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00:00:05,100 --> 00:00:11,133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선생님 성함과 철자를 말씀해 주세요
2
00:00:11,133 --> 00:00:19,000
제 이름은 미셸 오스발드(Michel Ozwald)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자와 혼동하지 마세요
3
00:00:19,000 --> 00:00:25,211
저는 1932년 7월 6일,
엔(Aisne)에서 태어났습니다
4
00:00:27,533 --> 00:00:31,597
성함의 철자를 말씀해 주세요
5
00:00:31,900 --> 00:00:41,533
오스발드 미셸, 엠(M), 아이(I),
씨(C), 에이치(H), 이(E), 엘(L)
6
00:00:42,000 --> 00:00:50,467
- 생년월일은요?
- 1932년 7월 6일이요
7
00:00:50,467 --> 00:00:52,067
고향은 어디세요?
8
00:00:52,067 --> 00:00:59,918
저는 엔(Aisne), 에이(A), 아이(I), 에스(S)
엔(N), 이(E)에서 태어났습니다
9
00:01:00,100 --> 00:01:02,000
엔
10
00:01:02,000 --> 00:01:04,967
네, 랑(Loan) 시에서요
11
00:01:05,600 --> 00:01:07,567
엘(L), 에이(A), 오(O), 엔(N)
12
00:01:09,300 --> 00:01:15,333
선생님 가족에 대해 말씀해 주시겠어요?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에 대해서요
13
00:01:16,300 --> 00:01:21,444
저는 가족이 없습니다
14
00:01:22,500 --> 00:01:31,670
저를 낳아주신 어머니는 생캉탱(Saint-Quentin)에서
저를 낳고 '나는 이 아이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어요
15
00:01:32,367 --> 00:01:37,467
그리고 그 다짐을 끝까지 지켰죠
16
00:01:37,467 --> 00:01:47,531
제가 태어나자 사람들은 어머니를 설득했어요
우리가 도와줄 테니 이 예쁘고, 귀엽고, 건강한 아이를 키우라고요
17
00:01:47,867 --> 00:01:51,896
하지만 그녀는 단호했습니다
'아뇨! 제겐 이미 아이가 있어요
18
00:01:52,333 --> 00:01:57,528
게다가 전 미혼모라고요
그 아이를 키울 수 없어요
19
00:01:58,033 --> 00:02:02,167
안타깝지만 아이를 두고 갈게요'라며
짐을 챙겨 떠났습니다
20
00:02:02,167 --> 00:02:06,552
제 이름을 미셸로 짓고 세례를
받게 해 달라는 말만 남기고요
21
00:02:07,167 --> 00:02:13,067
슬프셨겠어요
어머니를 원망하시나요?
22
00:02:13,067 --> 00:02:17,911
전혀 그렇지 않아요
당시에 고아들은 보모에게 맡겨졌어요
23
00:02:18,600 --> 00:02:29,333
저도 작은 마을의 한 보모에게 보내졌습니다
그 집에는 저를 포함해서 총 여섯 명의 고아가 있었어요
24
00:02:29,333 --> 00:02:40,242
보모는 제1차 세계대전 중 남편을 잃은 미망인이었고
고아들을 양육하면서 보조금으로 삶을 꾸려 나갔죠
25
00:02:40,833 --> 00:02:50,067
그곳에서 살다가 열네 살이 되자
일터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26
00:02:50,067 --> 00:03:01,629
'고아들은 자신들을 키워준 국가에 보답하기 위해
14세부터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다'는 법이 있었거든요
27
00:03:02,033 --> 00:03:05,733
그러면 공부는 어떻게 하셨어요?
28
00:03:06,167 --> 00:03:20,548
법적으로 고아들도 14세까지 교육을 받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좀 달랐어요
29
00:03:20,900 --> 00:03:31,518
학교 선생님들께서 제가 영리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제가 열한 살 때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게 하셨거든요
30
00:03:32,467 --> 00:03:34,000
그러면 중학교에 진학하게 된 건가요?
31
00:03:34,000 --> 00:03:39,067
중학교 마지막 학년까지는 학교에 다녔어요
제가 열네 살이 될 때까지요
32
00:03:39,500 --> 00:03:42,667
하지만 결국 일터로 내몰렸죠
33
00:03:43,667 --> 00:03:53,033
어떤 공무원이 서류를 심사하다가 성적은 무시한 채
제가 열네 살이 된 사실만을 보고 학업을 중단시켰던 것 같아요
34
00:03:53,033 --> 00:03:54,933
어떤 일을 하게 되셨나요?
35
00:03:54,933 --> 00:04:01,265
제과점에서 일을 하게 되었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습니다
36
00:04:01,367 --> 00:04:06,767
고아들은 착취를 당하기 일쑤였죠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고아를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37
00:04:06,767 --> 00:04:14,910
그들은 우리가 매춘부의 자식이며
아버지는 아마도 살인자나 도적일 거라고
38
00:04:15,167 --> 00:04:21,667
그리고 우리에게는 병이 많아서
우리와 교류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39
00:04:22,300 --> 00:04:26,241
모두가 우리를 거부한 겁니다
40
00:04:26,400 --> 00:04:30,367
그러면 제과점에서 일을 하기 전에
학교를 그만두셨겠군요?
41
00:04:30,367 --> 00:04:31,667
그렇죠
42
00:04:31,667 --> 00:04:37,367
학교를 다니다가 제과점에서 일하셨고
이후에 한국에 가게 되셨는데
43
00:04:37,367 --> 00:04:43,039
그전부터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고 계셨나요?
44
00:04:43,267 --> 00:04:51,367
아뇨, 학교에서 지리 시간에 '한국'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은 있습니다
45
00:04:51,367 --> 00:05:02,467
하지만 한국이 분단된 국가라는 사실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죠
46
00:05:02,467 --> 00:05:06,267
그럼 한국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47
00:05:06,700 --> 00:05:13,464
제과점에서 2년 동안 일을 했기 때문에
그 사실도 꽤 늦게 알게 되었어요
48
00:05:13,933 --> 00:05:19,653
사실은, 가게에 강도가 들었는데
사장이 저를 범인으로 몰았답니다
49
00:05:20,800 --> 00:05:24,449
저는 가게에서 쫓겨나서 법정에
출두하게 되었죠, 정말 힘들었어요
50
00:05:24,967 --> 00:05:32,569
여기저기 끌려 다니며 수모를 당했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범인이길 바랐죠
51
00:05:33,033 --> 00:05:39,267
제가 범인이 아닌데도 말이죠
52
00:05:40,333 --> 00:05:45,057
경찰은 고아원으로 저를 찾아와
아침 6시에 저를 감옥으로 끌고 갔습니다
53
00:05:45,900 --> 00:05:51,467
그리고 단두대에서 죄인이 참수되는
광경을 지켜보게 했어요
54
00:05:51,467 --> 00:05:54,633
당시 제 나이는 열여섯이었어요
55
00:05:55,367 --> 00:05:58,033
그러면 전쟁이 났다는 걸
어떻게 아셨어요?
56
00:05:58,033 --> 00:06:03,864
저는 열여덟 살까지
농장에서 일을 했어요
57
00:06:04,267 --> 00:06:13,133
고아들은 매일 학대를 당하고 쉴 틈 없이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삶이 너무 버거웠죠
58
00:06:13,133 --> 00:06:15,838
우리에겐 군대를 가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답니다
59
00:06:16,300 --> 00:06:16,967
그래서요?
60
00:06:16,967 --> 00:06:25,267
고아는 스물한 살이 될 때까지
국가의 통제를 받아야 했습니다
61
00:06:25,267 --> 00:06:31,395
하지만 입대를 하면
열여덟 살에 자유를 얻을 수 있었죠
62
00:06:31,500 --> 00:06:36,277
그래서 제가 열여덟에
입대를 결심한 겁니다
63
00:06:36,800 --> 00:06:41,660
당시, 프랑스는 인도차이나에서
전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64
00:06:42,400 --> 00:06:46,100
많은 연대가
인도차이나 반도에 있었죠
65
00:06:46,100 --> 00:06:52,300
제가 입대를 하면 그곳으로
보내질 거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요
66
00:06:52,300 --> 00:06:57,800
하지만 무섭지 않았어요, 이런 삶을 사느니
전투에서 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으니까요
67
00:06:57,800 --> 00:07:06,846
모든 이야기는 제 자서전
고통의 길에 나와있습니다
68
00:07:09,167 --> 00:07:20,867
어쨌든, 당시 사장이 저를 보내주지
않으려고 해서 그곳에서 도망쳐야 했었죠
69
00:07:20,867 --> 00:07:30,067
결국 입대를 했고, 저는 군에 들어가자마자
인도차이나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70
00:07:30,067 --> 00:07:36,400
그때는 인도차이나가 식민지에서 벗어나려던
시기였고 전쟁은 아직 끝날 기미가 없었습니다
71
00:07:36,400 --> 00:07:39,833
군인이 사회적 존경을 받던 시기였죠
72
00:07:39,833 --> 00:07:45,871
저도 참전을 해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73
00:07:46,800 --> 00:07:52,067
그래서 사람들이 제게 어디로 가고 싶냐고
물어봤을 때 인도차이나라고 답한 겁니다
74
00:07:52,067 --> 00:07:59,033
하지만 저는 갓 입대한 초보 병사였고
인도차이나에 갈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75
00:07:59,033 --> 00:08:06,333
'넌 공부를 좀 했으니 연대에 들어가서
교육을 조금 받고 중사가 되는 것이 좋겠다
76
00:08:06,333 --> 00:08:09,425
그 이후에 인도차이나로 보내주마 '라고
했어요
77
00:08:09,933 --> 00:08:22,400
그리고 그때 6·25전쟁이 터졌습니다
사람들은 한국이 어디 있는 나라인지 알아보기 시작했죠
78
00:08:22,400 --> 00:08:27,600
저도 관심을 갖고
세계 지도를 보게 된 겁니다
79
00:08:27,600 --> 00:08:36,600
저는 1945년 당시 미군의 활동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습니다
코레히도르(Corregidor) 섬에 파병도 하고 그랬죠
80
00:08:36,600 --> 00:08:47,900
어쨌든 그때 즈음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된 겁니다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81
00:08:50,433 --> 00:08:56,333
군대에서는 제가 인도차이나 전쟁에 자원했으니
훈련을 받으며 조금 시간을 가져보자고 했어요
82
00:08:57,100 --> 00:09:01,433
- 인도차이나에 가시기 전이죠?
- 네, 그렇죠
83
00:09:01,433 --> 00:09:09,900
당시에는 입대하여 고지대에서 생활하는
방법 등을 한 달 동안 훈련하고 있었습니다
84
00:09:09,900 --> 00:09:16,433
그러다가 이미 한국으로 파병된
프랑스 대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85
00:09:16,700 --> 00:09:22,033
자원자로 이루어진 대대였죠
86
00:09:22,033 --> 00:09:31,567
그때 프랑스군은 인도차이나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었고 병사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87
00:09:31,567 --> 00:09:39,400
그럼에도 프랑스는 유엔이 참전을 결정한
6·25전쟁에 힘을 보태고 싶어 했습니다
88
00:09:39,833 --> 00:09:43,965
그래서 민간인으로 대대를 만든 겁니다
89
00:09:45,633 --> 00:09:53,433
프랑스 국군의 세력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죠
6·25전쟁에 참전하기 위해 모인 민간인들이었으니까요
90
00:09:54,700 --> 00:09:59,100
하지만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았어요
91
00:09:59,100 --> 00:10:08,767
가혹한 기후와 전투로 인해 민간 대대가
1년 만에 귀국을 하게 되었습니다
92
00:10:08,767 --> 00:10:13,300
그들을 대체할 인원을 찾아야 했죠
하지만 더 이상 지원자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93
00:10:14,167 --> 00:10:22,662
그래서 인도차이나에 파병되기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을 상대로 한국에 갈 지원자를 찾게 된 것입니다
94
00:10:22,967 --> 00:10:31,767
이 자원 참전자들의 조건은 어땠습니까?
급여는 있었나요?
95
00:10:31,767 --> 00:10:42,881
아니요, 처음 한국에 갔던 대대는 민간인과
전직 군인으로 구성된 조직이었습니다
96
00:10:43,367 --> 00:10:52,900
이상주의자들이었죠, 그들 중 절반 이상이
반공사상을 가졌던 사람인 것 같아요
97
00:10:53,200 --> 00:11:04,900
공산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죠
98
00:11:05,933 --> 00:11:15,400
대부분 모험심이 많은 사람들이었고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프랑스를 떠나려 했던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99
00:11:16,067 --> 00:11:23,867
실연을 당하고 한국으로 간 사람들도 있었겠죠
어쨌든 모두 자발적으로 한국에 갔습니다
100
00:11:23,867 --> 00:11:29,233
그러면 선생님은 어떤 조건으로
참전을 하게 되셨나요?
101
00:11:29,367 --> 00:11:32,433
저는 조건이 좋았어요
102
00:11:32,433 --> 00:11:39,867
그전에는 한 번도 돈을 벌어본 적이 없었는데
그때부터는 월급을 받기 시작했죠
103
00:11:39,867 --> 00:11:43,300
정확한 금액은 말씀드릴 수 없지만
꽤 큰 액수였습니다
104
00:11:43,300 --> 00:11:53,100
한국에서 있는 동안 월급의 50%는 달러로
나머지 50%는 프랑스 계좌로 받았어요
105
00:11:53,100 --> 00:11:55,733
굉장히 좋았죠
106
00:11:55,733 --> 00:12:02,854
제가 한국에 16개월 동안 있었거든요
귀국을 해보니 계좌에 100만 프랑이 있더라고요
107
00:12:03,000 --> 00:12:10,501
저는 돈을 잘 쓰지 않고 술이나 담배도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108
00:12:10,767 --> 00:12:16,985
정말 마법 같았습니다, 그전까지
돈이라는 것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109
00:12:17,133 --> 00:12:24,233
월급을 받는다는 사실도 한국에 가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제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정말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었죠
110
00:12:24,233 --> 00:12:33,700
한국에 도착한 날짜를 기억하십니까?
프랑스에서 모여서 출발하셨나요?
111
00:12:33,700 --> 00:12:37,433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의
경로를 말씀해 주세요
112
00:12:37,433 --> 00:12:43,500
네, 기억합니다
제 두 번째 자서전에 다 나와 있어요
113
00:12:43,500 --> 00:12:48,606
제 군생활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거든요
114
00:12:49,033 --> 00:12:56,464
저희는 마르세유(Marseille)로 모였습니다
스코굼(Skogum)이라 불리는 노르웨이 선박에 탑승했죠
115
00:12:57,167 --> 00:13:01,900
- 날짜는요?
- 11월이었어요
116
00:13:02,267 --> 00:13:08,600
그리고는 12월 24일에
요코하마에 도착했습니다
117
00:13:08,600 --> 00:13:11,867
- 1952년이었나요?
- 1952년
118
00:13:11,867 --> 00:13:15,767
- 1952년 맞죠?
- 네, 1952년이 맞습니다
119
00:13:15,767 --> 00:13:26,233
선발 대대는 이미 귀국한 상태였죠
저희는 두 번째 대대였습니다, '한국 대대'라고 불렸죠
120
00:13:26,233 --> 00:13:34,592
한국으로 가는 와중에 많은 곳을 들렀어요
그때 기억에 남는 한 사건이 있네요
121
00:13:35,733 --> 00:13:44,613
우리 배가 마르세유를 막 떠났을 때
라 마르세예즈(La Marseillaise)라는 신문에
122
00:13:44,867 --> 00:13:52,900
'500명의 용병들이 우리 공산주의 형제을 죽이기 위해
한국으로 떠난다'라는 아주 불쾌한 기사가 나갔습니다
123
00:13:53,367 --> 00:14:03,044
그런데, 마침 배에 문제가 생겨서 저희는
3일 만에 다시 마르세유로 돌아오게 되었죠
124
00:14:03,200 --> 00:14:07,567
선임들이 그 기사를 읽었고
신문사로 찾아가 복수를 하기로 했습니다
125
00:14:09,067 --> 00:14:15,867
당시 열아홉 청년이었던 저도 그들의 뒤를 따랐죠
우린 신문사로 가서 모조리 다 부쉈습니다
126
00:14:16,133 --> 00:14:22,667
선임들이 제게 타자기를 넘겨주며
'꼬마야, 창문 밖으로 던져!' 하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127
00:14:22,667 --> 00:14:30,933
길바닥에서 타자기가 부서지는 소리가
2층까지 들렸던 것도 생각이 나고요
128
00:14:30,933 --> 00:14:39,100
그 난리를 벌이고,
이후에도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죠
129
00:14:39,100 --> 00:14:49,433
결국 선박이 수리됐고, 우리는 다시 배에 올랐습니다
그리고 대만을 지나서 요코하마에 도착했죠
130
00:14:49,433 --> 00:14:58,233
선생님은 그 당시의 비참한 삶을
떠나고 싶으셨던 거군요
131
00:14:58,233 --> 00:15:03,967
한국에 도착했을 땐
어떤 인상을 받으셨어요?
132
00:15:03,967 --> 00:15:06,367
우리는 일본을 통과했습니다
133
00:15:06,367 --> 00:15:16,267
먼저 도쿄의 미군 주둔지에 도착했고
그 후 기차를 타고 일본을 횡단하여 사세보로 갔습니다
134
00:15:17,267 --> 00:15:21,100
거기서 배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했죠
135
00:15:22,300 --> 00:15:27,987
날씨가 굉장히 추웠어요
136
00:15:28,867 --> 00:15:39,567
열차 안에서 추위에 떨며
38선으로 향했습니다
137
00:15:39,567 --> 00:15:47,300
제가 기억하는 것은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며
가족들과 함께 철길을 걷던 한국의 빈곤층이었습니다
138
00:15:47,300 --> 00:15:50,400
가슴이 아팠죠
139
00:15:50,533 --> 00:15:57,033
기관사는 연신 경적을 울리며
철로 위의 사람들을 쫓아냈습니다
140
00:15:57,033 --> 00:16:03,050
당시 상황은 정말 비참 그 자체였어요
141
00:16:03,433 --> 00:16:07,700
기차 안에서 도시락 배급을 받아
식사를 하던 중이었죠
142
00:16:08,067 --> 00:16:12,709
동료 한 명이
잠시 도시락을 바닥에 내려놓았어요
143
00:16:13,367 --> 00:16:17,667
비스킷을 한 입 먹고
다시 그 도시락을 찾는데 없어진 겁니다
144
00:16:18,467 --> 00:16:24,900
누가 자기 도시락을 가져갔냐며 이곳저곳을 뒤졌죠
하지만 그걸 가져간 사람은 없었어요
145
00:16:24,900 --> 00:16:29,467
다른 도시락을 바닥에 놓자마자
또다시 없어졌습니다
146
00:16:29,800 --> 00:16:33,667
다시 한번 비스킷을 바닥에 놓자
난데없이 작은 손이 튀어나왔습니다
147
00:16:34,967 --> 00:16:39,333
가난하고 굶주린 꼬마 아이가
의자 아래에 숨어있었던 거예요
148
00:16:39,333 --> 00:16:45,418
우리는 그 귀여운 아이를 그곳에서 꺼냈고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힌 후 같이 데리고 다녔어요
149
00:16:45,667 --> 00:16:50,725
서울에 도착해서는
적십자에게 아이를 맡겼습니다
150
00:16:50,867 --> 00:16:57,967
선생님도 고아였는데,
그 아이를 보는 기분이 어떠셨나요?
151
00:16:57,967 --> 00:17:05,700
굶주리고 비참했던 제 어릴 적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어요
152
00:17:05,933 --> 00:17:18,533
당시 상황은 정말 비참했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큰 짐을 등에 지고 하염없이 걸었죠
153
00:17:18,533 --> 00:17:25,667
우리가 가진 것을 그들에게 나눠주었습니다
정말 슬펐죠
154
00:17:25,667 --> 00:17:32,233
저는 그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한국으로 온 이유를 알게 된 거죠
155
00:17:32,700 --> 00:17:42,085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배웠고 공산주의자들이
세계를 지배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156
00:17:42,367 --> 00:17:45,791
그때부턴 더 적극적으로
전쟁에 임하게 되었죠
157
00:17:45,967 --> 00:17:51,767
당시에 선생님께서는 서울도 가 보셨을 텐데요
그때 모습은 어땠나요?
158
00:17:51,767 --> 00:17:56,667
바로 서울에 간 것은 아니었어요
저는 겨울에 한국에 도착했는데, 바로 전선으로 올라갔죠
159
00:17:56,667 --> 00:17:58,954
훈련도 받았고요
160
00:17:59,133 --> 00:18:04,859
저는 당시 포병 연대에서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특별한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161
00:18:05,033 --> 00:18:13,270
선임들은 제가 꽤 영리하단 것을
알았던 것 같아요
162
00:18:13,467 --> 00:18:18,467
저에게 박격포 사격 조준 임무를 주었죠
163
00:18:18,867 --> 00:18:31,344
중국군을 향한 박격포 조준을 담당해야 했습니다
며칠 만에 훈련을 받고 즉시 전선에 도달했습니다
164
00:18:31,500 --> 00:18:33,700
서울에는 언제 가셨나요?
165
00:18:33,700 --> 00:18:44,133
서울을 가려면 긴 휴가를 받아야 하는데
휴가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166
00:18:44,133 --> 00:18:50,010
보통 24시간의 휴가가 주어졌고
그동안 모든 일처리를 해야 했죠
167
00:18:50,200 --> 00:18:56,091
전선에서 두 달이 지나자 처음으로
서울을 갈 수 있는 휴가가 주어졌습니다
168
00:18:56,384 --> 00:19:06,333
작은 배낭을 메고 군용 트럭에 올라 서울로 향했죠
서울의 입구에서 내렸고, 밤낮으로 서울을 걸었습니다
169
00:19:06,333 --> 00:19:10,746
서울은 완전히 파괴된 상태였죠
170
00:19:10,900 --> 00:19:15,885
제 책에 보시면 당시 황폐화된 서울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비참했죠
171
00:19:16,500 --> 00:19:21,867
당시에는 성매매가 많았어요, 우리는 병사들이었고
전장에서 여자는 구경도 하지 못했으니까요
172
00:19:21,867 --> 00:19:25,167
보통 휴가는 여자를
만나러 가는 시간이었어요
173
00:19:25,167 --> 00:19:31,200
모두 여자를 찾고 싶어 했죠
그래서 성매매가 이루어졌던 겁니다
174
00:19:31,633 --> 00:19:36,867
한국인들은 너무나 굶주렸었고,
먹을 것을 구해야 했습니다
175
00:19:36,867 --> 00:19:46,933
그래서 우리는 배급을 받은 식량을 주고
젊은 여자와 함께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176
00:19:46,933 --> 00:19:56,382
저는 정말 어렸어요, 경험이 없었죠
그 당시에는 정말 황홀했습니다
177
00:19:56,500 --> 00:20:03,200
어쨌든, 제가 참가한 첫 전투는
금화지구 전투였습니다
178
00:20:03,433 --> 00:20:05,133
금화요
179
00:20:09,167 --> 00:20:17,500
그때 포탄을 조준하기 위해 참모 지도에 계산식을
적었는데 그 지도를 아직도 가지고 있어요
180
00:20:18,767 --> 00:20:23,633
제 기억으론 금화지구에
한 달 정도 머무른 것 같아요
181
00:20:23,633 --> 00:20:25,833
- 그게 첫 전투였나요?
- 네, 그게 첫 전투였죠
182
00:20:25,833 --> 00:20:33,700
- 어느 대대 소속이셨나요?
- 유엔군 프랑스 대대였습니다
183
00:20:33,700 --> 00:20:41,400
보병으로 구성된 3개 중대와
'퀸(Queen)'이라 불리는 중대가 있었습니다
184
00:20:41,400 --> 00:20:43,067
- 퀸 중대요?
- 네
185
00:20:43,067 --> 00:20:54,533
무기, 기관총, 81mm 박격포 75mm 무반동포를
가지고 있던 중대였습니다
186
00:20:54,533 --> 00:20:59,567
- 75요?
- 75㎜ 무반동포요
187
00:21:01,385 --> 00:21:09,233
우리는 전선에 있었고,
중국군은 맞은편에 있었습니다
188
00:21:09,233 --> 00:21:14,133
날씨가 너무나 추웠고,
강까지 언 상태였죠
189
00:21:14,600 --> 00:21:20,467
교전은 많이 없었습니다
총격전은 가끔 있었고, 급습이 많았어요
190
00:21:22,100 --> 00:21:26,067
- 그게 1952년이었나요?
- 네, 1952년이죠
191
00:21:26,067 --> 00:21:35,400
금화지구 전투였으면, 1953년 1월이겠군요
1953년 1~2월이 맞죠?
192
00:21:35,400 --> 00:21:36,933
아뇨, 1952년이었어요
193
00:21:36,933 --> 00:21:45,167
1952년 12월 24일에 요코하마에
도착했다고 하셨잖아요
194
00:21:45,167 --> 00:21:47,700
- 그건 1951년이었어요
- 1951년이었군요!
195
00:21:48,133 --> 00:21:56,500
다시 말씀드리자면 직접적인 교전은
많이 없었고 대부분 게릴라 전이었어요
196
00:21:57,167 --> 00:22:04,067
그러니까, 적의 순찰대가 우리가 향하는 곳에
숨어있다가 갑자기 공격을 하는 거예요
197
00:22:04,067 --> 00:22:10,267
그래서 저희도 항상 움직여야 했습니다
낮에는 들판을 보면서 아군의 이동 경로를 계획했죠
198
00:22:10,267 --> 00:22:15,100
'저기에 중국인이 있으니 우리 포로로 만들자'
이런 계획을 세웠습니다
199
00:22:15,100 --> 00:22:21,133
참고로, 우리에겐 북한군이나 중국군이나
다를 바가 없어서 다 중국군이라고 불렀어요
200
00:22:21,133 --> 00:22:30,867
어쨌든 우리는 작전을 준비했어요
저는 박격포 조준을 담당했고요
201
00:22:30,867 --> 00:22:42,600
그러다가 어느 날 저희가 급습을 당한 거예요
위치가 발각된 거죠
202
00:22:43,167 --> 00:22:47,933
우리가 납작 엎드려서 강을 건너고 있는데
총알이 날아오기 시작했습니다
203
00:22:47,933 --> 00:22:53,033
사면초가 상태에 빠진 거죠
후퇴도 불가능했습니다
204
00:22:53,033 --> 00:22:56,733
그때 제 옆에는 대위 한 분이 계셨어요
바레스(Barrès) 대위님은 제 영웅입니다
205
00:22:57,700 --> 00:23:00,600
많은 책에 등장하시는 유명인사죠
206
00:23:00,600 --> 00:23:04,900
생 시르(Saint-Cyr) 육군사관학교에
'바레스'라 명명된 기수가 있을 정도니까요
207
00:23:05,900 --> 00:23:12,533
눈은 내리고 우리는 강 속에 갇혀 있는데
그분이 제게 말씀하셨어요
208
00:23:12,533 --> 00:23:21,367
'해가 뜨면 우리는 전멸할 거야
자네가 저기에 있는 기관총을 파괴해야 하네!'
209
00:23:22,200 --> 00:23:26,300
저는 결국 기관총을 파괴했습니다
210
00:23:27,100 --> 00:23:33,933
결국 아무도 포로로 잡히지 않고
우리 모두 안전하게 돌아올 수 있었죠
211
00:23:34,200 --> 00:23:39,200
그가 저에게 칭찬을 해주었고
그때 첫 번째 훈장을 받았습니다
212
00:23:39,200 --> 00:23:41,033
- 선생님이 파괴하신 거예요?
- 네, 그렇죠
213
00:23:41,033 --> 00:23:43,567
한 5명은 사살했을 거예요
214
00:23:43,567 --> 00:23:47,200
- 어떤 훈장이었나요?
- 프랑스 십자훈장이었죠
215
00:23:47,200 --> 00:23:51,233
해외 참전 전투 십자 훈장
(TOE, théâtres d'opérations extérieurs)이요
216
00:23:51,233 --> 00:23:58,567
미군에서도 영웅적일 일을 하거나
큰 공을 세운 군인에게 메달을 수여하죠
217
00:23:58,567 --> 00:24:06,933
프랑스에서는 그걸 십자훈장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은성훈장(Silver Star)이라고 하죠
218
00:24:06,933 --> 00:24:13,233
전쟁을 치르면서 이런 훈장을 많이 받으면
'군사훈장'을 받고 더 공을 많이 쌓으면
219
00:24:13,233 --> 00:24:17,833
'레지옹도뇌르훈장(Légion d'honneur)'이라는
명예 훈장을 받게 됩니다
220
00:24:17,833 --> 00:24:25,833
선생님께서 기관총을 파괴하고
5명을 죽였을 때 혼자는 아니셨죠?
221
00:24:25,833 --> 00:24:29,933
그럼요, 제 주변에 보병들이 있었죠
222
00:24:29,933 --> 00:24:37,400
대위님은 제게 '자네가 포격을 준비해야 해
자네만이 우리를 여기서 빠져나가게 할 수 있어'라고 하셨고
223
00:24:37,400 --> 00:24:40,800
저는 그분의 명령을 따랐습니다
224
00:24:40,800 --> 00:24:45,767
그때 저는 열아홉의 신참 하사에
불과했는데도 말이에요!
225
00:24:45,767 --> 00:24:50,967
혹시 부상을 당하셨나요?
금화지구 전투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226
00:24:50,967 --> 00:24:56,200
저는 조금 이상한 방식으로
부상을 당했습니다
227
00:24:57,267 --> 00:25:03,033
다른 전투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티본전투라고 들어보셨을 거예요
228
00:25:03,033 --> 00:25:11,067
티본은 무인지대에 위치한
작은 산의 봉우리에 있었어요
229
00:25:11,833 --> 00:25:19,200
여기에 전선이 있었고, 강이 있었고
티본고지가 있었고요
230
00:25:19,200 --> 00:25:23,833
맞은편에는 중국군이
점령한 산이 있었습니다
231
00:25:23,833 --> 00:25:27,400
우리는 전초 기지에 있었죠
232
00:25:27,867 --> 00:25:32,033
중국군은 우리와 아주 가까운 곳에 있었고요
우리는 욕설까지 주고받았습니다
233
00:25:32,767 --> 00:25:38,400
중국군들은 우리에게 '프랑스 병사들아! 집으로 돌아가라!
너희들은 다 죽을 거야!'라며 소리를 질렀고
234
00:25:38,400 --> 00:25:46,800
우리는 '꺼져!'라고 대답을 했죠
그러면 바로 일제사격이 시작되곤 했습니다
235
00:25:47,600 --> 00:25:51,333
우리는 적군과 굉장히 가까이 있었어요
시체와 함께 지내야 했죠
236
00:25:51,333 --> 00:25:58,433
티본은 미군에 의해 최초로 점령당한 후
다시 중국에 손으로 넘어갔었고
237
00:25:58,700 --> 00:26:01,300
그 당시에는 다시 우리가
점령을 한 상태였거든요
238
00:26:02,233 --> 00:26:07,567
수많은 시체가 그곳에서 부패하고 있었습니다
완전히 부어오른 시신도 있었어요
239
00:26:07,567 --> 00:26:15,200
참호는 시체로 가득했습니다
곡괭이로 땅을 파기만 하면 검은 창자가 나왔어요
240
00:26:15,200 --> 00:26:19,633
악취가 코를 찔렀죠
그 악취는 아직까지도 잊지 못합니다
241
00:26:20,533 --> 00:26:29,233
지금까지도 시체가 있었던 곳을 지나가면
그 냄새를 알아낼 수 있어요
242
00:26:29,700 --> 00:26:31,367
부상 얘기를 계속해볼게요
243
00:26:31,367 --> 00:26:35,167
티본, 금화 전투와 선생님의
부상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나요?
244
00:26:35,167 --> 00:26:37,100
거의 다 왔습니다
245
00:26:37,100 --> 00:26:42,700
당시에 중국과 북한은
그 전초기지를 다시 점령하려 했어요
246
00:26:42,700 --> 00:26:48,133
전방뿐 아니라 후방에서도
공격이 마구 들어왔습니다
247
00:26:48,133 --> 00:26:51,400
우리가 포위당하는 건 시간문제였죠
248
00:26:51,400 --> 00:26:57,567
어느 날 우리의 포로로부터 적군이 곧 티본을
공격할 거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죠
249
00:26:57,567 --> 00:27:02,833
우리는 당장 경계 태세를 갖췄습니다
250
00:27:03,233 --> 00:27:06,167
우리가 만들어 놓은
참호에서 대기하고 있었죠
251
00:27:06,167 --> 00:27:10,867
그리고 어느 날 밤 적군이
우리를 앞뒤에서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252
00:27:10,867 --> 00:27:13,233
우리는 참호에서 대기할 수밖에 없었죠
253
00:27:13,567 --> 00:27:23,467
저는 박격포를 발사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당장 그곳에서 벗어나야 했으니까요
254
00:27:23,467 --> 00:27:25,833
앞쪽으로는 중국군들이 있었습니다
255
00:27:25,833 --> 00:27:34,867
아시다시피, 북한과 중국의 전투 기술은
미국의 기술과는 전혀 달라요
256
00:27:34,867 --> 00:27:39,733
수천, 수백 명의 적군이
붉은 깃발을 휘날리며 우리에게 달려들었죠
257
00:27:40,000 --> 00:27:43,600
박격포를 발사했지만,
그들을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258
00:27:43,600 --> 00:27:50,200
그들은 자신이 목숨을 잃을 것을 알면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으니까요
259
00:27:50,200 --> 00:27:55,500
결국 그곳에는 수많은 시체가
쌓이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260
00:27:55,500 --> 00:28:01,900
당시 제 휘하에 라디오 송수신을
담당하는 군인이 있었어요
261
00:28:01,900 --> 00:28:12,300
제가 그에게 명령을 내리는 순간
적군이 우리 쪽으로 박격포를 발사하기 시작했습니다
262
00:28:12,300 --> 00:28:17,200
흙이 여기저기로 마구 튀었죠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고 저항했습니다
263
00:28:17,200 --> 00:28:21,167
새벽이 되자, 남은 것은 시체뿐이었어요
264
00:28:21,167 --> 00:28:26,500
중국군들은 모두 돌아갔죠
우리가 이겼던 겁니다
265
00:28:26,500 --> 00:28:32,133
부하가 절 보더니 제 귀에
피가 가득하다고 하더군요
266
00:28:32,700 --> 00:28:42,233
1953년 한국을 떠나셨을 때 한국이 이 정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상상해 보신 적이 있나요?
267
00:28:42,233 --> 00:28:45,600
아뇨, 상상도 못했습니다
268
00:28:45,600 --> 00:28:52,367
하지만 전 미국인들을 잘 압니다
그들은 원한다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죠
269
00:28:52,367 --> 00:28:57,467
저는 항상 미국의 힘에 놀랍니다
270
00:28:57,467 --> 00:29:01,533
한국은 상업적으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어요
271
00:29:01,533 --> 00:29:10,833
그때문인지 요즘 한국과
이웃국가 간의 관계가 좋지 않더군요
272
00:29:10,833 --> 00:29:20,667
물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여러 나라를 도왔습니다
당시 많은 나라가 힘들었기 때문이죠
273
00:29:20,667 --> 00:29:29,500
하지만 미국의 도움을 받은 나라가
모두 한국처럼 된 것은 아닙니다, 알고 계시죠?
274
00:29:29,500 --> 00:29:34,600
네, 물론이죠
정치 지도자들도 중요한 역할을 했죠
275
00:29:34,967 --> 00:29:45,733
러시아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면
정치 지도자들의 중요성을 알 수 있으니까요
276
00:29:45,733 --> 00:29:52,100
푸틴이 권력을 잡고 있지만,
나라가 잘 돌아가지 않잖아요
277
00:29:52,100 --> 00:29:58,900
북한도 나름대로 머리를 굴리고 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아요
278
00:29:59,300 --> 00:30:09,733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분쟁으로 인해 국가의 발전이 저해되고 있죠
279
00:30:09,733 --> 00:30:13,633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발전하지 못한 겁니다
280
00:30:13,833 --> 00:30:20,000
그래도 미래에 대한 희망은 잃지 말아야겠죠
저는 인류가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281
00:30:20,000 --> 00:30:24,000
제자리에만 머무를 수는 없는 거니까요
282
00:30:24,000 --> 00:30:31,233
사람들은 텔레비전을 보고 전 세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게 됩니다
283
00:30:31,233 --> 00:30:39,800
프랑스에서는 현재 이민이 가장 큰 이슈이죠
트럼프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요
284
00:30:39,800 --> 00:30:45,567
모든 나라들은 발전을 이루고 싶어 하지만
그것이 쉽진 않습니다
285
00:30:45,567 --> 00:30:50,767
지금은 부자들이 민중을 휘두르고 있어요
앞으로는 변화해야 합니다
286
00:30:50,767 --> 00:30:53,067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죠
287
00:30:53,067 --> 00:31:02,333
현재 한국의 경제력이
전 세계에서 몇 위쯤 되는지 아세요?
288
00:31:02,333 --> 00:31:07,767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상위에 있는 걸로 압니다
289
00:31:07,767 --> 00:31:10,600
현재 전 세계 11위입니다
290
00:31:10,600 --> 00:31:18,933
2030년이 되면 한국의 경제력이 프랑스를 넘어설
것이라고 하는데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291
00:31:18,933 --> 00:31:20,200
놀랍지 않습니다
292
00:31:20,200 --> 00:31:26,833
이제까지 프랑스는 늘 선진국이었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러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프랑스는 지금 휘청대고 있습니다
293
00:31:26,833 --> 00:31:34,267
지도자들도 갈팡질팡 방황하고 있죠
그래서 많은 발전을 이루지도 못했고요
294
00:31:34,267 --> 00:31:43,300
당연한 결과예요, 마크롱 대통령도
조금씩 이 사태를 실감하고 있습니다
295
00:31:45,633 --> 00:31:48,067
한국에도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요!
296
00:31:48,067 --> 00:31:54,500
제가 어디서 들은 얘기이지만
'너무 많은 돈은 돈을 죽인다'라고 하더군요
297
00:31:55,000 --> 00:32:04,667
선생님이 한국에 오셨을 때 철길을 걷던
비참한 사람들을 봤다고 말씀하셨잖아요
298
00:32:04,667 --> 00:32:08,467
그런데 지금 한국은 경제력으로
세계 11대 강국이 되었습니다
299
00:32:08,467 --> 00:32:10,400
기분이 어떠세요?
300
00:32:10,400 --> 00:32:20,067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죠
아마 한국에는 이민 문제가 없나 봅니다
301
00:32:20,067 --> 00:32:24,133
한국이 이민자를 받아들이는지
모르겠지만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302
00:32:24,133 --> 00:32:27,167
- 이민자는 많지 않습니다
- 참 이상해요
303
00:32:27,167 --> 00:32:32,700
예컨대 아프리카에서 온 가난한 사람들은
부유한 나라로 가고 싶어 합니다
304
00:32:33,233 --> 00:32:42,000
한국은 부자 나라인데도
이민자들이 한국으로 가지 않아요
305
00:32:42,000 --> 00:32:49,800
그 이유가 뭘까요? 언어 때문일까요?
모르겠어요, 이상합니다
306
00:32:49,800 --> 00:32:55,733
하지만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알제리와 관계가 있었잖아요
그래서 이민자들이 프랑스로 온 거고요
307
00:32:55,733 --> 00:33:04,767
하지만 한국은 늘 빈곤한 나라였습니다
최근에 와서야 부를 축적하기 시작했죠
308
00:33:04,767 --> 00:33:06,233
그때문이 아닐까요?
309
00:33:06,233 --> 00:33:09,067
하지만 한국 주변에도
가난한 나라가 많습니다
310
00:33:12,900 --> 00:33:22,267
인도 주변에 있는 나라에서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많죠
311
00:33:22,267 --> 00:33:28,733
그들이 유럽으로 오는 것은 아니니까
동쪽으로 갈 수도 있는 거고요
312
00:33:28,733 --> 00:33:39,300
한국의 법은 이민자들을
쉽게 받아들이는 편인가요?
313
00:33:39,800 --> 00:33:46,700
다른 질문을 드릴게요
오늘의 인터뷰 주제는 6·25전쟁이니까요
314
00:33:46,700 --> 00:33:57,167
선생님은 많은 전투에 참여하셨어요
그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전투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315
00:33:58,733 --> 00:34:05,833
애로우헤드 전투입니다
많은 폭격이 있었죠
316
00:34:05,833 --> 00:34:12,767
처음에는 중국군과 북한군이 약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는 점점 병사 규모를 키웠고요
317
00:34:13,967 --> 00:34:19,667
결국 폭격으로 전투가 시작되었습니다
318
00:34:20,400 --> 00:34:23,867
대포가 끊임없이 날아왔어요
물론 러시아제 무기도 있었죠
319
00:34:25,000 --> 00:34:28,500
그렇게 24시간 동안 폭격이 계속되었어요
귀가 완전히 망가졌습니다
320
00:34:29,533 --> 00:34:36,233
부상자가 속출했고,
벙커가 폭발했습니다
321
00:34:36,233 --> 00:34:40,367
날아오는 포탄에 우리의
좁은 참호가 완전히 파괴되었죠
322
00:34:40,367 --> 00:34:46,933
그 시점에 우리가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24시간 이상 지속되었어요
323
00:34:46,933 --> 00:34:52,433
그것이 저에게는
가장 힘든 전투였습니다
324
00:34:52,433 --> 00:34:59,567
심지어 포기할 뻔한 순간도 있었습니다
지금 후퇴해야 한다, 버틸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죠
325
00:34:59,567 --> 00:35:04,900
하지만 우리는 버텼습니다
영광스러운 전투였죠
326
00:35:04,900 --> 00:35:11,533
미국인들도 비행기와 패튼(Patton) 장갑차를 동원해서
우리가 그곳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주었어요
327
00:35:12,467 --> 00:35:22,100
보통 프랑스인들은 미국인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당시에 미군들과의 관계는 어땠나요?
328
00:35:22,100 --> 00:35:24,167
정말 좋았습니다
329
00:35:24,167 --> 00:35:32,800
우리는 프랑스 대대였기 때문에, 프랑스적인 삶을 영위했습니다
그 말인즉슨, 좋은 와인이 있었다는 얘기죠
330
00:35:33,300 --> 00:35:40,867
우리가 가평에서 휴가를 즐기고 있는데 미군들이
프랑스군의 장교 식당에 와서 와인과 코냑을 맛봤어요
331
00:35:42,400 --> 00:35:47,133
우리가 좋은 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죠
332
00:35:47,133 --> 00:35:50,433
그 이후 지금까지도
친구로 지내는 미국인들이 있습니다
333
00:35:50,433 --> 00:35:58,967
스티브 셰나(Steve Chenard)라고 하는 친구는
지금 오레곤(Oregon) 주에 살고 있죠
334
00:35:58,967 --> 00:36:04,633
젊은 미국 여성들이 프랑스 군인에게
보내는 위문편지도 받아 보았습니다
335
00:36:04,633 --> 00:36:11,733
저에게 자주 편지를 보낸 캐롤 미셸
(Carole Mitchell)이라는 여성분은
336
00:36:11,733 --> 00:36:16,400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게 납니다
사진도 보내주었죠
337
00:36:17,967 --> 00:36:25,000
한국군과도 함께 싸운 적이 있나요?
한국 병사들과도 교류가 있었나요?
338
00:36:25,000 --> 00:36:36,333
물론이죠,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이 있었어요
표장에 인디언 머리와 별 모양이 새겨진 유명한 사단이죠
339
00:36:36,333 --> 00:36:41,267
그들의 모토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예요
340
00:36:41,733 --> 00:36:53,400
이 사단 아래에는 많은 연대가 있었어요
그중 하나가 제23보병연대였고요
341
00:36:53,667 --> 00:37:06,000
이 연대에는 프랑스 대대, 한국 대대 및
미군 대대 2개 총 4개의 대대가 포함되었습니다
342
00:37:06,900 --> 00:37:11,567
4개의 대대가 한 연대를 구성했죠
343
00:37:11,800 --> 00:37:18,600
일화를 하나 말씀드릴게요
그날은 연대 전체가 집합하는 날이었습니다
344
00:37:18,600 --> 00:37:25,033
4개 대대가 한 곳에 모였죠
각 대대 앞에는 대대장이 있고요
345
00:37:25,033 --> 00:37:35,800
장군이 '받들어 총!'이라고 명령을 내리면
첫 번째 대대의 연대장이 뒤를 돌아서 외쳤습니다
346
00:37:35,800 --> 00:37:41,400
'1대대, 받들어 총!' 딱! 딱! 딱!
정확했죠
347
00:37:42,433 --> 00:37:46,300
'2대대 받들어 총!' 또다시
연대장이 명령을 반복했고요
348
00:37:46,300 --> 00:37:51,033
'3대대, 받들어 총!' 딱! 딱! 딱!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349
00:37:51,833 --> 00:37:57,233
마지막 프랑스 대대의 차례였죠
'프랑스 대대, 받들어 총!'
350
00:37:57,233 --> 00:38:00,533
우당탕 난리가 났습니다
351
00:38:00,533 --> 00:38:06,800
프랑스 병사들은 무기를 제대로 들지 못했죠
퍼포먼스가 정말 우스웠어요
352
00:38:07,233 --> 00:38:16,567
그다음에는, '한국 대대 ' 딱! 딱! 딱!
353
00:38:16,567 --> 00:38:18,967
한국 대대는 음악을 연주했죠
354
00:38:21,733 --> 00:38:26,200
흥미로운 경험이었어요
355
00:38:26,200 --> 00:38:28,600
그러면 한국군과도 함께 싸우신 거군요
356
00:38:28,600 --> 00:38:34,967
네, 같은 대대에도 한국 병사들이 있었죠
357
00:38:36,533 --> 00:38:45,300
그리고, 파리에서 다 같이 모일 기회가 있었어요
그때 한국 군인들도 같이 있었답니다
358
00:38:46,100 --> 00:38:56,033
10월에 파리에 모였던 적이 있는데
그때 개선문에서 봉화 행사를 했어요
359
00:38:56,800 --> 00:39:07,467
그 주변에 한국인이나 일본인 관광객들이 우리를 보고는
지금 무슨 행사를 하고 있는 건지 묻더군요
360
00:39:07,600 --> 00:39:12,300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6·25전쟁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죠, 그때 참 뿌듯했답니다
361
00:39:12,600 --> 00:39:29,667
선생님께서는 고아로 태어나서
프랑스를 떠나고 싶으셨을 텐데
362
00:39:30,167 --> 00:39:36,400
그 소원이 이뤄졌다고 봐도 될까요?
363
00:39:36,400 --> 00:39:46,367
네, 제가 어렸을 땐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었어요
제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죠
364
00:39:46,367 --> 00:39:53,633
사람들은 늘 저를 '버러지'나
'도둑놈'으로 취급했답니다
365
00:39:53,633 --> 00:39:57,067
갑자기 생각이 난 이야기가 있네요
366
00:39:58,133 --> 00:40:04,933
제가 한국에서 귀국한 이후, 군대에서 제게
프랑스의 어느 연대로 들어가고 싶은 지 묻더군요
367
00:40:04,933 --> 00:40:12,867
저는 '저는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프랑스서는 제 자리가 없어요'라고 대답했죠
368
00:40:13,333 --> 00:40:18,533
그리고 저는 북아프리카로 떠났습니다
모로코였죠
369
00:40:18,867 --> 00:40:24,633
그리고 그곳에서 하사관으로서
볼 수 있는 모든 시험을 봤어요
370
00:40:26,300 --> 00:40:31,233
그나저나, 이 얘기를 하면 너무 제 자랑같이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그렇게 허풍이 심한 사람이 아닌데 말이에요
371
00:40:31,233 --> 00:40:37,167
어쨌든, 저는 그렇게
모든 시험을 통과했어요
372
00:40:38,333 --> 00:40:42,333
그러자 사람들은
저를 장교로 만들려고 했죠
373
00:40:42,333 --> 00:40:48,533
저는 열네 살 이후로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었어요
하지만 그들은 할 수 있다며 용기를 북돋았죠
374
00:40:49,000 --> 00:40:53,733
저는 '하기 싫습니다, 하기 싫어요
저는 하사로 남겠습니다' 이 대답만 되뇌었고요
375
00:40:54,100 --> 00:41:00,367
그런데 어느 날 대위님이 저를 부르시더군요
왜 장교가 되기 싫은 건지 말을 해보라고요
376
00:41:01,167 --> 00:41:10,500
저는 아주 예전에 절도범으로
오해를 받아서 유죄 선고를 받은 적이 있고
377
00:41:10,500 --> 00:41:13,467
그래서 아마 전과 기록이
남아있을 거라고 말씀드렸어요
378
00:41:14,467 --> 00:41:20,033
그러자 대위님께서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법을 공부한 장교를 불러서 제 이야기를 듣게 하셨죠
379
00:41:20,033 --> 00:41:26,533
대위님이 '네 이야기를 해보아라!'라고 하셨고
저는 사실을 다 털어놓았어요
380
00:41:26,867 --> 00:41:30,733
그분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라고
호통을 치셨죠
381
00:41:30,733 --> 00:41:36,233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이 말도 안 된다며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하셨어요
382
00:41:38,667 --> 00:41:41,733
프랑스로 돌아가서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하셨죠
383
00:41:41,733 --> 00:41:44,267
그 사건은 랭스(Reims) 지역에서
일어난 거였어요
384
00:41:45,400 --> 00:41:50,300
그래서 저는 랭스로 갔고,
경찰서를 찾아갔죠
385
00:41:50,967 --> 00:41:56,633
마침 저를 조사한 형사 한 명의 이름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요
386
00:41:56,633 --> 00:42:03,633
그의 이름은 뫼르세로(Mercereau)였죠
그래서 저는 경찰서로 들어가 뫼르세로 형사님을 찾았어요
387
00:42:04,067 --> 00:42:09,767
사람들이 '뫼르세로 청장님이요?'라고 되묻더군요
8년 만에 그가 청장으로 승진했던 거예요
388
00:42:09,767 --> 00:42:14,133
10시가 되어야 출근을 하신다고 하길래
그곳에서 기다렸습니다
389
00:42:14,833 --> 00:42:21,833
그가 도착했고 함께 사무실로 들어갔죠
그가 저에게 물었어요
390
00:42:22,600 --> 00:42:25,867
'당신이 나를 보고 싶다던 군인인가?
무슨 용건이지?'
391
00:42:26,300 --> 00:42:28,633
저는 대답했죠
'제 이름은 미셸 오스발드입니다'
392
00:42:28,800 --> 00:42:31,300
그가 다시 질문했죠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393
00:42:31,300 --> 00:42:34,767
그래서 저는 그에게
'뷔리 제과점 절도 사건이요!'라고 외쳤어요
394
00:42:36,000 --> 00:42:42,367
그러니까 그는 '자네군! 성공했구만!
높은 계급장도 달고 말이야!'라며 놀라더군요
395
00:42:42,367 --> 00:42:45,333
그는 제가 그곳에 온 이유를
알고 싶어 했죠
396
00:42:45,333 --> 00:42:52,200
제가 아직도 범인으로 지목되어 있는지
알고 싶어서 찾아왔다고 말했어요
397
00:42:52,200 --> 00:42:58,400
그는 한참 전에 진범을
찾았다고 말해주었어요
398
00:42:58,933 --> 00:43:00,467
이 얘기를 하려니 다시 슬퍼지네요
399
00:43:00,467 --> 00:43:05,533
저를 범죄자로 몰고, 저를 때리고 여기저기
끌고 다니던 경찰, 수사관들을 생각하면 말이에요
400
00:43:06,100 --> 00:43:09,000
진범을 잡고서도
아무도 저를 생각해주지 않았죠
401
00:43:09,200 --> 00:43:14,333
저는 당시에 너무나 큰 고통을 받았었기에
죽을 각오를 하고 한국에 갔었는데
402
00:43:14,333 --> 00:43:17,800
진범이 잡힌 이후 그 누구도
저에게 그 소식을 전해주지 않았어요
403
00:43:18,900 --> 00:43:22,700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저는 머리끝까지 화가 났습니다
404
00:43:22,967 --> 00:43:27,933
그래서 육사에 들어갔어요
결국 대령이 되었죠
405
00:43:28,100 --> 00:43:30,567
그렇지만,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406
00:43:30,800 --> 00:43:33,567
언제 군대를 떠나셨어요?
407
00:43:33,567 --> 00:43:40,533
오래전에 그만두었죠!
제 나이 쉰둘에 군대를 떠났어요
408
00:43:40,533 --> 00:43:44,833
벌써 30년이 지났네요
409
00:43:44,833 --> 00:43:52,533
이후에도 저는 나라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교통안전 캠페이너로 활동했습니다
410
00:43:53,100 --> 00:43:57,867
20년 동안 청년들이 도로에서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노력했죠
411
00:43:57,867 --> 00:44:05,433
고아로 태어나신 선생님의 인생을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요?
412
00:44:05,433 --> 00:44:06,867
정확히 말하면 고아는 아니고
생모에게 버림을 받은 거예요
413
00:44:06,867 --> 00:44:12,900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지만
선생님은 대령의 위치까지 올라가셨어요
414
00:44:12,900 --> 00:44:18,833
그리고 한국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르시죠
그렇다면 선생님의 인생을 어떻게 요약할 수 있을까요?
415
00:44:20,433 --> 00:44:24,433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죠
많은 사람들의 도움 덕분이었어요
416
00:44:25,467 --> 00:44:30,267
장교님들도 저를 좋게 봐주셨죠
하지만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417
00:44:30,267 --> 00:44:40,233
제가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게 아니라고요!
저는 신에게 매우 화가 나 있어요
418
00:44:41,167 --> 00:44:49,400
당시에 다른 고아원 아이들처럼
저는 성당에도 열심히 다니고 교리도 배웠어요
419
00:44:50,067 --> 00:44:51,567
봉사도 많이 했죠
420
00:44:51,567 --> 00:44:56,433
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고요!
하느님을 믿고 그분에게 기도도 드렸어요
421
00:44:57,700 --> 00:45:01,433
하지만 하느님은
저를 보살피지 않았어요
422
00:45:01,433 --> 00:45:05,567
정말 사랑하던 제 보모가 돌아가셨을 때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저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죠
423
00:45:06,033 --> 00:45:09,667
저는 장례식에도 갈 수 없었어요!
너무나 큰 고통이었답니다
424
00:45:09,900 --> 00:45:17,067
그녀는 제가 정직한 사람이 되도록
저를 보살피고 가르친 유일한 사람이었으니까요
425
00:45:19,133 --> 00:45:24,767
보모가 돌아가시고 3주가 흘렀고
전 그때까지도 큰 슬픔에 빠져있었어요
426
00:45:24,767 --> 00:45:29,067
그런데 사람들은 저를 도둑으로 몰았죠
너무 힘들었어요!
427
00:45:29,400 --> 00:45:34,200
모두 저를 손가락질했어요
그때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428
00:45:34,467 --> 00:45:39,033
하느님은 가난한 자들, 아이들
불행한 자들을 사랑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429
00:45:39,400 --> 00:45:42,600
저는 아마 그 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았던 모양이죠
430
00:45:43,433 --> 00:45:53,200
하지만 이제 와서 제 인생을 뒤돌아보면,
꽤 만족스러워요, 나름 성공한 인생이죠
431
00:45:53,200 --> 00:46:00,800
그럼에도 그 대가가 너무 혹독했어요
여기까지 오는 동안 너무나 많은 일을 겪어야 했죠
432
00:46:00,800 --> 00:46:06,000
결국 큰 보상을 받았지만 말이에요
자서전도 쓰고요
433
00:46:06,667 --> 00:46:13,300
책이 꽤 잘 팔린답니다
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책을 사고 싶어 하니까요
434
00:46:13,667 --> 00:46:18,467
제 군생활과 사생활을
모두 책에 담았어요
435
00:46:18,467 --> 00:46:27,500
최근에 아직도 저를 기억하는 옛 부하로부터 편지를 받았죠
저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더군요
436
00:46:27,500 --> 00:46:32,100
제 명령을 따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하면서요
437
00:46:32,100 --> 00:46:35,533
저는 늘 부하들을 위했거든요
438
00:46:35,533 --> 00:46:42,400
저는 살인을 저지른 부하까지도 보호하려 했어요
형사법원에서 그를 위한 증언까지 했다니까요
439
00:46:43,400 --> 00:46:54,433
선생님의 책을 카메라 앞으로 들어주세요
책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해 주실 수 있나요?
440
00:46:54,433 --> 00:47:00,933
이 책은 저의 군생활에 관한 이야기예요, 제가 열여덟 살이
되던 해부터 은퇴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죠
441
00:47:00,933 --> 00:47:06,733
제 군대 얘기를 풀어놓았어요
일부는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내용이죠
442
00:47:06,733 --> 00:47:12,467
책에는 더 자세한 내용이 들어있어요
6·25전쟁 등에서 찍은 사진도 있고요
443
00:47:12,467 --> 00:47:19,600
정말 열심히 집필했답니다
솔직하려고 노력했죠
444
00:47:19,600 --> 00:47:23,933
6·25전쟁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실 수 있나요?
445
00:47:23,933 --> 00:47:29,000
이건 최전선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비교적 조용하죠
446
00:47:29,000 --> 00:47:35,233
동료들과 함께 씻고 있어요
헬멧을 벗고 씻고 있네요
447
00:47:35,233 --> 00:47:37,367
이 분이 이틀 후에
목숨을 잃었다고요?
448
00:47:37,367 --> 00:47:43,567
네, 아까 제 벙커로
데려왔다고 말한 그 친구예요
449
00:47:43,567 --> 00:47:51,667
전투 사진도 있네요, 가장 어려웠다고
말씀하신 애로우헤드 전투 사진이요
450
00:47:51,667 --> 00:47:55,967
선생님께서 직접 찍은 건가요?
451
00:47:58,433 --> 00:48:01,467
네, 맞습니다
281 고도네요
452
00:48:01,467 --> 00:48:08,433
이후에 한국을 다시 찾았을 때
이곳을 볼 수 있었어요
453
00:48:08,433 --> 00:48:13,233
애로우헤드는 북한 땅이지만 인근에
위치한 산에 올라 이곳을 볼 수 있었죠
454
00:48:13,433 --> 00:48:17,200
제가 사용하던 벙커가
그대로 있더군요
455
00:48:17,200 --> 00:48:22,700
저는 재킷과 헬멧을 착용한 완전한 군인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숨어야 했어요
456
00:48:22,700 --> 00:48:27,400
하지만 재향군인들이
저희를 그쪽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457
00:48:27,400 --> 00:48:28,800
아무나 갈 수 없는 곳이죠
458
00:48:28,800 --> 00:48:33,800
그때 어떤 기분이 드셨어요?
459
00:48:33,800 --> 00:48:37,633
뭉클했죠! 감정이 북받쳐 올랐어요
460
00:48:39,000 --> 00:48:43,400
한국 군인들과 같이 찍은 사진이에요
이건 최전선에서 찍은 거고요
461
00:48:43,400 --> 00:48:44,800
커피를 주었죠
462
00:48:44,800 --> 00:48:52,567
휴가도 가시고, 전선에도 계시고
참호에서 찍은 것도 있네요
463
00:48:52,567 --> 00:48:57,500
이건 티본고지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464
00:49:11,700 --> 00:49:26,033
이건 제가 태어나서부터 결혼할 때까지 꽤 괜찮은
사람이 될 때까지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465
00:49:26,033 --> 00:49:28,200
전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밑바닥 인생이었죠
466
00:49:28,200 --> 00:49:33,467
사람들은 저를 학대했고, 저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어요
저를 고통 속으로 내몰았죠
467
00:49:33,467 --> 00:49:38,300
하지만 저는 레지옹도뇌르훈장을 받았습니다
제 인생의 끝을 훈장으로 마무리한 거예요
468
00:49:38,300 --> 00:49:41,433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469
00:49:41,867 --> 00:49:44,900
- 여기에 두 남자아이가 있는데요
- 저예요!
470
00:4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