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00:00:05,333 --> 00:00:11,000
성함과 생년월일 그리고
출생지를 말씀해 주세요
2
00:00:11,367 --> 00:00:14,400
제 이름은 후베날 센도야 바르가스
(Juvenal Sendoya Vargas)입니다
3
00:00:14,933 --> 00:00:22,567
생일은 1930년 7월 21일입니다
4
00:00:23,133 --> 00:00:26,433
- 출생지는 어디인가요?
- 타르키 우일라요
5
00:00:27,967 --> 00:00:36,300
부모님과 형제자매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6·25전쟁에 참전하기 전 가족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었나요?
6
00:00:36,667 --> 00:00:44,533
제가 6·25전쟁에 참전하기 전 아버지께서는
타르키의 군수이셨어요
7
00:00:44,533 --> 00:00:49,167
- 성함은요?
- 호르헤 엔리케 센도야 카브레라요
8
00:00:50,067 --> 00:00:52,033
나머지 가족 구성원은요?
9
00:00:52,033 --> 00:00:59,333
제 어머니 성함은
아나 베르틸라 바르가스입니다
10
00:01:00,700 --> 00:01:04,833
형제자매는 저를 제외하고 7명이에요
11
00:01:06,100 --> 00:01:15,633
큰 형님은 다고베르토 센도야,
둘째는 누나고 이름은 트라 센도야입니다
12
00:01:16,067 --> 00:01:28,000
제가 셋째고, 제 밑으로
메르세데스 센도야가 있고요
13
00:01:29,500 --> 00:01:38,400
그 아래로는 마리아 데 헤수스 센도야
루이스 엔리케 센도야가 있습니다
14
00:01:40,300 --> 00:01:49,667
그리고 또 벨키 센도야 그리고 막내인
미리암 센도야가 있고요, 여기까지가 제 가족들입니다
15
00:01:50,000 --> 00:01:54,100
- 아버님께서 군수이셨군요
- 타르키 우일라의 군수이셨죠
16
00:01:54,100 --> 00:01:58,333
- 그럼 어머님과 형제자매는 무슨 일을 했나요?
- 학생이었어요
17
00:01:58,333 --> 00:02:02,700
저를 포함해 우리 형제자매는
모두 학업에 전념하고 있었어요
18
00:02:03,433 --> 00:02:10,333
- 현재는 가족 구성원이 어떻게 되나요?
- 부모님 두 분은 이미 돌아가셨어요
19
00:02:10,733 --> 00:02:13,867
현재 가족이요
현재는 가족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20
00:02:14,267 --> 00:02:15,833
다 돌아가셨어요
21
00:02:15,833 --> 00:02:19,333
아뇨, 현재의 아내분이나 자식들,
손자 등이요
22
00:02:19,333 --> 00:02:30,967
네, 저는 아내인 아나벨 핀타 로페스 데 센도야와
7명의 자녀가 있습니다
23
00:02:31,700 --> 00:02:42,633
아들 둘에 딸 다섯인데,
지금은 다들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어요
24
00:02:42,633 --> 00:02:49,100
- 손자는 몇이나 되시나요?
- 21명밖에 되지 않아요
25
00:02:49,100 --> 00:02:59,500
- 와! 증손자는요?
- 네, 증손자는 열세 명입니다
26
00:02:59,500 --> 00:03:01,833
- 열셋이요?
- 총 열 세명이죠
27
00:03:01,833 --> 00:03:03,500
상당히 대가족이신데요, 그리고 고손자는요
고손자도 있으세요?
28
00:03:03,500 --> 00:03:11,433
아뇨, 아직은 아니지만
이제 곧 태어날 예정입니다
29
00:03:11,433 --> 00:03:14,900
축하드려요
정말 다복한 가정이네요
30
00:03:15,533 --> 00:03:23,733
센도야 씨, 이제 6·25전쟁 참전 전에
받았던 군사훈련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31
00:03:23,733 --> 00:03:27,600
언제, 어디에서 입대하셨나요?
32
00:03:27,967 --> 00:03:32,867
그 당시 저는 후일라주 네이바에 있는
33
00:03:32,867 --> 00:03:39,867
칸디도 레기사모 시몬 볼리바르 (Cándido Leguizamo Simón Bolívar)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었어요
34
00:03:40,000 --> 00:03:50,833
그곳에서 가르손(Garzón) 병영으로 입대하라는
통지서를 받아 가르손으로 가야 했습니다
35
00:03:50,833 --> 00:03:54,033
하지만 정부 장학금을 받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36
00:03:54,033 --> 00:04:02,000
그들은 저에게 "교장의 서신만 있으면
입대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37
00:04:02,000 --> 00:04:12,267
그래서 가르손 병영에 교장의 서신을 가지고 갔는데
신체검사를 한 후 어떤 대위가 그런 편지는 소용없다고 했습니다
38
00:04:12,267 --> 00:04:20,033
아무 쓸모도 없고 바로 입대해야 한다고 했어요
그렇게 말한 뒤 서한을 네 조각으로 찢어 버리더군요
39
00:04:20,033 --> 00:04:26,833
그리고 제 가슴에 A를 붙였습니다
그리고 "이쪽으로 가"라고 했어요
40
00:04:27,100 --> 00:04:34,633
그래서 저는 찢어진 서신 조각들을 주워
대위가 말한 곳으로 갔습니다
41
00:04:34,633 --> 00:04:41,833
A가 표시된 사람들은
군복무에 적합하다는 뜻이었죠
42
00:04:42,300 --> 00:04:44,367
그때가 언제였나요?
43
00:04:44,733 --> 00:04:50,367
그게 그러니까...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질 않네요
44
00:04:55,000 --> 00:05:02,833
날짜를 기억하지는 못 합니다
45
00:05:03,633 --> 00:05:07,500
- 1949년인가요?
- 네, 49년이요
46
00:05:07,867 --> 00:05:10,267
그럼, 군복무가 시작된
일자는 언제인가요?
47
00:05:10,267 --> 00:05:22,133
그러니까 신체검사를 받으러 간 것이
아마도 1958년, 그 해 말이었을 겁니다
48
00:05:22,133 --> 00:05:25,300
아뇨, 그게 아니라
1948년이란 말씀이시겠죠
49
00:05:25,300 --> 00:05:31,633
48년, 네
1948년이 맞아요
50
00:05:32,100 --> 00:05:38,000
1949년에는 이미 칼리의 피친차(Pichincha)
대대에서 복무하고 있었으니까요
51
00:05:38,000 --> 00:05:50,633
당시 가르손 병영에서 우리를 트럭에 태워 갔어요
네이바까지 데려갔고, 그곳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칼리까지 갔습니다
52
00:05:51,900 --> 00:05:55,533
그래서 결국 군복무는
언제 시작된 것인가요?
53
00:05:56,367 --> 00:06:06,567
대대에 도착했을 때부터요
한 달간 신병교육을 받았습니다
54
00:06:08,567 --> 00:06:13,700
물론 그보다 먼저 합격 판정을 받았지만요
55
00:06:14,000 --> 00:06:22,533
한 달쯤 지난 후 일병 교육을 받기 위해 다른 부대로 갔어요
그리고 나폴레스 대대가 있는 곳으로 배치되었어요
56
00:06:23,333 --> 00:06:32,867
지금은 대대가 아닌데, 당시에는 그 시설을 공사하고 있었죠
그곳에서 일병 교육을 받았어요
57
00:06:33,833 --> 00:06:38,800
교육을 마친 후 국기에 맹세를 하고
일병이 되었어요
58
00:06:40,167 --> 00:06:43,100
- 날짜는요?
- 입소 동기들과 함께요
59
00:06:43,633 --> 00:06:47,233
- 대략적인 날짜를 기억하세요?
- 아니요
60
00:06:47,867 --> 00:06:51,433
기억나지 않지만 하여튼 그때
일병으로 진급했습니다
61
00:06:51,767 --> 00:07:02,967
교육을 마친 후 총 28명이 일병으로 진급되었는데
당시 교육성적이 저보다 우수했던 사병은 단 한 명뿐이었어요
62
00:07:02,967 --> 00:07:10,300
그 친구는 속기(速記)를 할 줄 아는
덕분에 무전병으로 빠지더군요
63
00:07:11,067 --> 00:07:12,700
그다음이 저였어요
64
00:07:12,700 --> 00:07:20,967
제가 진급 대상자 줄의 맨 앞에 섰으니까
2위로 교육을 마쳤던 것이죠
65
00:07:20,967 --> 00:07:33,400
앞에서 말한 동기가 제일 먼저 피친차로
배치되었고 27명이 남게 되었습니다
66
00:07:33,400 --> 00:07:44,200
이렇게 남은 27명은 추첨을 통해
여러 지역에 있는 대대로 나뉘어 배치됐어요
67
00:07:44,567 --> 00:07:55,100
추첨할 때 보야칸 지역은 없었고 당시 저는
파스토가 적혀 있는 종이를 뽑아 그곳으로 가게 되었죠
68
00:07:55,933 --> 00:08:06,133
당시 일병으로 진급한 동기들 서너 명과 함께
파스토 나리뇨(Pasto Nariño)로 배치되었습니다
69
00:08:06,300 --> 00:08:16,700
그곳에서도 대표로 뽑혀
이곳 보고타로 오게 되었죠
70
00:08:18,100 --> 00:08:27,567
제가 들어갔던 기병 학교에서 저를 대표로 선정했고
그렇게 해서 막달레나(Magdalena)로 파견되었습니다
71
00:08:27,567 --> 00:08:40,033
그곳에서는 탄약고를 관리해야 했고 그 외에도
우리는 우리가 소속된 대대를 관리해야 했어요
72
00:08:40,033 --> 00:08:50,800
포병학교의 대대 관리자 임무를 수행했죠
바로 그곳에서 탄약고 관리를 담당했습니다
73
00:08:51,333 --> 00:08:56,900
그러다 다시 파스토로 되돌아갔어요
74
00:08:56,900 --> 00:09:03,033
아, 아니다
파스토가 아니라 학교로 되돌아갔어요
75
00:09:03,033 --> 00:09:13,867
그랬더니 교대하러 온 보야칸 대대 소속 중대로
들어가라는 명령이 떨어지더군요
76
00:09:13,867 --> 00:09:20,600
이외에도 살가도(Salgado)항과
라 도라다(La Dorada)에 가기도 했고
77
00:09:21,133 --> 00:09:25,633
막달레나 위에 있는
산에 배치되기도 했어요
78
00:09:25,633 --> 00:09:35,300
그리고 군복무의 첫 번째 훈련을 받았습니다
수감자들을 호송하는 것이었죠
79
00:09:35,300 --> 00:09:45,333
언젠가 한 번은 정글, 농원이나 농장이라
불리던 지점까지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80
00:09:47,167 --> 00:09:51,000
이후 살가도 항으로 간 후
버스를 타고 보고타로 향했어요
81
00:09:51,000 --> 00:09:55,900
보고타에 도착한 뒤에는
다시 파스토 나리뇨로 갔어요
82
00:09:56,667 --> 00:10:05,900
그랬더니 다시 저를 투마코 나리뇨
(Tumaco Nariño)로 전출시키더군요
83
00:10:06,567 --> 00:10:15,167
그렇게 1년간 투마코에서 복무를 했고
그곳에서 병장으로 진급했어요
84
00:10:15,167 --> 00:10:23,900
당시 저는 제가 소속되었던
중대 인원들을 위해 장을 보기도 했습니다
85
00:10:24,400 --> 00:10:35,333
그러다 그곳에서
다시 파스토로 전출되었죠
86
00:10:35,333 --> 00:10:46,000
그들은 저에게 하사관 과정을 제시했고
저는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87
00:10:46,533 --> 00:10:57,333
그렇게 진급도 했고 가르손 우일라(Garzón Huila)에 있는
가족들을 만날 수 있는 휴가도 받았습니다
88
00:10:58,367 --> 00:11:06,233
그래서 저는 하사 계급장을 달고
가르손에 있는 집으로 휴가를 갔고
89
00:11:06,233 --> 00:11:09,933
집에서 휴가를 보내던 중이었죠
90
00:11:09,933 --> 00:11:16,433
전보를 받았어요, 보고타로 가서
콜롬비아 대대에 합류하라는 내용이었어요
91
00:11:17,300 --> 00:11:25,400
그 통보를 받았을 때, 콜롬비아 대대에 합류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 알고 계셨나요?
92
00:11:25,667 --> 00:11:37,233
네, 왜냐하면 형이 먼저 콜롬비아 대대에
합류했었거든요, 자원병이었죠
93
00:11:37,233 --> 00:11:47,700
당시 형은 팔미라 바예의 철도병이었는데
콜롬비아 대대에 자원해서 합류했어요
94
00:11:47,700 --> 00:11:54,400
실제로 첫 번째 콜롬비아 대대는
모두 자원한 장교나 부사관들이었으니까요
95
00:11:54,400 --> 00:11:57,300
모두 자원병으로 구성되었었죠
96
00:11:57,567 --> 00:12:02,200
그러니까 형님께서 콜롬비아 대대의
첫 번째 그룹으로 파병이 되셨다는 말씀인가요?
97
00:12:02,200 --> 00:12:04,800
네, 첫 번째 대대로 파병되었어요
98
00:12:04,800 --> 00:12:06,200
그리고 무사히 돌아오셨나요?
99
00:12:06,200 --> 00:12:11,967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돌아왔습니다
100
00:12:12,733 --> 00:12:18,200
선생님께서는 6·25전쟁에 차출되었다는
소식을 어떻게 받아들이셨나요?
101
00:12:18,567 --> 00:12:25,567
그야 뭐, '가라면 가야지, 별 수 있나'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냥 그뿐이었죠
102
00:12:25,567 --> 00:12:29,900
이미 하사관이었고, 마쳐야 할 군복무가
있었으니 어쩔 도리 없이 가야 했어요
103
00:12:29,900 --> 00:12:34,433
큰 형님께서 이미 한국에 파병되신 상황이었는데
당시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104
00:12:34,433 --> 00:12:44,800
당시 우리 가족은요
아버지께서 군수 자리에서 물러나셨을 때였어요
105
00:12:44,800 --> 00:12:50,567
그리고 아버지는 나머지 가족들이 있는
가르손에서 함께 살고 계신 상태였죠
106
00:12:50,567 --> 00:12:54,100
그럼 6·25전쟁 참전 소식을
부모님께 알리지 않으셨다는 것인가요?
107
00:12:54,100 --> 00:12:59,567
네, 나중에 작별 인사를 드리러
집에 들렀을 때 말씀드렸어요
108
00:13:00,233 --> 00:13:07,333
한국으로 떠나기 전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할 수 있도록 8일간의 휴가가 주어졌거든요
109
00:13:08,000 --> 00:13:16,733
휴가를 마치고 한국으로 출발하기 위해
다시 보병학교로 돌아갔습니다
110
00:13:17,300 --> 00:13:22,267
6·25전쟁에 참전하기 전
그 전쟁에 대해 이미 알고 계셨나요?
111
00:13:27,067 --> 00:13:31,467
한국으로 떠나기 전 6·25전쟁에 대해
알고 계신 것이 있었나요?
112
00:13:32,667 --> 00:13:44,133
아뇨, 한 가지만 알고 있었어요
공산주의와 민족주의로 분단된 나라라는 것뿐이었죠
113
00:13:44,833 --> 00:13:49,533
한국에서 돌아오신 형님과
얘기할 기회는 있었나요?
114
00:13:49,533 --> 00:13:51,833
- 물론이죠, 형님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어요
- 형님께서는 어떤 얘기를 해주시던가요?
115
00:13:51,833 --> 00:13:56,400
전쟁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얘기를 하지 않았어요
116
00:13:56,400 --> 00:14:01,600
- 왜요?
- 다른 얘기를 하느라 그랬죠, 뭐
117
00:14:02,200 --> 00:14:07,933
그곳이 아니라 모두 이곳 얘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으니까요
118
00:14:07,933 --> 00:14:10,667
선생님께서 6·25전쟁에 참전한다는 것을
형님께서도 알고 계셨죠?
119
00:14:10,667 --> 00:14:18,367
네, 물론이죠
형은 중사로 전역했기 때문에 다 알고 있었어요
120
00:14:19,300 --> 00:14:32,867
전역 후 이곳 보고타에 있었죠
그러니까 음, 형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
121
00:14:33,300 --> 00:14:36,133
참전 소식이 알려지자
형님께서는 뭐라고 하시던가요?
122
00:14:36,133 --> 00:14:44,100
별말 없었어요, 전쟁이 어떤 것인지
뭐가 뭔지 전혀 얘기하지 않았어요
123
00:14:45,400 --> 00:14:52,633
전쟁에 대해서는 아무 얘기도 하고 싶어 하지 않더군요
우리 형제는 다른 얘기만 했습니다
124
00:14:52,633 --> 00:15:03,833
휴가를 받았을 때 먼저 팔미라에 들러
그곳에 있던 형을 만났는데요
125
00:15:03,833 --> 00:15:15,133
당시 형은 카르타고의 바예란 마을에 주둔하던 부대에 있었죠
카르타고 외곽에 있는 부대였어요
126
00:15:15,400 --> 00:15:31,433
그래서 그 부대의 지휘관으로 있던 형을 방문하려고 들렸어요
거기에서 기차를 타고 네이바로 갔다가 다시 가르손으로 향했어요
127
00:15:32,333 --> 00:15:36,467
- 당시 형님은 어떤 계급이셨나요?
- 언제요?
128
00:15:36,467 --> 00:15:40,133
- 한국에서 돌아오셨을 때요
- 중사요
129
00:15:41,933 --> 00:15:49,800
그러면 콜롬비아 대대로 차출되어 한국으로
가시기 전 받은 군사훈련은 어땠나요?
130
00:15:50,900 --> 00:15:58,633
저는 먼저 보병학교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콜롬비아 대대에 합류했습니다
131
00:15:58,933 --> 00:16:11,667
한밤중에 훈련에 투입되었고 우리는 몬세랏
(Monserrat)이란 야산에서 야간훈련을 진행했습니다
132
00:16:11,900 --> 00:16:22,467
그리고 부대로 돌아왔어요
아, 그전에 훈련병 모두에게 종이쪽지를 나눠줬었습니다
133
00:16:23,033 --> 00:16:35,967
"아침, 점심, 저녁"이라 쓰인 종이쪽지였어요
아침 식사로는 "계란, 빵, 초콜릿"이라 쓰여있더군요
134
00:16:35,967 --> 00:16:45,733
그런데 글쎄, 이 종이쪽지를 읽는 것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135
00:16:45,733 --> 00:16:52,600
점심도 저녁도 마찬가지였죠
다음 날도 마찬가지였죠
136
00:16:53,333 --> 00:17:02,733
우리는 저녁이 되어서야 겨우 보병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쫄쫄 굶겨 놓은 것도 모자라 그냥 취침하라고 하더군요
137
00:17:03,700 --> 00:17:11,333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종이쪽지를 읽는 것이 전부였는데 말입니다
138
00:17:11,333 --> 00:17:19,467
전쟁에서 전투식량이 떨어지는 상황에 대비한 훈련이라고 하더라고요
배고픔을 참는 훈련이었다고 합니다
139
00:17:19,867 --> 00:17:26,433
당시 저는 그것을 꽤 참신하고
괜찮은 훈련이라고 생각했어요
140
00:17:29,067 --> 00:17:38,800
이외에도 여러 가지 훈련을 받았는데
그중에는 잠을 재우지 않는 훈련도 있었어요
141
00:17:38,800 --> 00:17:52,167
보병학교에서 각자 지정된 위치를 지키며
취침하라는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버티는 훈련이었죠
142
00:17:53,867 --> 00:17:57,800
언제 한국으로 출발하셨는지
날짜를 기억하세요?
143
00:17:58,933 --> 00:18:00,367
아뇨, 날짜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144
00:18:00,367 --> 00:18:02,567
한국까지의 여정은 어땠나요?
145
00:18:02,567 --> 00:18:07,500
우리는 이곳에서 출발해
카르타헤나까지 갔어요
146
00:18:10,300 --> 00:18:21,633
그곳에서 배가 도착할 때까지
3~4일 정도 기다렸어요
147
00:18:22,333 --> 00:18:26,667
배는 미국에서 왔던 것으로 기억하고
148
00:18:26,667 --> 00:18:33,333
미국인과 푸에르토리코인이 타고 있었는데
우리도 그 배에 함께 탔죠
149
00:18:33,900 --> 00:18:40,733
그 배를 타고 한국으로 이동했습니다
150
00:18:42,133 --> 00:18:44,200
어디를 경유하셨나요?
151
00:18:44,200 --> 00:18:53,500
당시 배는 하와이에서 정박했고
그곳에서 하루 정도 머물렀어요
152
00:18:54,200 --> 00:18:59,433
그리곤 다시 부산으로 향했어요
153
00:19:00,767 --> 00:19:05,067
그러면 한국에 도착한 것이
언제였는지 날짜를 기억하세요?
154
00:19:07,533 --> 00:19:12,233
아뇨, 그곳에 도착한 날짜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155
00:19:12,233 --> 00:19:20,400
- 대략적인 날짜라도요
- 1953년 1월경이었던 것 같아요
156
00:19:22,433 --> 00:19:26,300
- 그럼 겨울이었겠군요
- 네, 맞아요, 겨울이었어요
157
00:19:26,300 --> 00:19:34,467
그곳에 있는 동안 기온이
영하 30도로 떨어진 적도 있었다니까요
158
00:19:35,533 --> 00:19:36,767
그렇게 추웠나요?
159
00:19:36,767 --> 00:19:44,000
털장갑 2개와 가죽으로 된
세 손가락 장갑 1개를 꼈습니다
160
00:19:44,833 --> 00:19:58,533
후방에 있는 막사에는 난방시설도 있었어요
후방에는 대대가 위치해 있었습니다
161
00:19:59,467 --> 00:20:09,733
그곳에서 훈련하다 전선에 투입되곤 했습니다
그러니까 후방에 머물다가 전선에 투입되는 그런 식이었어요
162
00:20:10,533 --> 00:20:15,500
당시 콜롬비아 대대가 배치되었던
장소들을 기억하시나요?
163
00:20:20,600 --> 00:20:22,367
장소들이요
164
00:20:25,667 --> 00:20:30,100
무슨 장소요?
뭐라 하셨는지 제대로 못 들었어요
165
00:20:30,100 --> 00:20:35,900
콜롬비아 대대가 배치되었던
장소들을 기억하시나요?
166
00:20:36,433 --> 00:20:39,200
이제 지명들은 기억나지 않아요
167
00:20:41,000 --> 00:20:47,800
1953년 한국에 도착했을 때요
한국의 첫인상은 어땠습니까?
168
00:20:47,800 --> 00:20:50,967
그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나요?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죠?
169
00:20:50,967 --> 00:20:57,967
당시 한국을 말하자면
그야말로 흙더미뿐이었어요
170
00:20:57,967 --> 00:21:02,700
서울에 도착하니 그곳에는 아무것도,
심지어 집조차도 없더군요
171
00:21:02,700 --> 00:21:05,200
처음에 우리는 부산으로 갔어요
172
00:21:05,200 --> 00:21:13,533
부산에 도착했고 그곳에서 기차와
트럭을 타고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173
00:21:13,900 --> 00:21:20,700
사람들 말에 따르면, 서울에 다리가 있었다고
아주 긴 다리가 있었다고 해요
174
00:21:20,700 --> 00:21:25,467
그런데 폭탄이 떨어져
완전히 파괴되었다고 했어요
175
00:21:25,467 --> 00:21:30,967
폭탄이 떨어져 위치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어요
176
00:21:30,967 --> 00:21:35,733
그저 극심한 가난만 남아있었죠
177
00:21:36,300 --> 00:21:40,767
당시 한국인, 한국 사람들을 어떻게 기억하고 계시나요?
어떤 상황에 처해 있었나요?
178
00:21:41,233 --> 00:21:45,967
한국인과 접촉할 기회는 전혀 없었어요
179
00:21:45,967 --> 00:21:53,167
당시 우리는 훈련을 받으며 갇혀
지내다 전선에 투입되곤 했으니까요
180
00:21:53,167 --> 00:21:56,700
하지만 서울에 계실 때 한국인을
볼 기회가 있지 않았나요?
181
00:21:58,000 --> 00:22:02,033
- 무슨 기회요?
- 한국인을 볼 기회요
182
00:22:02,033 --> 00:22:08,900
아뇨,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기는 했지만
사실 그럴 기회도 거의 없었어요
183
00:22:10,000 --> 00:22:15,967
우리는 일반인과 분리되어 행동했기 때문에
지나가는 행인도 거의 보지 못했어요
184
00:22:15,967 --> 00:22:22,900
그리고 여자들이 등에 베개
같은 것을 메고 다녔는데요
185
00:22:22,900 --> 00:22:28,833
그런 경우는 기혼녀이기 때문에
쳐다보지도 말아야 한다고 하더군요
186
00:22:28,833 --> 00:22:34,000
그런 것이 없는 여성은 처녀였어요
그래서 얘기를 나눠도 괜찮았고요
187
00:22:34,000 --> 00:22:39,567
처녀가 아니면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었죠
188
00:22:42,533 --> 00:22:52,067
6·25전쟁 기간 동안 콜롬비아 대대의 생활 여건은
어땠나요? 군복, 잠자리, 음식 등이요
189
00:22:52,867 --> 00:23:01,433
음식은 정말 좋았어요, 모두 통조림에 들어 있는데
절대 불평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어요
190
00:23:02,267 --> 00:23:05,000
잠은요?
한국에 있는 동안 잠자리는 어땠나요?
191
00:23:05,000 --> 00:23:08,933
당시 우리는 막사에서 잤는데요
192
00:23:09,967 --> 00:23:26,067
그곳에는 2개 내지 3개의 경유 난방기가 있어서
막사를 따뜻하게 데운 상태로 잠을 청할 수 있었어요
193
00:23:26,367 --> 00:23:35,133
이외에도 침낭을 매트리스로 사용했고
그 위에 담요를 덮었죠
194
00:23:38,067 --> 00:23:42,467
옷은 다 입은 채로 머리와
목 가리개까지 쓰고 잤어요
195
00:23:44,333 --> 00:23:50,533
한국에 계시면서 부모님께 편지를
보낼 기회가 있었나요?
196
00:23:51,567 --> 00:23:53,200
네, 가끔이요
197
00:23:53,933 --> 00:24:00,000
전장에서 보내온 편지에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요?
198
00:24:01,600 --> 00:24:07,567
그야 뭐 몸조심하라는 당부밖에
달리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199
00:24:07,567 --> 00:24:21,000
제가 부상당했을 때 대대에서 아버님께 연락했다고 합니다
부상 소식을 전한 거죠
200
00:24:24,033 --> 00:24:29,533
당시 주고받았던 편지는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201
00:24:30,400 --> 00:24:35,433
그 편지에 대한 기록을 남길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202
00:24:37,633 --> 00:24:45,333
이제 전투 얘기로 넘어가 보죠
당시의 전투 경험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203
00:24:45,333 --> 00:24:55,867
아, 먼저 콜롬비아 대대 근처에 있던 다른 외국군 또는
한국군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 그 얘기부터 해주세요
204
00:24:56,567 --> 00:24:59,467
이렇다 할 관계는 없었어요
205
00:24:59,467 --> 00:25:01,767
- 그럼 전혀 소통이 없었나요?
- 네, 전혀요
206
00:25:01,767 --> 00:25:05,000
대대 내에서 그냥
우리끼리만 소통했습니다
207
00:25:05,800 --> 00:25:14,167
다른 외국군과 교류할 기회는 없었고
그러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208
00:25:15,000 --> 00:25:18,933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있다면 몰라도
209
00:25:18,933 --> 00:25:25,833
나머지는 몸짓으로 소통해야 했는데
저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어요
210
00:25:26,467 --> 00:25:34,467
콜롬비아 대대의 하사관으로서 어떤 부대에
배치되어 어떤 임무를 수행하셨나요?
211
00:25:34,467 --> 00:25:39,933
당시 저는 분대를 책임지는
분대장으로 임명되었어요
212
00:25:40,733 --> 00:25:43,200
- 어느 소대에서요?
- 1소대요
213
00:25:43,200 --> 00:25:50,000
- 중대는요?
- 중대는 B중대였습니다
214
00:25:50,867 --> 00:25:58,367
그 중대에서 분대를 지휘하는
분대장을 맡았어요
215
00:26:01,233 --> 00:26:08,567
한국에서 복무하는 동안 일상생활은 어땠나요?
평범한 하루의 일상이요
216
00:26:09,167 --> 00:26:14,333
카드나 보드게임을 했어요
217
00:26:14,867 --> 00:26:20,567
당시 우리는 그곳에서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놀이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218
00:26:20,567 --> 00:26:23,967
- 예비지역에 있을 때 말씀이죠?
- 네, 예비지역에 있을 때요
219
00:26:23,967 --> 00:26:26,033
그럼 전선에서는요?
220
00:26:26,033 --> 00:26:31,000
아, 아니죠, 전선으로 투입되려면
그전에 항상 훈련을 받아야 했어요
221
00:26:31,967 --> 00:26:35,200
매우 효율적인 훈련들이었죠
222
00:26:35,433 --> 00:26:43,800
기관총을 철조망 높이로 겨누고는 사병들을
납작하게 엎드려 포복으로 이동하게 했습니다
223
00:26:43,800 --> 00:26:46,800
머리를 들거나 몸을 일으키기라도
하면 사달이 났어요
224
00:26:46,800 --> 00:26:54,633
훈련 자체로 누가 준비된 군인이고 누가 그렇지 않은지를
깨닫게 해주는 아주 효과적인 훈련이었죠
225
00:26:56,300 --> 00:27:05,433
이외에도 잘못해서 아군 진영으로 떨어지면 사상자가 발생하면
위험하니까 고지에 수류탄을 투척하는 법을 배웠어요
226
00:27:06,867 --> 00:27:16,633
이번에는 6·25전쟁에 참전한 기간 동안
가장 힘들고 위험했던 순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227
00:27:16,800 --> 00:27:19,700
불모고지전투 때였어요
228
00:27:20,267 --> 00:27:27,800
사실 그전까지는 주로 청음을 통해 적진을 정찰하는 임무를
수행했고 저에게는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229
00:27:28,467 --> 00:27:37,333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고 발각되지 않게 조심하면서
적군의 동태만 살피면 그만이었으니까요
230
00:27:37,333 --> 00:27:49,433
그런 정찰은 별로 겁날 게 없었는데 정말이지
불모고지전투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험이었습니다
231
00:27:49,933 --> 00:27:54,100
불모고지에 대해 얘기해 주세요
불모고지전투가 있던 날 밤 어떤 일이 벌어졌나요?
232
00:27:54,100 --> 00:28:01,300
당시 우리는 불모고지 뒤쪽에 있었습니다
오후 4시경 고지로 올라갔어요
233
00:28:02,233 --> 00:28:10,667
불모고지에 있는 아군 병사들과
교대하라는 명령이 떨어졌거든요
234
00:28:10,967 --> 00:28:19,967
불모고지에 있던 저와 교대할 군인이
이제 고지 뒤쪽의 진지로 내려올 차례였죠
235
00:28:20,300 --> 00:28:27,733
그래서 전 병력이 참호를 따라 포복으로
기어서 고지까지 이동해야 했어요
236
00:28:29,100 --> 00:28:37,933
그곳은 늘 많은 포격이 가해지는 곳이었기
때문에 참호를 따라 기어가야 했어요
237
00:28:37,933 --> 00:28:47,833
어렵사리 고지의 중간 지점에 도착하면 아군 전차가 있었는데
그곳에 미군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238
00:28:49,000 --> 00:28:56,467
우리는 그 전차 뒤쪽으로 돌아 나온 후
다시 참호로 들어가야 했습니다
239
00:28:57,033 --> 00:29:02,000
그렇게 다시 기어서 각자에게 배정된
벙커까지 도달해야 했습니다
240
00:29:03,700 --> 00:29:14,933
그러던 사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시점에 적군의 포격이
시작되었고 포탄이 머리 위로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241
00:29:15,467 --> 00:29:25,133
고지를 에워싸는 포격이 이어졌는데 아군들이
고지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죠
242
00:29:25,500 --> 00:29:37,367
살짝 머리만 내밀어도 곧바로 머리가 날아갈 판이었어요
사람 그림자만 보였다 하면 그 즉시 사격이 집중되었죠
243
00:29:37,633 --> 00:29:45,867
쏘는 즉시 죽어 나가는 판이니 두 번 조준할 필요도 없었어요
말 그대로 전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244
00:29:46,233 --> 00:29:52,200
보이는 즉시 사살하지 않으면 내가 먼저 죽는다는
생각으로 벙커까지 이동했어요
245
00:29:52,200 --> 00:30:02,867
그렇게 구사일생으로 기어서 참호에서 벙커 입구까지
도착했고 물론 그다음에도 참호는 계속 이어졌죠
246
00:30:03,867 --> 00:30:06,967
- 무엇이 이어져요?
- 저는 결국 참호, 아니 벙커로 들어갔습니다
247
00:30:08,500 --> 00:30:19,367
다른 전우 한 명과 함께 벙커로 들어갔어요
바르가스, 이스라엘 바르가스요
248
00:30:19,800 --> 00:30:24,433
얼마 뒤 또 다른 전우가 왔어요
바로 실바가 벙커에 도착했어요
249
00:30:24,433 --> 00:30:29,533
실바도 이곳 ASCOVE(Association Colombiana
de veteranis de la Guerra de Corea)의 회원이었죠
250
00:30:30,433 --> 00:30:40,067
그리고 아구아스코라는 성을 가진 전우도 도착했어요
지금은 저세상 사람이지만요
251
00:30:40,200 --> 00:30:44,333
실바도 마찬가지고요
이제는 다들 죽고 없습니다
252
00:30:45,900 --> 00:30:55,267
여하튼 그 당시 실바가 벙커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부상을 입은 상태였어요
253
00:30:55,600 --> 00:31:07,167
한쪽 무릎이 박살 나 있었고, 아구아스코도 엉덩이가
라이터에 불이 붙은 것처럼 날아간 상태였죠
254
00:31:07,333 --> 00:31:16,567
가까이에서 톰슨 기관단총이 난사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멀리 가지 못했던 겁니다
255
00:31:16,567 --> 00:31:22,900
자기 벙커까지 가지 못하고
우리 벙커로 들어왔던 거예요
256
00:31:22,900 --> 00:31:29,733
그렇게 우리 모두는 벙커 안에 모여 있었고
그 위로 적군의 포화가 집중되었습니다
257
00:31:30,967 --> 00:31:35,967
그렇게 벙커에서 숨죽이며
가만히 듣고 있었어요
258
00:31:35,967 --> 00:31:45,233
그런데, 벙커 위에 있던 중국군들이
자신들 포탄에 맞아 나가떨어지더군요
259
00:31:47,700 --> 00:31:50,967
그곳에는 정말 시체가 즐비했어요
260
00:31:50,967 --> 00:31:55,500
콜롬비아 군인 한 명당 중국군은 열 명에서
열두 명이 죽었다고 보면 될 겁니다
261
00:31:56,267 --> 00:31:59,667
불모고지전투에서 선생님이 맡은
주요 임무는 무엇이었나요?
262
00:31:59,933 --> 00:32:08,133
고지를 사수하는 것이었습니다
보이는 적군을 모두 사살하는 것이었죠
263
00:32:08,700 --> 00:32:14,600
끔찍한 전투였는데, 무엇보다 교대 중이던
아군이 불시에 습격을 당했으니까요
264
00:32:14,600 --> 00:32:19,200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으니
무슨 조직력이 있었겠어요?
265
00:32:19,200 --> 00:32:24,100
조직적인 대응은 꿈도 꾸지 못했고
그저 할 수 있는 대로 최선의 방어를 해야 했죠
266
00:32:24,100 --> 00:32:32,500
참호를 따라 기어서 벙커로 이동할 때
제 전우였던 일병 한 명이 전사했어요
267
00:32:32,500 --> 00:32:36,933
에레라 일병이라고 키가 작았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계속 전진해야만 했어요
268
00:32:37,367 --> 00:32:44,533
눈에 보이는 대로 적군을 사살하며
나아가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어요
269
00:32:44,933 --> 00:32:53,900
벙커에 있던 저에게도 57mm
기관총 아니면 포탄이 떨어졌어요
270
00:32:53,900 --> 00:33:00,067
여하튼 뭔가가 날아왔어요
그로 인해 벙커 벽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271
00:33:00,067 --> 00:33:09,133
설상가상으로 포탄에 벙커 입구가 막혀버렸죠
입구가 막혀 더 이상 참호가 보이지 않았어요
272
00:33:09,133 --> 00:33:15,600
벙커에서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입구가 막혀 버린 것이죠
273
00:33:15,700 --> 00:33:25,733
우리는 포탄으로 생긴 그 구멍 하나에 의지해
갇혀 있었는데 어디선가 포탄 파편이 날아왔어요
274
00:33:25,733 --> 00:33:34,533
제 전투모의 이쪽을 강타해 철과 섬유로 된
전투모가 깨지고 벌어졌어요
275
00:33:35,833 --> 00:33:40,567
그 바람에 안쪽의 양모까지 다 드러났고
파편이 이쪽 뼈에 박혔죠
276
00:33:40,567 --> 00:33:46,567
이 부분이 다 날아가 버렸고
파편은 다소 힘을 잃긴 했지만
277
00:33:46,567 --> 00:33:53,167
그래도 계속 아래로 내려와 여기까지
도달한 뒤 다시 이쪽으로 가로질렀어요
278
00:33:53,167 --> 00:34:00,200
얼굴은 엉망이 되었고 저는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죠
279
00:34:00,500 --> 00:34:09,633
그 후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지 못해요
다들 이미 부상당한 상태였으니까요
280
00:34:10,000 --> 00:34:20,500
유일하게 바르가스가 온전했는데 어떻게 참호 밖으로
나가 아군 진영에 도착했는지는 저도 몰라요
281
00:34:20,500 --> 00:34:27,967
필시 벙커에 부상자가 있다고
알리러 갔을 겁니다
282
00:34:28,633 --> 00:34:33,700
- 언제 의식을 회복하셨나요?
- 기억나지 않아요
283
00:34:33,700 --> 00:34:37,667
여하튼 제가 유일하게 기억하는 것은
불모고지전투예요
284
00:34:37,667 --> 00:34:46,600
3월 23일 시작됐고, 3월 26일 정오 무렵이 되어서야
고지 폭격을 위해 아군 전투기들이 도착했습니다
285
00:34:47,467 --> 00:34:58,067
당시 제 얼굴은 이미 흙투성이가 된 상태였는데
날이 풀리면서 얼음이 녹아 온통 진흙탕이었거든요
286
00:34:58,667 --> 00:35:04,500
그렇게 정신을 잃고 쓰러졌습니다
287
00:35:04,767 --> 00:35:12,500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도 계속해서
적군의 포탄이 떨어지고 있었어요
288
00:35:12,733 --> 00:35:16,867
그런 상황에서 아구아스코가
제게 말하더군요
289
00:35:18,000 --> 00:35:25,367
"여기서 나갑시다, 우리 나가요
아군 전차들이 포탄을 발사하고 있는 쪽으로 가요"
290
00:35:25,367 --> 00:35:31,375
당시 우리가 있던 곳에서 아군 전차들이
고지를 향해 포탄을 발사하는 모습이 보였거든요
291
00:35:31,533 --> 00:35:38,100
그래서 제가 대답했죠
"좋아요, 그럼 포탄으로 생긴 이 구멍으로 나가죠"
292
00:35:38,167 --> 00:35:48,767
그렇게 벙커 밖으로 나와 참호로 뛰어들었습니다
참호를 따라 기어서 아군 탱크들이 있는 곳까지 도달했어요
293
00:35:49,133 --> 00:35:55,300
저는 잠시 숨을 돌린 후
"네, 해봅시다"라고 말하며 계속 나아갔어요
294
00:35:55,300 --> 00:35:58,767
얼굴에서 흘러나온 피가
흙과 범벅이 되었습니다
295
00:35:58,767 --> 00:36:10,667
이것이 눈에 엉겨 붙는 바람에 앞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함께 있던 아군 2명과 함께 무사히 그곳을 벗어났어요
296
00:36:12,233 --> 00:36:19,400
사실 또 다른 아군 한 명이 벙커에
도착하긴 했는데 들어오지는 못했어요
297
00:36:19,400 --> 00:36:22,833
포탄에 맞아 죽었거든요
298
00:36:23,567 --> 00:36:31,100
우리는 포탄으로 움푹 파인
구덩이로 몸을 던졌습니다
299
00:36:31,933 --> 00:36:39,033
가까스로 포탄 구덩이에 도달하자 한창 포를
발사하던 아군 전차들이 우리를 봤어요
300
00:36:39,300 --> 00:36:42,333
포탄 구덩이로 뛰어드는
우리를 본 것이죠
301
00:36:42,333 --> 00:36:49,900
우리는 필사적으로 고지 가장자리를 따라 이동했습니다
전차 있는 쪽으로 내려갔어요
302
00:36:50,900 --> 00:36:58,000
그랬더니 그 아래에
지프와 트럭이 있더군요
303
00:36:58,000 --> 00:37:07,867
운전병들은 모두 이미 죽어 있었고 들것들도
운전석도 모두 포격으로 파괴된 상태였어요
304
00:37:08,033 --> 00:37:17,433
그곳에 있던 차량 두 대가 모두 포탄에 맞아 망가진 상태라
차량으로는 도저히 그곳을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305
00:37:17,433 --> 00:37:22,167
결국 우리는 간신히 주변에 있는
작은 개울가까지 도착했는데
306
00:37:22,167 --> 00:37:28,500
얼마나 목이 마르던지 도착하는 즉시
철모로 물을 조금 떠서 마셨습니다
307
00:37:28,500 --> 00:37:33,433
그런데 오염된 물이라며
마시면 안 된다고 하더군요
308
00:37:33,433 --> 00:37:39,367
하지만 목마름과 배고픔이 어찌나 심하던지
마시지 않고서는 도저히 못 버티겠더라고요
309
00:37:39,767 --> 00:37:52,433
그렇게 아군의 중대 막사가 있는 곳
그러니까 C중대 막사가 있는 곳까지 가야 했습니다
310
00:37:55,633 --> 00:38:09,667
그 막사에 도착해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사이
도착한 미군이 우리를 데려갔어요
311
00:38:10,033 --> 00:38:20,900
미군은 우리를 전차 한 대가 있는 곳까지 데려갔고 나머지 두 대는
뒤에서 포격을 가하며 우리를 태울 전차를 엄호했어요
312
00:38:20,900 --> 00:38:29,333
결국 우리는 전차에 올라탔고, 우리를 태운 전차는
뒤로 후진해 나머지 탱크들이 있는 곳까지 도달했고
313
00:38:29,700 --> 00:38:33,033
이후 계속 이동해서 지프 한 대가 있는 곳에
우리를 내려주었어요
314
00:38:33,033 --> 00:38:43,233
지프의 창과 앞 유리를 내리더니
그 안에 들 것을 놓고 저를 눕히더군요
315
00:38:43,233 --> 00:38:53,300
그렇게 전장을 빠져나와 후방으로 이송되었고
그곳에 도착한 헬리콥터에 저를 태워 후송시키려 했어요
316
00:38:53,300 --> 00:39:05,800
헬리콥터 바깥의 한 쪽에 놓인 들것에
누워있던 저를 비닐로 덮었어요
317
00:39:06,367 --> 00:39:15,300
그렇게 저를 들것에 잘 묶어 고정시키는 사이
반대편에 있던 다른 헬리콥터가 이륙했습니다
318
00:39:16,500 --> 00:39:25,667
글쎄, 그 지프, 아니 헬리콥터가 이륙하자마자
사격이 가해지기 시작했어요
319
00:39:26,767 --> 00:39:37,667
그때 날아온 총알이 제가 누워있던 헬리콥터
수송칸을 지나 조종칸까지 날아들었지 뭡니까
320
00:39:38,133 --> 00:39:49,000
그러자 조종사는 헬리콥터를 급선회했고 보다 후방에
있는 컬렉티드, 그러니까 의무대 막사로 향했어요
321
00:39:49,000 --> 00:40:01,800
헌데 그곳에 도착한 헬리콥터는 착륙하지도 않은
공중에 뜬 상태로 저를 내려보냈어요
322
00:40:01,800 --> 00:40:12,000
의무병들이 들것에 실린 저를 꺼내 막사로 데려갔고
그곳에서 군복을 다 벗긴 후 전신을 세척해 주었어요
323
00:40:12,000 --> 00:40:21,700
세척이 끝나자 시트로 제 몸을 감쌌는데 그렇게 상처를
닦아내고 몸을 감싸느라 조금 시간이 지체되었어요
324
00:40:21,700 --> 00:40:29,433
저는 시트에 감긴 채 헬리콥터로 되돌아갔고
저를 수송 칸에 잘 고정시킨 후 다시 이륙해
325
00:40:29,433 --> 00:40:33,033
전선으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진
후방으로 후송되었어요
326
00:40:33,033 --> 00:40:45,100
아주 큰 막사들, 대형 막사들이 있는 곳에 착륙해 내려주었는데
어떤 막사 입구에 도착했던 것까지만 기억이 납니다
327
00:40:45,100 --> 00:40:54,967
그곳에서 주사를 맞았고 그 이후부터는 누운 상태로
다시 눈을 뜰 때까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 합니다
328
00:40:56,700 --> 00:41:05,733
깨어났을 때는 이미 수술이 끝난 그러니까
제 얼굴 부상의 수술이 완료된 상태였죠
329
00:41:06,167 --> 00:41:11,633
의식을 회복했을 때 느꼈던 그 배고픔은
이루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330
00:41:11,633 --> 00:41:14,800
제 옆에 한 푸에르토리코인이 있었는데요
이렇게 말하더군요
331
00:41:15,867 --> 00:41:20,367
"댁은 잠이라도 자죠
나는 한숨도 못 자요"
332
00:41:20,367 --> 00:41:23,433
그런데 저는 제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조차 알지 못했어요
333
00:41:24,267 --> 00:41:33,400
모두에게 아침 식사가 제공되었을 때 저는
드디어 아침을 먹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334
00:41:33,400 --> 00:41:37,433
그런데 웬걸,
아무것도 주지 않더라고요
335
00:41:37,433 --> 00:41:44,033
저에게 준 것이라고는
달랑 빨대가 꽂힌 컵 한 개였고
336
00:41:45,900 --> 00:41:49,700
나머지는 순전히 몸에 꽂는
수액뿐이었어요
337
00:41:50,267 --> 00:41:52,100
- 어떤 기분이 어떠셨나요?
- 입을 열지 못했거든요
338
00:41:52,100 --> 00:41:59,467
단, 1 cm도 벌리지 못했다니까요
339
00:41:59,700 --> 00:42:12,333
전장에서 입은 부상으로 위턱이 다 으스러졌던 겁니다
그래서 상악골을 수술해야 했습니다
340
00:42:12,700 --> 00:42:20,067
여기, 이 부분이 다 부서져서
수술한 후 꿰맸어요
341
00:42:20,333 --> 00:42:29,400
제 생각에는 위턱이 다 부서진 그때 무언가
이물질이 들어가 눈이 안 보이는 것 같아요
342
00:42:29,400 --> 00:42:36,467
처음에는 조금이라도 보이긴 했는데
나중에는 완전히 시력을 잃었어요
343
00:42:39,500 --> 00:42:49,067
적군의 포격으로 부상을 입었을 당시 어떤 기분이 드셨나요?
의식을 잃었다가 회복하기도 하셨는데요
344
00:42:49,067 --> 00:42:52,300
그 순간에 어떤 감정이 들던가요?
345
00:42:52,300 --> 00:43:01,167
아, '이제는 죽었구나'하고 생각했어요
살아서 그곳을 빠져나가는 것은 생각지도 못하겠더라고요
346
00:43:01,167 --> 00:43:09,233
부상당한 몸으로 참호를 기어
이동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어요
347
00:43:10,067 --> 00:43:23,100
참호를 통해 사격이 가해지던 곳으로 이동하는 중에
하늘에서 폭탄을 투하하던 전투기가 있었는데요
348
00:43:23,100 --> 00:43:27,267
소이탄을 투하하던 전투기 한 대가
땅바닥에 처박히지 뭡니까
349
00:43:28,700 --> 00:43:37,267
그 충격파로 인해 참호에 있던
저는 밖으로 튕겨져 나갔고
350
00:43:37,267 --> 00:43:47,133
가까스로 몸을 추슬러
다시 참호로 되돌아올 수 있었어요
351
00:43:47,133 --> 00:43:56,000
참호로 뛰어내릴 때 강한 충격을 받았는데 정작 충격파로
튕겨져 나갈 때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답니다
352
00:43:56,367 --> 00:44:00,333
당시 참호에서 빠져나올 때
도움을 준 전우의 이름이 뭔가요?
353
00:44:00,333 --> 00:44:01,067
뭐라고요?
354
00:44:01,067 --> 00:44:04,133
참호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준
동료분 이름이 뭔가요?
355
00:44:04,133 --> 00:44:06,133
아구아사코요
356
00:44:06,133 --> 00:44:12,267
당시 그 친구는 다른 곳으로 이송되어
저만 혼자 남게 되었어요
357
00:44:12,267 --> 00:44:17,567
이후 그분과 다시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나요?
358
00:44:17,567 --> 00:44:26,400
그 친구도 수술을 받았지만 다른 곳이었어요
저와는 떨어져 있었죠
359
00:44:26,400 --> 00:44:28,967
그분도 살아 계시죠?
콜롬비아로 돌아오셨나요?
360
00:44:28,967 --> 00:44:36,900
네, 콜롬비아로 돌아왔어요
여기로 와서 경찰에 들어갔고 나중에는 진급도 했습니다
361
00:44:37,867 --> 00:44:45,667
그렇게 경찰에 있다가
경사로 퇴직했어요
362
00:44:45,667 --> 00:44:48,833
- 그분과 다시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나요?
- 아구아사코
363
00:44:49,233 --> 00:44:51,633
그분과 다시 만나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나요?
364
00:44:51,633 --> 00:44:56,700
아뇨, 그 친구도 죽었어요
지금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죠
365
00:44:56,700 --> 00:44:59,667
지금 연락하는 사람은
실바입니다
366
00:45:00,400 --> 00:45:05,900
실바와는 연락을 하며 지냈는데,
이곳 협회장을 했기 때문이에요
367
00:45:05,900 --> 00:45:15,400
페드로라는 또 다른 전우도 그 협회에
소속되어 있었어요, ASCOVE의 총무였죠
368
00:45:15,400 --> 00:45:20,533
페드로도 불모고지전투의 전우입니다
369
00:45:20,533 --> 00:45:25,767
불모고지에서 입은 부상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나요?
370
00:45:25,767 --> 00:45:34,020
회복 과정은 어떠셨어요?
당시 입은 부상으로 왼쪽 눈의 시력을 잃으신 거죠?
371
00:45:34,100 --> 00:45:47,900
군을 제대한 후, 일자리를 구하려 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어요
372
00:45:48,967 --> 00:45:52,967
당시 부상으로 인해 발생한 의학적 피해는 어떤 것이었나요?
의사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373
00:45:52,967 --> 00:45:58,833
또, 회복 과정은 어땠습니까?
어디에서 누가 수술을 진행했나요?
374
00:45:58,833 --> 00:46:04,533
아, 산 크리스토발에 있는
군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어요
375
00:46:05,867 --> 00:46:12,333
- 어디에 있는 병원이죠?
- 저 위 쪽에요
376
00:46:12,733 --> 00:46:14,333
이곳 보고타에 있는 군병원에서요?
377
00:46:14,333 --> 00:46:23,400
현재의 군병원이 아니라 트란스미시온네스
위쪽에 있던 구(舊) 군병원이요
378
00:46:23,633 --> 00:46:24,800
아, 네
379
00:46:26,433 --> 00:46:32,700
당시 그 부상으로 인해 후방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으신 거죠? 맞나요?
380
00:46:32,700 --> 00:46:33,500
네, 맞아요
381
00:46:33,500 --> 00:46:36,168
이후 다시 전선으로
투입되지는 않으셨나요?
382
00:46:36,300 --> 00:46:44,300
네, 포병학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고, 당시는...
383
00:46:44,400 --> 00:46:46,833
아뇨, 그게 아니고
아직 한국에 계실 당시의 상황을 여쭤본 거예요
384
00:46:46,833 --> 00:46:48,400
아, 제가 한국에서 돌아왔을 때면...
385
00:46:48,400 --> 00:46:50,633
아뇨, 아직 한국에 계실 때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386
00:46:50,633 --> 00:46:51,767
아, 그렇군요
387
00:46:51,767 --> 00:46:58,400
불모고지전투에서 부상을 입으셨고
후송된 뒤 깨어나셨죠
388
00:46:58,400 --> 00:47:00,633
네
389
00:47:01,033 --> 00:47:04,267
"식사 대신 빨대만 주더라"라고 하신 바로 이 부분에 이어지는 내용이요
이후 회복하는 데 얼마나 걸렸나요?
390
00:47:05,167 --> 00:47:20,667
그곳에서 회복하는 데 대략 8일 정도 걸렸고
그 후에는 저를 기차에 태우더군요
391
00:47:24,900 --> 00:47:35,100
그렇게 기차를 타고 어디로 보내졌냐면요
도쿄, 아니, 다른 곳이었나 잘 모르겠어요
392
00:47:35,100 --> 00:47:45,733
여하튼 그렇게 이동해서 항공부대, 미국 항공부대로
저를 데려갔고 그곳에 있는 의무대에 입원시켰어요
393
00:47:45,733 --> 00:47:54,933
그곳에서 제가 회복할 수 있도록
해 주었어요
394
00:47:54,933 --> 00:47:58,033
그곳에서 대략 어느 정도
있으셨는지 기억하세요?
395
00:47:58,033 --> 00:48:06,867
회복하는 데 약 20일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396
00:48:07,600 --> 00:48:09,627
그 이후에는 어떻게 되었나요?
397
00:48:09,967 --> 00:48:18,100
이제 콜롬비아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했어요
398
00:48:19,400 --> 00:48:28,467
그렇게 해서 결국 저는
콜롬비아행 비행기에 탔어요
399
00:48:28,467 --> 00:48:38,800
회복 기간 중 콜롬비아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듣고 어떠셨어요?
드디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말입니다
400
00:48:38,800 --> 00:48:48,733
"그래도 이곳 전장에서 죽을 운명은 아니었나 보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다시 콜롬비아로 돌아갈 운명이었던 거죠
401
00:48:48,733 --> 00:48:59,933
돌아가면 계속 군에 남아있을 생각이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군에서 받아주지 않았거든요
402
00:48:59,933 --> 00:49:02,500
콜롬비아로 돌아오는 여정은 어땠나요?
403
00:49:03,367 --> 00:49:11,833
콜롬비아로 돌아가는 여정은 매우 좋았어요
정말 좋았죠, 비행기를 탔으니까요
404
00:49:12,733 --> 00:49:14,767
전체 여정을 비행기로 이동하셨어요?
405
00:49:14,767 --> 00:49:24,767
네, 의료 채널을 통해 비행기를 타고
케네디에 있던 이곳 공항까지 왔어요
406
00:49:24,767 --> 00:49:28,533
당시 경유했던 장소들을 기억하세요?
407
00:49:28,533 --> 00:49:31,233
아, 네, 파나마를 경유했어요
408
00:49:32,167 --> 00:49:34,833
- 비행기로요?
- 비행기로요
409
00:49:34,833 --> 00:49:35,733
그럼 그리고?
410
00:49:35,733 --> 00:49:46,533
아, 그전에 처음 거쳤던 첫 번째 경유지가 있었어요
411
00:49:49,200 --> 00:49:57,333
바로 텍사스의 샌 안토니오였어요
그곳에서 약 15일가량 머물렀죠
412
00:49:57,333 --> 00:50:09,400
그곳에서 다시 어딘가로 이송되었고 콜롬비아행
비행기에 올라 경유지인 파나마에 도착했어요
413
00:50:09,567 --> 00:50:21,600
파나마에서 3일 정도 체류한 후 다시 콜롬비아행 비행기에
올라 결국 이곳 케네디에 있던 공항으로 돌아왔죠
414
00:50:21,833 --> 00:50:30,900
당시 그곳에 공항이 있었거든요
그렇게 공항에 도착하자 저를 군병원으로 데려갔어요
415
00:50:31,567 --> 00:50:44,133
군 병원에 도착해 검사를 받았고, 검진이 끝나자
"이제 집에 가도 된다"라고 하더군요
416
00:50:45,467 --> 00:50:55,667
- 결국 아버지와도 재회하셨죠?
- 네, 아버지와 다시 만났어요
417
00:50:55,667 --> 00:51:06,600
아그라도 데 우일라에서 근무하고 계실 때였죠
아그라도는 가르손 인근에 있는 마을이에요
418
00:51:06,600 --> 00:51:16,967
아침에 그곳에 도착해 오후까지 머물다
다시 가르손으로 돌아왔습니다
419
00:51:16,967 --> 00:51:19,100
다시 뵈었을 때 아버지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던가요?
420
00:51:19,100 --> 00:51:23,967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어요, 안부를 물으셨고
그 외에 특별한 말씀은 없으셨고요
421
00:51:23,967 --> 00:51:26,967
그래서 제가 말씀드렸어요
422
00:51:26,967 --> 00:51:33,067
"다시 보고타로 가서, 얼굴 흉터를 없애는
수술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볼 생각이에요"
423
00:51:33,067 --> 00:51:44,033
얼굴에 손가락 두 개 너비의 흉터가 있어 무척 흉해 보였거든요
"흉터를 없앨 수 있는지 보려고요"
424
00:51:48,800 --> 00:51:52,800
다시 잠깐 한국 상황으로
되돌아가보겠습니다
425
00:51:54,200 --> 00:52:00,967
한국에서 복무하시는 동안 평온함을
느낄 수 있는 평화의 순간이 있었나요?
426
00:52:01,633 --> 00:52:04,833
그런 순간을 경험하신 적이 있으세요?
427
00:52:06,100 --> 00:52:08,800
글쎄요, 동료 전우들과
대화를 나눌 때요
428
00:52:08,800 --> 00:52:14,767
실제로 저는 파병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알앤알
(R&R, Rest and Recreation)도 가지 못했거든요
429
00:52:14,767 --> 00:52:20,000
- 파병 기간이 너무 짧았군요
- 네, 짧았어요, 파병 기간이 너무 짧았죠
430
00:52:20,300 --> 00:52:25,833
한국으로 파병한 갔던 것에 대한
어떤 인정이나 보상을 받으신 것이 있나요?
431
00:52:26,600 --> 00:52:34,367
한국으로 파병한 갔던 것에 대해 유일하게 받은 것이
있다면 28개월치 월급에 해당하는 보상금이에요
432
00:52:34,367 --> 00:52:47,300
한 달 월급이 180페소였는데 이 돈도
제대한 뒤 2년이 지나서야 지급되었어요
433
00:52:47,300 --> 00:52:53,933
보상금은 집세, 식료품 구입 등 먹고살기
위해 진 빚을 갚는데 전부 사용했어요
434
00:52:53,933 --> 00:53:01,667
이후에는 다시 연금으로 나오는
42페소로 버텨야 했습니다
435
00:53:02,233 --> 00:53:05,533
전투에서 부상을 입으셨는데
이와 관련해 상훈을 받으신 것이 있나요?
436
00:53:05,533 --> 00:53:15,133
네, 있어요, 미국 훈장을 받았습니다
콜롬비아 동성훈장도 받았어요
437
00:53:15,133 --> 00:53:22,967
이 외에도 다른 훈장도 수여되었는데요
그건 감사장만 받았어요
438
00:53:22,967 --> 00:53:31,033
이곳까지 훈장을 배송하려면 5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하길래 훈장은 받지 않았어요
439
00:53:31,033 --> 00:53:34,333
하지만 감사장은 갖고 있어요
440
00:53:34,333 --> 00:53:46,300
또, 2년 전인가 1년 전 쯤에도
한국 대사관에서 수여하는 훈장을 받았어요
441
00:53:46,300 --> 00:53:58,633
한국의 천사, 아니 대사가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말입니다
442
00:53:58,733 --> 00:54:05,533
저도 초청받았고 그 행사에 참석해 큰 훈장을 받았어요
물론 이 훈장도 보관하고 있어요
443
00:54:06,467 --> 00:54:12,133
결과적으로 6·25전쟁이 선생님의 삶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요?
한쪽 눈의 시력을 잃게 된 부상 외에요
444
00:54:12,133 --> 00:54:20,100
6·25전쟁 참전이 선생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이후의 삶에 어떤 결과를 가져왔나요?
445
00:54:21,033 --> 00:54:29,600
참전의 결과라면 여전히 시력이 좋지 않다는 것입니다
시력을 잃었다는 것이죠
446
00:54:29,733 --> 00:54:34,400
물론 당시에도 치료를 받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어요
447
00:54:34,867 --> 00:54:44,400
지금도 군병원과 캠 애비뉴에 있는 진료소에서
잘 치료해 주고 있긴 하지만요
448
00:54:46,767 --> 00:54:55,900
한국에서 귀국하신 후 일자리를
얻지 못해 매우 힘들었다고 하셨죠?
449
00:54:55,900 --> 00:54:58,067
네,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어요
450
00:54:58,067 --> 00:55:05,267
6·25전쟁에서 입은 부상으로 인해 군사 평의회에서
선생님을 전역시키셨다고 말씀하셨죠?
451
00:55:05,267 --> 00:55:07,067
네, 이곳 콜롬비아에서요
452
00:55:07,067 --> 00:55:19,433
시력을 잃었고 얼굴에 흉터가 있다는
이유로 강제로 전역해야 했습니다
453
00:55:19,433 --> 00:55:28,600
군사 평의회의 이런 결정이 있은 후 무슨 일이 있었나요?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대응하셨어요? 이후 무엇을 하셨나요?
454
00:55:29,400 --> 00:55:35,000
그야 뭐,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죠
'어떻게 하지? 도대체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455
00:55:35,000 --> 00:55:42,400
사실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것이라곤 전투뿐이었으니까요
456
00:55:42,400 --> 00:55:51,600
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