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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참전용사 Carlos Julio Mora Zea 구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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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00:00:05,633 --> 00:00:08,567 - 안녕하세요 - 안녕하세요, 카를로스 씨 2 00:00:10,200 --> 00:00:17,433 성함, 생년월일과 출생지를 말씀해 주세요 3 00:00:18,667 --> 00:00:25,567 제 이름은 카를로스 훌리오 모라 세아(Carlos Julio Mora Zea)이고 출생지는 보야카주 텐사(Tenza)입니다 4 00:00:28,367 --> 00:00:29,933 생년월일은요? 5 00:00:30,367 --> 00:00:35,133 1933년 4월 30일입니다 6 00:00:37,333 --> 00:00:42,767 6·25전쟁에 참전하기 전 가족 구성원은 어떻게 되셨나요? 7 00:00:44,067 --> 00:00:52,633 제 가족이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7명의 형제자매가 함께 살았습니다 8 00:00:54,300 --> 00:00:56,167 모두 텐사(Tenza)에 사셨나요? 9 00:00:56,267 --> 00:00:58,167 네, 텐사(Tenza)에 살았고 10 00:00:58,167 --> 00:01:01,567 이곳 보고타(Bogota)에 사는 누이가 하나 있었는데 지금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11 00:01:02,100 --> 00:01:06,867 가족들은 어떤 일에 종사했나요? 무슨 일을 하셨어요? 12 00:01:07,800 --> 00:01:15,700 시골에서 하는 일들이죠 밥 해서 먹고 일하고 그런 일이요 13 00:01:18,767 --> 00:01:33,267 노인들은 대부분이 할머니들이셨는데 일부는 마을에 있는 가게에서 일하기도 했답니다 14 00:01:35,600 --> 00:01:43,167 우리도 평범한 가정에서 해야 할 일을 했지요 15 00:01:43,167 --> 00:01:45,033 선생님께서는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셨어요? 16 00:01:45,033 --> 00:01:48,100 농부이셨던 아버지를 도왔습니다 17 00:01:50,033 --> 00:01:53,233 현재 가족 구성원은 어떻게 되나요? 18 00:01:54,300 --> 00:01:59,333 지금은 아내 엘비라(Elvira)와 7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19 00:02:00,033 --> 00:02:07,600 현재 장남은 아프가니스탄에 있어요 20 00:02:10,300 --> 00:02:19,633 둘째 낸시는 우리와 함께 살고, 나머지는 각자 가정을 꾸리고 삽니다 21 00:02:20,733 --> 00:02:25,300 - 손자는 몇이나 되세요? - 13명이요 22 00:02:29,000 --> 00:02:34,800 6·25전쟁에 참전하기 전 상황에 대해 좀 더 얘기해 주세요 23 00:02:34,800 --> 00:02:41,467 농부이셨던 아버지를 도왔다고 하셨는데 언제 군에 입대하기로 결정하셨나요? 24 00:02:41,467 --> 00:02:43,800 언제, 어떻게 군 입대를 결정하신 건가요? 25 00:02:43,800 --> 00:02:49,967 친구가 한 명 있었어요 26 00:02:50,700 --> 00:02:57,167 육군 제5군에 있던 친구였습니다 27 00:02:57,633 --> 00:03:08,867 육군에서 복무 중이던 그 친구가 전역증이 필요했던 저에게 "어디 어디로 가면 된다"라고 알려주더군요 28 00:03:11,333 --> 00:03:22,333 아마 그곳에 가면 될 거라면서, 그곳 기병학교에서 부사관 과정을 밟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어요 29 00:03:24,133 --> 00:03:34,833 이 얘기를 듣고 전역증이 필요했던 저는 친구 말대로 했습니다 30 00:03:35,000 --> 00:03:45,600 그 친구가 말하길 가능하면 일반 부대로 배치되지 않도록 기병학교의 부사관 양성과정에 들어갈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했어요 31 00:03:46,800 --> 00:04:00,867 그곳에 도착해 처음 3개월 동안은 신병교육을 받았습니다 32 00:04:01,233 --> 00:04:12,467 이후 부사관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기 시작했는데 당시 기병학교 지휘관이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학교에서 퇴직했습니다 33 00:04:12,467 --> 00:04:19,667 그 때문에 여단에서 다시 부사관 양성과정을 재개할 때까지 지지부진한 과정이 이어졌습니다 34 00:04:19,667 --> 00:04:22,467 그러던 중 갑자기 우리를 육군병원으로 보냈습니다 35 00:04:22,900 --> 00:04:32,633 훈련 과정이 다 끝난 마당에 새삼스레 진급 준비가 되어 있는지 확인한다며 36 00:04:32,633 --> 00:04:35,567 신체검사를 받으라고 했어요 37 00:04:37,367 --> 00:04:43,367 이미 13개월 동안 훈련을 받은 상태여서 저는 약간의 반항심이 일었고 38 00:04:44,633 --> 00:04:48,933 신체검사를 받지 않으려 했어요 39 00:04:50,333 --> 00:04:57,433 그러자 우리와 함께 병원에 왔던 중위가 저를 명령 불복종으로 보고했고 40 00:04:57,433 --> 00:05:03,567 그 일로 기병대 이병이었던 저는 강등되었습니다 41 00:05:04,967 --> 00:05:19,233 그 당시 콜롬비아 대대는 불모고지(Old Baldy) 전투에서 대패해 2개 중대가 목숨을 잃은 상황이었어요 42 00:05:21,167 --> 00:05:33,567 그래서 시급히 보충병력을 파견해야 했는데 때마침 기병대에서 강등당한 제가 전선으로 보내졌던 거지요 43 00:05:35,667 --> 00:05:37,833 그럼, 차출되셨다는 것인가요? 44 00:05:38,100 --> 00:05:45,167 네, 그렇게 그곳으로 갔어요 물론 자원해서 파병된 군인들도 있었지요 45 00:05:45,167 --> 00:05:50,500 우리를 보병학교로 이동시켰고 그곳에서 준비훈련을 받았습니다 46 00:05:53,067 --> 00:06:06,833 그렇게 참전에 필요한 훈련을 마치고 나니 8일간의 휴가를 주더군요 47 00:06:07,133 --> 00:06:15,600 어쩌면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부모님을 뵈러 갔습니다 48 00:06:20,333 --> 00:06:29,067 그것이 파병 전 부모님과 가족을 만날 수 있었던 마지막 휴가였어요 49 00:06:31,433 --> 00:06:35,233 콜롬비아 대대로 차출되셨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50 00:06:35,233 --> 00:06:42,800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당시 군에서 요구했던 신체검사에 응하지 않으셨는데요 51 00:06:42,800 --> 00:06:47,067 이러한 상황에서 차출되셨는데 이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이셨어요? 52 00:06:47,067 --> 00:06:50,233 6·25전쟁에 파병될 것이라고 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53 00:06:50,233 --> 00:06:55,800 당시 국내 상황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생각했죠 54 00:06:57,000 --> 00:07:02,067 어쩌면 6·25전쟁에 참전해 전장으로 가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고요 55 00:07:02,067 --> 00:07:06,667 물론 전쟁에서 죽을 수도 있지만, 뭐 그러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56 00:07:08,233 --> 00:07:10,633 사실 저에게는… 다른 대안이 없었어요 57 00:07:10,633 --> 00:07:14,967 그 당시 아주 친한 동료가 하나 있었습니다 58 00:07:14,967 --> 00:07:23,300 우리 둘은 이국 땅을 밟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은 환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59 00:07:23,300 --> 00:07:28,700 그때 실제로 15일 만에 하와이에 도착했어요 60 00:07:31,767 --> 00:07:42,600 하지만 그 친했던 동료는... 알파벳 순서에 따라 제가 하루 먼저 카르타헤나(Cartagena)로 출발했습니다 61 00:07:42,967 --> 00:07:46,233 이튿날 제 친구가 출발할 차례였는데 62 00:07:48,700 --> 00:07:53,267 카르타헤나에서 아무리 기다려도 도착하지 않더군요 63 00:07:55,167 --> 00:08:00,867 한국으로 파병되기 전 8일간 휴가를 받아 가족을 만나러 갔다고 하셨는데요 64 00:08:00,867 --> 00:08:01,967 네, 맞아요 65 00:08:01,967 --> 00:08:06,833 파병 소식을 접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66 00:08:06,833 --> 00:08:13,667 그야 뭐, 제가 군복무 중이었고 파병은 제가 어찌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어요 67 00:08:14,167 --> 00:08:16,700 군에서 명령하는 대로 따라야 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68 00:08:17,667 --> 00:08:21,900 당시 가족들이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았냐고요? 69 00:08:21,900 --> 00:08:23,000 아뇨, 잘 몰랐어요 70 00:08:24,900 --> 00:08:27,900 그 당시 어떤 소문이 돌았나요? 71 00:08:27,900 --> 00:08:36,733 그러니까 3월 23일 불모고지전투 소식이 전해진 후 콜롬비아 국민의 반응이 어떠했는지 기억하세요? 72 00:08:37,233 --> 00:08:39,867 그 당시는 아직 이곳에 계셨고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이니까요 73 00:08:41,600 --> 00:08:48,667 아뇨, 한국 관련 소식은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텔레비전조차 없던 시절이니까요 74 00:08:48,900 --> 00:08:50,267 그럼 한국에 대해 무엇을 알고 계셨나요? 75 00:08:50,267 --> 00:08:56,700 라디오를 통해 6·25전쟁 관련 소식을 듣곤 했어요 76 00:08:56,700 --> 00:09:03,067 한번은 마을 주임사제가 설교 중에 언급했어요 77 00:09:03,067 --> 00:09:05,833 한국에 대해 설명하셨고 78 00:09:07,800 --> 00:09:16,800 우리 모두 한국의 상황이 나아지도록 함께 기도하자고 하셨어요 79 00:09:18,667 --> 00:09:24,100 이렇게 점차 한국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듣게 되었습니다 80 00:09:24,400 --> 00:09:29,933 다들 6·25전쟁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81 00:09:29,933 --> 00:09:33,533 한반도가 어디에 있는 지역인지 알고 계셨나요? 82 00:09:33,533 --> 00:09:35,533 아뇨, 전혀 몰랐습니다 83 00:09:38,700 --> 00:09:42,533 당시 일반 병사 계급으로 콜롬비아 대대에 배치되셨는데요 84 00:09:42,533 --> 00:09:44,233 맞아요, 일반 병사였어요 85 00:09:45,000 --> 00:09:51,833 6·25전쟁에 참전하기 전 이곳 보고타에서 받은 군사훈련은 어떤 것이었나요? 86 00:09:52,667 --> 00:09:58,733 육군에서 받던 일반 훈련과 매우 유사했어요 87 00:10:00,967 --> 00:10:05,700 단지 밤낮으로 훈련하는 터라 강도가 높아졌을 뿐이었지요 88 00:10:07,100 --> 00:10:20,800 잘 아시는 것처럼, 군사훈련을 하면 밤이고 낮이고 할 것 없이 짐승처럼 사방을 기어 다니잖아요 89 00:10:21,700 --> 00:10:25,167 특히 정글이든 어디든 가리지 않고 야간에 이동하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90 00:10:25,167 --> 00:10:34,900 그런 지식을 습득하는 훈련을 받았어요 91 00:10:35,567 --> 00:10:47,033 한국에 도착해서 받은 훈련도 정확한 장소는 기억나지 않지만 매우 비슷했습니다 92 00:10:48,600 --> 00:11:02,500 불모고지전투의 부상자들을 실어 나르던 헬리콥터 편대를 봤던 것이 새롭다면 새로운 환경이었죠 93 00:11:04,367 --> 00:11:09,200 한국으로 출발하기 전 결국 카르타헤나에 나타나지 않은 동료는 어떻게 되었나요? 94 00:11:09,200 --> 00:11:11,867 - 그 분과 다시 얘기할 기회가 있었나요? - 아니요 95 00:11:11,867 --> 00:11:13,733 - 그분 소식은 전혀 듣지 못하셨나요? - 네, 잘 알지 못해요 96 00:11:13,733 --> 00:11:23,467 무슨 캠프로 배치되었다고 하던데 거기서 무슨 일을 했는지는 모릅니다 97 00:11:24,133 --> 00:11:27,567 그곳에서 복무기간을 마쳤고 제대했겠죠 98 00:11:30,333 --> 00:11:33,000 한국으로 가는 여정은 어떠했는지요? 99 00:11:33,800 --> 00:11:43,033 먼저 이곳 보고타에서 카르타헤나로 갔고 카르타헤나에서 5일간 머물렀습니다 100 00:11:44,067 --> 00:11:49,867 그러자 6·25전쟁에 참전하는 다른 나라 군대들이 탄 배가 도착했어요 101 00:11:51,600 --> 00:12:01,533 푸에르토리코인들도 있었고, 필리핀군과 다른 나라 군인들도 있었습니다 102 00:12:03,633 --> 00:12:08,833 어느 나라에서 파견된 군인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103 00:12:14,933 --> 00:12:23,267 하여간 엄청나게 큰 배였어요 그렇게 큰 해군 수송선을 다시는 보지 못했으니까요 104 00:12:26,333 --> 00:12:32,800 그 배를 타고 우리 모두 카르타헤나를 떠난 지 15일이 지났습니다 105 00:12:32,800 --> 00:12:34,933 그리고 하와이에 도착했습니다 106 00:12:35,967 --> 00:12:42,167 그곳에서 물자 선적을 위해 5시간 정도 정박했어요 107 00:12:43,667 --> 00:12:52,967 이후 다시 항해를 시작해 결국… 동해인지 중국해인지 정확히 모르겠는데요 108 00:12:55,900 --> 00:13:01,933 마지막으로 인천항에 도착했어요 109 00:13:04,000 --> 00:13:11,433 그곳에서 미군에서 준비한 트럭에 올라탔습니다 110 00:13:12,567 --> 00:13:20,100 이렇게 얼마간 이동한 후 어디인지 모르는 곳에서 내려 다시 기차를 타고 이동해야 했습니다 111 00:13:21,100 --> 00:13:26,767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트럭으로 이동했습니다 112 00:13:26,767 --> 00:13:32,233 그리고는 현지 훈련이 이루어지던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113 00:13:33,100 --> 00:13:39,533 한국에 도착한 날짜를 기억하시나요? 114 00:13:42,600 --> 00:13:52,367 1953년 4월 말이었던 것 같은데,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아요 115 00:13:53,333 --> 00:13:56,367 정전협정 체결 즈음에 도착하셨나요? 116 00:13:56,900 --> 00:14:05,067 글쎄요, 도착한 후 한참 뒤, 아니, 그리 한참 뒤는 아니고 수개월이 지난 후 정전협정이 체결되었습니다 117 00:14:05,367 --> 00:14:12,667 당시 모든 군인이 정전협정 체결을 지켜봤어요 118 00:14:15,700 --> 00:14:20,067 언제 일병으로 진급하셨나요? 날짜를 기억하세요? 119 00:14:21,433 --> 00:14:24,633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소속 중대는 기억합니다 120 00:14:26,367 --> 00:14:34,367 아세베도(Acevedo) 중위가 중대장으로 계시던 A중대였어요 121 00:14:37,300 --> 00:14:47,000 부하를 이끌 수 있는 지식을 비롯한 특정 자질을 갖춘 인원을 선발해 진급시켰어요 122 00:14:48,300 --> 00:14:52,933 당시 저는 부하 군인들을 훈련시키는 임무를 담당했습니다 123 00:14:55,900 --> 00:15:01,400 다양한 분야의 지휘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도 있었어요 124 00:15:03,233 --> 00:15:08,067 첫째, 군 생활 전반에 대한 지식 125 00:15:08,067 --> 00:15:17,600 둘째, 어떤 조직에서도 소속된 단위의 책임자로서 구성원을 이끌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했죠 126 00:15:17,600 --> 00:15:26,567 저는 두 번째 지위에 있었어요 물론 거기에만 국한되었던 것은 아니지만요 127 00:15:28,500 --> 00:15:32,133 당시 소속 부대의 소대장이 아세베도 중위셨나요? 128 00:15:32,133 --> 00:15:34,667 아니요, 소대장이 아니라 중대장이요 129 00:15:34,667 --> 00:15:37,967 '트럭' 아세베도란 애칭으로 불리던 그분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130 00:15:37,967 --> 00:15:39,367 맞습니다 131 00:15:41,033 --> 00:15:43,767 그분이 나온 사진을 여러 장 보았어요 132 00:15:43,767 --> 00:15:46,733 엄청난 거구이셨어요 133 00:15:46,733 --> 00:15:47,967 네, 맞아요… 134 00:15:52,033 --> 00:15:54,800 도착하셨을 당시 한국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신가요? 135 00:15:55,467 --> 00:16:01,800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당시의 한국인, 도시, 시골 등이요 136 00:16:01,800 --> 00:16:09,500 제 마음속에 당시의 한국인은 정말 불쌍한 사람들로 남아있어요 137 00:16:09,500 --> 00:16:10,767 왜인가요? 138 00:16:10,900 --> 00:16:23,467 우리를 수송하던 트럭들이 지나가는 도로변에 아이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는데요 139 00:16:24,100 --> 00:16:33,733 정말 무수히 많은 꼬맹이들이 쭉 늘어서서 자신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말을 외쳐가며 물건을 팔곤 했어요 140 00:16:35,233 --> 00:16:37,233 "헤이, 콜롬비아…" 141 00:16:39,467 --> 00:16:43,767 여인네들도 어쩌고 저쩌고 하며 물건을 팔았는데… 142 00:16:45,667 --> 00:16:54,167 하지만 트럭에 탄 우리는 그저 트럭이 데려가는 곳으로 향할 뿐이었죠 143 00:16:54,667 --> 00:16:58,600 자연을 감상할 처지도 아니었고… 144 00:16:58,600 --> 00:17:03,300 당시 이러한 상황에 처한 한국인을 보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습니다 145 00:17:03,467 --> 00:17:05,900 도시들은 어땠나요? 146 00:17:06,433 --> 00:17:12,900 다 파괴된 상태였어요 147 00:17:14,100 --> 00:17:18,800 그래도 그나마 서울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148 00:17:18,800 --> 00:17:26,600 대대적인 공격을 받거나 큰 전투가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149 00:17:27,367 --> 00:17:33,300 하지만 우리가 지나갔던 다른 도시들은 더 이상 도시가 아니었어요 150 00:17:33,300 --> 00:17:35,600 잔해만 남아있는 폐허였죠 151 00:17:35,933 --> 00:17:45,200 이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제2의 도시라 불리던 곳도 앙상한 철골만 남아있었어요 152 00:17:46,133 --> 00:17:55,233 시멘트 기둥만 남아있을 뿐 온전하게 남아있는 집 한 채가 없을 정도였으니까요 153 00:17:55,233 --> 00:17:58,667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어요 154 00:18:01,133 --> 00:18:06,400 콜롬비아 대대가 배치되었던 장소나 지역을 기억하시나요? 155 00:18:08,033 --> 00:18:18,100 가장 위험했던 진지 중 하나는 티본고지가 바라다보이는 곳이었어요 156 00:18:18,567 --> 00:18:24,967 티본고지는 죽음을 각오한 수많은 중국군들과 대치하던 전초기지였습니다 157 00:18:26,067 --> 00:18:33,600 당시 중국군은 그 수가 얼마나 되는지조차 모를 정도였어요 158 00:18:34,733 --> 00:18:45,400 정전협정이 체결된 후 퇴각하는 중국군의 모습은 그야말로 개미떼 같았지요 159 00:18:46,467 --> 00:18:53,733 그곳이 적군과 가장 가까운 위치였지만 더 이상 교전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160 00:18:54,633 --> 00:18:58,900 콜롬비아 대대는 정전협정 체결 소식에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161 00:18:58,900 --> 00:19:02,033 당시 동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억하세요? 162 00:19:03,033 --> 00:19:14,633 정전협정이란 조치의 본질은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다들 기쁘게 받아들였어요 163 00:19:15,367 --> 00:19:24,267 정전협정은 오늘날 콜롬비아가 겪고 있는 상황과 비슷한 평화가 온 상태이긴 합니다 164 00:19:24,533 --> 00:19:32,533 그러나 여전히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전투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죠 165 00:19:33,867 --> 00:19:42,133 콜롬비아 대대에서 어떤 책무를 맡으셨는지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맡게 되셨나요? 166 00:19:42,133 --> 00:19:46,367 특히 일병으로 진급한 후에는 어떤 일을 하셨어요? 167 00:19:47,967 --> 00:20:00,100 적시에 지정된 장소로 이동해 전투에 임하는 통상적인 임무를 맡았습니다 168 00:20:00,100 --> 00:20:02,233 어떤 부대에 소속되어 계셨죠? 169 00:20:02,433 --> 00:20:06,300 파병기간 내내 알마 중대, 즉 A중대에 속해 있었어요 170 00:20:06,733 --> 00:20:13,267 앞서 얘기한 것처럼, 아세베도 중위가 중대장으로 계셨죠 171 00:20:13,833 --> 00:20:22,300 아세베도 중위는 B중대와 C중대의 잔류병을 받으신 분입니다 172 00:20:23,033 --> 00:20:26,733 당시 전투에 투입되었던 군인들은 얼마 없었어요 173 00:20:26,800 --> 00:20:35,800 한 개 소대 정도만 남았고, 나머지는 나중에 도착한 보충병력으로 채워졌지요 174 00:20:39,800 --> 00:20:46,800 콜롬비아에 있는 가족들에게 한국 상황에 대해 편지로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나요? 175 00:20:46,800 --> 00:20:49,433 네, 여러 차례 편지를 썼습니다 176 00:20:49,633 --> 00:20:51,433 어떤 내용이었나요? 177 00:20:51,900 --> 00:21:01,633 한국에서의 일상생활이 어떤 지 얘기하고 저는 잘 지내고 있다고 알리며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지요 178 00:21:01,633 --> 00:21:04,000 가족분들은 어떤 소식을 전해왔나요? 179 00:21:05,600 --> 00:21:18,033 제 기억에 한 두통의 편지가 도착했던 것 같은데 그 편지들을 읽으며 눈물을 쏟았어요 180 00:21:21,867 --> 00:21:35,000 이곳 콜롬비아에서 지내는 가족들의 상황과 타국에서 전쟁을 치르는 제 처지가… 뭐랄까요 181 00:21:35,000 --> 00:21:45,133 마음 한편에서 군에 입대하기 전의 삶과 당시 전쟁의 한복판에 있던 삶이 비교되었던 것 같아요 182 00:21:45,633 --> 00:21:51,800 한국에 머무는 동안 콜롬비아 대대의 생활 여건은 어땠습니까? 183 00:21:56,167 --> 00:22:00,600 특별히 언급할 만한 것은 없었어요 184 00:22:01,867 --> 00:22:05,900 군부대에서 군인들이 생활하는 그런 일반적인 환경이었습니다 185 00:22:05,900 --> 00:22:10,233 훈련하고 언제든 명령에 복종하는 생활이요 186 00:22:11,133 --> 00:22:18,100 사실 그곳에서는 생각이란 걸 할 겨를이 없어요 187 00:22:18,533 --> 00:22:21,300 명령이 떨어지면 그저 실행할 뿐이죠 188 00:22:22,967 --> 00:22:28,100 한국에서 보낸 일반적인 하루는 어땠습니까? 189 00:22:28,833 --> 00:22:40,300 글쎄요, 전장에 투입되지 않는 대부분의 시간은 일반 병영에서 지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어요 190 00:22:41,467 --> 00:22:54,233 아침에 일어나 배식시간에 맞춰 식사하고 일반 부대와 마찬가지로 생활하는 공간과 그 주변을 정돈했죠 191 00:22:54,567 --> 00:23:05,200 청소하고 정리하면서 최상의 환경으로 유지하는 것 말입니다 192 00:23:05,200 --> 00:23:13,300 그러다 임무가 주어지면 그 임무를 수행하고요 훈련이든 전투이든 말입니다 193 00:23:14,933 --> 00:23:22,500 훈련에 따라 모의전투를 하며 준비태세를 가다듬기도 했어요 194 00:23:26,526 --> 00:23:31,293 각자에게 지급된 무기도 관리해야 했죠 195 00:23:31,600 --> 00:23:38,967 한동안 30mm 기관총 사수였던 기간이 있었습니다 196 00:23:39,567 --> 00:23:44,267 훈련에서 그 기관총으로 무엇을 했겠어요? 197 00:23:46,333 --> 00:23:49,933 기관총을 옮기고 옮긴 다음에는 사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거죠 198 00:23:49,933 --> 00:23:53,400 그 이후에는 57mm 소총을 사용했어요 199 00:23:53,400 --> 00:24:05,600 게다가 사격장 준비로 사격장의 전방과 후방을 정리했는데 특히 전방이 중요했어요 200 00:24:07,500 --> 00:24:13,200 방해물에 대고 소총을 발사하면 곧장 황천길로 직행할 수도 있으니까요 201 00:24:17,233 --> 00:24:26,400 6·25전쟁에 참전한 기간 동안 가장 위험하고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202 00:24:28,967 --> 00:24:38,000 힘든 순간이라… 훈련이 매우 힘들었어요 203 00:24:38,567 --> 00:24:42,800 정말 그랬어요 버티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건 없었으니까요 204 00:24:44,567 --> 00:24:54,800 제가 취급했던 무기들의 경우에는 사수를 돕는 부사수가 있어야 했는데 다들 부사수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죠 205 00:24:55,467 --> 00:25:05,933 저도 한번은 안티오키아(antioque?o)와 톨리마(tolimense) 출신 부사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206 00:25:06,533 --> 00:25:12,233 톨리마 출신이 엄청 약골이라는 소리를 듣기는 했지만… 207 00:25:12,233 --> 00:25:16,500 세상에나, 그렇게까지 약골일 줄은 몰랐어요 208 00:25:16,500 --> 00:25:19,933 그 톨리마 출신은 자기 소총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니까요 209 00:25:24,400 --> 00:25:33,700 전쟁의 한복판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평온함이나 평화를 느낀 순간이 있었나요? 210 00:25:39,933 --> 00:25:51,267 예비구역에 있을 때는 전장에서 느끼는 중압감을 느끼지 않았어요 211 00:25:51,267 --> 00:25:59,300 티본고지 앞에 있는 진지에서는 담배도 피울 수 없고 촛불조차 켤 수 없었으니까요 212 00:25:59,300 --> 00:26:03,967 음식도 캔에서 나오는 대로 먹어야 했어요 213 00:26:04,933 --> 00:26:12,133 미트볼이든, 콩이든, 면이든… 그냥 걸리는 대로 먹어야 했죠 214 00:26:12,967 --> 00:26:17,633 대체 얼마나 오랫동안 거기에 쌓아 두었던 캔인지 누가 알겠어요 215 00:26:17,633 --> 00:26:23,633 때로는 부셔서 먹기도 했고, 결국 먹을 수 없을 때는 그냥 던져버렸죠 216 00:26:26,067 --> 00:26:28,333 데울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217 00:26:31,900 --> 00:26:36,000 한국에서 복무하는 동안 휴가를 받기도 했나요? 218 00:26:39,300 --> 00:26:46,667 8일간 일본에 보내준 게 전부입니다 219 00:26:50,900 --> 00:26:56,033 그러니까 요코하마에 도착한 첫날 220 00:26:58,600 --> 00:27:03,100 그곳의 모습을 보고 좀 놀랬어요 221 00:27:04,633 --> 00:27:13,133 전쟁이 한창인 한국과 대비되는 평화로운 도시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222 00:27:14,733 --> 00:27:18,533 '내 인생을 망쳐 놓더니 그래도 이렇게라도 보상을 해주는구나' 223 00:27:20,367 --> 00:27:27,100 요코하마 거리를 여행하며 행복감을 느꼈어요 224 00:27:27,400 --> 00:27:30,700 적어도 캠프로 복귀해야 하는 날이 오기 전까지는요 225 00:27:31,967 --> 00:27:42,267 복귀할 시간이 다가오면서 점차 괴로움도 커져갔죠 어디로 되돌아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226 00:27:45,700 --> 00:27:51,333 한국에 도착했을 당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 중 하나는 227 00:27:51,333 --> 00:28:00,033 전쟁통에서 어떻게 든 살아남아야 했던 한국인들의 상황이었다고 하셨는데요 228 00:28:00,467 --> 00:28:06,367 한국에서 복무기간을 마칠 무렵에는 한국인에 대해 어떤 기대나 희망을 품으셨나요? 229 00:28:06,367 --> 00:28:11,000 한국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길 바라셨어요? 230 00:28:12,267 --> 00:28:18,133 한편으로는 한국인이 감사해하는 마음을 느꼈어요 231 00:28:19,200 --> 00:28:27,867 전쟁에 참가한 외국군에게요 232 00:28:29,867 --> 00:28:36,667 그런데 사실 오늘날의 한국인은 어떤 생각일지 대답하기 어렵네요 233 00:28:38,100 --> 00:28:43,733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죠 당시 한국인에게 어떤 희망을 품고 계셨어요? 234 00:28:45,233 --> 00:28:47,933 희망이라… 235 00:28:48,900 --> 00:28:57,267 지금 콜롬비아에서 벌어지는 상황과 마찬가지로 평화는 모두에게 유익한 것입니다 236 00:28:58,033 --> 00:29:01,633 전쟁은 파괴만 낳을 뿐이죠 237 00:29:02,500 --> 00:29:11,667 모두가 언제 죽게 될까 하는 생각만 하게 되죠 제 생각에는 어디나 다 똑같은 것 같아요 238 00:29:11,667 --> 00:29:25,033 여러 집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아니 그냥 콜롬비아 어느 시골 마을의 거리를 생각해 보세요 239 00:29:27,100 --> 00:29:39,600 다들 동물처럼 집안에만 갇혀 지내잖아요 아주 깨끗하고 예쁘지만 안에만 그럴 뿐입니다 240 00:29:40,233 --> 00:29:44,833 밖에서 보면 아예 집처럼 보이지도 않잖아요 241 00:29:47,700 --> 00:29:52,033 마을 전체의 모습은 뭐랄까... 242 00:29:52,033 --> 00:30:00,700 전쟁 상황은 그 어떤 국민에게나 불행한 일이라는 말을 하고 싶군요 243 00:30:03,867 --> 00:30:06,933 6·25전쟁은 이후 선생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244 00:30:09,833 --> 00:30:12,233 전쟁의 영향이라… 245 00:30:15,633 --> 00:30:19,633 글쎄요 항상 마음속으로 전투를 준비합니다 246 00:30:24,667 --> 00:30:36,633 적군과 맞설 준비를 하게 되죠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어요 247 00:30:37,567 --> 00:30:44,067 전쟁에서는 앞에 있는 적을 보지 않으면 누가 먼저 죽게 될지 모르니까요 248 00:30:44,067 --> 00:30:46,533 적군이 먼저일지, 아니면 내가 먼저일지 249 00:30:53,300 --> 00:30:55,267 이후 어떤 결과가… 250 00:30:56,933 --> 00:31:02,600 아뇨… 이건 표현을 바꿔 다시 제대로 질문하겠습니다 251 00:31:03,267 --> 00:31:10,700 한국 파병은 언제 종료되었나요? 한국에서의 복무기간이 종료된 일자가 언제였나요? 252 00:31:11,733 --> 00:31:18,800 1954년 7월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253 00:31:20,233 --> 00:31:25,033 한국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배로 이동했고 샌프란시스코에서 며칠 동안 머물렀는데요 254 00:31:25,033 --> 00:31:27,033 군사 지역이었던 것 같았고 255 00:31:28,800 --> 00:31:37,933 그곳에서 이에르바부에나 (페퍼민트)라 불리는 배로 인근 바다를 유람시켜 주기도 했습니다 256 00:31:38,567 --> 00:31:41,033 배 이름이 정말 이에르바부에나였어요 257 00:31:44,033 --> 00:31:51,600 그러니까 서울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15일가량 걸렸던 거지요 258 00:31:51,600 --> 00:32:02,600 샌프란시스코에서 콜롬비아까지는 비행기로 이동했습니다 259 00:32:05,667 --> 00:32:12,733 비행기로 24시간 정도 걸렸는데 왜 그렇게 오래 걸렸는지는 잘 모르지만 260 00:32:12,733 --> 00:32:16,900 하여간 영영 못 돌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261 00:32:17,333 --> 00:32:28,633 이곳 산맥에 도착할 무렵 비행기가 이 정도 높이로 날고 있었는데 정말 그때는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262 00:32:29,100 --> 00:32:34,000 그대로 산맥과 충돌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263 00:32:34,000 --> 00:32:43,500 그때 비행기가 너무 낮게 날고 있음을 알아챈 누군가가 가까스로 고도를 높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264 00:32:44,533 --> 00:32:50,167 간신히 산맥을 넘을 수 있었어요 265 00:32:52,300 --> 00:32:59,667 그렇게 산맥에 올라서니 보기 드문 공터가 나오더군요 266 00:32:59,833 --> 00:33:12,100 비행기는 150m가량 추락했는데, 우리 모두 겁에 질려 '한국 파병이 결국 여기서 끝나는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267 00:33:13,567 --> 00:33:16,767 귀국 후에도 계속 군에 남기로 결정하셨나요? 268 00:33:17,600 --> 00:33:22,267 아니요, 이곳에 도착하니 장교들이 군에 남지 않아도 된다고 하더군요 269 00:33:22,667 --> 00:33:29,033 퇴역할 생각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어디서 무슨 일을 할지는 결정하지 못했죠 270 00:33:30,267 --> 00:33:32,200 어쨌든 일은 해야 했어요 271 00:33:33,067 --> 00:33:39,900 하지만 군에 남으라는 제안을 거절한 후 다시 군으로 돌아가려니 쑥스러운 생각이 들었어요 272 00:33:39,900 --> 00:33:45,067 당시 군에서는 6·25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에 대한 평이 좋았어요 273 00:33:46,000 --> 00:33:52,800 경험도 풍부하고 공공질서를 유지할 자질도 갖춰 이곳에서 이를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274 00:33:53,200 --> 00:33:55,900 저는 군에 남는 것을 주저했어요 275 00:33:56,667 --> 00:34:01,300 군 생활을 계속하고 싶지 않았어요 276 00:34:02,300 --> 00:34:06,667 하지만 이곳에서도 일은 해야 했죠 277 00:34:07,700 --> 00:34:10,267 그런데 찾아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어요 278 00:34:10,633 --> 00:34:12,767 그래서 같은 고향 출신의 아는 경찰관을 찾아갔습니다 279 00:34:13,233 --> 00:34:16,033 그 사람은 저에게 경찰이 되라고 하더군요 280 00:34:16,967 --> 00:34:27,000 저는 다시 망설여졌고 왠지 경찰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281 00:34:27,500 --> 00:34:34,500 그러다 맘을 바꾸고 다시 찾아갔더니 "경찰에 지원했어?"라고 물으셨고 282 00:34:35,833 --> 00:34:39,233 저는 "아니요, 경감님, 아직이요"라고 대답했어요 당시 그분은 경감이셨어요 283 00:34:41,133 --> 00:34:48,367 그러자 "날 따라와" 이렇게 말하곤 어떤 경사가 있는 곳으로 절 안내했어요 284 00:34:48,367 --> 00:34:52,600 지금은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는데 285 00:34:54,233 --> 00:35:00,533 하여간 거기에 있던 부하 경찰에게 같은 고향 사람이라며 잘 부탁한다고 하셨죠 286 00:35:00,867 --> 00:35:05,967 부하 경찰은 "네, 경감님"이라 대답했고 그분의 일은 거기서 그렇게 끝이 났죠 287 00:35:09,533 --> 00:35:13,867 그래서요? 결국 경찰이 되셨어요? 288 00:35:15,167 --> 00:35:25,200 그야 뭐… 구비서류를 갖춰 경찰에 들어갔고 1970년 1월 1일 은퇴했어요 289 00:35:25,200 --> 00:35:28,500 - 연금 수령자가 되셨군요 - 좀 더 나중에요 290 00:35:30,833 --> 00:35:34,467 귀국한 후 다시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나요? 291 00:35:36,033 --> 00:35:41,800 아니요, 저는 없었어요 292 00:35:43,000 --> 00:35:50,633 이곳에 있는 한국 대사관 초청으로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다녀왔고 참전용사들을 정말로 잘 대우해 주었다고 들었습니다 293 00:35:51,233 --> 00:35:58,900 정확히는 몰라도 듣기로는 한국을 방문해 잘 머물다 왔다고들 하더군요 294 00:35:58,900 --> 00:36:02,367 저는 그러지 못했어요 295 00:36:02,800 --> 00:36:06,567 실제로 한국 정부는 전 세계의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왔어요 296 00:36:06,567 --> 00:36:11,967 선생님도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길 바랍니다 297 00:36:12,600 --> 00:36:20,600 오늘날 한국이 이룬 경제적, 민주적 성과에 대해 알고 계신지요? 298 00:36:22,167 --> 00:36:28,100 한국을 다시 찾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일 겁니다 299 00:36:28,733 --> 00:36:35,667 전쟁 당시 겪었던 그 비참한 상황과는 다르거든요 300 00:36:35,692 --> 00:36:43,425 경제적으로 매우 번창한 현재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니까요 301 00:36:43,900 --> 00:36:50,533 물론 여전히 마음 한편에는 당시 한국을 떠날 때 보았던 참혹한 모습을 기억하지만요 302 00:36:51,167 --> 00:37:03,433 그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완전히 버려진 땅 이곳에 돌아와서도 그곳에 대한 기억을 떠올립니다 303 00:37:04,167 --> 00:37:12,367 저는 그 모든 어려움을 딛고 국가가 처한 상황을 극복한 한국인이 304 00:37:12,967 --> 00:37:17,567 이곳의 콜롬비아인보다 몇 배는 더 훌륭하다고 생각해요 305 00:37:18,100 --> 00:37:28,300 1950년~1953년 전쟁 당시의 한국에서 오늘날의 한국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306 00:37:28,300 --> 00:37:32,867 이 같은 변화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307 00:37:33,600 --> 00:37:46,800 갈등을 봉합하고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려는 현명한 정부 지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308 00:37:47,933 --> 00:37:59,133 정부가 있는 나라의 국민이라면 마땅히 받아야 할 대우를 해준 정부 지도자들 덕분이죠 309 00:38:00,967 --> 00:38:12,000 한국인의 상황과 이곳 콜롬비아인의 상황이 비교되어 즉흥적으로 든 생각입니다 310 00:38:16,400 --> 00:38:22,567 6·25전쟁의 정전협정이 체결된 후 61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311 00:38:23,333 --> 00:38:28,867 전 세계적으로 이처럼 오랫동안 정전 상태가 지속된 경우는 없었지요 312 00:38:29,200 --> 00:38:34,900 남한과 북한이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313 00:38:34,900 --> 00:38:38,367 어쩌면 통일에 대해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314 00:38:43,667 --> 00:38:53,900 어쩌면 이편과 저편에 있는 콜롬비아인들이 결국에는 우리 모두가 콜롬비아인임을 깨달아야죠 315 00:38:54,233 --> 00:38:58,900 서로 상대방을 제거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316 00:39:00,833 --> 00:39:10,767 또한 정부 정책에서 벗어난 이들도 정부 정책이 나머지 콜롬비아인에게 어떻게 시행되는지 지켜봐야 해요 317 00:39:10,900 --> 00:39:18,933 이렇게 콜롬비아인이 처한 상황을 개선하려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318 00:39:22,133 --> 00:39:26,500 남한과 북한의 통일에 동의하시는지요? 319 00:39:31,133 --> 00:39:34,567 저는 정말이지 그 문제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 320 00:39:35,200 --> 00:39:41,233 국가 전역에서 반군들과 함께 살고 있는 이곳 상황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되기 때문이죠 321 00:39:42,267 --> 00:39:48,200 그 누구도 편안하게 살지 못하잖아요 322 00:39:48,200 --> 00:39:54,867 언제 죽을지, 언제 목이 매달릴지 모르기는 이곳이나 그곳이나 다 마찬가지니까요 323 00:39:56,267 --> 00:39:59,833 단지 그 한반도 북쪽의 상황… 324 00:40:00,367 --> 00:40:06,467 북한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매우 부유한 남한과 상황이 다르겠지요 325 00:40:07,400 --> 00:40:10,933 북한 주민들은 과연 무엇을 원할까요? 326 00:40:10,933 --> 00:40:17,633 남한 사람들에게는 그저 뿌연 안개와 비슷할 겁니다 327 00:40:19,533 --> 00:40:22,167 한반도 전체를 생각하면, 그곳의 상황은… 328 00:40:23,733 --> 00:40:30,633 뭐랄까… 언제든 전쟁이 터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대치 상황이지요 329 00:40:30,633 --> 00:40:36,233 이렇게 서로 이빨을 드러내고 있잖아요 330 00:40:37,967 --> 00:40:45,233 아직도 제 머릿속에는 비무장지대가 남아있어요 331 00:40:45,267 --> 00:40:53,133 저쪽에는 중국군이나 북한군이, 이쪽에는 남한군이 있고요 332 00:40:54,433 --> 00:41:00,467 제가 정확한 상황은 잘 모릅니다 333 00:41:00,900 --> 00:41:05,100 아마 이쪽은 이쪽대로, 저쪽은 저쪽대로 정찰하고 있을 겁니다 334 00:41:06,733 --> 00:41:18,333 하지만 북한 주민들이 풍족하게 살고 있는 남한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정말 모르겠어요 335 00:41:21,833 --> 00:41:29,733 6·25전쟁 참전용사들은 세계에 무엇을 남겼나요?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유산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336 00:41:31,800 --> 00:41:46,100 당시 한국에 참전했던 모든 군대가 남긴 유산은 국민의 자유를 지켰다는 데 있습니다 337 00:41:49,200 --> 00:41:53,900 어떤 국민에게든 이보다 좋은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338 00:41:55,100 --> 00:41:56,267 이상이군요 339 00:41:56,267 --> 00:42:03,333 네, 자유를 지키고 모든 사람이 최상의 여건에서 살도록 한다는 이상이요 340 00:42:07,167 --> 00:42:13,567 이 인터뷰를 보게 될 후대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을까요? 341 00:42:16,133 --> 00:42:30,367 전쟁이 어떤 것인지, 전쟁이 이 세계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342 00:42:30,367 --> 00:42:36,200 전쟁은 그 누구에게도 전혀 좋을 것이 없어요 343 00:42:38,333 --> 00:42:41,500 평화를 추구하는 것 344 00:42:44,300 --> 00:42:51,067 그 평화를 누리고 경제적으로 윤택하다면 더 잘 살 수 있을 겁니다 345 00:42:56,533 --> 00:43:01,600 이 인터뷰에 추가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346 00:43:02,233 --> 00:43:12,100 한국에 파병되었던 외국 군대 즉 연합군 군인들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온 347 00:43:13,533 --> 00:43:17,733 한국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348 00:43:17,733 --> 00:43:29,800 당시 우리는 한국인이 원래의 평온한 삶으로 되돌아가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참전했습니다 349 00:43:30,833 --> 00:43:36,467 분단되어 서로 적으로 대치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350 00:43:37,600 --> 00:43:44,000 또한 한국인이 이룬 발전과 그 성과를 세계와 공유하는 현명함에도 축하를 보냅니다 351 00:43:46,233 --> 00:43:58,067 오늘날 한국은 세계의 주요 경제 강국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으니까요 352 00:44:01,400 --> 00:44:06,133 이것이야말로 우리 콜롬비아인이 추구해야 할 사명입니다 353 00:44:09,100 --> 00:44:21,767 한국인이 이처럼 경제 발전을 거듭하고 국민을 보살피는 자세를 유지한다면 아주 좋은 길이 펼쳐질 것입니다 354 00:44:25,900 --> 00:44:28,600 선생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355 00:44:29,167 --> 00:44:30,400 아닙니다 356 00:44:30,400 --> 00:44:44,733 분명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이런 일에 시간을 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죠 357 00:44:44,733 --> 00:44:47,067 네, 선생님 맞는 말씀이십니다

구술자정보

목록
구술자 / 생년월일
Carlos Julio Mora Zea / 19330430
국가 / 소속 및 직위
콜롬비아 / 알마중대 일병
주요활동
티본고지 전투 등

구술정보

면담자 소속 및 직위
구술장소
구술요약
카를로스 훌리오 모라 세아는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직전 한국에 파병되었고, 티본고지를 사수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귀국 후 군을 제대해 경찰로 근무했으며 한국을 다시 방문할 기회는 없었다. 본 인터뷰는 한국 파병 당시 보았던 한국의 참상,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의 유산, 후대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등을 다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