홍콩에서요?
- 네, 홍콩에서
77
00:05:22,333 --> 00:05:28,367
- 홍콩에서는 이후 어디로 가셨나요?
- 사세보와 쿠레에 배치되었습니다
78
00:05:28,367 --> 00:05:31,233
두 항구를 전진기지로 삼았죠
79
00:05:34,200 --> 00:05:36,533
소속 부대명은요?
80
00:05:37,333 --> 00:05:40,800
저는 뉴질랜드 군함(HMNZS
His[Her] Majesty's New Zealand Ship)
81
00:05:40,800 --> 00:05:41,700
카니에리함(Kaniere) 소속이었습니다
82
00:05:41,700 --> 00:05:43,367
에이치(H) 엠(M)?
83
00:05:43,400 --> 00:05:47,300
국왕 혹은 여왕 폐하의
뉴질랜드 군함이라는 뜻이고요
84
00:05:47,300 --> 00:05:48,333
함명이 카니에리였습니다
85
00:05:48,800 --> 00:05:53,033
엔(N)에스(S), 그리고 폐하?
86
00:05:53,033 --> 00:05:55,767
뉴질랜드 함선 카니에리요
케이(K)에이(A)엔(N)
87
00:05:55,767 --> 00:06:00,833
- 케이(K)아이(I)엔(N)...
- 케이(K)에이(A)엔(N)아이(I)이(E)알(R)이(E)
88
00:06:02,333 --> 00:06:04,300
- 카니에리요
- 카니에리, 맞아요
89
00:06:04,300 --> 00:06:07,900
- 어떤 함선이었나요?
- 호위함이었죠
90
00:06:10,167 --> 00:06:14,133
어린 아이들은 이런 내용을 잘 모를 겁니다
91
00:06:14,133 --> 00:06:17,833
어떤 종류의 함선이었는지 더 말씀해주세요
얼마나 컸나요?
92
00:06:17,833 --> 00:06:20,733
어떤 함포가 있었고
주 임무는 무엇이었는지요?
93
00:06:22,100 --> 00:06:25,967
함포의 경우 4.25인치 함포가
가장 큰 거였고요
94
00:06:26,333 --> 00:06:33,100
수중의 잠수함을 공격하는 대잠포도 있었어요
95
00:06:33,667 --> 00:06:40,700
함수에서 바로 발사되는 큰 포탄이었습니다
폭뢰였죠, 재래식 폭뢰
96
00:06:40,700 --> 00:06:48,367
또 엘리콘포(Oerlikon)가 하나 있었고
총열이 6개인 기관포도 있었습니다
97
00:06:48,367 --> 00:06:54,467
과거 개틀링 건처럼 연발로 발사되었죠
98
00:06:54,467 --> 00:07:01,000
함포 외에 선상에 함께 탑재되었던 무장이었죠
배의 길이는 잘 모르겠습니다
99
00:07:01,000 --> 00:07:04,533
길이는 그냥 당연히 길구나 생각했습니다
100
00:07:04,867 --> 00:07:08,767
승조원은 몇 명이었나요?
101
00:07:09,800 --> 00:07:11,333
얼마나 큰 배였죠?
102
00:07:12,100 --> 00:07:16,867
- 그렇게 크지는 않았어요
- 대략 몇 명 정도죠?
103
00:07:18,233 --> 00:07:23,233
승조원은 250-300명 정도 있었습니다
104
00:07:23,233 --> 00:07:27,100
그래도 많네요, 배 한 척에 250명이라니
105
00:07:27,100 --> 00:07:34,900
네, 제가 좀 과장했는지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백 명 단위인 것은 맞아요
106
00:07:36,000 --> 00:07:41,167
백 명은 확실히 넘었습니다
107
00:07:41,633 --> 00:07:47,300
홍콩에서 사세보로 가셨다고 하셨는데요
사세보라면 전진기지요?
108
00:07:47,300 --> 00:07:54,833
네, 다시 바다로 출동하기 전에
보급을 받고 잠시 휴식하던 항구입니다
109
00:07:54,833 --> 00:07:58,867
한국 해역에 처음 진입하신 것은 언제였나요?
110
00:08:00,133 --> 00:08:06,000
- 정확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 대략 몇 년도였죠?
111
00:08:06,000 --> 00:08:14,400
- 1953년이었어요
- 전쟁 전인가요, 후인가요?
112
00:08:15,400 --> 00:08:20,167
제가 알기로는 전쟁이 진행 중이었으니까
그럼 몇 년도죠?
113
00:08:20,167 --> 00:08:25,800
6·25전쟁은 1950년 발발했고
53년 7월에 정전했습니다
114
00:08:25,800 --> 00:08:27,233
그럼 52년이었나 봐요
115
00:08:27,233 --> 00:08:29,000
- 52년이요?
- 네
116
00:08:29,000 --> 00:08:38,400
- 동해에 계셨나요, 서해에 계셨나요?
- 좋은 질문입니다
117
00:08:39,100 --> 00:08:43,367
- 평안도가 어느 쪽이죠?
- 서쪽에 계셨군요
118
00:08:43,367 --> 00:08:44,900
네
119
00:08:46,800 --> 00:08:56,000
부대의 임무와 과업에 대해 좀 말씀해 주세요
호위함이 그 쪽에서 어떤 임무를 수행했죠?
120
00:08:56,000 --> 00:08:57,767
네, 우리는 해안을 정찰했습니다
121
00:08:57,767 --> 00:09:06,633
선박에 있는 것이 북한사람이나 물자가 아니라
남한사람, 남한물자란 것을 확인해야 했죠
122
00:09:07,700 --> 00:09:15,067
또한 자주 해안포격의 표적을
확인하여 보고했죠
123
00:09:16,700 --> 00:09:22,133
그게 대략 우리가 수행한 기본적인 임무였죠
해안을 남북으로 오르내리면서요
124
00:09:22,133 --> 00:09:24,000
근처의 강 이름이 양자강이었던가?
125
00:09:25,333 --> 00:09:31,600
양자강은 중국이에요!
126
00:09:31,600 --> 00:09:39,200
대동강, 청천강, 또는 한강이 아닌가요?
127
00:09:40,267 --> 00:09:44,367
기억이 안나요
어쨌든 그 곳으로 갔습니다
128
00:09:45,000 --> 00:09:51,933
해상에 적군이 있었나요?
북한 해군과 마주친 경험은요?
129
00:09:52,200 --> 00:09:54,300
없어요
130
00:09:54,300 --> 00:10:01,433
평안도에서는 적군이 커다란 대포를
전차에 올려서 포격을 했던 적이 있었어요
131
00:10:03,500 --> 00:10:06,800
그 때가 실제로 집중 포화를 맞았던
유일한 경험입니다
132
00:10:08,267 --> 00:10:15,167
또 미국 수송선들을 호위하던 와중에
포격을 받은 적도 있었네요
133
00:10:15,167 --> 00:10:20,133
- 누가 포격을 한 거죠?
- 북한군이죠
134
00:10:20,910 --> 00:10:23,977
아, 그것에 관해 더 말씀해주세요
언제였죠? 어떤 상황이었나요?
135
00:10:24,400 --> 00:10:30,933
미군 군함들도 우리와 같이 정찰을 했습니다
우리는 함포가 장전된 상태였고요
136
00:10:30,933 --> 00:10:36,200
일몰 시 포탄을 포강에서 제거했죠
137
00:10:36,200 --> 00:10:40,000
다음 날을 위해 야간에는
함포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거죠
138
00:10:40,000 --> 00:10:42,733
그 때 공격을 받은 거예요
139
00:10:42,733 --> 00:10:47,900
비유하자면 볼일을 보려고
바지를 내린 상태에서
140
00:10:47,900 --> 00:10:51,600
포격을 맞으면서
교전을 시도하는 격이었습니다
141
00:10:51,600 --> 00:10:57,567
종종거리며 재장전을 해야 했고
적 항공기를 격퇴해야 했죠
142
00:11:01,467 --> 00:11:04,833
그럼 선생님께서는 함상의
모든 다양한 함포를 담당하셨던 건가요?
143
00:11:04,833 --> 00:11:12,600
아뇨, 저는 4인치 함포의 조준수였습니다
4인치 포는 주로 세 명이 운용했어요
144
00:11:12,600 --> 00:11:16,867
포를 좌우로 움직였던 선회수
145
00:11:16,867 --> 00:11:21,200
저는 고각을 맞추기 위해서
포를 위아래로 조준했고요
146
00:11:21,200 --> 00:11:28,800
그리고 사거리와 각도를 맞춰주는
측거의 조종수도 있었죠
147
00:11:28,800 --> 00:11:36,733
물론 포탄을 장전하고, 포강을 닦는
그런 기본적인 역할을 하는 다른 포요원도 있었고요
148
00:11:36,733 --> 00:11:43,133
요즘처럼 자동이 아니고 수동이었죠
발사키는 제가 맡았고요
149
00:11:43,133 --> 00:11:46,600
제가 발사키를 당겼습니다
그게 제 역할이었어요
150
00:11:48,333 --> 00:11:53,133
호위함에서의 생활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어떻게 주무셨나요?
151
00:11:53,133 --> 00:12:01,400
얼마나 좁았고, 샤워는 어떻게 하셨는지요?
음식이나, 여가 시간 같은 것들은 어땠나요?
152
00:12:01,400 --> 00:12:06,633
자세한 내용을 모두 말해주세요
뉴질랜드의 어린이들이 귀를 기울일 겁니다
153
00:12:06,633 --> 00:12:13,100
호위함에 승함했을 때
작은 사물함을 배정받았습니다
154
00:12:13,100 --> 00:12:16,300
옷을 전부 보관할 작은 사물함이었어요
155
00:12:16,300 --> 00:12:21,733
식당도 있었는데, 사실 목재 테이블
양 쪽에 벤치가 하나씩 달리고
156
00:12:21,733 --> 00:12:27,367
접시, 컵, 나이프와 포크 정도였어요
그리고 직접 요리를 하죠
157
00:12:27,367 --> 00:12:32,567
조리실로 올라가서 모든 동료들을 위한
음식을 가지고 내려와야 했어요
158
00:12:32,567 --> 00:12:37,267
음식을 분배하는데, 해군에서는
항상 럼주를 한 모금씩 마셨으니까
159
00:12:37,267 --> 00:12:45,100
럼주도 매일 한 잔씩 나눠줘야 했고요
먹고 나서 치우는 것도 우리가 해야 했습니다
160
00:12:45,100 --> 00:12:49,600
우리 식당을 아주 말끔하게 정리해야 했죠
161
00:12:50,000 --> 00:12:55,267
굴러다니는 것이 있으면 압수 당하고
다시 받으려면 벌금을 내야 했어요
162
00:12:56,500 --> 00:13:01,233
그래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습니다
163
00:13:01,233 --> 00:13:04,100
- 지저분해지니까요?
- 그렇죠
164
00:13:04,100 --> 00:13:10,867
매일 밤 당직사관이 순찰하면서
우리 거주공간이 잘 정리되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165
00:13:10,867 --> 00:13:17,267
주말마다 함장이 직접 내려와서
모든 것을 검사하는 주말점검을 했고요
166
00:13:17,267 --> 00:13:24,633
야간에는 해먹에서 잤습니다
전 해먹에서 자는 것을 좋아해요
167
00:13:24,633 --> 00:13:29,733
바다가 잔잔하고 부드러우면
한쪽으로 가볍게 흔들리죠
168
00:13:29,733 --> 00:13:31,567
자장가를 불러주며 재워주는 느낌이군요?
169
00:13:31,567 --> 00:13:38,433
정말 바다가 거칠어지면, 해먹은
갑판 늑골까지 위로 솟았다가 떨어지곤 했습니다
170
00:13:38,433 --> 00:13:41,633
그럴 때 말고는 아주 좋았어요
171
00:13:41,633 --> 00:13:47,167
- 공짜 롤러코스터네요
- 어떤 측면에서는 공짜지요
172
00:13:47,167 --> 00:13:57,433
샤워실도 있었어요, 면도도 하고
모양새는 경마장 마구간 같았습니다
173
00:13:57,433 --> 00:14:02,933
칸막이가 어깨 까지만 가려졌죠
174
00:14:02,933 --> 00:14:06,667
안에서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175
00:14:06,667 --> 00:14:11,467
이 정도가 함상 생활의 전부입니다
176
00:14:11,467 --> 00:14:23,433
주간에는 물론 일을 했죠
야간에는 4교대로 당직근무를 했어요
177
00:14:23,433 --> 00:14:30,700
당직 시간은 00-04, 04-08, 08-12
12-16, 16-18(제1 도그워치)
178
00:14:30,700 --> 00:14:35,300
18-20(제2 도그워치),
20-00시로 구분했죠
179
00:14:35,300 --> 00:14:39,000
야간 당직(00-04)을 서고 나면
오전에는 쉬었고요
180
00:14:39,000 --> 00:14:50,800
새벽 당직을 서면 갑판을 청소해야 하고
일반 근무로 복귀하죠
181
00:14:50,800 --> 00:14:54,933
해상에서는 다들 하는 일입니다
182
00:14:54,933 --> 00:14:59,033
- 꽤 즐기셨던 것 같은데요
- 네, 뭐, 그랬죠
183
00:14:59,033 --> 00:15:04,200
- 좋지 않나요?
- 네, 뒤돌아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184
00:15:04,200 --> 00:15:11,200
물이 흥건한 참호에서 취침하지 않아도 되고요
185
00:15:11,200 --> 00:15:15,800
4월경 장마가 시작되고, 음식도 좋지 않았어요
186
00:15:15,800 --> 00:15:19,633
제2차 세계대전 때 먹고 남은 토끼를
우리에게 먹였을 겁니다
187
00:15:19,633 --> 00:15:22,767
그래도 살아남았어요
188
00:15:22,792 --> 00:15:26,858
기지에는 자주 복귀해서 재보급을 받았나요?
189
00:15:30,967 --> 00:15:38,367
저 밖에 차에 보관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걸 보면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190
00:15:38,367 --> 00:15:42,600
해상에 머무는 기간은 얼마나 되셨나요?
두, 세 달 정도 되었나요?
191
00:15:42,600 --> 00:15:45,600
한 달 정도였던 것 같아요
192
00:15:45,600 --> 00:15:47,800
한 달이요? 그러고는 기지에 돌아가나요?
193
00:15:47,800 --> 00:15:50,067
네, 그렇죠
194
00:15:50,333 --> 00:15:57,100
그냥 궁금해서 여쭤보는데요
바다에서는 인분을 어떻게 처리하나요?
195
00:15:57,100 --> 00:16:04,933
해상에 버리는지
아니면 모았다가 기지에 가서 버리나요?
196
00:16:04,933 --> 00:16:08,733
바다에 그냥 버립니다
확실해요
197
00:16:08,733 --> 00:16:11,167
아 그런가요
물고기들을 위한 영양분이군요
198
00:16:11,167 --> 00:16:14,033
네, 그럴지도
199
00:16:14,033 --> 00:16:19,900
음식쓰레기도 마찬가지였거든요
그냥 배 밖으로 버렸습니다
200
00:16:19,900 --> 00:16:27,267
오늘 날 환경에는 별로 좋지 않겠지만
당시에는 그렇게 했습니다
201
00:16:27,267 --> 00:16:33,067
부상을 당하거나
그런 위험한 순간이 있었나요?
202
00:16:33,067 --> 00:16:38,600
적이 평안도에서 우리를 향해
커다란 대포를 발사했다고 했죠
203
00:16:38,600 --> 00:16:43,167
그 때가 가장 무서웠습니다
포격이란 것을 처음 받아봤어요
204
00:16:43,633 --> 00:16:48,333
생각해 보세요
자라면서 전쟁 영화를 많이 봤거든요
205
00:16:48,333 --> 00:16:53,067
총알이 소리를 내면서 날아오다가
멈추는 장면을 정말 재미있게 봤습니다
206
00:16:53,067 --> 00:17:00,533
그런 장면을 영화에 담는 건 별 것 아니지만
실제상황은 아주 겁이 났어요
207
00:17:00,533 --> 00:17:02,900
함상에 '공포상황'이란 말이 있는 것도 그렇죠
208
00:17:02,900 --> 00:17:07,400
처음에는 그렇게 쏴대다가
언제부턴가 포격을 멈추더군요
209
00:17:07,400 --> 00:17:12,867
인생에 모든 것이 그렇듯
그런 것에도 익숙해지더군요
210
00:17:12,867 --> 00:17:16,567
그냥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야만 했고요
이 정도로 할까요?
211
00:17:18,200 --> 00:17:24,133
가족 분들께 편지는 보내실 수 있었나요?
결혼은 하신 상태였는지?
212
00:17:24,133 --> 00:17:26,000
아뇨, 약혼한 상태였어요
213
00:17:26,000 --> 00:17:27,300
- 약혼이요?
- 네
214
00:17:27,300 --> 00:17:31,667
- 상대가?
- 여기 이 멋진 여자분이죠
215
00:17:34,700 --> 00:17:39,500
- 인터뷰에 함께 하시기를 청해도 될까요?
- 네, 말씀해 보세요
216
00:17:39,500 --> 00:17:44,900
함께 하시죠, 걷기 괜찮으세요?
편히 앉으십시오
217
00:17:46,367 --> 00:17:49,400
- 당시에 두 분이 약혼한 상태였다는 말씀이죠?
- 네
218
00:17:49,400 --> 00:17:53,233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219
00:17:53,633 --> 00:18:01,267
아이나, 아이(I)엔(N)에이(A), 에버렛
이(E)브이(V)이(E)알(R)이(E)티(T)티(T)
220
00:18:01,267 --> 00:18:04,533
언제 알게 되셨나요?
언제 만나셨죠?
221
00:18:05,700 --> 00:18:08,800
고국에서 휴가 중에 만났습니다
주말이었죠
222
00:18:08,800 --> 00:18:16,767
지역 무도회에서 만나서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어요
223
00:18:17,033 --> 00:18:25,267
미래의 남편을 전쟁터에
보내는 심정이 어떠셨습니까?
224
00:18:26,067 --> 00:18:33,933
그이가 안전하기만 하다면 좋겠다고
저는 그냥 받아들였어요
225
00:18:33,933 --> 00:18:39,633
그리고 편지를 꽤 자주 받았고
일어나는 일에 대해서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었죠
226
00:18:39,633 --> 00:18:43,867
- 저는 여기서 또 바쁘기도 했고요
- 어떤 일을 하셨나요?
227
00:18:44,167 --> 00:18:55,267
전 뉴질랜드 수로배수국에서
비서로 일했어요
228
00:18:55,267 --> 00:19:07,133
소녀단 활동도 하느라
캠프 같은 것들에도 참가했고, 바쁘게 살았죠
229
00:19:07,133 --> 00:19:15,967
토요일마다 무도회에
같이 갈 친구들도 있었고요
230
00:19:17,500 --> 00:19:20,933
남편이 없는 동안
남편 분께서 편지를 보내셨죠?
231
00:19:20,933 --> 00:19:21,767
네
232
00:19:21,767 --> 00:19:23,867
뭐라고 쓰시던가요?
기억이 나세요?
233
00:19:23,867 --> 00:19:25,267
특히 기억이 나는 것이 있다면?
234
00:19:25,267 --> 00:19:36,900
일과나 그 주에 있었던 이야기, 했던 일들
방문한 장소, 뭘 하고 있는지 같은 이야기였어요
235
00:19:36,900 --> 00:19:41,867
어떤 생선을 드셨는지도?
생선 말씀도 하시던가요?
236
00:19:41,867 --> 00:19:43,767
- 네?
- 물고기요
237
00:19:43,767 --> 00:19:45,400
아 물고기, 네
238
00:19:45,400 --> 00:19:47,300
농담이었습니다
239
00:19:48,367 --> 00:19:51,167
한국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240
00:19:51,167 --> 00:19:56,433
- 예비신랑이 어디에 있는지?
- 아뇨, 당시에는 몰랐어요
241
00:19:56,433 --> 00:20:00,567
파병을 가고 나서야 한국에 대해 공부했지요
242
00:20:00,567 --> 00:20:07,567
군인들이 자기가 한국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243
00:20:07,567 --> 00:20:12,800
얘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했고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244
00:20:14,000 --> 00:20:20,533
- 이후 한국에 방문하신 적이 있나요?
- 아뇨, 없습니다
245
00:20:20,533 --> 00:20:32,200
없으시군요, 한국의 경제, 사회,
문화 소식을 듣고 계시긴 하시죠?
246
00:20:32,200 --> 00:20:35,333
한국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계신가요?
247
00:20:35,333 --> 00:20:39,233
그런 셈이죠
뉴스에도 나오니까요
248
00:20:39,233 --> 00:20:44,767
현대의 한국에 대해서 알고 계신 것을
말씀해주세요, 오늘날의 한국이요
249
00:20:44,900 --> 00:20:49,400
- 남북한이 다시 함께 하고자 시도하고 있죠
- 네
250
00:20:49,400 --> 00:20:56,233
물론 아직 비무장지대라는
것이 남아있지만요
251
00:20:56,233 --> 00:21:04,867
국경을 넘으려고 하는 이들
이산가족들도 있고요
252
00:21:04,867 --> 00:21:09,867
끔찍할 것 같아요
반은 이쪽에, 반은 저쪽에 있다니
253
00:21:09,867 --> 00:21:11,633
당사자들은 정말 힘들 것 같습니다
254
00:21:12,233 --> 00:21:18,200
한국에 대해, 뉴스에 나오는
그런 일반적인 내용을 알고 있어요
255
00:21:18,200 --> 00:21:20,200
꽤 자주 나옵니다
256
00:21:20,500 --> 00:21:25,333
한국의 경제에 대해서 알고 계세요?
얼마나 발전했는지?
257
00:21:25,633 --> 00:21:34,900
북한의 두 배 이상이고
북한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은 압니다
258
00:21:35,633 --> 00:21:40,400
한국 경제가 탄탄한 것으로 알고있습니다
259
00:21:40,400 --> 00:21:42,200
큰 나라가 되었습니다
260
00:21:42,200 --> 00:21:49,100
참전 당시, 한국의 도시들을
둘러보실 기회가 있었나요?
261
00:21:49,133 --> 00:21:54,200
아뇨, 상륙은 전진기지가 있던
일본의 사세보와 쿠레 정도였지요
262
00:21:54,200 --> 00:22:03,400
어느 도시의 학생들이 승선해서
공연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263
00:22:03,400 --> 00:22:08,467
한국의 경제 수준에 대해 알고 계시나요?
세계 몇 위 정도의 경제규모인지?
264
00:22:08,467 --> 00:22:13,667
- 한국의 경제 순위를요
- 아뇨, 모릅니다
265
00:22:13,667 --> 00:22:17,500
세계 11위의 경제 규모를 갖췄습니다
266
00:22:17,500 --> 00:22:20,067
- 믿어 지시나요?
- 믿어지지 않네요
267
00:22:20,067 --> 00:22:27,100
남편께서 1950년대에 참전하셨던 그 나라에
당시에 한국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268
00:22:27,100 --> 00:22:30,067
지금은 세계 11위 경제대국이 됐고요
269
00:22:30,400 --> 00:22:34,200
- 제가 한국에 있을 때는 이승만이 대통령이었죠?
- 네
270
00:22:35,500 --> 00:22:41,533
한국에서 운동경기도 많이 할 예정이지요?
271
00:22:41,900 --> 00:22:45,200
- 올림픽 말씀인가요?
- 제 말 맞죠? 아닌가요?
272
00:22:45,200 --> 00:22:46,400
아니, 그건 일본이지
아 참, 일본이었지
273
00:22:46,400 --> 00:22:50,467
- 죄송해요!
- 거의 맞출 뻔 했는데
274
00:22:51,667 --> 00:22:59,600
한국은 1988년에 올림픽을 치렀고
월드컵도 주최했습니다
275
00:22:59,600 --> 00:23:07,133
그 둘 모두 굉장히 성공적으로 치렀죠
276
00:23:07,133 --> 00:23:09,100
경제적으로 강한 나라군요
277
00:23:09,100 --> 00:23:12,533
6·25전쟁 참전용사로서
스스로의 유업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78
00:23:12,533 --> 00:23:15,500
6·25전쟁 참전용사의 업적이란 무엇일까요?
279
00:23:18,433 --> 00:23:19,800
잘 모르겠습니다
280
00:23:19,833 --> 00:23:24,933
선생님이 보시기에 6·25전쟁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281
00:23:24,933 --> 00:23:31,833
양국에 평화를 줬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 전쟁을 치렀고요
282
00:23:32,367 --> 00:23:36,000
우리는 한국이 두 개의 나라가 아닌
한 나라가 되었으면 하고 싸웠습니다
283
00:23:36,000 --> 00:23:37,733
분단된 국가 보다는
284
00:23:39,233 --> 00:23:46,300
6·25전쟁 참전용사로서의 경험을
부인께 말씀해 주셨나요?
285
00:23:47,067 --> 00:23:48,867
이야기하신 적이 있어요?
286
00:23:49,067 --> 00:23:54,333
음, 아마도요! 저희는 온갖 이야기를 하거든요
287
00:23:54,333 --> 00:24:05,433
한국 군함이 뉴질랜드에 방문했을 때
남편이 승선 초대를 받았답니다
288
00:24:05,433 --> 00:24:09,433
- 언제였죠?
- 한 2년 정도 되었네요
289
00:24:09,433 --> 00:24:13,267
군함들이 여러 척 있었어요
290
00:24:13,267 --> 00:24:20,233
남편은 옆에 있던 뉴질랜드 군함 수병들이
하부갑판에서 어떻게 자고
291
00:24:20,233 --> 00:24:25,267
어떻게 생활하는지 보고 싶어 했지만
출입이 거부되었어요
292
00:24:25,267 --> 00:24:32,800
그래서 줄을 다시 서서
한국 군함에 승함했지요
293
00:24:32,800 --> 00:24:35,967
거기선 함장님이 남편을 맞아줬습니다
294
00:24:35,967 --> 00:24:39,467
남편은 한국 함장님과 함께
휘날리는 태극기 앞에서 사진도 찍었지요
295
00:24:39,467 --> 00:24:41,733
남편은 많이 들떠 있었고
296
00:24:41,767 --> 00:24:46,400
"뉴질랜드 보다 한국에서 한 일에
더 보람을 느껴!"라고 했어요
297
00:24:46,400 --> 00:24:49,167
더 말씀해 주세요
어떤 기분이었나요?
298
00:24:49,167 --> 00:24:50,967
아주 좋았습니다
299
00:24:50,967 --> 00:24:58,167
승함하고 나서 근무 중이던 장교에게
제가 한국에 갔었다고 말했지요
300
00:24:58,167 --> 00:25:00,100
그 장교는 "6·25전쟁에
참전하셨다는 말씀입니까?"라고 했고
301
00:25:00,100 --> 00:25:01,667
저는 "네, 맞아요"라고 대답했어요
302
00:25:01,667 --> 00:25:03,400
그리고 그 분이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습니다
303
00:25:03,400 --> 00:25:10,033
잠시 후 다른 이와 함께 돌아와서는
저를 함장님에게 데려갔죠
304
00:25:10,033 --> 00:25:17,467
함장님이 저를 매우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같이 장교 식당으로 들어갔어요
305
00:25:17,467 --> 00:25:23,600
함장님이 커피를 시켜주셨고
함께 앉아서 담소를 나눴습니다
306
00:25:23,600 --> 00:25:32,300
사진도 좀 찍고, 다시 갑판에 나가서
태극기 앞에서 사진을 더 찍었어요
307
00:25:32,333 --> 00:25:38,600
정말 자랑스러운 순간이었습니다
308
00:25:38,600 --> 00:25:43,700
- 잘 대해주셨네요
- 네, 아주 잘 대해줬습니다
309
00:25:45,400 --> 00:25:51,567
자녀와 손자손녀는 얼마나 두셨는지요?
증손자, 증손녀도 있나요?
310
00:25:51,567 --> 00:25:57,067
손주는 하나, 둘
넷 있어요, 맞지?
311
00:25:57,500 --> 00:25:59,033
네 명 맞아요
312
00:25:59,167 --> 00:26:07,767
- 손주가 넷, 증손주가 셋
- 몇 살인가요?
313
00:26:10,100 --> 00:26:24,633
한 명은 서른 다섯이고, 또 서른 넷
그리고 20대도 있고, 30대 손자도 또 한 명 있지요
314
00:26:24,633 --> 00:26:28,300
- 증손주도 셋이나 보았습니다
- 몇 살이죠?
315
00:26:28,300 --> 00:26:37,567
네 명이네요! 증손자가 셋
12살, 10살 9살이고요
316
00:26:37,567 --> 00:26:45,867
새로 증손녀를 봤습니다
이번 달에 첫 돌을 맞았어요
317
00:26:45,867 --> 00:26:47,133
- 한 살인가요?
- 네
318
00:26:47,133 --> 00:26:49,500
- 귀엽겠네요?
- 네, 예쁘죠
319
00:26:49,500 --> 00:26:51,733
- 이름이 뭔가요?
- 엘라(Ella)입니다
320
00:26:51,733 --> 00:26:53,167
엘라군요
321
00:26:54,867 --> 00:27:00,333
- 자녀분들 중에 혹시 교사가 있나요?
- 교사요?
322
00:27:00,333 --> 00:27:01,367
네, 교사요
323
00:27:03,855 --> 00:27:07,521
제 아들이 교사와 가장 비슷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324
00:27:07,633 --> 00:27:16,600
에어뉴질랜드에서 일을 하는데
공항에서 컴퓨터나 장비들 작동법을 가르쳐요
325
00:27:16,600 --> 00:27:18,133
아, 공항에서요!
326
00:27:18,133 --> 00:27:22,333
교사와 제일 가까운 건 그 아이네요
327
00:27:22,333 --> 00:27:26,533
저희 집안은 농업 쪽이에요
농사를 짓죠
328
00:27:26,833 --> 00:27:31,133
아내 쪽은 장인어른이 화가입니다
329
00:27:31,167 --> 00:27:33,500
알겠습니다
해군에서 언제 전역하셨죠?
330
00:27:34,233 --> 00:27:37,200
- 1956년이요
- 56년이군요
331
00:27:37,200 --> 00:27:39,700
- 이후에는 뭘 하셨나요?
- 결혼을 했지요
332
00:27:41,067 --> 00:27:48,133
56년도에 결혼하셨어요?
오래 기다리셨네요! 마음이 넓으십니다
333
00:27:49,167 --> 00:27:52,233
네, 1956 년, 그 해에 결혼했지요
334
00:27:52,233 --> 00:27:53,067
네, 그 후에는요?
335
00:27:53,067 --> 00:27:59,433
극장 밀크바를 하나 샀어요
가정식 요리를 했죠
336
00:27:59,800 --> 00:28:05,500
새벽 5시에 일어나서 파이와
빵 같은 것들을 구웠습니다
337
00:28:05,500 --> 00:28:08,867
아들도 일하러 와서는 샌드위치를 만들고…
338
00:28:08,867 --> 00:28:15,000
바로 옆에 영화관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밤 12시가 되어서야 침대에 누웠습니다
339
00:28:15,000 --> 00:28:20,200
그 일을 7-8년 정도 했고요
340
00:28:20,200 --> 00:28:27,400
그러고는 테 아로하에 양화점을
하나 사서 35년 간 운영했습니다
341
00:28:27,633 --> 00:28:37,967
그 후로 대형 업체들이 우리를 밀어냈어요
그들은 한국에서 신발을 수입하더군요
342
00:28:40,033 --> 00:28:41,600
저런!
343
00:28:42,200 --> 00:28:48,033
신발을 수입하여 우리 원가에
판매를 해버리니까 경쟁이 안됐죠
344
00:28:48,033 --> 00:28:50,433
그래서 가게를 닫았어요
345
00:28:50,433 --> 00:28:59,867
그래도 아들은 요리사 교육을 받아
대저택에서 일했어요
346
00:28:59,867 --> 00:29:03,567
아들은 노인 복지사업도 했어요
347
00:29:03,567 --> 00:29:08,200
- 나중엔 테 아로하에 햄버거 집을 사더군요
- 피시앤칩스 가게에요
348
00:29:08,200 --> 00:29:14,333
그래, 피시앤칩스와 계란요리
또 딸은 동네에서 밀크바를 했고요
349
00:29:14,367 --> 00:29:20,267
그래서 아내는 밀크바에, 저는 버거 가게에 가서
금요일 밤마다 생선과 감자를 튀겼습니다
350
00:29:21,533 --> 00:29:31,733
그 후 아들이 가게를 팔고
자판기를 사서 설치했습니다
351
00:29:31,733 --> 00:29:34,067
전국에 자판기를 깔았어요
352
00:29:34,067 --> 00:29:38,600
나중에 아들이 그 일에 질려
"어머니, 아버지, 저는 오클랜드로 갈 테니
353
00:29:38,600 --> 00:29:42,900
저 대신 자판기를 맡아주세요"라고 하더군요
그렇게 됐지요
354
00:29:42,900 --> 00:29:45,067
- 그래서 저희는 지금도 자판기를 합니다
-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355
00:29:45,067 --> 00:29:51,500
취미에 더 가깝죠
전업은 아니고요
356
00:29:51,500 --> 00:29:58,000
이제 아들과 딸은
에어뉴질랜드 항공사에서 일합니다
357
00:30:00,100 --> 00:30:06,933
내년 2020년이 되면
우리는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습니다
358
00:30:06,933 --> 00:30:09,000
네, 그렇죠
저도 알고 있어요
359
00:30:09,000 --> 00:30:17,900
20세기에 발발한 전쟁 중 아직도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지 않은 전쟁이 있는지 아시나요?
360
00:30:19,067 --> 00:30:21,700
아니요, 모르겠군요
361
00:30:21,700 --> 00:30:25,967
이 상태로 아주 오랫동안 변함이 없습니다
362
00:30:26,333 --> 00:30:33,900
6·25전쟁의 70주년을 맞아
한국 국민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시겠습니까?
363
00:30:33,900 --> 00:30:38,700
두 나라가 다시 하나로 합쳤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참 좋을 텐데요
364
00:30:38,700 --> 00:30:43,500
한 국가를 그렇게 반으로 분단시킨 것은
현명하지 못합니다
365
00:30:43,500 --> 00:30:48,167
마치 뉴질랜드가 북섬과 남섬으로
분리되는 것과 같아요
366
00:30:48,167 --> 00:30:52,800
- 우습죠
- 우습지만 슬프기도 합니다
367
00:30:52,800 --> 00:30:59,700
한국의 경제가 그렇게 탄탄하고
북한은 그렇게 가난하다니 정말 충격입니다
368
00:30:59,700 --> 00:31:00,700
정말이에요
369
00:31:00,700 --> 00:31:05,100
여러분들은 각각 다른 삶을 살고 계시지 않나요?
한국과 북한에서요
370
00:31:05,767 --> 00:31:09,167
- 아주 다르겠지
- 그것도 참 슬프네요
371
00:31:10,633 --> 00:31:15,700
한국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고
북한의 경제는 힘든 상황입니다
372
00:31:15,700 --> 00:31:22,267
1995~99년에는 기아로 죽은 인구도 많죠
373
00:31:22,267 --> 00:31:29,433
극단적인 차이가 있고 하루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하지만, 문제도 많습니다
374
00:31:29,433 --> 00:31:30,300
그렇겠죠
375
00:31:30,300 --> 00:31:35,033
가까운 미래에 통일이 될 수도 있다고 보시나요?
376
00:31:35,033 --> 00:31:37,033
잘 모르겠습니다
377
00:31:37,033 --> 00:31:44,933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고
그렇게 통일 절차를 시작할 수도 있겠죠
378
00:31:44,933 --> 00:31:48,033
하지만 또 모릅니다
379
00:31:48,433 --> 00:31:55,467
1989년에 서독 총리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380
00:31:55,467 --> 00:32:03,500
기자들이 "가까운 미래에 독일이
통일될 거라고 보십니까?"라고 질문했는데
381
00:32:03,500 --> 00:32:06,500
"전혀 모르겠습니다"라고 대답한 적이 있어요
382
00:32:06,500 --> 00:32:12,433
1989년의 일입니다
1년 후 독일은 통일되었지요
383
00:32:12,433 --> 00:32:13,867
그렇군요
384
00:32:14,467 --> 00:32:23,133
이러한 사건은 소리없이 다가오게 마련이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쉽지는 않을 거고요
385
00:32:24,367 --> 00:32:29,100
한국 국민들에게 어떤 말씀을 하고 싶으세요?
한국을 좋아하시나요?
386
00:32:29,100 --> 00:32:32,533
네, 한국인들은 훌륭합니다
387
00:32:33,367 --> 00:32:38,767
6·25전쟁 발발 70주년이라는 맥락에서
한국 국민들에게 남기실 특별한 메시지가 있을까요?
388
00:32:39,600 --> 00:32:42,233
우리에게 잘 대접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389
00:32:45,433 --> 00:32:53,033
앞날이 밝기를 기원하고
북한과 통일을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390
00:32:53,033 --> 00:32:55,267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391
00:32:55,267 --> 00:33:03,733
큰 꿈이나 희망은 반드시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질 테니까요
392
00:33:03,733 --> 00:33:07,233
가족이 반으로 나뉜다는 것은 정말 힘들 것 같아요
393
00:33:07,533 --> 00:33:13,400
네, 전쟁 이후 이산가족이 된 가족이 많습니다
394
00:33:13,967 --> 00:33:19,333
슬픈 일이지만 여러분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395
00:33:19,333 --> 00:33:20,767
맞아요
396
00:33:22,533 --> 00:33:26,033
6·25전쟁 참전용사로서의
희생에 대한 이 인터뷰에
397
00:33:26,033 --> 00:33:28,767
추가로 남기고 싶으신 특별한 메시지가 있을까요?
398
00:33:29,300 --> 00:33:37,000
딱히 없습니다, 참전할 수 있고
도울 수 있어서 저도 기뻤어요
399
00:33:37,000 --> 00:33:40,167
- 훌륭한 경험이죠
- 맞아요
400
00:33:40,167 --> 00:33:42,267
뒤돌아보니 좋았네요
401
00:33:42,267 --> 00:33:50,667
당시에는 그저 때때로 흥분되기만 했었는데
회상해보면 정말 근사한 시간이었습니다
402
00:33:51,967 --> 00:33:56,467
한국을 위해서 참전해주신 선생님을 비롯한
뉴질랜드의 모든 참전용사님들께
403
00:33:56,467 --> 00:33:57,900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404
00:33:57,900 --> 00:34:01,267
저희가 나라를 부흥시켜
역사상 어느 때보다
405
00:34:01,267 --> 00:34:09,267
강한 나라로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의 헌신과 업적 덕택입니다
406
00:34:09,267 --> 00:34:14,533
뉴질랜드와 한국은 서로 굳건한 동맹이자
좋은 친구로 계속 남을 겁니다
407
00:34:14,533 --> 00:34:16,500
맞습니다, 그러면 좋겠어요
408
00:34:16,933 --> 00:34:18,967
선생님, 감사합니다
부인, 감사드려요
409
00:34:18,967 --> 00:34:21,733
- 고맙습니다
- 천만에요
410
00:34:21,733 --> 00:34:31,367
참, 남편은 오클랜드에서 해군 관련
물품을 살 수 있는 곳을 찾아서 기뻐했어요
411
00:34:31,367 --> 00:34:36,733
상점 바깥 뒷마당에서 커다란 대포를 보았죠
412
00:34:36,767 --> 00:34:42,267
자세히 확인했더니
직접 사용했던 함포였지 뭐예요
413
00:34:42,267 --> 00:34:44,367
맞아요, 카니에리 함에서 사용했던 함포였어요
414
00:34:44,367 --> 00:34:50,467
그 말씀을 안 해주시다니!
호위함 말씀이시죠?
415
00:34:50,467 --> 00:34:51,667
네, 호위함이요
416
00:34:51,667 --> 00:34:55,800
그들이 폐기하여 고철로 처리했는데
417
00:34:56,200 --> 00:35:03,800
4인치 함포를 분리하여
거기 박물관에 기증을 했더군요
418
00:35:03,800 --> 00:35:08,155
실제 카니에리 함의 함포였습니다
419
00:35:08,500 --> 00:35:15,500
제가 화면을 통해 시청자 분들께
보여드릴 수 있게요
420
00:35:15,525 --> 00:35:19,225
이것이 저희 재단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421
00:35:19,300 --> 00:35:21,633
정말 멋지네요
훌륭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