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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참전용사 Gilberto Diaz Velazco 구술

[1회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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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0:00:06,500 --> 00:00:09,500 - 안녕하세요, 디아스(Diaz) 선생님 - 안녕하세요 2 00:00:10,567 --> 00:00:15,400 성함, 출생 장소 및 생년월일을 말씀해 주세요 3 00:00:15,400 --> 00:00:18,733 제 이름은 힐베르토 디아스 벨라스코 (Gilberto, Díaz Velazco)입니다 4 00:00:18,733 --> 00:00:23,267 1933년 8월 12일에 태어났습니다 5 00:00:23,633 --> 00:00:26,533 - 어디서 출생하셨죠? - 보야카주 코페르(Coper Boyacá)에서요 6 00:00:28,533 --> 00:00:36,500 6·25전쟁에 참전하기 전 가족 구성원은 어땠는지 부모님과 형제관계에 대해 알려주세요 7 00:00:36,500 --> 00:00:40,200 네, 먼저 좋은 인터뷰라는 말을 하고 싶네요 8 00:00:40,200 --> 00:00:47,800 군에 입대하기 전, 그러니까 참전하기 전 저는 보고타 (Bogotá) 근처에 있는 마을에서 공부하고 있었어요 9 00:00:47,800 --> 00:00:53,467 아버지, 어머니, 나머지 가족들은 파초(Pacho)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10 00:00:53,967 --> 00:00:55,767 쿤디나마르카주 파초(Pacho)에서요 11 00:00:55,767 --> 00:01:01,867 당시 아버지는 상인이셨고, 우리 형제는 삼형제입니다 12 00:01:01,867 --> 00:01:10,167 저는 그중 둘째이고, 아버지의 첫 결혼생활 중에 태어났어요 13 00:01:10,167 --> 00:01:17,633 마침 입대할 시기가 되었던 때입니다 14 00:01:17,633 --> 00:01:21,800 마을에서도 정상적인 신병 모집이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15 00:01:21,800 --> 00:01:25,333 신체 건강한 청년이면 모두 군에 입대했죠 16 00:01:26,467 --> 00:01:30,167 현재는 가족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17 00:01:30,192 --> 00:01:37,058 현재 제 가족은 아내와 자녀가 넷이고 그중 셋은 전문 직장인입니다 18 00:01:37,900 --> 00:01:42,333 손자도 여섯이 있습니다 19 00:01:44,400 --> 00:01:49,933 이번에는 6·25전쟁에 참전하기 전 받았던 교육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20 00:01:49,933 --> 00:01:54,700 고등학교에서 공부했었다고 하셨는데 어느 학교에 다니셨죠? 21 00:01:54,700 --> 00:02:02,933 앞서 언급한 마을에 있는 산 안토니오 고등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고 고등학교 과정이 끝나가는 시점이었죠 22 00:02:03,367 --> 00:02:07,433 - 언제 입영통지서를 받으셨어요? - 그 얘기를 하려던 참이에요 23 00:02:07,433 --> 00:02:13,633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 뒤에 입영통지서가 날아왔고 군에 입대했습니다 24 00:02:13,633 --> 00:02:15,033 그 시기에 신병 모집이 있었거든요 25 00:02:15,033 --> 00:02:18,167 - 날짜가 어떻게 되죠? - 그러니까 그게… 26 00:02:20,833 --> 00:02:24,067 1950년 초, 아니 1951년 4월이었어요 27 00:02:24,067 --> 00:02:25,867 1951년 4월이요 28 00:02:28,433 --> 00:02:36,000 입대 후 군복무를 하면서 언제 6·25전쟁에 대해 알게 되셨나요? 29 00:02:36,175 --> 00:02:48,342 입대한 후 초기에는 산타 마르타(Santa Marta)에 있는 코르도바 대대에서 복무했고, 그곳에서 다시 보병학교로 전출되었어요 30 00:02:48,367 --> 00:02:54,633 그 학교에서 첫 부사관 교육을 받았는데 당시 전국에서 부사관을 모집하고 있었죠 31 00:02:54,633 --> 00:03:00,700 그 부사관 교육과정에는 이미 콜롬비아 대대를 위한 훈련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32 00:03:00,700 --> 00:03:06,833 이미 한국에도 콜롬비아 대대가 파병된 상태였고요 33 00:03:07,233 --> 00:03:14,500 당시 파병 후보를 선발했는데, 제 계급의 경우 의무는 아니었어요 34 00:03:14,500 --> 00:03:17,067 하지만 콜롬비아 대대로 전출되었고 훈련소에 입소했습니다 35 00:03:17,067 --> 00:03:20,000 - 어떤 계급이셨죠? - 일병이요 36 00:03:22,167 --> 00:03:26,633 그러면, 콜롬비아 대대로 차출되셨던 건가요? 37 00:03:26,633 --> 00:03:29,600 네, 콜롬비아 대대로 차출되었습니다 38 00:03:29,600 --> 00:03:38,667 이곳에서 이미 군사훈련을 받은 상태였으니 이곳에서 입던 군복을 그곳에서 입는 군복으로 갈아입은 셈이죠 39 00:03:38,667 --> 00:03:43,967 6·25전쟁 파병을 통보받았을 당시 기분이 어땠나요? 40 00:03:44,400 --> 00:03:54,933 파병 통보를 받고 처음 든 생각은 일종의 모험을 하라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41 00:03:54,933 --> 00:04:00,567 하지만 먼저 한국이 어디에 위치한 나라인지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었어요 42 00:04:00,567 --> 00:04:04,000 국가 이름이 익숙하지 않았거든요 43 00:04:04,000 --> 00:04:14,400 당시에 아시아 국가로 가는 것은 드문 일이었어요 그래서 한국의 지리적 위치를 확인해야 했죠 44 00:04:14,400 --> 00:04:19,233 그렇게 한국의 위치를 파악하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알게 되었어요 45 00:04:19,500 --> 00:04:23,367 모험이라 하셨는데, 당시 어떤 감정이 드시던가요? 두려움, 초조함, 공포? 46 00:04:23,367 --> 00:04:26,900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 괜찮다고 생각되셨나요? 47 00:04:26,900 --> 00:04:32,033 공포나 초조함은 없었어요, 공포나 초조함을 느꼈다면 참전하지 않았겠죠 48 00:04:32,033 --> 00:04:33,933 그건 아니었습니다 49 00:04:33,933 --> 00:04:40,700 그렇다고 무슨 기대를 한 것도 아니고 그저 군복무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50 00:04:41,400 --> 00:04:50,100 콜롬비아 대대로 차출되었다는 사실을 부모님께 알리셨나요? 51 00:04:52,000 --> 00:04:53,733 아뇨,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52 00:04:55,667 --> 00:04:59,300 그 당시를 떠올려보면, 분명 알리지 않았어요 그냥 의무였는 걸요 53 00:05:01,067 --> 00:05:04,867 위에서 지시한 의무인데, 별다른 도리가 없었죠 54 00:05:04,867 --> 00:05:08,667 그래서 부모님께는 알리지 않았어요 55 00:05:08,933 --> 00:05:15,367 알리지 않은 것은 순전히 제 결정이었어요 56 00:05:15,367 --> 00:05:21,700 가족들은 제가 하와이에 도착해 그곳에서 멋진 카드를 보냈을 때 알게 되었어요 57 00:05:21,700 --> 00:05:26,900 제가 무언가를 보내서 가족이 알게 된 거죠 그전에는 전혀 몰랐습니다 58 00:05:26,900 --> 00:05:30,900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59 00:05:30,900 --> 00:05:37,400 그야 뭐, 가족에 대한 걱정 때문이죠 그게 정상 아닌가요? 60 00:05:37,400 --> 00:05:41,000 분명 만류했을 것이니까요 61 00:05:41,000 --> 00:05:43,867 그랬다면 6·25전쟁에 참전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62 00:05:43,867 --> 00:05:48,300 솔직히, 가족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순전히 제 결정이었어요 63 00:05:49,967 --> 00:05:55,733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어떤 나라인지 잘 몰랐다고 하셨는데요 64 00:05:55,733 --> 00:06:02,833 그래도 이미 한국에 파병된 콜롬비아 대대에 대해서는 사전에 알고 계셨다고 말씀하셨는데 65 00:06:02,833 --> 00:06:08,900 당시 한국으로 향하기 전 한국에 파병된 콜롬비아 대대에 관해 아시는 바가 있었습니까? 66 00:06:08,900 --> 00:06:11,400 그게 그러니까… 관련 뉴스를 접했고 67 00:06:11,400 --> 00:06:16,167 6·25전쟁에 파병된 우리 군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68 00:06:16,167 --> 00:06:20,433 하지만 그 시절에는 통신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어요 69 00:06:20,433 --> 00:06:27,033 뉴스나 광고의 내용도 지금처럼 광범위하지 않았고요 70 00:06:27,033 --> 00:06:32,167 그래도 한국에 파견된 사람들로부터 소식을 듣고는 있었습니다 71 00:06:34,400 --> 00:06:40,233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이곳 보고타의 보병학교에서 받은 훈련은 어땠습니까? 72 00:06:40,233 --> 00:06:43,433 제가 받던 부사관 교육과정 훈련은 정말 특별했습니다 73 00:06:43,433 --> 00:06:49,500 상당히 강도 높은 훈련을 받았는데 74 00:06:49,500 --> 00:06:59,000 이후 콜롬비아 대대의 훈련이 그다지 힘들지 않게 느껴졌던 것도 그 덕분이죠 75 00:06:59,000 --> 00:07:05,233 한번 생각해 보세요, 간신히 누울 수 있을 정도의 바위 위에서도 자고 76 00:07:05,233 --> 00:07:10,133 비가 되었든 무엇이 되었든 노천의 혹독한 날씨에 시달리다가 일어나 다시 훈련하는 겁니다 77 00:07:10,133 --> 00:07:13,367 하지만 그런 실제 훈련을 받아야 해요 78 00:07:13,367 --> 00:07:17,400 그런 진짜 훈련을 받아야 전쟁에도 나갈 수 있는 거죠 79 00:07:17,400 --> 00:07:24,233 전쟁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제대로 훈련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80 00:07:26,033 --> 00:07:30,067 - 한국까지의 여정은 어땠습니까? - 훌륭했습니다 81 00:07:30,367 --> 00:07:38,333 먼저 보고타에서 카르타헤나(Cartagena)로 비행기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2 ~ 3일 정도 대기했어요 82 00:07:38,333 --> 00:07:41,333 우리를 태울 배를 기다렸지요 83 00:07:41,333 --> 00:07:50,267 멋진 환송식을 마친 후 카르타헤나에서 출발해 파나마 운하를 건넜습니다 84 00:07:50,633 --> 00:08:02,933 파나마 운하의 아름다운 장관을 볼 수 있었고 그다음에는 태평양을 건넜습니다 85 00:08:04,033 --> 00:08:10,467 그러니까 파나마 운하에서 하와이 제도까지 15일 정도 항해했습니다 86 00:08:10,467 --> 00:08:15,233 물론 즐겁기만 한 여행만은 아니었어요 훈련도 받아야 했어요 87 00:08:15,233 --> 00:08:21,900 회의도 해야 했고, 아무튼 전쟁에 필요한 모든 것이 선상에서 이루어졌어요 88 00:08:21,900 --> 00:08:26,100 그저 한가롭게 산책하다가 먹고 자고 하는 그런 식은 아니었어요 89 00:08:26,100 --> 00:08:29,833 게다가 배를 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90 00:08:29,833 --> 00:08:35,433 처음 5일 정도는 바다나 배의 움직임에 익숙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죠 91 00:08:35,433 --> 00:08:39,933 음식도 낯설고 뱃멀미까지 했으니까요 92 00:08:39,933 --> 00:08:47,633 하지만 5일 정도 지나니 점차 괜찮아지면서 몸 상태도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93 00:08:47,633 --> 00:08:51,067 그때쯤 되면 몸의 기관들이 환경에 익숙해지죠 94 00:08:51,067 --> 00:09:01,100 마침내 우리는 하와이에 도착했고 성대한 환영식도 거행되었어요 95 00:09:01,100 --> 00:09:11,467 하선 후 호놀룰루도 방문하고 이렇다 할 문제없이 다시 배에 올랐습니다 96 00:09:12,000 --> 00:09:25,833 이렇게 큰 문제없이 다시 배로 돌아가 일본 요코하마로 향했고 15일간 더 항해한 후 그곳에 도착했어요 97 00:09:26,967 --> 00:09:28,833 오랜 기간이었지만 아주 근사했어요 98 00:09:28,833 --> 00:09:30,833 요코하마 이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나요? 99 00:09:31,300 --> 00:09:38,933 요코하마에 있는 캠프에 도착했는데 그곳은 전혀 다른 상황이더군요 100 00:09:38,933 --> 00:09:41,733 한층 심각해 보였어요 101 00:09:41,933 --> 00:09:51,333 그도 그럴 것이 콜롬비아에서 하와이로 이동했고 이제는 일본에까지 도착했으니 더욱 전장에 가까워진 거죠 102 00:09:51,333 --> 00:09:54,333 군에서 하달되는 지침도 완전히 다른 것이었고요 103 00:09:54,333 --> 00:10:05,767 그곳 요코하마 캠프에서도 도시를 둘러볼 수 있도록 2 ~ 3일 정도 휴가를 주었습니다 104 00:10:06,167 --> 00:10:10,900 군복도 바뀌고 무기도 지급되었죠 105 00:10:11,533 --> 00:10:19,000 온갖 안전지침과 주의사항을 들은 후 그곳에서 배를 탔어요 106 00:10:19,000 --> 00:10:21,633 그리고는 부산을 향해 떠났습니다 107 00:10:21,800 --> 00:10:32,000 상당히 유쾌한 항해였지만 그때부터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108 00:10:32,000 --> 00:10:37,700 훈련이 강화되었고 우리 모두가 어디로 향하는지 실감이 나기 시작했죠 109 00:10:37,700 --> 00:10:43,333 그렇게 밤이 되어 우리는 부산에 도착했습니다 110 00:10:44,133 --> 00:10:52,000 야밤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기차를 통해 어떤 역에 도착했는데 지금은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네요 111 00:10:52,000 --> 00:10:55,433 하여간 그 역에서 다시 트럭으로 갈아 탔습니다 112 00:10:55,433 --> 00:11:00,667 콜롬비아 대대가 있는 예비지역에 도착했습니다 113 00:11:00,692 --> 00:11:03,525 한국에 언제 도착하셨는지 날짜를 기억하세요? 114 00:11:03,967 --> 00:11:11,167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이미 여름이었으니 7월 초였던 것 같습니다 115 00:11:11,167 --> 00:11:13,367 몇 년이요? 116 00:11:13,642 --> 00:11:15,542 여름이었어요 계절을 묻는 것 아닌가요? 117 00:11:15,567 --> 00:11:17,867 - 아뇨, 도착 연도요 - 한 해가 반쯤 지났을 무렵이요 118 00:11:17,867 --> 00:11:21,167 - 그래서 도착 연도는 몇 년인가요? - 1952년이요 119 00:11:23,742 --> 00:11:29,442 한국의 첫 인상은 어땠습니까? 도착하셨을 당시 한국의 모습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세요? 120 00:11:29,467 --> 00:11:36,267 그렇게 도착한 다음 날 일어나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우리 전우들을 만났습니다 121 00:11:36,267 --> 00:11:45,167 그곳에 도착한 부사관들은 여러 중대로 나뉘어 배치되었어요 122 00:11:45,433 --> 00:11:48,867 루이스 노바 장군, 아니 당시는 대령이셨죠 123 00:11:49,167 --> 00:11:55,200 그분이 대대에 계셨는데, 이곳 보병학교의 지휘관을 지낸 분이어서 파병된 부사관들을 잘 알고 계셨어요 124 00:11:55,200 --> 00:12:00,267 "아무개는 교육과정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으니 바로 전장으로 간다"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125 00:12:00,267 --> 00:12:03,967 모두가 놀랐지요, 도착하자마자 전장으로 가라는 말에 놀랄 수밖에요 126 00:12:03,967 --> 00:12:08,800 그동안 받은 훈련으로 충분했고 대령님은 누구보다 우리를 잘 알고 계셨으니까요 127 00:12:08,800 --> 00:12:10,733 대령님은 이미 우리를 잘 알고 계셨어요 128 00:12:10,733 --> 00:12:14,933 물론 일반 사병들이 아니라 부사관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지만요 129 00:12:14,933 --> 00:12:21,067 이렇게 부사관들의 중대 배치가 이루어졌고 저는 C중대로 배치되었습니다 130 00:12:22,033 --> 00:12:29,167 C중대에서 맞아주어 그곳의 전우들을 만나게 되었고 저는 분대를 책임지게 되었습니다 131 00:12:29,167 --> 00:12:34,633 특히 로드리게스 대위님이 저를 잘 맞이해 주셨어요 132 00:12:34,633 --> 00:12:38,200 그 뒤 우리 중대는 전장에 투입되었지요 133 00:12:42,267 --> 00:12:44,233 그 당시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134 00:12:44,233 --> 00:12:50,167 전쟁이 한창일 때 도착하셨는데, 한국의 여러 도시들 특히 민간인들은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나요? 135 00:12:50,167 --> 00:12:53,800 민간인들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죠 136 00:12:53,800 --> 00:13:00,567 그러니까 기차를 타고 가던 길에 구걸하는 불쌍한 아이들이 보였어요 137 00:13:00,567 --> 00:13:05,033 아이들에게 전쟁은 정말 힘겨운 상황이니까요 138 00:13:05,033 --> 00:13:10,800 도시는 전부 파괴된 상태였고, 시골도 다르지 않았어요 139 00:13:11,000 --> 00:13:13,433 사실 우리는 도시와는 아무 관련이 없어요 140 00:13:13,433 --> 00:13:16,933 거의 볼 일이 없었죠 전장에만 있었으니까요 141 00:13:16,933 --> 00:13:20,600 당시 도시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습니다 142 00:13:20,600 --> 00:13:24,567 소수의 마을들이 그나마 온전한 상태였던 것 같았습니다 143 00:13:24,567 --> 00:13:30,400 나머지는 전부 전장이었어요 144 00:13:30,400 --> 00:13:37,900 전쟁 한복판에서 그 모든 가난을 겪으며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던가요? 145 00:13:37,900 --> 00:13:39,767 당시의 한국 상황 말이지요? 146 00:13:39,767 --> 00:13:42,967 이곳 콜롬비아와 비교하면 그 당시 콜롬비아는 말 그대로 천국이었죠 147 00:13:42,967 --> 00:13:45,933 정말 불쌍한 사람들이었어요 148 00:13:45,933 --> 00:13:51,767 전쟁으로 인해 온갖 어려움을 겪어요 정말 별의별 일을 다 당하게 되죠 149 00:13:51,767 --> 00:13:55,800 전쟁이 벌어지면, 일자리도 없고 그냥 아무것도 없다고 보면 됩니다 150 00:13:55,800 --> 00:13:58,133 그저 폭격과 공습이 있을 뿐이죠 151 00:13:58,133 --> 00:14:05,033 전쟁으로 인한 그 모든 참상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152 00:14:05,033 --> 00:14:10,967 아, 전쟁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책으로 읽는 것과 153 00:14:10,967 --> 00:14:15,100 전쟁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천지 차이라는 점이죠 154 00:14:17,775 --> 00:14:24,842 콜롬비아 대대가 배치되었던 장소를 기억하시나요? 한국에 계실 때 배치되었던 장소들이요 155 00:14:24,867 --> 00:14:30,167 네, 기억해요 그 해 여름에는 김화 능선에 있었습니다 156 00:14:30,473 --> 00:14:33,906 믿기 어려울 정도로, 여름에는 비가 많이 왔어요 157 00:14:34,500 --> 00:14:43,733 더위도 상당히 심했는데 그래도 그나마 비가 와서 기온이 떨어지곤 했어요 158 00:14:43,733 --> 00:14:54,900 하지만 김화는 비교적 견딜 만한 전장이었습니다 제가 투입되었던 첫 번째 전선이었죠 159 00:14:55,033 --> 00:15:00,400 진지에 도착하면 분대가 정해지고 무기가 지급됩니다 160 00:15:00,400 --> 00:15:09,467 무엇보다 분대가 지켜야 할 전선의 지정 위치 말하자면 분대에게 맡겨진 구역이 있습니다 161 00:15:10,033 --> 00:15:17,967 10~12명으로 이루어진 분대들이 전선의 각 구역으로 배치되고 하달된 임무를 수행하는 거죠 162 00:15:17,967 --> 00:15:22,167 이때 무엇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은 다름 아닌 사람입니다 163 00:15:22,800 --> 00:15:28,167 "이 대원들을 자네에게 인계하니 잘 보살피도록 하게" 이 말을 지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164 00:15:28,967 --> 00:15:36,267 그래서 분대장이 할 일은 총을 쏘는 것이 아니라 뭘 해야겠어요? 자기 분대원을 지켜야죠 165 00:15:36,367 --> 00:15:44,767 정찰도 특별한 임무입니다 특히 야간정찰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에요 166 00:15:44,767 --> 00:15:58,700 정찰임무가 떨어지면 정해진 시간에 분대원들을 특정 장소로 이동시켜야 하고 167 00:15:58,700 --> 00:16:00,933 정찰 지역을 살펴야 합니다 168 00:16:01,500 --> 00:16:03,100 때론 무전으로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죠 169 00:16:03,433 --> 00:16:07,633 하지만 무엇보다 정찰을 나가는 모든 분대원이 제대로 훈련을 받은 상태여야 합니다 170 00:16:07,633 --> 00:16:10,567 5명 내지 6명이 정찰을 나가는데 171 00:16:11,067 --> 00:16:13,967 누군가 혼자 앞서 나가도 안 되고 뒤로 처져서도 안 됩니다 172 00:16:14,933 --> 00:16:23,333 항상 뒤에 따라오는 사병 후위를 살피는 후위병이 있어야 하죠 173 00:16:23,533 --> 00:16:26,467 그러면서 늘 분대원들을 보호하며 정찰해야 해요 174 00:16:26,467 --> 00:16:38,600 정찰조가 좌표로 지정된 위치, 정확한 정찰 위치에 도착하면 소리로 적의 행동을 탐지하는 일명 청음초에 자리를 잡습니다 175 00:16:38,933 --> 00:16:43,333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눈이 있어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죠 176 00:16:43,333 --> 00:16:50,767 게다가 미연의 사태에 대비해, 항상 무전병이 곁에 대기하고 있어야 해요 177 00:16:50,767 --> 00:16:53,800 그곳에서는 청각과 후각이 사용됩니다 178 00:16:54,733 --> 00:17:01,267 귀에 들리는 소리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179 00:17:01,292 --> 00:17:03,625 하지만 후각도 매우 중요합니다 180 00:17:04,300 --> 00:17:09,667 누가 사탕을 먹어도 금방 그 냄새를 감지할 수 있죠 담배도 마찬가지고요 181 00:17:09,667 --> 00:17:16,033 하지만 정찰을 나갈 때는 성냥도 담배도 가져갈 수 없어요 182 00:17:16,033 --> 00:17:23,233 소리가 나는 그 어떤 것도 안 되고 심지어는 바지조차도 군화에 완전히 고정시켜야 합니다 183 00:17:23,233 --> 00:17:28,833 얼굴도 전체를 칠해야 했는데 밤에는 얼굴이 더 잘 반사되어 반드시 위장이 필요했죠 184 00:17:28,833 --> 00:17:35,400 코르크나 다른 대용물로 얼굴을 칠했는데 밤에 더 잘 반사되는 얼굴 광택을 없애야 했기 때문입니다 185 00:17:35,400 --> 00:17:41,600 이처럼 암흑 속에서 들리는 소리로 적군의 동태를 파악했죠 186 00:17:41,600 --> 00:17:47,800 전선 앞쪽에 위치한 최전방 지역으로 정찰을 나갔기 때문입니다 187 00:17:47,800 --> 00:17:54,333 여기 전선이 있다면, 청음초와 같이 그 앞쪽으로 정찰을 나가야 하니까요 188 00:17:54,333 --> 00:17:59,500 아무 문제가 없으면 지정된 시간에 반드시 철수해야 합니다 189 00:17:59,500 --> 00:18:08,133 기상 데이터는 매우 정확하기 때문에 5시 30분 정각에 철수하기로 했으면 바로 그 시각에 철수해야 해요 190 00:18:09,167 --> 00:18:17,233 1분만 더 지체해도 날이 밝기 때문이죠 지체하면 정찰조의 생명이 위태로워져요 191 00:18:17,233 --> 00:18:20,900 그래서 지정된 시각에 정확히 철수를 시작해야 합니다 192 00:18:20,900 --> 00:18:27,767 복귀하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무엇을 보았는지 적의 동태는 어땠는지 알리는 일상적인 보고가 이어졌죠 193 00:18:29,833 --> 00:18:37,467 6·25전쟁에서 콜롬비아 대대의 생활 여건은 어땠습니까? 음식, 잠자리, 의복 등은 어땠는지 얘기해 주세요 194 00:18:38,767 --> 00:18:42,500 콜롬비아 대대의 여건은 최상이었습니다 195 00:18:43,333 --> 00:18:51,700 그 누구도 배가 고프다거나 군복이 부족하다거나 치료를 받지 못했다거나 하는 불평을 하지 않았어요 196 00:18:51,700 --> 00:18:54,933 최전방에 있었는데도 말입니다 197 00:18:55,900 --> 00:19:01,967 뒤쪽 후방구역에 설치된 막사에서 샤워도 할 수 있었어요 198 00:19:01,967 --> 00:19:07,633 그곳으로 샤워를 하러 가면 군복까지 완전히 갈아입어요 199 00:19:07,633 --> 00:19:13,833 말끔해진 상태로 돌아오게 되지요 더러워진 군복을 계속 입고 다닐 필요가 없었죠 200 00:19:13,833 --> 00:19:19,200 깨끗한 군복이 지급되었고 상쾌하게 샤워도 할 수 있었으니까요 201 00:19:19,200 --> 00:19:24,600 물론 군대 샤워니까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신속히 해야 했죠 202 00:19:24,600 --> 00:19:27,633 이처럼 우리는 새 사람이 되어 전장으로 복귀하곤 했습니다 203 00:19:27,633 --> 00:19:33,467 음식도 아침이면 계란이 나왔어요 부대에서 직접 요리한 계란이었죠 204 00:19:33,467 --> 00:19:37,000 부대에 양계농장도 있었습니다 205 00:19:37,000 --> 00:19:44,567 전장인데도 커피를 마시고 냄비로 요리한 따뜻한 음식도 먹을 수 있었어요 206 00:19:44,933 --> 00:19:49,500 또 의약품은, 그때는 사실 약이 필요한 나이가 아니잖아요 207 00:19:49,500 --> 00:19:54,867 게다가 우리는 총상을 제외한 모든 것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한 상태였습니다 208 00:19:54,867 --> 00:20:01,367 이처럼 예방접종까지 받은 상태였으니 '아이고 아파 죽겠네'하는 사람은 전혀 없었어요 209 00:20:01,367 --> 00:20:06,667 다들 한창 건강한 나이였으니까요 210 00:20:06,667 --> 00:20:14,733 지금처럼 머리가 쑤시지도 않았고 아픈 곳이 한 군데도 없었죠 211 00:20:15,333 --> 00:20:19,933 그리고 잠은 전장이었기 때문에 교대로 돌아가며 잤습니다 212 00:20:19,933 --> 00:20:26,100 보초병이 보초를 서는 사이 나머지 군인들은 포대나 벙커에서 잠을 잤지요 213 00:20:26,100 --> 00:20:29,133 이렇게 교대로 수면을 취했습니다 214 00:20:29,133 --> 00:20:31,767 또한 좌우로 상시적인 통신을 유지했어요 215 00:20:31,767 --> 00:20:37,600 왼쪽에 누가 있는지, 오른쪽에 누가 있는지 알아야 했으니까요 216 00:20:37,600 --> 00:20:43,567 이렇게 상시적인 통신이 이루어졌고, 후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17 00:20:43,567 --> 00:20:53,333 박격포병, 기관총병들과 연락을 취해야 했죠 이런 방식으로 지속적인 통신이 이루어졌습니다 218 00:20:53,333 --> 00:20:59,733 그곳에서 "이곳에 계속 있었는데 아무런 연락도 없더라"라는 식의 일은 벌어지지 않았어요 219 00:20:59,733 --> 00:21:02,000 모든 여건이 매우 훌륭했지요 220 00:21:04,033 --> 00:21:07,233 한국의 계절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그때 계절은 어땠습니까? 221 00:21:07,233 --> 00:21:09,467 계절은 매우 특별했어요 222 00:21:09,467 --> 00:21:19,500 한국의 계절 변화는 이곳에서는 겪지 못해 본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223 00:21:19,500 --> 00:21:24,767 이곳은 흔히 상춘 기후라 해서 겨울도 여름도 없잖아요 224 00:21:24,767 --> 00:21:28,733 헌데, 그곳의 겨울은, 사실 겨울이 되면 조금 힘들었어요 225 00:21:29,733 --> 00:21:31,800 여름은 아주 멋지지만요 226 00:21:31,800 --> 00:21:38,233 저는 여름에 도착했어요 여름은 좋지만, 이후 가을이 오면 227 00:21:38,633 --> 00:21:47,967 주변 환경이 다소 스산해지면서 날이 점점 짧아지고 어두워지죠 228 00:21:47,967 --> 00:21:52,133 이후 겨울이 와요 229 00:21:53,675 --> 00:21:59,275 11월 초가 되면 점차 추워지기 시작하고 금방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됩니다 230 00:21:59,300 --> 00:22:04,600 그러면서 눈도 내리기 시작하죠 231 00:22:05,067 --> 00:22:10,367 하지만 정말 훌륭한 방한복이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방한복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요 232 00:22:10,367 --> 00:22:17,067 제일 먼저 방한양말을 신었습니다 그다음 보온 깔창을 깐 방한화를 신었어요 233 00:22:17,800 --> 00:22:25,567 이 방한화를 신을 때는 일반 양말을 사용해도 무방했죠 그래서 추위를 막을 다른 것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234 00:22:25,567 --> 00:22:29,800 추운 날씨로 인한 문제도 전혀 없었습니다 235 00:22:29,800 --> 00:22:37,633 방한복, 방상외피 등을 원하는 만큼 겹쳐 입거나 껴입을 수 있었고 정찰할 때 불편하지도 않았어요 236 00:22:37,967 --> 00:22:41,567 전장에서 이런 복장을 하고서도요 237 00:22:41,567 --> 00:22:48,100 에스키모인이 사용하는 것 같은 방상외피를 입고서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어요 238 00:22:48,100 --> 00:22:51,600 총을 쏠 수 있도록 제작된 세 손가락 장갑이나 두 손가락 장갑도 있었고요 239 00:22:51,600 --> 00:22:55,767 물론 다섯 손가락 장갑도 있었지요 240 00:22:55,767 --> 00:23:06,933 한국의 겨울 사진을 준비했어야 했는데, 아쉽네요 여하튼, 제가 여름에 어떤 강으로 다이빙하는 사진이 있는데요 241 00:23:07,567 --> 00:23:16,167 겨울이 되었을 때, 그 강 위에 누워있는 사진도 있답니다 겨울이 오면 사방이 꽁꽁 얼어버리거든요 242 00:23:16,167 --> 00:23:19,067 정말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243 00:23:20,933 --> 00:23:30,367 호놀룰루에서 부모님께 엽서를 보냈다고 하셨는데 한국에서도 가족에게 편지를 보낼 기회가 있었나요? 244 00:23:30,367 --> 00:23:36,000 물론이죠, 그곳은 복잡한 상황이었지만 정기적으로 연락할 수 있었어요 245 00:23:36,000 --> 00:23:40,567 이미 한국에 파병된 것이 알려진 상황이었는데 부모님께서 뭐라고 답장을 보내셨는지요? 246 00:23:41,367 --> 00:23:44,467 아, 그건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247 00:23:44,767 --> 00:23:47,567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죠 248 00:23:47,567 --> 00:23:56,467 이미 벌어진 일을 그저 감내하셔야 했을 뿐 저는 가족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249 00:23:56,467 --> 00:24:01,700 가족을 생각할 때면,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여전히 힘드신 걸까?' 이런 자문을 하곤 했습니다 250 00:24:02,100 --> 00:24:09,767 부모님은 이미 제가 전장에 있고 이곳에서 이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죠 251 00:24:09,767 --> 00:24:12,500 저에게 맡겨진 사람들에 대한 책임 말입니다 252 00:24:12,500 --> 00:24:16,900 카르타헤나에서부터 저에게 배정된 분대가 있었으니까요 253 00:24:16,900 --> 00:24:20,633 이런 막중한 책임을 맡다 보면 가족보다 다른 일들을 먼저 생각하게 돼요 254 00:24:20,633 --> 00:24:25,233 그렇다고 가족에게서 멀어진다는 뜻은 아니지만 말입니다 255 00:24:26,600 --> 00:24:33,533 콜롬비아군과 연합군에 소속되었던 다른 외국군 부대들과의 관계는 어땠습니까? 256 00:24:34,200 --> 00:24:35,533 매우 좋았습니다 257 00:24:35,533 --> 00:24:46,533 저는 당시 81mm 박격포 부대의 전방 관측병이었는데 당시 최전방에 있는 관측초소 벙커에서 복무했어요 258 00:24:46,533 --> 00:24:57,800 거기에는 포병부대 4.2mm 박격포 관측병, 항공부대 관측병 제 분대에 속했던 콜롬비아 군인들이 있었어요 259 00:24:58,133 --> 00:25:02,933 분대 무전병도 함께 있었습니다 260 00:25:02,933 --> 00:25:10,767 관측병들은 포탄을 발사할 타격 지점을 측정하기 위해 이런 모양의 조그만 조준경, 그러니까 눈금이 있는 조준 렌즈를 사용합니다 261 00:25:10,767 --> 00:25:17,433 그러다 보니 지형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죠 262 00:25:17,433 --> 00:25:25,800 왜냐하면 그 조준 렌즈를 통해 적군 진영의 표적을 확인하니까요 263 00:25:25,967 --> 00:25:30,200 그리고 타격 지점을 측정해 포탄이 발사되도록 해야 하거든요 264 00:25:30,200 --> 00:25:34,333 당시 저는 81mm 박격포 전방 관측병이었습니다 265 00:25:34,333 --> 00:25:38,667 제가 먼저 발사 준비를 요청합니다 266 00:25:38,667 --> 00:25:48,100 그러면 사수들이 자동으로 "제1발 준비 완료" "제2발 준비 완료", "제4발 준비 완료" 이렇게 대답합니다 267 00:25:48,675 --> 00:25:53,375 관측병이었던 저는 박격포를 어디로 조준할지 알아야 했죠 268 00:25:53,400 --> 00:26:01,867 눈금으로 표적의 좌표를 계산한 다음 예컨대 "제1발 정중앙 조준"이라고 외칩니다 269 00:26:02,633 --> 00:26:10,700 박격포에는 원형 모양의 조준경이 있고 그 안에 그려진 눈금들을 조준선이라 하는데, 그 정중앙을 일컫는 거죠 270 00:26:10,700 --> 00:26:12,933 이외에도 우측 조준 또는 좌측 조준이 있습니다 271 00:26:12,933 --> 00:26:21,567 더욱이 경험이 쌓이면 사거리에 따라 '대구경' 또는 '일반 구경'으로 포탄을 조정할 수 있었는데 272 00:26:21,567 --> 00:26:26,600 박격포에는 여러 종류의 포탄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273 00:26:26,600 --> 00:26:31,367 일반 구경은 작은 포탄을 대구경은 크기가 큰 포탄을 말합니다 274 00:26:31,367 --> 00:26:38,933 적절한 구경의 포탄을 포구에 넣어 지정된 타격 지점에 낙하하도록 발사시키면 됩니다 275 00:26:38,933 --> 00:26:47,600 특정 지역에 집중 포화를 퍼붓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으니까 적군 병사들, 적진에 있는 참호 등 적군 진영의 모든 것을 관측해 276 00:26:47,600 --> 00:26:53,000 지속적인 포격을 가해서 적군을 교란시켜야 했습니다 277 00:26:53,000 --> 00:26:59,300 적진에 더 가까운 최전방 초소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는데 그렇다고 두렵지는 않았어요 278 00:26:59,300 --> 00:27:06,833 함께 지낸 군인들과의 관계도 좋았고요 그 안에는 잠자리를 비롯한 모든 것이 갖춰져 있었죠 279 00:27:07,400 --> 00:27:09,467 멋진 전우애를 나눌 수 있었어요 280 00:27:09,933 --> 00:27:18,533 밤에는 불빛이 더 잘 보여서 담배도 피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다들 주의하며 서로를 다독였습니다 281 00:27:18,533 --> 00:27:21,067 아무런 문제가 없었죠 282 00:27:21,067 --> 00:27:28,367 그 초소에는 미군 2명과 푸에르토리코 무전병이 한 명 있었어요 283 00:27:28,667 --> 00:27:34,633 포병부대를 지휘하는 군인들은 보지 못했어요 하여간 다들 잘 지냈답니다 284 00:27:34,633 --> 00:27:38,533 한국군, 한국 부대들과도 교류가 있었나요? 285 00:27:38,533 --> 00:27:40,967 아니요, 한국군과의 교류는 없었습니다 286 00:27:46,467 --> 00:27:50,533 전장에서의 일상 생활은 어떻게 지나갔나요? 287 00:27:50,533 --> 00:27:55,767 전장에서의 일상이라면 어떤 전선이었는지에 따라 달랐어요 288 00:27:55,767 --> 00:28:00,000 조금 더 힘든 전선이 있었지요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289 00:28:00,000 --> 00:28:08,600 공습을 퍼붓거나 기관총 사격이 빈발하는 전장은 매우 조심해야 했어요 290 00:28:08,600 --> 00:28:15,033 황색경보가 발동된 경우에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임을 뜻하죠 291 00:28:16,133 --> 00:28:24,333 황색경보보다 심각한 상황으로 적색경보가 있는데 적색경보가 발동되면 위에 항공부대가 있다는 의미였어요 292 00:28:24,333 --> 00:28:29,367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요? 배운 대로 행동합니다 293 00:28:29,600 --> 00:28:34,333 피난처를 찾거나 제자리에 가만히 있거나 둘 중 한가지였어요 294 00:28:34,333 --> 00:28:38,267 물론 기관총이 있다면 용기를 내서 적군 비행기에 발사해야 합니다 295 00:28:38,267 --> 00:28:43,700 여하튼 적색경보가 발동되면 다들 위에 적군 비행기가 나타났다는 뜻인 줄 알았어요 296 00:28:43,700 --> 00:28:46,400 소련의 그 유명한 미그-15기 말입니다 297 00:28:46,400 --> 00:28:56,033 그 당시에는 초음속 전투기가 있었잖아요 속도가 무척 빨랐어요 298 00:28:56,033 --> 00:29:00,100 전투기들의 속도는 정말 놀라운 수준이었습니다 299 00:29:02,967 --> 00:29:09,633 그런 전투기들의 공습이 시작되면 결코 쉬운 상황이 아니었죠 300 00:29:09,633 --> 00:29:14,167 갑자기 공습이 시작되면 우리 군 그러니까 우리 연합군은 눈 깜짝할 사이에 301 00:29:14,167 --> 00:29:19,400 머리 위에서 떨어지는 폭격을 견뎌야 했어요 정말이지 쉽지 않은 일이었죠 302 00:29:20,733 --> 00:29:26,200 한국에 계실 때 가장 힘들고 위험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303 00:29:26,200 --> 00:29:31,633 가장 힘든 순간은 3월에 있던 불모고지전투였습니다 304 00:29:31,733 --> 00:29:36,767 그날 밤이 6·25전쟁에서 가장 힘들었어요 305 00:29:36,767 --> 00:29:38,733 불모고지전투는 어떻게 벌어진 것인가요? 306 00:29:38,733 --> 00:29:45,500 그게 그러니까, 불모고지전투는 A중대가 C중대와 교대하던 시점이었는데요 307 00:29:45,933 --> 00:29:55,767 중국군들이 그날 밤 이 교대 시점을 한 중대가 나가고 다른 중대가 들어오던 상황을 이용했던 겁니다 308 00:29:56,233 --> 00:30:01,200 혼란이 발생된 것이지요 309 00:30:01,367 --> 00:30:05,433 아… 그건 정말이지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었요 310 00:30:05,433 --> 00:30:11,533 벙커에 있던 제 전우도 기병대 하사였는데 그 전투에서 전사했습니다 311 00:30:11,533 --> 00:30:16,600 그날 밤 결국은 그 전우를 찾을 수 있었는데 전장에 널린 시체들 사이에서 콧수염 덕분에 찾았지요 312 00:30:17,033 --> 00:30:22,300 어떻게든 그 전우를 찾으려고 시체들의 얼굴을 만지고 다녔습니다 313 00:30:22,300 --> 00:30:25,500 제 전우였으니까요 314 00:30:25,500 --> 00:30:32,500 이리저리 찾다 결국 그 콧수염을 보게 되었는데 당시 그 전우는 하사 계급에 어울리는 긴 콧수염을 하고 있었거든요 315 00:30:33,059 --> 00:30:39,059 완파된 참호들 사이에서 그 전우의 시체를 발견해 밖으로 끌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316 00:30:39,333 --> 00:30:44,533 중국군이 밀려오고 있었기 때문에 시체를 찾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317 00:30:44,533 --> 00:30:48,033 처음 올라갔던 군인들은 무기조차 없었거든요 318 00:30:49,067 --> 00:30:52,533 아, 정말이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319 00:30:52,533 --> 00:30:56,500 그런 혼란이 발생하면 어려움에 처하게 돼요 320 00:30:56,500 --> 00:31:05,667 그런 상황에서 뭘 할 수 있겠어요? 그저 손에 든 무기로 적군을 쏠 수밖에 없어요 321 00:31:06,200 --> 00:31:12,400 다행히 외모로도 적군과 아군을 쉽게 구분할 수 있었어요 322 00:31:12,400 --> 00:31:18,500 사실 그날 밤은 이튿날 낮보다 더 잘 보일 정도였으니까요 323 00:31:19,167 --> 00:31:25,867 중국군 포병부대와 항공부대가 가하는 포격으로 인해 사방에서 섬광이 번쩍번쩍했는데 324 00:31:26,367 --> 00:31:32,400 그야말로 파리의 밤이라 해도 무방했을 정도였죠 325 00:31:32,400 --> 00:31:38,700 집중 포격이 가해지는 전장에 있다 보면 무언가 느낌이 옵니다 326 00:31:39,233 --> 00:31:44,300 지금 진내사격을 실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죠 327 00:31:44,567 --> 00:31:54,167 진내사격이 뭐냐 하면, 진지를 잃게 될 상황에 처했을 때 아군이 그 진지를 잃지 않기 위해 집중 포격을 가하는 상황을 말합니다 328 00:31:55,800 --> 00:31:58,567 그런 상황이 되면 참호도 그 무엇도 남지 않게 됩니다 329 00:31:59,300 --> 00:32:07,867 불모고지전투에서 살아남은 수는 17명입니다 우리 중대에서는 고작 17명이 빠져나왔죠 330 00:32:07,867 --> 00:32:12,433 오후 3시경 소속 연대의 미군들이 투입되었습니다 331 00:32:12,433 --> 00:32:21,033 전장에 있던 콜롬비아군을 하나둘씩 빼내기 시작했습니다 진지를 잃지 않기 위해서였어요 332 00:32:21,033 --> 00:32:26,367 결국 우리는 지속적인 교란 포격을 가해 진지를 잃지는 않았어요 333 00:32:26,367 --> 00:32:36,167 하지만 이튿날 날이 밝아 치열했던 전선을 바라보니 아군 전우들의 시체가 널려 있더군요 334 00:32:36,167 --> 00:32:40,533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아무것도 335 00:32:40,533 --> 00:32:44,467 탄약도 거의 다 소진된 상태였으니까요 336 00:32:44,467 --> 00:32:51,467 50mm 기관총이 있어서 그나마 그것으로 적진을 공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337 00:32:51,467 --> 00:32:56,367 하지만 기관총을 발사하면 그 즉시 몸을 웅크려 보호해야 했어요 338 00:32:56,367 --> 00:33:00,200 중국군의 포격은 정말이지 잔혹하기 이를 데 없었어요 339 00:33:00,200 --> 00:33:03,567 중국군은 삼각대나 총기 거치대도 사용하지 않았어요 340 00:33:03,567 --> 00:33:07,867 총신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두 발로만 지탱한 채 계속 발사하는 거죠 341 00:33:08,300 --> 00:33:13,167 우리는 기술을 이용했지만, 중국군은 아니었어요 342 00:33:13,567 --> 00:33:17,800 총신만 고정시켜 놓고 계속 사격하는 겁니다 343 00:33:18,208 --> 00:33:24,608 물론 장갑은 껴야 했죠 총신이 가열되어 벌겋게 될 정도였으니까요 344 00:33:24,633 --> 00:33:28,267 당시 전장에 배치되었던 81mm 박격포 사수들이 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345 00:33:28,267 --> 00:33:33,167 포탄이 소진될 때까지 발사하고 나면 총신이 시뻘겋게 된다고 하더군요 346 00:33:33,433 --> 00:33:39,500 이렇게 타격 지점 한 곳을 정해 조준한 다음 계속해서 줄기차게 후방 교란사격을 가하는 겁니다 347 00:33:39,500 --> 00:33:43,500 그렇게 줄곧 쏘아 대는 거죠 348 00:33:43,600 --> 00:33:50,100 그다음 날 주변을 살피거나 상황을 파악할 때는 더욱 조심해야 했어요 349 00:33:50,100 --> 00:33:57,567 절대 머리를 들어선 안 되고 땅바닥에 거의 붙다시피 해야 했죠 350 00:33:57,567 --> 00:34:03,967 적군 진영에서 언제 포사격이 날아들지 알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351 00:34:03,967 --> 00:34:09,033 그런 후방 교란사격이 전장에서 겪는 가장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352 00:34:09,033 --> 00:34:13,033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은 교대하러 들어가던 중대의 일원이셨다는 거죠? 353 00:34:13,033 --> 00:34:15,367 교대하러 들어가던 C중대요 354 00:34:15,367 --> 00:34:19,233 교대가 완료되고 얼마 안 된 시점에 전초전이 시작되었어요 355 00:34:20,033 --> 00:34:22,767 며칠 전부터 준비해 오던 공격이었던 거죠 356 00:34:22,767 --> 00:34:31,400 "자, 다들 모여봐, 이제 어디 한번 공격해 볼까" 이런 식은 절대 아니었어요 357 00:34:31,400 --> 00:34:35,567 말하자면, 일종의 모의전까지 이루어진 계획적인 공격이었습니다 358 00:34:35,567 --> 00:34:38,633 티본고지를 탈환했을 때처럼 "이제부터 우리는 OO고지를 공격한다" 359 00:34:39,233 --> 00:34:42,367 이런 식으로 사전에 준비한 거죠 360 00:34:42,700 --> 00:34:49,667 당시 우리도 탱크를 앞세워 그 뒤를 따라 들어갔어요 이렇게 시간을 두고 철저히 준비한 공격이었어요 361 00:34:49,667 --> 00:34:55,467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지만 일단 공격해 보자고" 이런 식은 아니었어요 362 00:34:55,467 --> 00:34:57,133 절대 아니죠 363 00:34:57,133 --> 00:35:04,800 전투에서 벌어질 모든 상황에 대비해 먼저 전반적인 동향을 살피는 정찰을 했을 겁니다 364 00:35:05,667 --> 00:35:11,633 부상자만 해도 그래요 부상자 수송은 소총수의 임무가 아닙니다 365 00:35:11,633 --> 00:35:17,033 이런 일을 담당하는 들것 운반병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당연히 도움이 필요할 땐 도와야죠 366 00:35:17,033 --> 00:35:23,367 하지만 소총수의 임무는 그게 아닙니다 이런 일을 하라고 후방에서 투입되는 운반병들이 있잖아요 367 00:35:23,367 --> 00:35:28,300 그에 맞는 교육도 받았을 것이고 응급처치 장비도 갖추고 있을 테니까요 368 00:35:30,233 --> 00:35:36,067 불모고지전투는 콜롬비아 대대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하시나요? 369 00:35:36,633 --> 00:35:38,133 정말이지 잔인한 전투였어요 370 00:35:39,600 --> 00:35:43,100 그 이후로 콜롬비아 대대가 그처럼 잔혹한 전투를 다시 겪지는 않았으니까요 371 00:35:43,267 --> 00:35:50,700 물론 180고지전투, 400고지전투, 차미소전투 (화천지역 전투) 등 치열한 전투들이 여럿 있었지요 372 00:35:50,700 --> 00:35:56,833 하지만 불모고지전투처럼 콜롬비아 대대를 휩쓴 전투는 없었습니다 373 00:35:57,467 --> 00:36:05,967 루이스 노보아 대령은 싸울 군인조차 없는 몹시 당황스러운 상황에 직면했어요 374 00:36:05,967 --> 00:36:11,233 그러자 이곳저곳에서 되는 대로 차출하기 시작했고 그 와중에 잔인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375 00:36:11,800 --> 00:36:18,867 루이스 노보아 대령은 불모고지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생존자들을 재편성해 다시 전장에 투입했어요 376 00:36:21,067 --> 00:36:24,900 그것이 정당한 처사였든 아니었든 상관없이 우리 모두 그 명령에 따라야 했죠 377 00:36:24,900 --> 00:36:30,000 당시 대대에는 병력이 정말 없었어요 378 00:36:30,233 --> 00:36:39,133 전사자가 얼마나 많았던지, 제가 속했던 제5보충대는 한국으로 파견된 보충병력이 도착할 때까지 2개월이나 걸렸으니까요 379 00:36:40,000 --> 00:36:44,967 대대 전체의 인원이 모두 충원되기까지 말입니다 이해하시겠죠? 380 00:36:47,033 --> 00:36:53,433 그 밖에도 이 자리를 통해 공유하고 싶은 다른 위험한 순간들이 있나요? 381 00:36:55,033 --> 00:37:05,100 180고지전투도 위험했습니다 그 고지전투에서 아군 3명이 전사했지요 382 00:37:05,100 --> 00:37:10,367 문제는 이 전사자들을 데려오는 것이었는데 이를 위해 별도의 작전을 전개해야 했어요 383 00:37:11,167 --> 00:37:14,833 죽은 사람을 전장에 그냥 둘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384 00:37:14,833 --> 00:37:21,167 게다가 전사자 몇 명, 이렇게 보고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사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했거든요 385 00:37:21,667 --> 00:37:28,100 결국 전사자를 데려오는 별도의 작전이 전개되었고 안드라데 중위가 그 작전을 지휘하다 부상을 당했어요 386 00:37:29,200 --> 00:37:34,200 저도 당시 그 작전에 함께 투입되었습니다 387 00:37:34,200 --> 00:37:42,367 전장의 그 모든 어려움에도 우리는 다시 고지로 올라가 전사자들의 시체를 회수했습니다 388 00:37:42,367 --> 00:37:46,933 쉬운 일이 아니었죠 정말로 힘든 일이었어요 389 00:37:46,933 --> 00:37:52,267 전사자 주검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미 죽은 사람들이잖아요 390 00:37:52,267 --> 00:37:56,700 하지만 다행히도 전략을 잘 세워 전사자 주검을 모두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391 00:37:59,133 --> 00:38:05,367 전쟁 한복판에 계셨지만 그래도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평화의 순간이 있었나요? 392 00:38:05,367 --> 00:38:12,833 물론이죠, 전쟁이라고 해서 늘 전쟁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당연히 아니죠 393 00:38:12,833 --> 00:38:26,700 휴식 기회도 많았는데, 위문공연을 위해 연예인을 데려오기도 했고 일본으로 휴가를 떠나는 휴식기간도 있었어요 394 00:38:26,700 --> 00:38:31,433 일주일 정도 휴가가 주어졌는데 당시 그곳에서는 이를 R&R이라 불렀지요 395 00:38:31,433 --> 00:38:33,867 일종의 휴식시간입니다 396 00:38:33,867 --> 00:38:41,267 전쟁에서는 도통 돈 쓸 일이 없으니 봉급은 대부분 저축했고 그중 일부를 사용했습니다 397 00:38:41,267 --> 00:38:45,000 휴식을 위해 일본으로 휴가를 보내주었어요 398 00:38:45,000 --> 00:38:51,167 아무런 문제 없이, 그 어떤 불편함도 없이 일본 전역을 여행할 수 있었습니다 399 00:38:51,433 --> 00:38:55,367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도쿄로 향했죠 400 00:38:56,333 --> 00:39:00,833 그곳에서는 옷을 갈아입고 이발도 해서 완전히 새 사람이 되었어요 401 00:39:00,833 --> 00:39:03,933 전장의 일은 다 잊어버렸죠 정말 그랬어요 402 00:39:03,933 --> 00:39:08,867 그렇게 한국, 아니 일본에 있는 주둔지에 도착했어요 403 00:39:10,033 --> 00:39:17,367 그러면, PX에 갈 수 있는 군표를 주었는데 그곳에 머물며 식사도 하고 휴식도 취하며 아무런 문제 없이 지냈어요 404 00:39:17,367 --> 00:39:26,133 게다가 또 다른 큰 이점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갈 수 있었습니다 405 00:39:26,133 --> 00:39:34,533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해 기차를 이용할 때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었어요 406 00:39:34,533 --> 00:39:40,200 요코하마에는 "콜롬비아 대대" "콜롬비아 백화점"이라 불리던 상점이 있었는데 407 00:39:40,200 --> 00:39:48,100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스페인어로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이렇게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408 00:39:48,100 --> 00:39:53,267 그곳은 잡화점 같은 곳이었는데, 사람들이 매우 친절했어요 409 00:39:53,267 --> 00:40:00,600 당시 우리에게 일본어는 매우 생소한 언어였는데도 그곳에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어요 410 00:40:00,600 --> 00:40:01,967 스페인어가 통했으니까요 411 00:40:01,967 --> 00:40:07,700 그곳의 일본 사람들은 우리처럼 완벽한 스페인어를 구사했어요 412 00:40:08,000 --> 00:40:13,467 먼 이국 땅에서 "안녕하세요, 콜롬비아"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413 00:40:13,467 --> 00:40:19,400 정말 매우 만족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죠 414 00:40:19,400 --> 00:40:27,667 더욱이 60여 년 전 한창 젊었던 시절의 일이니 좋은 기억으로 남을 수밖에요 415 00:40:27,667 --> 00:40:35,967 일본 휴가에서는 어디든 원하는 곳을 여행하고 무엇이든 원하는 것을 실컷 먹고 마실 수 있었지요 416 00:40:36,200 --> 00:40:40,700 게다가 콜롬비아라는 글귀가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417 00:40:41,300 --> 00:40:45,200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야? 뭐가 문제지?" 이런 반응과는 정반대였죠 418 00:40:45,200 --> 00:40:51,533 그곳에 있는 캠프에서는 옷 걱정을 할 필요도 없었어요 나갈 때 외출복으로 갈아입으면 그만이었죠 419 00:40:51,533 --> 00:40:55,333 휴가 때 입을 여분의 옷을 준비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420 00:40:55,333 --> 00:40:59,567 지금도 어딘가를 가야 하면 그곳에서 입을 옷을 챙겨야 하잖아요 421 00:40:59,767 --> 00:41:04,233 하지만 거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422 00:41:04,233 --> 00:41:09,367 군복을 입고 지내다 필요할 때 준비된 사복으로 갈아입으면 그만이었죠 423 00:41:09,367 --> 00:41:15,700 여행에서 돌아와 샤워하고 잠을 청할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었고 424 00:41:15,700 --> 00:41:21,700 그러다 다시 한국으로 복귀하면 되었죠 425 00:41:21,700 --> 00:41:27,033 당시 휴가 때 이용했던 '허큘리스'라는 수송선도 정말 훌륭했어요 426 00:41:28,000 --> 00:41:32,200 한국에서 복무한 것에 대해 인정을 받으신 것이 있으십니까? 427 00:41:32,633 --> 00:41:35,700 - 없습니다 - 훈장이나 상훈 등이요 428 00:41:35,700 --> 00:41:38,733 콜롬비아로부터 받은 것은 전혀 없습니다 429 00:41:38,733 --> 00:41:45,067 현재까지 콜롬비아는 참전용사라는 용어조차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430 00:41:45,500 --> 00:41:50,733 참전용사는 감사하게도 이곳에 있는 한국 대사관 덕분에 사용하게 된 겁니다 431 00:41:50,733 --> 00:41:57,500 우리를 위해 여러 가지 좋은 일을 많이 해준 유일한 기관입니다 432 00:41:57,500 --> 00:42:01,700 지난번 한국 대통령 방문과 이번 대통령 방문 때에도 좋았습니다 433 00:42:01,700 --> 00:42:06,200 대통령과의 오찬과 만찬도 감사의 뜻이 전해지는 정말 흐뭇한 순간이었죠 434 00:42:06,200 --> 00:42:10,333 하지만 콜롬비아는 아닙니다 콜롬비아는 아니에요 435 00:42:10,333 --> 00:42:13,867 제가 6·25전쟁에서 돌아와 다시 콜롬비아군으로 입대했는데 저를 기갑부대학교로 보내더군요 436 00:42:13,867 --> 00:42:24,067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치안부대로 배치되었습니다 그냥 그렇게 쉽게 치안부대로 보내버리더군요 437 00:42:25,000 --> 00:42:28,067 일반적인 육군 부대 중 하나였을 뿐이죠 438 00:42:28,067 --> 00:42:33,000 6·25전쟁에서 돌아왔을 당시 특별한 대우를 받은 것은 전혀 없었어요 439 00:42:33,000 --> 00:42:36,467 오히려 그 반대였죠 440 00:42:36,467 --> 00:42:41,033 당시 6·25전쟁에 참전했던 사람들이 더 있었어요 441 00:42:41,033 --> 00:42:48,000 저를 포함해 셋이었는데 며칠 뒤 우리는 모두 치안부대로 배치되었습니다 442 00:42:48,000 --> 00:42:54,000 지금 여러분이 받는 그런 특별한 대우를 받은 적은 전혀 없습니다, 전혀요 443 00:42:57,733 --> 00:43:06,033 한국에서의 복무기간을 마쳤을 무렵 한국이나 한국인에게 어떤 기대나 희망을 품으셨는지요? 444 00:43:06,900 --> 00:43:11,733 글쎄요, 군복무를 마치고 귀국할 시점에 품은 기대라면 일단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에 기뻤습니다 445 00:43:12,000 --> 00:43:21,067 그렇지만 한국에 기대하는 것은 없었어요 무언가를 바라고 6·25전쟁에 참전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446 00:43:21,067 --> 00:43:28,133 그런 마음은 전혀 없었습니다 귀국길 여정도 한국으로 파견될 때와 동일했어요 447 00:43:28,133 --> 00:43:39,067 다시 하와이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파나마 운하를 거쳐 카르타헤나에 도착했습니다 448 00:43:39,067 --> 00:43:41,500 하지만 기대 같은 것은 없었어요 449 00:43:41,500 --> 00:43:44,567 바라는 것이 있었냐고요? 그런 것도 없었고요 450 00:43:44,900 --> 00:43:49,133 군복무는 대가를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451 00:43:50,933 --> 00:43:54,833 그때 이후로 다시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나요? 452 00:43:54,833 --> 00:43:58,467 아니요, 하지만 금년 방문자로 등록되어 있어요 453 00:43:58,467 --> 00:44:03,267 여권, 비자 등 이번 방문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454 00:44:03,267 --> 00:44:08,767 그렇군요, 올해 2015년에는 꼭 한국을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455 00:44:10,600 --> 00:44:22,233 전쟁 이후 오늘날 한국이 이뤄낸 경제적, 민주적 측면의 급속한 발전 성과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456 00:44:22,233 --> 00:44:23,700 물론이죠 457 00:44:23,700 --> 00:44:30,267 한국과 한국인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458 00:44:30,433 --> 00:44:38,300 제 생각에 한국의 변화는요, 한국은 수천 년의 유구한 역사를 지닌 오래된 국가 중 하나입니다 459 00:44:38,500 --> 00:44:41,700 이런 수천 년의 문화가 진보의 원천이죠 460 00:44:42,000 --> 00:44:45,467 물론 세계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461 00:44:45,900 --> 00:44:56,833 그러나 북한은 다소 불균형적인 모습을 보이는데 그곳의 발전은 전혀 다른 상황이니까요 462 00:44:56,833 --> 00:45:02,033 한국과 같은 수준으로 발전하지는 못했죠 463 00:45:02,033 --> 00:45:13,000 반대로 한국은 분단으로 인해 그나마도 더 작아진 땅덩어리에서 일진월보하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구술자정보

목록
구술자 / 생년월일
Gilberto Diaz Velazco / 19330812
국가 / 소속 및 직위
콜롬비아 / 콜롬비아 대대 박격포 관측병
주요활동
김화지구 전투, 불모고지 전투 등

구술정보

면담자 소속 및 직위
구술장소
구술요약
힐베르토 디아스 벨라스코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박격포 관측병으로 불모고지전투를 비롯한 여러 전투에 참여했다. 한국전쟁 당시의 경험, 특히 불모고지전투에 대한 기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콜롬비아 참전용사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호의와 혜택에 고마움을 느끼는 마음도 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