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00:00:05,467 --> 00:00:09,133
제 이름은 프루덴쇼 마누엘(Prudencio Manuel)입니다
2
00:00:09,767 --> 00:00:11,367
제가 태어난 곳은요
3
00:00:11,633 --> 00:00:16,300
이름 철자가 피(P) 알(R) 유(U) 디(D) 이(E)
엔(N) 씨(C) 아이(I) 오(O) 맞나요?
4
00:00:16,300 --> 00:00:18,833
- 성이 뭐라고 하셨죠?
- 마누엘이요
5
00:00:18,833 --> 00:00:21,767
- 철자가 엠(M) 에이(A) 엔(N) 유(U) 이(E) 엘(L) 맞나요?
- 네, 맞습니다
6
00:00:21,767 --> 00:00:23,867
생년월일은 어떻게 되시나요?
7
00:00:24,233 --> 00:00:27,800
1938년 3월 28일에 태어났습니다
8
00:00:28,433 --> 00:00:31,533
- 현재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 81세예요
9
00:00:31,533 --> 00:00:33,333
- 81세이시군요
- 네, 81세요
10
00:00:33,333 --> 00:00:38,667
제가 필리핀에서 만나 본
6·25전쟁 참전용사 중에서 가장 젊으시네요
11
00:00:38,667 --> 00:00:42,333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디서 태어나셨나요?
12
00:00:42,333 --> 00:00:49,867
저는 필리핀의 팡가시난(Pangasinan)
지방에서 태어났어요
13
00:00:50,000 --> 00:00:59,333
아버지, 어머니, 형제, 자매 등
가족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세요
14
00:01:00,400 --> 00:01:10,267
제 아버지 성함은 크로스토발 마누엘이에요
어머니 성함은 알벨리나 몬타고요
15
00:01:11,633 --> 00:01:17,500
7명의 형제자매가 있습니다
16
00:01:17,500 --> 00:01:22,133
- 자식이 7명 있군요
- 예, 저는 그중 셋째였어요
17
00:01:23,467 --> 00:01:29,367
선생님이 다니셨던 학교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초, 중, 고등학교에 대해서요
18
00:01:29,367 --> 00:01:43,900
팡가시난주 인판타 마을에 있던
초등학교에 다녔어요
19
00:01:45,133 --> 00:01:51,500
마을 안에 있는 초등학교였죠
20
00:01:51,500 --> 00:02:00,300
그리고 마을에 있는
고등학교를 3년간 다녔어요
21
00:02:00,300 --> 00:02:06,933
- 그럼 고등학교는 언제 졸업하셨나요?
- 1950년이요
22
00:02:06,933 --> 00:02:11,767
1950년, 그 후에 입대하셨나요?
23
00:02:12,300 --> 00:02:13,067
예
24
00:02:13,767 --> 00:02:23,633
고등학교 3학년 때에 입대를 생각했어요
25
00:02:24,700 --> 00:02:33,233
1954년 아니면
1955년 즈음이었는데
26
00:02:33,667 --> 00:02:39,367
고등학교 3학년 과정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죠
27
00:02:39,367 --> 00:02:51,400
그리고 훈련소에서 신병을 모집하고 있어
신병으로 입대했어요
28
00:02:51,400 --> 00:02:59,133
그곳이 제가 처음으로
군사훈련을 받은 곳이죠
29
00:02:59,133 --> 00:03:03,267
- 1955년이 맞나요?
- 예, 1955년 즈음이었어요
30
00:03:03,267 --> 00:03:07,733
당시 6·25전쟁이 발발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31
00:03:08,667 --> 00:03:22,167
아니요, 몰랐어요, 그냥 한국이 전쟁 중이라고
들었는데, 저는 필리핀만 알고 살았어요
32
00:03:22,167 --> 00:03:33,667
한국이 어딘지도 몰랐지만, 6·25전쟁 참전에 자원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글을 막사 게시판에서 봤어요
33
00:03:33,933 --> 00:03:39,133
그리고 자원했죠
이미 입대했으니까요
34
00:03:39,767 --> 00:03:57,333
자원하기 전에 저는 신병훈련을 마친 후
5대대 전투부대로 배치됐어요
35
00:03:58,467 --> 00:04:25,133
첫 배치 후에 저는 후크발라하프(항일인민의용군)와의
전투에 참가했어요
36
00:04:26,533 --> 00:04:41,133
"후크"라고도 불리는 반정부 세력이었어요
거기서 전투 경험을 쌓았죠
37
00:04:45,500 --> 00:05:05,567
제 전우 한 명이 전투 작전 중에 사망했어요
저도 등에 상처를 입었죠
38
00:05:06,767 --> 00:05:27,900
전우는 머리가 관통됐어요
그래도 그 일 때문에 입대한 지 3개월 만에 훈장을 받게 됐죠
39
00:05:27,900 --> 00:05:45,967
훈장을 받을 때 저는 일병이었어요
그때 6·25전쟁 참전용사를 모집하는 글을 막사 게시판에서 봤죠
40
00:05:48,033 --> 00:05:57,267
한국이 어떤 나라인지도
몰랐지만 일단 자원했어요
41
00:05:57,267 --> 00:05:59,167
- 바로 참전하셨나요?
- 예
42
00:05:59,167 --> 00:06:06,367
저는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어요
그냥 전쟁 중이라고만 알고 있었죠
43
00:06:06,867 --> 00:06:09,400
그래서 자원한 거예요
44
00:06:09,733 --> 00:06:24,867
소속이 제5대대 전투 부대에서
제2대대 전투 부대로 바뀌었어요
45
00:06:26,500 --> 00:06:36,333
이후에는 6·25전쟁에 대비해 "매리코리아"라는
이름의 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았어요
46
00:06:36,333 --> 00:06:40,900
한국에 가기 전에
어떤 훈련을 받으셨나요?
47
00:06:40,900 --> 00:06:55,233
제 보직은 야전포병이었는데
105밀리 곡사포를 운용하는 일을 맡았죠
48
00:06:56,467 --> 00:07:06,133
한국에 가기 전까지
곡사포 운용 기술을 훈련받았어요
49
00:07:06,600 --> 00:07:10,800
그럼 한국에는 언제,
어디로 도착하셨나요?
50
00:07:11,367 --> 00:07:21,467
제 기억으로는 아마 4월 19일에
한국에 도착했던 것 같아요
51
00:07:21,467 --> 00:07:22,667
4월이요?
52
00:07:22,667 --> 00:07:28,300
아마 1955년 4월이었을 거예요
53
00:07:29,200 --> 00:07:33,033
그럼 선생님은 언제
한국에서 귀국하셨나요?
54
00:07:35,500 --> 00:07:49,267
그게 1955년 4월이 맞아요, 그렇게 기억해요
매리코리아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후에 한국으로 가는 배를 탔거든요
55
00:07:49,733 --> 00:07:54,800
한국에 도착하기 전에
일본에 잠시 들렀어요
56
00:07:55,267 --> 00:08:02,000
그럼, 선생님은 1954년이 아니라
1955년에 한국에 오신 거군요
57
00:08:02,333 --> 00:08:03,800
1955년이 맞는 것 같네요
58
00:08:03,800 --> 00:08:08,500
1955년이요
그때 한국에 도착하신 후 어디로 이동하셨나요?
59
00:08:09,067 --> 00:08:12,667
우리는 부산에 도착했어요
60
00:08:12,667 --> 00:08:14,467
당시 부산은 어땠나요?
61
00:08:14,467 --> 00:08:16,000
제 기억으로는요
62
00:08:16,000 --> 00:08:21,867
부산이 어땠는지
그냥 솔직하게 말씀해 주세요
63
00:08:22,700 --> 00:08:27,433
저희가 부산에 도착했을 당시엔
어둠이 깔려있었어요
64
00:08:27,833 --> 00:08:38,367
이동하는 중에 보이는 건 자그마한
건물밖에 없었고 큰 건물은 하나도 없었어요
65
00:08:38,700 --> 00:08:47,300
부산 다음으로는 양구로 갔어요
66
00:08:47,300 --> 00:08:49,800
- 양구요?
- 네, 양구요
67
00:08:49,800 --> 00:09:07,600
거기서 저희는 미군의
제64 야전포병대대에 배치됐어요
68
00:09:08,167 --> 00:09:16,000
부대 마크가 토란잎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토란잎 마크를 썼거든요
69
00:09:18,133 --> 00:09:31,267
거기에 배치된 후에는 곡사포를 배정받았어요
그리고 거의 매일 훈련을 받았죠
70
00:09:32,267 --> 00:09:45,833
훈련지역에 가서
곡사포 발사 훈련을 했어요
71
00:09:47,867 --> 00:09:56,233
혹시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한 전투가
있었나요? 없었나요?
72
00:09:56,233 --> 00:09:57,467
- 없었어요
- 알겠습니다
73
00:09:57,467 --> 00:10:05,367
저희가 도착했을 땐 이미 정전협정 체결을 들었어요
그래서 전투가 없었죠
74
00:10:05,367 --> 00:10:11,067
그래서 기분이 좋았어요
75
00:10:11,067 --> 00:10:12,233
싸울 필요가 없으셨군요
76
00:10:12,233 --> 00:10:21,800
위험할 일이 없었고요
필리핀으로 곧 돌아갈 수 있겠다고 직감했어요
77
00:10:21,800 --> 00:10:24,700
- 안전하게요
- 그렇죠
78
00:10:25,233 --> 00:10:26,400
정전협정 덕분이죠
79
00:10:27,167 --> 00:10:32,000
한국에 머무시는 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무엇이었나요?
80
00:10:33,867 --> 00:10:38,667
딱히 힘들었던 일은 없었던 것 같아요
81
00:10:39,667 --> 00:10:41,200
날씨는 어땠나요?
82
00:10:41,200 --> 00:10:48,567
아, 날씨 문제가 있었네요
83
00:10:48,567 --> 00:10:59,067
그런데 저는 괜찮았어요,
춥긴 했지만 견딜 만했죠
84
00:10:59,067 --> 00:11:11,633
저녁이 추웠기 때문에 아침에 텐트를 나가면
그 위에 서리가 맺혀있던 걸로 기억해요
85
00:11:12,600 --> 00:11:26,667
그래서 제 전우와 함께 서리(얼음)에 우유와 설탕을 넣고
할로할로(필리핀 아이스크림)를 만들어 먹은 적도 있어요
86
00:11:27,233 --> 00:11:46,733
그렇게 텐트에서 찬 걸 만들어 먹다가
전우 중 하나가 말을 못 할 정도로 탈이 난 적도 있었죠
87
00:11:50,100 --> 00:11:56,167
부대에서 일을 도와주는
한국인 소년은 없었나요?
88
00:11:57,800 --> 00:12:09,567
몇 명 있었어요
한국인들이 저희를 돕는 걸 한두 번 정도 봤어요
89
00:12:11,567 --> 00:12:39,367
한국에서는 뭐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화력 지휘소에서 곡사포 운용 병사에게
지시할 때 저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통신장비를 정리하는 일을 했죠
90
00:12:41,133 --> 00:12:54,033
그러니까 통신장비의 선을 풀었다가 저희가
임무가 끝나면 다시 감아서 정리하는 일을 했어요
91
00:12:54,333 --> 00:12:57,800
그럼 통신 쪽 임무가 주특기셨나요?
92
00:12:58,400 --> 00:13:04,467
아니요, 제 주특기는 곡사포였어요
93
00:13:04,467 --> 00:13:09,400
105밀리 곡사포요
94
00:13:10,833 --> 00:13:13,500
포 발사 훈련도 많이 받으셨겠어요
95
00:13:13,500 --> 00:13:21,133
예, 곡사포 운용 훈련과
발사 훈련을 받았죠
96
00:13:23,800 --> 00:13:28,200
참전하셨을 때 한국을 좀
돌아보실 기회가 있었나요?
97
00:13:28,200 --> 00:13:31,733
서울 같은 곳이요
98
00:13:31,733 --> 00:13:35,967
서울을 돌아본 적은 없고,
주둔지 주변을 살펴본 적은 있어요
99
00:13:36,600 --> 00:13:44,267
가끔 마을로 걸어 내려갔는데,
엄청 가난한 곳이었어요
100
00:13:44,267 --> 00:13:46,033
엄청 가난했나요?
101
00:13:46,033 --> 00:13:49,800
그때 이야기를 해 주세요
당시 한국인이 어땠는지에 대해서요
102
00:13:51,133 --> 00:13:58,633
한 번은 전우 중 한 명이 그러니까
세 명 중 한 명이 길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어요
103
00:13:59,067 --> 00:14:07,533
그러다 내리막길을 하나 발견해서
따라 내려갔더니 집이 몇 채 있더군요
104
00:14:08,467 --> 00:14:21,000
굉장히 재미난 추억인데
105
00:14:22,467 --> 00:14:33,933
집 밖에 앉아있던 한 남자가
저희한테 손짓을 하더군요
106
00:14:33,933 --> 00:14:34,800
오, 손짓을요
107
00:14:34,800 --> 00:14:40,633
손짓을 했어요
그리고 미소를 지었죠
108
00:14:40,633 --> 00:14:47,233
저희가 다가가니 그 남자가
목례를 하고 저희에게 말을 걸었죠
109
00:14:48,267 --> 00:14:51,100
알아듣지 못해서
저희는 그냥 가만히 있었어요
110
00:14:51,100 --> 00:14:53,767
그랬더니 그 남자가
기다리라고 말하는 것 같더군요
111
00:14:54,200 --> 00:15:03,067
그래서 집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더니
그 남자가 사진 하나를 들고 돌아오더라고요
112
00:15:03,067 --> 00:15:04,800
사진이요?
113
00:15:05,400 --> 00:15:08,900
어떤 군인의 모습이
찍힌 사진이었어요
114
00:15:08,900 --> 00:15:19,333
그러더니 그 남자는 손가락으로 저와 사진을 번갈아 가리키면서
제가 그 사진 속 군인과 비슷하다고 말했어요
115
00:15:20,533 --> 00:15:27,267
자기 아들이 군인이고 저도 군인이니
우리 둘은 친구라면서요
116
00:15:28,833 --> 00:15:32,300
예,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네요
117
00:15:33,467 --> 00:15:37,033
당시 한국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셨나요?
118
00:15:37,400 --> 00:15:42,500
한국인들은 굉장히 정중해요
굉장히 예의가 바르죠
119
00:15:43,000 --> 00:15:48,967
저희를 볼 때마다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어요
120
00:15:52,800 --> 00:16:12,733
아까 말씀드린 그 남자요, 저희가 부대로 복귀하려고 하니까
집에 들어가 둘둘 말린 종이 뭉치를 한 장 주더군요
121
00:16:13,800 --> 00:16:30,900
뭐라고 말을 했는데 저희는 알아듣질 못했어요
그래서 그냥 건네주는 걸 받아 들고 돌아왔죠
122
00:16:31,167 --> 00:16:57,400
안에 당근처럼 생긴 물건이 들었는데 뭔지 몰라
취사병한테 건네줬더니 약재 같은 거라고 하더군요
123
00:16:57,400 --> 00:16:59,567
그 남자가 선생님께
먹을 걸 줬군요?
124
00:16:59,567 --> 00:17:01,000
맞아요
125
00:17:01,000 --> 00:17:10,367
뭔지 몰랐는데 취사병이 저한테
그건 인삼이라고 말해 줬어요
126
00:17:10,367 --> 00:17:12,133
- 인삼이었군요
- 네, 인삼이요
127
00:17:12,133 --> 00:17:18,167
아! 그럼 그분이 선생님께 아주 좋은 물건을 드린 셈이군요
아주 값비싼 물건이요
128
00:17:18,167 --> 00:17:25,800
처음에 봤을 때 당근인지 알았어요
그리고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어요
129
00:17:25,800 --> 00:17:29,433
- 좀 그랬어요
- 뿌리가 달려있죠
130
00:17:29,433 --> 00:17:33,600
맞아요, 뭔지 몰랐어요
131
00:17:33,600 --> 00:17:45,067
그래서 취사병한테 주니 나중에
약재로도 쓰이는 거라고 알려주더라고요
132
00:17:45,067 --> 00:17:47,733
- 그 정체가 인삼이었고요
- 네, 인삼이요
133
00:17:47,733 --> 00:17:56,167
그때 한국이 나중에 어떻게 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오늘날처럼 바뀌리라고 생각하셨나요?
134
00:17:56,700 --> 00:17:59,133
- 아니요
- 왜 그러셨나요?
135
00:17:59,433 --> 00:18:13,333
그냥 딱 봤을 때 필리핀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생각이 안 들었죠
136
00:18:14,200 --> 00:18:18,167
필리핀보다 한국이
더 잘 살았다는 말씀이신가요?
137
00:18:18,167 --> 00:18:33,433
제가 봤던 걸 토대로 하면,
그땐 필리핀이 한국보다 더 잘 살았어요
138
00:18:34,500 --> 00:18:46,400
그렇지만 지난 2017년에 한국에 재방문했을 때
저는 깜짝 놀랐죠
139
00:18:46,400 --> 00:19:00,367
커다란 빌딩, 늘어선 아파트 가이드가 말하길
눈앞에 보이는 빌딩 전부가 콘도나 아파트라고 했어요
140
00:19:01,133 --> 00:19:11,467
엄청나게 많은 유리창을 가진
큰 빌딩이더군요
141
00:19:12,533 --> 00:19:22,633
그리고 버스를 타고 저희를 안내하던 가이드가
한국이 가난을 극복했다고 말해 줬어요
142
00:19:22,633 --> 00:19:32,733
한국에 더 이상 가난은 없다고요
143
00:19:33,667 --> 00:19:41,933
하지만 필리핀에는 판잣집들이 많은데
한국엔 판잣집들이 없더군요
144
00:19:41,933 --> 00:19:52,967
빌딩은 길을 따라 세워져 있지만
여유를 찾아볼 순 없었죠
145
00:19:53,433 --> 00:20:02,400
예, 오늘날 한국은 필리핀군 등 국제연합군이
한국을 위해 공산주의자에 대항하여 싸워준 덕분에
146
00:20:02,400 --> 00:20:07,967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거듭났습니다
147
00:20:07,967 --> 00:20:18,400
많은 국가의 도움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죠
이런 이유로 선생님을 찾아뵙고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 겁니다
148
00:20:18,400 --> 00:20:26,800
그리고 선생님의 부인 분도 한국에 방문하신 적이 있으시니
면담에 동석 요청을 드리고 싶습니다, 괜찮을까요?
149
00:20:27,533 --> 00:20:30,700
이제 부인분과 함께
면담을 하겠습니다
150
00:20:30,700 --> 00:20:33,333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151
00:20:33,333 --> 00:20:40,167
아순션 이베트 마누엘입니다
1952년 2월 16일생이에요
152
00:20:41,233 --> 00:20:44,200
선생님과는 언제 결혼하셨나요?
153
00:20:44,200 --> 00:20:46,967
- 1973년이요
- 1973년이군요
154
00:20:46,967 --> 00:20:50,867
한국에서 복무한 이야기에 대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나요?
155
00:20:50,867 --> 00:20:52,600
- 아니요
- 정말요?
156
00:20:52,600 --> 00:20:55,700
그렇군요
왜 말씀하지 않으셨어요?
157
00:20:57,100 --> 00:21:08,000
제가 겪었던 일을 말해줄 만한
적당한 때를 찾지 못했거든요
158
00:21:08,567 --> 00:21:16,300
결혼했을 때
한국에 대해 이야기를 못해 줬어요
159
00:21:17,100 --> 00:21:23,800
선생님께서는 2017년에 한국에 가셨죠?
그때 부인분과 함께 가셨나요?
160
00:21:23,800 --> 00:21:27,767
한국에 오시기 전에
한국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있었나요?
161
00:21:30,267 --> 00:21:32,433
- 아니요
- 없었나요?
162
00:21:33,233 --> 00:21:40,600
6·25전쟁에 대해서도 들은 적이 없으셨나요?
케이팝이라든가 한국 드라마 같은 것도 모르셨고요?
163
00:21:41,000 --> 00:21:47,133
저는 학생 때
한국에서 전쟁이 있었다는 이야기만 들었어요
164
00:21:49,700 --> 00:21:53,800
그리고 그땐 필리핀에
한국 드라마도 없었고요
165
00:21:54,567 --> 00:22:02,433
그럼 남편분과 한국에 가서 한국을 보신 후에는
한국에 대해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166
00:22:02,433 --> 00:22:09,133
'참 진보적인 나라구나'하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굉장히 깨끗했고요
167
00:22:10,067 --> 00:22:23,000
도로가 깨끗하다는 기억이 있어요
도로에 잡초 하나 없더라고요
168
00:22:23,000 --> 00:22:26,667
나라가 굉장히 청결했고,
사람들도 정말 친절했어요
169
00:22:30,067 --> 00:22:36,667
남편분께서 한국에 계셨던
1955년에는 한국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170
00:22:36,667 --> 00:22:40,200
저는 1952년에 태어났어요
그래서 알지 못했죠
171
00:22:41,367 --> 00:22:43,833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였어요
172
00:22:43,833 --> 00:22:50,333
그래서 남편분께서는
한국이 지금처럼 되리라고 예상하지 못하셨죠
173
00:22:50,333 --> 00:22:52,633
한국은 그때 정말 암울했거든요
174
00:22:52,633 --> 00:22:58,367
지금은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거듭났고
수준 높은 민주주의도 달성했어요
175
00:22:58,767 --> 00:23:03,233
남편분께서 6·25전쟁 참전용사로서
여기에 기여하신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76
00:23:04,367 --> 00:23:10,900
한국에서의 참전 경험이
남편을 더 강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177
00:23:13,433 --> 00:23:25,333
그렇지만 저는 그런 역사를 알지 못했어요
한국에 갔을 때 알게 됐죠
178
00:23:25,967 --> 00:23:28,200
남편은 그때 참전했다는 것을 말해 줬어요
179
00:23:28,833 --> 00:23:36,900
학교에 다니실 때 6·25전쟁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하셨다고 하셨죠?
180
00:23:37,200 --> 00:23:50,700
그런 이유로 저희는 지금 참전용사의 경험을 기록하고
학생들의 교육자료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181
00:23:50,700 --> 00:24:04,967
그럼 사람들이 1954년과 1955년의 한국과 2017년의
한국에 대해 아내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겠죠
182
00:24:05,367 --> 00:24:14,133
내년은 6·25전쟁 발발 70주년이지만
아직도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았어요
183
00:24:14,133 --> 00:24:18,667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184
00:24:21,433 --> 00:24:27,167
혹시 70주년과 관련해
한국 사람들에게 해줄 말씀이 있으신가요?
185
00:24:28,867 --> 00:24:34,733
한국 사람들은 키가 큰 것 같아요
186
00:24:35,733 --> 00:24:53,767
대부분이 필리핀 사람보다 키가 커요
저희가 한국에 방문했을 때 사람들은 굉장히 건강했죠
187
00:24:54,800 --> 00:25:02,700
건강하고 굉장히 행복해 보였고요
다들 미소를 짓고 있었어요
188
00:25:03,100 --> 00:25:09,033
6·25전쟁에 2차 파병부대의 일원으로
참전하셨던 게 자랑스러우신가요?
189
00:25:09,033 --> 00:25:26,767
예, 저는 한국이 어디 있는지
한국 사람들이 누군지도 모를 때 참전했어요
190
00:25:27,333 --> 00:25:42,967
그렇지만 저는 한국에 가서 모험을 하듯이 한국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들이란 걸 알게 됐어요
191
00:25:43,400 --> 00:25:54,100
굉장히 친절하고,
주변을 잘 챙기고 건강했거든요
192
00:25:54,933 --> 00:26:04,000
6·25전쟁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미국과 중국이 계속 충돌하고 있습니다
193
00:26:04,000 --> 00:26:10,033
마치 중국이라는 용이
미국이라는 매와 싸우는 꼴이죠
194
00:26:10,033 --> 00:26:15,500
6·25전쟁은 종결되지 않았고 현재의 국제적 활동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195
00:26:15,500 --> 00:26:19,267
그래서 저희가 많은 이들에게
6·25전쟁에 대해 알리려고 하고 있고요
196
00:26:19,267 --> 00:26:35,233
저는 언젠가 필리핀 정부와도 힘을 합쳐
교육용 자료를 만들고 싶어요
197
00:26:35,700 --> 00:26:40,967
한국 사람들을 위해 싸워 주신 것에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하단 말씀을 드립니다
198
00:26:40,967 --> 00:26:44,767
덕분에 한국이 지금처럼
재건될 수 있었습니다
199
00:26:44,767 --> 00:26:48,400
나중에 다시 찾아뵙고
도움을 드릴 수 있길 기원하겠습니다
200
00:26:48,400 --> 00:26:51,567
- 정말 감사합니다
- 천만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