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00:00:05,933 --> 00:00:11,500
성함, 출생일과 출생지를
말씀해 주세요
2
00:00:11,500 --> 00:00:14,833
제 이름은 후안 데 헤수스 코르테스 후라도
(Juan de Jes?s Cort?s Jurado)입니다
3
00:00:16,133 --> 00:00:21,867
1932년 12월 27일에
태어났습니다
4
00:00:22,533 --> 00:00:24,667
- 어디서 출생하셨어요?
- 보고타(Bogot?)에서요
5
00:00:26,600 --> 00:00:34,100
코르테스 선생님, 6·25전쟁에 참전하기 전
가족 구성은 어땠는지에 대해 조금 얘기해 주세요
6
00:00:34,433 --> 00:00:38,600
가난한 집안이었어요
7
00:00:40,300 --> 00:00:45,333
그렇지만 화합이 잘 되는 단란한 가정이었죠
가족 모두가요
8
00:00:47,967 --> 00:00:52,767
하지만 아주 가난했어요
9
00:00:53,433 --> 00:00:58,133
- 가족이 어떤 일에 종사했나요?
- 많은 종류의 일을 했어요
10
00:00:58,133 --> 00:01:00,500
- 가족 구성원은요?
- 네?
11
00:01:00,500 --> 00:01:05,800
- 가족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었나요?
- 구성되었다니 그게 무슨 말이죠?
12
00:01:05,800 --> 00:01:08,267
가족이 누구누구로 이루어져 있었나요?
아버지가 계셨을 테고, 그런 이야기들을 해주세요
13
00:01:08,267 --> 00:01:12,700
-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이요
- 형제는 몇이나 되었나요?
14
00:01:12,700 --> 00:01:16,333
우리는 모두 사형제입니다
15
00:01:17,467 --> 00:01:19,367
그 당시 가족은 어떤 일에
종사하셨어요?
16
00:01:19,367 --> 00:01:26,767
가족 모두 일했어요
일부는 공부를 했고, 일부는 일을 했습니다
17
00:01:26,900 --> 00:01:30,133
현재 가족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18
00:01:30,133 --> 00:01:34,667
현재 아버지, 어머니 모두
돌아가셨어요
19
00:01:34,967 --> 00:01:38,133
그리고 아내도 먼저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20
00:01:38,133 --> 00:01:44,333
이제는 남은 가족이 얼마 없어요
형제들도 거의 다 죽고…
21
00:01:44,333 --> 00:01:48,367
- 자녀는 몇인가요?
- 형제들도 다 죽고 지금은 둘만 남았네요
22
00:01:48,367 --> 00:01:50,667
코르테스 선생님,
자녀는 몇 명인가요?
23
00:01:51,200 --> 00:02:00,400
여섯이요
하지만 한 녀석은 사고로 죽었어요
24
00:02:02,067 --> 00:02:06,867
나머지 자식들은 일하고 있지요
한 녀석은 스페인에 있는데, 별로 안 좋아요
25
00:02:06,867 --> 00:02:10,167
일이 너무 힘들어서
고생하고 있죠
26
00:02:10,967 --> 00:02:17,367
그다음 녀석은 휴스턴에 있는데
그럭저럭 잘 지냅니다, 평범하게 살아요
27
00:02:18,633 --> 00:02:24,733
그리고 딸이 두 명 있는데, 한 아이는 구아테케에
다른 아이는 이곳에 삽니다
28
00:02:24,733 --> 00:02:31,100
큰 딸에게는 딸이 두 명,
작은 딸에게는 딸이 한 명 있어요
29
00:02:32,167 --> 00:02:36,667
손녀들도 이제 다 커서 숙녀가 되었고요
다들 공부하고 있어요
30
00:02:37,900 --> 00:02:43,333
그렇군요
이제 군복무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31
00:02:43,333 --> 00:02:47,200
언제, 어디에서
콜롬비아군에 입대하셨는지요?
32
00:02:47,200 --> 00:02:52,400
이곳 보고타에 있는
칼다스(Caldas) 대대에 입대했습니다
33
00:02:53,800 --> 00:02:57,633
그리고 그곳에서 군복무를 했어요
34
00:02:57,633 --> 00:03:00,733
- 몇 년도예요?
- 어디 보자
35
00:03:02,600 --> 00:03:06,600
그게 1950년대 초인데요
36
00:03:10,633 --> 00:03:13,067
이 자료를 챙겨 오려 했는데,
그러지 못했네요
37
00:03:14,333 --> 00:03:16,833
군에서는 무엇을 하셨어요?
38
00:03:16,833 --> 00:03:24,467
처음 몇 달 동안은
일반 사병으로 복무했어요
39
00:03:24,700 --> 00:03:31,467
다른 사병들과 마찬가지로
보초도 서면서 통상 군에서 하는 일을 했습니다
40
00:03:32,133 --> 00:03:37,167
그러다 운전병으로 선발되었어요
41
00:03:38,033 --> 00:03:50,467
처음에는 가르시아 중위의 운전병이었고
나중에는 나바스 파르도 대령님의 운전병을 했어요
42
00:03:51,333 --> 00:03:56,033
한국으로 떠나기 전까지
대령님의 운전병이었습니다
43
00:03:56,033 --> 00:04:01,533
그럼 6·25전쟁에 차출되신 건가요?
아니면 스스로 참전하신 건가요?
44
00:04:01,533 --> 00:04:04,667
어떻게 참전하게 되었냐고요?
그걸 묻는 거죠?
45
00:04:04,667 --> 00:04:15,133
당시 대대에서는 누가 한국에 가길 원하는지
6·25전쟁에 참전하길 원하는 사람이 있는지 한창 물어보고 있었어요
46
00:04:16,233 --> 00:04:20,667
사실상 제가 가장 먼저 지원한
군인 중 하나였죠
47
00:04:21,333 --> 00:04:28,400
그로 인해 군복무를 하던 대대에서
이곳 보병대대로 전출되었어요
48
00:04:29,733 --> 00:04:41,067
보병대대에 도착하자 교관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센달레스 중위라는 분이셨죠
49
00:04:41,067 --> 00:04:45,600
그분이 우리를 6·25전쟁에
참전할 수 있게끔 훈련시키셨어요
50
00:04:46,100 --> 00:04:49,800
6·25전쟁에 참전하기 전에
6·25전쟁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51
00:04:49,800 --> 00:04:52,733
물론이죠
뉴스에서 보았고, 신문에서도 보았어요
52
00:04:54,033 --> 00:04:59,100
그렇게 6·25전쟁에 대해
알게 되었지요
53
00:05:00,400 --> 00:05:03,567
6·25전쟁과 관련해 어떤 뉴스를 접하셨나요?
무엇이 관심을 끌던가요?
54
00:05:03,567 --> 00:05:05,067
음, 어떻게 말해야 하나?
55
00:05:05,067 --> 00:05:12,500
당시 저는 삶이 조금 지겹게
느껴지던 시기였어요
56
00:05:12,967 --> 00:05:20,633
그때 저에게는 애인이 있었는데
돌연 한국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57
00:05:21,333 --> 00:05:26,267
'아무래도 한국으로 가야겠어, 지겨워 죽을 것 같아'
이런 마음이 들었고, 결국 한국행을 택했죠
58
00:05:26,267 --> 00:05:29,433
어떤 이유에서요?
무엇이 지겨우셨는데요?
59
00:05:29,433 --> 00:05:33,600
뭐, 별것 아니었어요
그저 기분이 그랬다는 거죠
60
00:05:33,600 --> 00:05:35,267
맞아요
그냥 그랬었던 것 같아요
61
00:05:36,467 --> 00:05:41,067
그럼 이곳 보고타 보병대대에서의
훈련은 어땠나요?
62
00:05:41,067 --> 00:05:43,467
아주 혹독했어요
63
00:05:43,467 --> 00:05:44,867
얼마 동안 훈련을 받으셨죠?
64
00:05:44,867 --> 00:05:50,467
아마 2달 정도 훈련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65
00:05:54,033 --> 00:05:55,967
한국까지의 여정은 어땠나요?
66
00:05:55,967 --> 00:05:59,233
한국까지의 여정도
무척 힘들었어요
67
00:05:59,467 --> 00:06:08,733
이곳에서 출발해 비행기를 타러 갔는데
글쎄 그 비행기가 이륙한 지 얼마 안 돼서 고장 났어요
68
00:06:08,733 --> 00:06:14,667
이륙 5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불이 나서 고장 나 버렸습니다
69
00:06:16,700 --> 00:06:20,533
카르타헤나에는 도착하지도 못했는데
우릴 태운 첫 번째 비행기가 고장 나 버린 것이었죠
70
00:06:20,533 --> 00:06:24,100
다시 테초공항으로
되돌아가야 했어요
71
00:06:24,100 --> 00:06:26,167
네, 맞아요
72
00:06:26,933 --> 00:06:31,500
우리는 테초공항으로 되돌아와
다시 보병대대로 복귀했어요
73
00:06:31,500 --> 00:06:33,900
결국 우리는 이튿날
다시 비행기를 타러 가야 했습니다
74
00:06:33,972 --> 00:06:38,272
두 번째 비행기의 경우 불이 나지는 않았지만
거의 추락할 뻔했습니다
75
00:06:38,800 --> 00:06:48,067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결국 카르타헤나에 도착했고
배가 도착할 때까지 그곳에서 며칠간 머물렀어요
76
00:06:48,667 --> 00:06:51,533
이후 배가 도착해 승선했고
한국으로 향했습니다
77
00:06:52,559 --> 00:07:02,925
배에 올라타니 다들 가져온 소지품을
갖다 놓고 오라고 하더군요
78
00:07:03,433 --> 00:07:08,533
선실인지 뭔지, 하여튼 그곳에 소지품을 갖다 놓은 다음
갑판으로 올라와 작별 인사를 하라고 했어요
79
00:07:08,533 --> 00:07:16,900
그렇게 배가 출항했는데,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하늘과 바다뿐이더군요
80
00:07:17,133 --> 00:07:20,767
그게 다였어요
다 거짓말이었던 거죠!
81
00:07:20,767 --> 00:07:23,100
배가 어디를 경유했나요?
82
00:07:23,100 --> 00:07:27,333
여러 곳을 경유했습니다
83
00:07:34,200 --> 00:07:42,567
군에 필요한 차량과 장비들을
실어야 했으니까요
84
00:07:42,567 --> 00:07:45,533
어떤 장소를 경유했는지 기억하세요?
85
00:07:47,967 --> 00:07:50,700
샌디에이고에서 정박했고요
86
00:07:52,600 --> 00:07:58,067
또 어디였더라, 맞아요
사세보에서도 정박했어요
87
00:07:59,500 --> 00:08:02,433
여러 장소에 정박했는데,
다른 장소들은 기억나질 않네요
88
00:08:03,567 --> 00:08:06,933
한 세 곳이나 네 곳에서
정박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89
00:08:06,933 --> 00:08:08,100
아! 맞다
90
00:08:08,100 --> 00:08:15,300
그곳에 정박했을 때도 매우 좋았어요
하와이, 하와이 말입니다
91
00:08:16,467 --> 00:08:21,033
한국에는 언제 도착했는지
그 날짜를 기억하시나요?
92
00:08:21,633 --> 00:08:23,500
아뇨, 기억나지 않아요
93
00:08:23,500 --> 00:08:27,967
한국에 도착하셨을 때는 이미 정전협정이
체결된 상태였나요? 아니면 그전이었나요?
94
00:08:27,967 --> 00:08:36,933
한창 진행되고 있던 중이었어요
다들 이제 곧 정전협정이 체결될 것이라고 했으니까요
95
00:08:36,933 --> 00:08:39,700
그럼 1953년 중반에
도착하신 거군요
96
00:08:39,700 --> 00:08:41,500
네, 중반이었던 것 같아요
97
00:08:41,500 --> 00:08:43,800
한국에는 얼마 동안 계셨나요?
98
00:08:44,267 --> 00:08:46,000
6개월 정도요
99
00:08:47,000 --> 00:08:51,933
한국에 도착했을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나요?
그 당시 한국은 상황은 어땠어요?
100
00:08:51,933 --> 00:08:55,000
아주 평온했어요
101
00:08:55,000 --> 00:09:00,800
한국에 파병되었던 군대들이
이미 철수 준비를 하고 있어서인지 매우 평온했습니다
102
00:09:01,400 --> 00:09:06,300
여기저기에서 철수 준비를 하느라
분주했을 뿐이었죠
103
00:09:06,300 --> 00:09:13,367
당시 저는 보급품을 가지러
서울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104
00:09:14,867 --> 00:09:21,400
인천에도 갔었고요
전부 군수품을 가지러 이동했던 거였어요
105
00:09:21,400 --> 00:09:24,467
- 당시 서울은 어땠나요?
- 아주 보기 좋았어요
106
00:09:25,533 --> 00:09:30,033
물론 전쟁의 상흔이
남아있긴 했지만 말입니다
107
00:09:30,033 --> 00:09:31,300
민간인들은요?
108
00:09:31,300 --> 00:09:34,233
민간인들도 마찬가지로
매우 피폐한 상태였어요
109
00:09:35,400 --> 00:09:39,433
극심한 가난을 겪고 있었죠
110
00:09:39,433 --> 00:09:41,633
그 얘기를 좀 더 해주세요
111
00:09:41,833 --> 00:09:44,433
당시 한국의 빈곤은
실로 엄청났어요
112
00:09:45,167 --> 00:09:48,767
그런 광경을 보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었죠
113
00:09:49,133 --> 00:10:02,967
먹다 남은 전투식량을 던져 주기라도 하면
사방에서 아이들이 달려들어 어떻게든 먹을 것을 얻으려 했습니다
114
00:10:03,733 --> 00:10:10,000
다들 허름한 차림새였고 빈곤함이야말로
그곳의 가장 큰 슬픔이었어요
115
00:10:12,667 --> 00:10:16,300
콜롬비아 대대에서는
어떤 임무를 맡으셨나요?
116
00:10:17,267 --> 00:10:26,400
그야 뭐, 경계도 서고
운전도 하고 그랬지요
117
00:10:27,133 --> 00:10:38,700
탄약, 무기, 보급품 등 여러 군수품을 수송하기 위해
운전병으로 복무하시면서 전쟁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118
00:10:39,733 --> 00:10:43,300
무엇보다 사람들이 기억에 남아요
119
00:10:43,300 --> 00:10:52,867
그처럼 극심한 빈곤에 처한 사람들을 보는 것은
정말이지 안타까웠습니다
120
00:10:53,733 --> 00:10:55,333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121
00:10:55,333 --> 00:11:05,700
안타깝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소녀들이 불쌍했지요
122
00:11:06,133 --> 00:11:10,100
아무것도 아닌 것을 얻기 위해
딸자식까지 팔아야 했으니 말입니다
123
00:11:11,100 --> 00:11:13,933
그런 처참한 광경을 보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지요
124
00:11:17,300 --> 00:11:23,333
한국에 파병된다는 소식을
가족에게 전할 기회가 있었나요?
125
00:11:23,867 --> 00:11:29,400
네, 아버지께 말씀드렸고,
어머니께도 알렸어요
126
00:11:29,733 --> 00:11:31,633
형제들도 알게 되었고요
127
00:11:31,633 --> 00:11:39,300
가족에게 큰 슬픔을 안기는 소식이었지만
어쨌든 이미 결정된 일이었으니 가야 했죠
128
00:11:40,000 --> 00:11:44,200
한국에 있는 동안 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낼 기회가 있었나요?
129
00:11:44,200 --> 00:11:49,033
네, 그렇지만 기회가
많지는 않았어요
130
00:11:49,667 --> 00:11:51,533
주로 어떤 내용을
편지에 쓰셨나요?
131
00:11:51,533 --> 00:12:01,167
좋게 표현하면 사실 저는 편지를 쓰고 보내고
뭐 그런 일을 하기에는 너무 게으른 편입니다
132
00:12:05,467 --> 00:12:09,767
한국에 있는 동안
일상생활은 어땠나요?
133
00:12:11,400 --> 00:12:15,133
그냥 잘 보냈어요
더 이상 위험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으니까요
134
00:12:15,600 --> 00:12:18,233
- 교전 상황이요?
- 네, 그것을 포함한 모든 상황에서요
135
00:12:22,233 --> 00:12:28,200
6·25전쟁에 참전한 기간 동안
가장 위험했던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136
00:12:29,867 --> 00:12:37,600
두려움을 느꼈던 순간이라면
137
00:12:38,767 --> 00:12:47,267
에티오피아군이 도착해서
그곳에 배치된 후였습니다
138
00:12:48,467 --> 00:13:00,133
폭발이 일어나 다 죽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분명 그 지역에 폭탄이 떨어졌을 겁니다
139
00:13:01,167 --> 00:13:05,000
맞아요, 틀림없이 폭탄이었어요
140
00:13:06,633 --> 00:13:09,000
위협적인 상황이라 느끼셨나요?
141
00:13:09,000 --> 00:13:13,000
당연하죠
두려움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어요
142
00:13:13,000 --> 00:13:14,967
- 왜요?
- 왜냐고요?
143
00:13:14,967 --> 00:13:19,733
그야 그 당시만 해도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144
00:13:19,733 --> 00:13:23,633
그런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145
00:13:23,633 --> 00:13:25,200
사실 그곳은
지나칠 정도로 평온했는데
146
00:13:25,200 --> 00:13:27,967
그 당시에는 아무도 확실하게
협정에 관련된 상황에 대해 말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147
00:13:27,967 --> 00:13:32,167
그래서 몹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죠
148
00:13:32,167 --> 00:13:41,033
그래서 향후 우리가 전장에 투입될지
어떻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던 겁니다
149
00:13:42,033 --> 00:13:49,033
전쟁 한복판에 계셨지만 그래도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평화의 순간이 있었나요?
150
00:13:50,833 --> 00:13:55,167
아니요, 어떻게 평온함을
느낄 수 있겠어요
151
00:13:55,167 --> 00:14:00,600
그러니까 제 말은 선생님이 느끼시기에 전쟁 중에도
평화로운 순간이 있었는지 여쭌 거예요
152
00:14:01,333 --> 00:14:05,333
네, 있었어요
아주 많이요
153
00:14:05,667 --> 00:14:08,333
많이요? 그랬군요
어떤 순간들이었나요?
154
00:14:08,667 --> 00:14:16,867
전쟁에 참전하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155
00:14:16,867 --> 00:14:22,500
참전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랬을 거예요
156
00:14:22,767 --> 00:14:30,233
세상에서 떨어져 나와 전장에 있다 보면 큰 슬픔이 밀려오고
어쩌면 영영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꾸 하게 돼요
157
00:14:30,767 --> 00:14:33,000
그런 생각만 하게 된답니다
158
00:14:39,093 --> 00:14:43,560
콜롬비아로 돌아간다는
통지를 받은 것은 언제였나요?
159
00:14:44,300 --> 00:14:50,567
그건 모든 전사자의 유해를
수거할 무렵이었어요
160
00:14:50,567 --> 00:14:57,133
유해를 수거하라는 명령이 떨어진 시점에
콜롬비아로 돌아간다는 통지도 받았습니다
161
00:14:57,133 --> 00:15:03,133
그 모든 유해를 수거하기 위해
당시 엄청나게 큰 상자를 만들었어요
162
00:15:03,367 --> 00:15:05,633
- 콜롬비아 군인들의 유해 말인가요?
- 네, 콜롬비아 군인들이요
163
00:15:05,633 --> 00:15:08,167
당시 수거했던 유해가
대략 몇 구였는지 기억하세요?
164
00:15:08,167 --> 00:15:12,467
아니요, 그건 기억하지 못해요
몇 구인지는 말해주지 않았으니까요
165
00:15:12,467 --> 00:15:14,567
여하튼 꽤 많은 수의
유해를 수거했습니다
166
00:15:14,567 --> 00:15:16,200
유해를 수거할 당시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167
00:15:16,200 --> 00:15:20,700
슬펐죠, 당연히 슬픔을
느낄 만한 상황이었어요
168
00:15:21,300 --> 00:15:24,500
- 왜요?
- 전우들이니까요
169
00:15:24,500 --> 00:15:26,433
전사자 중에
아는 분도 계셨나요?
170
00:15:26,458 --> 00:15:32,125
아니요, 전부 모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171
00:15:33,800 --> 00:15:40,700
그래도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습니다
그들 모두 군인이었으니까요
172
00:15:43,800 --> 00:15:48,338
복무기간이 끝나고 마침내 콜롬비아로 귀국하게 되어
173
00:15:49,145 --> 00:15:54,933
한국을 떠나게 되셨을 당시 한국인에 대해
어떤 기대나 희망을 품으셨는지요?
174
00:15:55,533 --> 00:15:58,533
앞서 처참한 상황이나 빈곤을
직접 목격했다고 말씀해 주셨잖아요
175
00:15:58,533 --> 00:16:02,400
사실 한국인은
매우 친절한 사람들이었어요
176
00:16:02,800 --> 00:16:08,367
무엇보다 우리 콜롬비아인들을 매우 좋아했고
우리를 무척 존중해 주었어요
177
00:16:08,700 --> 00:16:12,200
우리를 향한 그곳 사람들의 애정이
참 좋게 느껴졌어요
178
00:16:12,800 --> 00:16:18,667
그런 한국인이 얼마나 좋았던지
한국인 꼬마 두 명을 여행 가방에 넣어
179
00:16:19,200 --> 00:16:25,733
이곳으로 데려오려고 시도까지 했으니까요
들키는 바람에 배에서 되돌려 보내야 했지만요
180
00:16:28,433 --> 00:16:32,933
한국인에 대해서는 어떤 기대를 하셨나요?
한국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길 바라셨어요?
181
00:16:33,333 --> 00:16:41,600
글쎄요,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어요
그냥 그렇게 그곳을 떠났어요
182
00:16:42,433 --> 00:16:49,533
그곳에 사람들을 그렇게 남겨두고 오는 게 슬프기는 했지만
우리는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이니까요
183
00:16:50,567 --> 00:16:53,800
6·25전쟁이 선생님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184
00:16:55,367 --> 00:16:58,067
귀국 후, 어떤 영향을 받으셨나요?
185
00:16:58,067 --> 00:17:01,800
6·25전쟁 참전용사로서 당시
어떤 기분이 드셨는지 기억하세요?
186
00:17:02,367 --> 00:17:10,000
무엇보다 돌아왔다는 생각에 기뻤어요
그렇지 않겠어요?
187
00:17:10,000 --> 00:17:16,167
고국에 돌아왔으니
기쁨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지요
188
00:17:17,433 --> 00:17:31,900
우리는 부에나벤투라로 도착했고
그곳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이동해 사바나역에 도착했습니다
189
00:17:31,900 --> 00:17:38,100
그곳에서는 13번가에서 볼리바르 광장까지 늘어서서
가두행진이 벌어졌습니다
190
00:17:39,467 --> 00:17:46,700
6·25전쟁이 선생님의 삶에 미친 영향은 무엇이었나요?
6·25전쟁으로 인해 얻게 된 것은 무엇인가요?
191
00:17:46,700 --> 00:17:47,700
얻게 된 것이요?
192
00:17:47,700 --> 00:17:51,133
그러니까 제 말은요, 6·25전쟁으로 얻게 된 것
다시 말해 6·25전쟁이 선생님께 미친 영향이 무엇이었나요?
193
00:17:51,433 --> 00:17:58,267
글쎄요, 그저 평온함을
되찾았을 뿐이에요
194
00:17:58,267 --> 00:18:04,800
전선에 있다 돌아왔으니까요
잃어버렸던 행복을 되찾은 것뿐인걸요
195
00:18:05,333 --> 00:18:10,233
글쎄요, 무엇보다도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이 무척 기뻤어요
196
00:18:10,233 --> 00:18:18,467
전쟁이 끝나 몸성히 돌아왔다는 것, 아니 그곳 전장에서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습니다
197
00:18:19,967 --> 00:18:23,367
그 이후로 한국을
다시 방문할 기회가 있었나요?
198
00:18:23,800 --> 00:18:27,333
네, 있었어요
하지만 많은 돈이 필요하기에 그럴 수 없었어요
199
00:18:28,567 --> 00:18:31,367
한국 정부가 다수의
참전용사들을 초청했잖아요
200
00:18:31,367 --> 00:18:34,167
네, 맞아요
참전용사들을 초청했지요
201
00:18:34,500 --> 00:18:40,667
하지만 거기까지 가기에는 이제
나이도 있고,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
202
00:18:40,900 --> 00:18:49,167
어쨌든 전쟁 당시와 달리 오늘날 한국이 이룬
비약적인 발전에 대해 알고 계시지요?
203
00:18:49,167 --> 00:18:50,400
네, 물론이죠
204
00:18:50,700 --> 00:19:01,400
한국이 경제, 산업, 기술, 사회 및 민주주의의 측면에서
이러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205
00:19:01,400 --> 00:19:04,567
아, 정말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있지요
206
00:19:04,567 --> 00:19:08,933
여기에서도 그런 성과를
함께 할 수 있었으니까요
207
00:19:08,933 --> 00:19:17,133
한국인이 콜롬비아에 와서 해준 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그런 모습을 보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에요
208
00:19:17,533 --> 00:19:22,567
나무랄 데 없이
정말 잘해 주었으니까요
209
00:19:22,567 --> 00:19:23,833
그래서 그러한 성과의 원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나요?
210
00:19:23,833 --> 00:19:30,133
우리를 정말 잘 대우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콜롬비아 정부가 해 준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죠
211
00:19:31,133 --> 00:19:38,333
그러니까 그처럼 한국이 발전하게 된 까닭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212
00:19:38,333 --> 00:19:43,933
콜롬비아 대대가 6·25전쟁에
참전한 것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213
00:19:43,933 --> 00:19:46,633
다 그곳에서 벌인
활약들 덕분이죠
214
00:19:53,967 --> 00:19:59,716
잘 아시는 것처럼, 6·25전쟁은 아직도
휴전 상태로 지속되고 있어요
215
00:19:59,769 --> 00:20:05,300
무력 충돌만 없다 뿐이지 전쟁이 선포된 상태가
그대로 지속되고 있는 것이죠
216
00:20:05,300 --> 00:20:09,233
결국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217
00:20:10,000 --> 00:20:12,433
그렇게 되면 정말 좋겠네요
218
00:20:12,433 --> 00:20:18,000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그런 일을 볼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요
219
00:20:18,000 --> 00:20:21,400
전쟁은 국가에
파멸만 가져올 뿐입니다
220
00:20:22,675 --> 00:20:27,008
앞으로는 남북통일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게 될까요?
221
00:20:27,033 --> 00:20:28,967
네, 물론이죠
222
00:20:29,300 --> 00:20:31,233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223
00:20:31,639 --> 00:20:35,406
글쎄요, 그와 관련해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224
00:20:35,431 --> 00:20:45,998
그저 우리가 이곳에서 평화를 바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곳에서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225
00:20:48,100 --> 00:20:52,600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유산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226
00:20:52,600 --> 00:20:53,500
네?
227
00:20:53,500 --> 00:20:57,567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남긴 유산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228
00:20:58,033 --> 00:21:00,033
유산이라니 그게 뭔가요?
229
00:21:00,033 --> 00:21:03,667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세계에 남긴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230
00:21:04,100 --> 00:21:05,967
세계예요? 글쎄요
231
00:21:07,167 --> 00:21:16,000
세상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지금까지 우리에게 박수와 성원을 보내왔어요
232
00:21:16,900 --> 00:21:24,833
언젠가는 오찬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경찰관을 비롯한 여러 귀빈들이 참석해 있었어요
233
00:21:25,200 --> 00:21:26,467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어요
234
00:21:26,467 --> 00:21:38,300
"함께 사진을 찍어도 될까요?
한국인과 사진을 찍는다면 큰 영광일 것 같습니다"
235
00:21:38,300 --> 00:21:42,067
그 순간은 정말이지
뿌듯한 맘이 들더군요
236
00:21:42,433 --> 00:21:49,467
이 인터뷰를 보는 후대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가요
237
00:21:49,900 --> 00:21:57,900
글쎄요, 그냥 사랑과 애정으로
이 인터뷰를 봐주었으면 좋겠네요
238
00:21:57,900 --> 00:21:59,667
그러면 좋을 것 같아요
239
00:22:01,600 --> 00:22:05,933
인터뷰에 추가하고 싶은
다른 말씀이 있으신가요?
240
00:22:05,958 --> 00:22:10,992
아니요, 더 이상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