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00:00:05,500 --> 00:00:08,200
로베르 테롤(Robert Terol)입니다
2
00:00:08,200 --> 00:00:15,967
이름의 철자는 티(T), 이(E),
알(R), 오(O), 엘(L)입니다
3
00:00:15,967 --> 00:00:24,333
- 생년월일은요?
- 1933년 2월 2일입니다
4
00:00:24,333 --> 00:00:28,833
- 동안이시네요!
- 네, 맞아요, 안타깝게도 말이에요
5
00:00:29,733 --> 00:00:33,667
- 올해 연세가 아흔여섯이신가요?
- 그렇죠
6
00:00:33,667 --> 00:00:43,167
올해 연세가 그렇게 되시면, 6·25전쟁이
발발했을 땐 열여덟도 되지 않으셨네요!
7
00:00:43,267 --> 00:00:48,133
전쟁이 시작되었을 당시에는 그랬죠
8
00:00:48,133 --> 00:00:55,800
하지만 저는 1년 후인
1952년에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9
00:00:55,800 --> 00:01:07,167
제가 입대한 것은 1951년이었어요
그 해 2월 2일에 18세가 되자마자 바로 입대했죠
10
00:01:07,967 --> 00:01:22,233
정리해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1933년에 태어났고
1951년에 18세의 나이로 입대했습니다
11
00:01:22,233 --> 00:01:27,800
- 1951년에 입대하신 거군요
- 네, 1951년 3월에요
12
00:01:27,800 --> 00:01:32,633
그리고 1952년에
6·25전쟁에 참전하셨나요?
13
00:01:32,633 --> 00:01:44,233
당시에 저는 부사관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윗사람의 말에 잘 복종하지 않아서 하사로 졸업했습니다
14
00:01:44,933 --> 00:01:54,267
또한, 그때는 프랑스가 인도차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라서
한국과 인도차이나 중 한 곳을 선택해서 갈 수 있었어요
15
00:01:54,267 --> 00:01:56,133
선생님 고향은 어디세요?
16
00:01:56,500 --> 00:02:03,467
전 1933년 모로코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제 부모님은 프랑스인이었어요
17
00:02:03,467 --> 00:02:08,667
당시에는 모로코가 프랑스 보호령이었거든요
18
00:02:08,667 --> 00:02:14,467
부모님께서는 스페인 출신이지만
프랑스 국적을 갖고 계셨습니다
19
00:02:14,467 --> 00:02:18,467
부모님은 왜 모로코에 가셨던 건가요?
20
00:02:19,033 --> 00:02:23,767
그 얘기를 하자면 길어요
21
00:02:25,467 --> 00:02:38,933
제 조부모님은 스페인 출신 프랑스분들이고
제 부모님은 알제리에서 태어나셨죠
22
00:02:38,933 --> 00:02:48,133
그때는 모로코가 프랑스 보호령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였는데, 일 때문에 모로코에 계셨죠
23
00:02:48,133 --> 00:02:53,233
- 프랑스에는 언제 오셨어요?
- 열여덟에 군에 입대하면서 오게 되었죠
24
00:02:53,233 --> 00:03:02,133
그 후 한 여자를 만났고, 로렌(Lorraine)의
루네빌(Lunéville)에서 그녀와 결혼했습니다
25
00:03:03,533 --> 00:03:10,933
사실, 한국에서 프랑스로 돌아오자마자
그녀를 만나게 된 거예요
26
00:03:10,933 --> 00:03:17,267
다만 복무기간이 아직 3개월 남아있었죠
27
00:03:17,267 --> 00:03:25,267
그 기간 동안 나머지 근무를 하고
바로 전역해서 그녀에게 돌아갔습니다
28
00:03:25,267 --> 00:03:30,000
- 6·25전쟁 이후에 아내분을 만나셨다고요?
- 네, 맞아요
29
00:03:30,000 --> 00:03:37,200
한국에서의 파병기간이 끝나고 귀국하자
파리 근방에 위치한 어느 곳으로 보내졌어요
30
00:03:37,200 --> 00:03:41,867
그곳에서 다음 인사발령을 기다려야 했죠
31
00:03:41,867 --> 00:03:51,833
그때 로렌에 있는 부대로 배속되었고
거기서 제 아내가 될 사람을 만난 거예요
32
00:03:51,833 --> 00:04:00,700
그러면 1951년에 프랑스에 오신 거네요
학교는 모로코에서 다니셨고요?
33
00:04:00,700 --> 00:04:05,033
네, 모로코에서 입대를 지원한 것이죠
34
00:04:05,033 --> 00:04:12,833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부사관학교를
선택했기 때문에 프랑스에 오게 되었습니다
35
00:04:12,833 --> 00:04:20,067
6·25전쟁에 참전하기 전에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36
00:04:20,067 --> 00:04:25,433
아뇨, 뉴스에서 들어본 적은 있죠
37
00:04:26,600 --> 00:04:36,967
당시에는 텔레비전이라는 것이 없었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세계를 여행하고 싶었죠
38
00:04:36,967 --> 00:04:43,967
원했다면 인도차이나에 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다지 흥미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39
00:04:43,967 --> 00:04:47,967
진정한 전쟁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40
00:04:47,967 --> 00:04:52,000
모로코에 계실 때 한국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으세요?
41
00:04:52,000 --> 00:04:54,400
6·25전쟁이 나고서야 알게 되었죠
42
00:04:54,400 --> 00:04:58,200
라디오나 심지어는 영화관에서도
6·25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요
43
00:04:58,200 --> 00:05:03,133
그러면 6·25전쟁이 발발하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게 되신 거네요?
44
00:05:03,133 --> 00:05:03,967
네
45
00:05:03,967 --> 00:05:09,500
입대는 어떻게 결정하시게 된 건가요?
모험심 때문이었나요?
46
00:05:09,500 --> 00:05:13,933
사실 저는 모로코를 떠나고 싶었습니다
47
00:05:13,933 --> 00:05:19,600
물론 제 고향은 맞지만 그곳에
더 이상 머무르고 싶지 않았어요
48
00:05:19,600 --> 00:05:26,733
그런데 그땐 워낙 어렸기 때문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어요
49
00:05:27,067 --> 00:05:36,500
무작정 모험을 떠나보자는 마음이었죠
그다음부터 일이 그렇게 흘러간 겁니다
50
00:05:36,500 --> 00:05:41,267
하여튼, 당시에 프랑스에서는
공산주의가 꽤 강력한 세력이었어요
51
00:05:43,500 --> 00:05:45,367
저는 반공산주의자였고요
52
00:05:45,367 --> 00:05:53,500
선생님께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Strasbourg)에
오셔서 어떤 교육을 받으셨나요?
53
00:05:53,500 --> 00:06:02,400
부사관학교에서 군사훈련을 받은 거죠
하지만 중사로 졸업하지는 못했어요
54
00:06:03,067 --> 00:06:13,000
제가 어렸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게 큰 중책을 맡을 자신도 없었어요
55
00:06:13,000 --> 00:06:17,000
미성숙한 아이에 불과했거든요
56
00:06:17,000 --> 00:06:20,433
그 학교는 얼마나 다니셨나요?
57
00:06:20,433 --> 00:06:31,033
4월에 시작해서 12월에 끝났습니다
그리고는 6·25전쟁에 자원해서 참전하게 되었죠
58
00:06:31,033 --> 00:06:37,267
선생님께서는 아까 반공주의자라고 말씀하셨어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59
00:06:38,133 --> 00:06:42,900
잘 모르겠어요, 설명하기가 힘드네요
60
00:06:44,500 --> 00:06:54,500
제 주위에는 공산주의자가 딱 한 명 있었어요
제 사위였는데, 별로 사이가 좋진 않았죠
61
00:06:55,400 --> 00:07:04,867
성격은 좋은 친구였어요, 어쨌든 그 당시에는
정치에 대해 많이 알지 못했습니다
62
00:07:04,867 --> 00:07:12,700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선생님께서는 모험을 좋아하신다고 하셨죠
63
00:07:12,700 --> 00:07:18,433
제가 6·25전쟁에 자원하게 된 것은
저의 인본주의적인 사상 때문이기도 해요
64
00:07:21,533 --> 00:07:34,433
한국이라는 나라가 위험에 빠져 있고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죠
65
00:07:37,567 --> 00:07:48,500
제가 가지고 있던 모험심과 그런 마음이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66
00:07:48,867 --> 00:07:56,667
전쟁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두렵진 않으셨어요?
67
00:07:56,667 --> 00:08:01,667
그땐 어려서 겁이 없었답니다
사실 한국에서 의식을 잃기도 했었죠
68
00:08:01,667 --> 00:08:12,667
어쨌든, 20살이 되기 전까지는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69
00:08:12,667 --> 00:08:18,400
부모님께서는 당시 참전에
반대하지 않으셨나요?
70
00:08:18,400 --> 00:08:23,168
어머님은 제가 군에 입대하는 걸 반대하셨어요
71
00:08:23,192 --> 00:08:28,400
특히 당시 인도차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어서 더 반대가 심했죠
72
00:08:28,400 --> 00:08:35,733
모든 어머니들이 그렇듯 말이에요
73
00:08:35,733 --> 00:08:39,933
결국엔 어머니를 약간 속여서
군사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74
00:08:39,933 --> 00:08:44,967
'인도차이나에 보내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고 보여드렸죠
75
00:08:44,967 --> 00:08:49,533
하지만 광고에서도 그렇듯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보는 가장 크게 보여주잖아요
76
00:08:49,533 --> 00:08:51,767
작은 글씨는 잘 읽지 않으니까요
77
00:08:51,767 --> 00:08:54,000
이것도 마찬가지였죠
78
00:08:54,000 --> 00:08:59,700
장교가 되기 위한 공부를 계속한다는 조건 하에
인도차이나에 보내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79
00:09:00,000 --> 00:09:04,667
하지만 실제로 저는 인도차이나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80
00:09:04,667 --> 00:09:09,467
그러면 어머님이 이 문서에
서명을 하신 건가요?
81
00:09:09,467 --> 00:09:20,727
당시에는 프랑스 병력을 늘리기 위해 광고를 많이 했어요
전쟁 중이었으니 군인을 계속 양성해야 했죠
82
00:09:20,900 --> 00:09:27,376
- 부모님의 동의는 필요 없었나요?
- 물론 필요했어요
83
00:09:27,533 --> 00:09:30,657
제가 인도차이나에 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셨기에 어머니께서 동의하셨죠
84
00:09:30,833 --> 00:09:34,247
한국에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하셨으니까요
85
00:09:34,333 --> 00:09:39,600
그럼 한국에 가기 전에
모로코나 프랑스에 애인이 있었나요?
86
00:09:39,600 --> 00:09:41,333
아뇨, 없었어요
87
00:09:43,333 --> 00:09:50,567
- 믿기 힘든데요
- 요즘의 세태와는 달랐죠
88
00:09:50,567 --> 00:09:55,400
한국에 도착할 때까지의
여정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89
00:09:55,400 --> 00:09:59,865
군사학교를 졸업하고, 모로코에
약 한 달 정도 휴가를 떠났어요
90
00:10:00,133 --> 00:10:07,933
그리고 다시 프랑스에 돌아오자
오부르(Auvours)로 보내졌죠
91
00:10:08,433 --> 00:10:20,688
파리, 샤르트르(Chartres) 근처에 있는 곳인데
거기에 군부대가 있었거든요
92
00:10:21,533 --> 00:10:30,068
6·25전쟁 참전에 자원한 병사들이 다 모였어요
며칠간 그곳에 머물렀죠
93
00:10:30,600 --> 00:10:39,459
이후 기차를 타고 마르세유(Marseille)로
향했고 거기에서 배에 올랐습니다
94
00:10:40,067 --> 00:10:47,067
며칠간 머물렀던 곳이 어딘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파리와 르망(Le Mans)에서 멀지 않은 곳이었어요
95
00:10:47,067 --> 00:10:52,233
- 어쨌든 마르세유에서 배를 타신 거죠?
- 네
96
00:10:52,833 --> 00:10:57,760
마르세유에서 라 마르세유(La Marseillaise)라
불리는 유람선에 탑승했습니다
97
00:10:58,633 --> 00:11:02,472
지금은 없어졌죠
그 배를 타고 한국 근처까지 도착했어요
98
00:11:02,800 --> 00:11:10,737
그 배가 언제 출발했는지 기억나세요?
99
00:11:13,533 --> 00:11:24,533
아마, 1952년 3월 말경이었을 거예요
100
00:11:24,533 --> 00:11:28,333
한국에는 언제 도착하셨나요?
101
00:11:28,333 --> 00:11:42,000
그전에 일본에 잠깐 들러서 정비를 했거든요
이후에 한국 대대에는 4월 15일에 합류했습니다
102
00:11:42,000 --> 00:11:52,095
제가 한국에 도착했을 때
프랑스 대대는 전방에 배치되어 있었어요
103
00:11:52,533 --> 00:11:56,333
한국 어느 도시로 도착하셨나요?
104
00:11:56,333 --> 00:12:01,233
일본의 사세보에서 출발하여 일본 전역을
횡단하고, 부산으로 도착했습니다
105
00:12:01,233 --> 00:12:04,996
부산에 내려서 바로 전방에 가신 건가요?
106
00:12:05,200 --> 00:12:08,667
바로 프랑스 대대에 합류했죠
107
00:12:08,667 --> 00:12:10,467
프랑스 대대는 어디에 있었나요?
108
00:12:10,467 --> 00:12:20,867
당시에 한국의 어느 지역에 프랑스 기지를 만들어
놓았었는데 지역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네요
109
00:12:21,133 --> 00:12:30,602
하지만 갓 도착한 병사들은
최전선에 있는 부대로 보내졌습니다
110
00:12:30,900 --> 00:12:36,872
프랑스 대대가 휴가를 보내던
가평 기지에 가셨던 게 아닐까요?
111
00:12:37,567 --> 00:12:39,467
네
112
00:12:39,467 --> 00:12:45,000
어쨌든 저는 전선에서
첫 전투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113
00:12:45,300 --> 00:12:48,961
전투 이름을 기억하세요?
114
00:12:50,033 --> 00:12:53,892
몇몇 전투는 제가 도착하기 전에 벌어졌어요
115
00:12:54,167 --> 00:13:01,397
제가 한국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기동전이 아니라 진지전의 형태를 띠었죠
116
00:13:01,667 --> 00:13:12,233
그전에 벌어진 전투에는 물론 참여하지 못했어요
저는 서두르는 타입이 아니었으니까요
117
00:13:12,233 --> 00:13:19,133
보세요, 여기 사진이 있습니다
프랑스 대대가 휴식을 취하던 장소예요
118
00:13:19,133 --> 00:13:27,694
선생님께서는 한국에 가기 전에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알지 못하셨고
119
00:13:28,067 --> 00:13:35,917
1952년 3월에 한국에 도착하셨습니다
첫인상이 어땠나요?
120
00:13:36,200 --> 00:13:38,167
첫인상이라...
121
00:13:38,167 --> 00:13:48,367
처음 항구에 도착했을 때, 미군이
음악과 함께 우리를 환영해 주었어요
122
00:13:48,367 --> 00:14:00,293
이후 우리는 트럭에 올라 대대에 합류했죠
날씨가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어요
123
00:14:00,567 --> 00:14:16,710
첫인상이라고 하면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어서 놀라웠죠
124
00:14:17,267 --> 00:14:24,267
- 어떤 부분이 놀라웠나요?
- 제 눈에 보이는 것들이요
125
00:14:24,267 --> 00:14:26,000
어떤 게 보이셨는데요?
126
00:14:26,733 --> 00:14:35,133
한편으로는 가난한 나라라고 느꼈고
다른 한편으로는 날씨가 좋지 않았죠
127
00:14:35,133 --> 00:14:39,600
그때는 뭐가 뭔지 잘 몰랐어요
128
00:14:39,600 --> 00:14:47,766
그때 한국에서 보신 가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129
00:14:48,867 --> 00:14:59,357
한국에는 산이 많았어요
그 주변으로는 별 게 없었죠
130
00:15:00,033 --> 00:15:04,067
어떻게 말씀드려야 좋을지 모르겠네요
131
00:15:04,067 --> 00:15:06,207
한국 사람들을 보진 못했나요?
132
00:15:06,533 --> 00:15:13,600
제가 지나가는 곳에는 한국사람들이 많이 없었어요
지리적으로 좀 멀리 떨어져 있었죠
133
00:15:13,600 --> 00:15:22,151
지금 텔레비전을 통해 보는
한국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요
134
00:15:22,367 --> 00:15:31,700
지금은 잘 포장된 도로도 있잖아요
당시에는 불도저로 만든 임시 통행로가 전부였습니다
135
00:15:33,067 --> 00:15:38,933
그리고 날씨도 조금 슬펐어요
어쨌든 초반에는 한국 민간인들을 많이 보지 못했죠
136
00:15:38,933 --> 00:15:45,133
이후에 한국 사람들을 봤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137
00:15:46,200 --> 00:15:54,212
서울이나 그런 도시를 가기 전에는
한국 사람들을 보지 못했다니까요
138
00:15:55,100 --> 00:16:00,640
민간인들을 전선에서 꽤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동시켰기 때문이에요
139
00:16:01,639 --> 00:16:04,808
일종의 전략이었죠
140
00:16:05,200 --> 00:16:10,367
미군이 후퇴할 경우, 민간인들 때문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어요
141
00:16:10,367 --> 00:16:17,397
전선에서 수 킬로미터 떨어진 시골 마을에만
사람들이 그대로 남아있을 수 있었답니다
142
00:16:17,453 --> 00:16:27,076
나머지 사람들은 다 집을 떠나야 했어요
전선 주위에는 군인들 밖에 없었죠
143
00:16:28,200 --> 00:16:35,300
어쨌든 제가 본 건 그래요
144
00:16:35,933 --> 00:16:39,733
민간인의 상황은 잘 몰랐어요
145
00:16:39,733 --> 00:16:43,607
당시에는 전선에서 거의 50km
떨어진 곳까지 통제구역이었답니다
146
00:16:44,033 --> 00:16:55,333
그렇다면, 아까 텔레비전에서 한국의 모습을 봤다고 하셨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147
00:16:55,333 --> 00:17:08,767
1952~1953년에 선생님이 보신 한국과
지금의 한국의 차이점을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148
00:17:08,767 --> 00:17:11,267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149
00:17:11,267 --> 00:17:22,567
과거의 서울은 미디(Midi) 지역의 작은 마을
페즈나(Pézenas)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곳이었어요
150
00:17:24,600 --> 00:17:26,967
이 마을을 아시는지 모르겠어요
베지에(Béziers)에서 멀지 않은데
151
00:17:26,967 --> 00:17:36,133
어쨌든 볼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곳이라는 얘기죠
지금 서울의 모습과는 비교가 불가능해요
152
00:17:36,133 --> 00:17:39,433
과거에는 '소박했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153
00:17:39,433 --> 00:17:47,667
당시에 한국이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보신 적이 있나요?
154
00:17:47,800 --> 00:17:50,267
아뇨, 생각 못했죠
155
00:17:50,267 --> 00:17:57,467
당시에는 식민지다 뭐다 해서 서방국가의
지배를 받던 나라들이 있었어요
156
00:17:57,467 --> 00:18:05,227
그런 나라들은 모두 가난했었죠
이렇게 발전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157
00:18:05,500 --> 00:18:08,440
아직까지도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158
00:18:08,633 --> 00:18:16,667
저는 36개월간 알제리 전쟁에 참전했어요
하지만 알제리는 전쟁이 종식된 이후에도 여전히 가난합니다
159
00:18:16,667 --> 00:18:20,867
석유가 있는데도 말이에요
160
00:18:21,433 --> 00:18:27,833
그런데 한국은 다르지 않습니까?
그 이유가 뭔지 궁금해요
161
00:18:27,833 --> 00:18:35,337
프랑스는 식민화, 특히 알제리를
식민화한 것에 대해 많은 비판을 받고 있어요
162
00:18:35,767 --> 00:18:43,933
물론 그 때문에 7년 동안 전쟁이 이어졌고 알제리가
그 이후에 많은 발전을 이루지 못한 것은 맞습니다
163
00:18:45,867 --> 00:18:52,133
그런데 한국은 다르잖아요
164
00:18:52,133 --> 00:18:57,494
텔레비전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나
한국의 모습만 봐도 느낄 수 있어요
165
00:18:58,333 --> 00:19:10,833
산유국인 알제리의 예를 드셨어요
그런데 한국에는 천연자원조차 없습니다
166
00:19:10,833 --> 00:19:16,167
그런데 왜 알제리는
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걸까요?
167
00:19:16,167 --> 00:19:20,410
아마 이슬람 종교 때문이겠죠
168
00:19:20,519 --> 00:19:26,467
무슬림들은 오래전부터
기독교 서양과 대척점에 서있었어요
169
00:19:26,767 --> 00:19:34,356
하지만, 그들이 150년 동안 점령당했던
사실 또한 잊으면 안 됩니다
170
00:19:34,633 --> 00:19:41,986
한국과 알제리를
단순하게 비교할 수는 없겠죠
171
00:19:42,233 --> 00:19:50,440
6·25전쟁에 참전하신 이후
한국을 다시 방문한 적이 있나요?
172
00:19:50,800 --> 00:20:00,200
아니요, 하지만 한국에 대한 관심은 항상 갖고 있었습니다
어쨌거나 제가 한국을 위해, 한국인들을 위해 싸웠으니까요
173
00:20:00,567 --> 00:20:09,833
자발적으로 참전한 병사들이 한국에 자유를
선물한 거예요, 저도 그중 한 명이었고요
174
00:20:09,833 --> 00:20:16,267
저는 그 덕분에 아내를 만나기도 했습니다
175
00:20:16,267 --> 00:20:27,867
좀 더 자세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프랑스로 귀국했을 당시
6·25전쟁 참전용사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좋진 않았어요
176
00:20:28,100 --> 00:20:35,600
정부에서도 우리를
거의 없는 사람 취급했죠
177
00:20:36,133 --> 00:20:44,242
그런데 그때 군인이었던 제 동료의 소개로
제 아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178
00:20:44,500 --> 00:20:53,133
그 친구가 저를 결혼식 파티에 초대했는데
거기서 아내를 보고 사랑에 빠진 거예요
179
00:20:53,133 --> 00:21:04,980
지금은 제 아래로 자식 7명
손주 13명, 증손주 10명이 있죠
180
00:21:05,333 --> 00:21:06,597
7명과 10명이요?
181
00:21:06,733 --> 00:21:10,533
증손주가 10명이에요, 마음 같아서는
다들 한국 여행을 보내주고 싶어요
182
00:21:10,967 --> 00:21:17,233
한국 측에서 여러 번 선생님을 초청했는데
왜 이제까지 오지 않으셨나요?
183
00:21:17,700 --> 00:21:24,858
제가 한국 참전용사 협회에
가입한 지가 20년 정도 됐는데…
184
00:21:25,067 --> 00:21:31,212
초청 프로그램이 있을 당시에는
제가 협회의 회원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185
00:21:33,600 --> 00:21:37,424
어쨌든 기회가 없었죠
186
00:21:41,300 --> 00:21:49,133
지금에 와서야 꼭 한국에 가보고 싶지만
장애가 있어서 힘들 것 같습니다
187
00:21:49,133 --> 00:21:54,900
선생님이 텔레비전을
통해서 한국을 보시면...
188
00:21:54,900 --> 00:22:01,233
저는 텔레비전을 자주 보지 않아요
가끔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보는 거죠
189
00:22:01,233 --> 00:22:16,833
텔레비전에서 보는 한국의 모습과
실제 한국의 모습은 천지차이일 거예요
190
00:22:16,833 --> 00:22:18,967
무슨 말씀이신지 잘 이해가 안 되네요
191
00:22:18,967 --> 00:22:29,500
선생님이 실제로 한국을 가서 보시면
텔레비전에서 보는 보습과는 전혀 다를 거라고요
192
00:22:29,500 --> 00:22:35,667
그렇죠, 텔레비전에서는 좋은 모습만
보여주기 마련이니까요
193
00:22:35,667 --> 00:22:37,967
그런 말은 아니었어요
194
00:22:37,967 --> 00:22:40,800
그 질문에는 답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195
00:22:41,133 --> 00:22:53,067
선생님의 손주분들께서 한국 정부가 주최하는
초청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을 방문한 걸로 알고 있어요
196
00:22:53,067 --> 00:23:00,167
- 네, 평화캠프에 참여했죠
- 네, 맞아요
197
00:23:00,167 --> 00:23:02,033
다들 돌아와서는
정말 좋았다고 하더군요
198
00:23:02,033 --> 00:23:04,400
- 다들 즐거운 시간을 보내신 건가요?
- 그렇죠
199
00:23:04,400 --> 00:23:11,600
가장 처음 한국에 갔던 건 제 손녀이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인데, 정말 좋았다고 해요
200
00:23:11,600 --> 00:23:14,200
큰 환대를 받았다고 들었죠
201
00:23:14,200 --> 00:23:19,333
선생님 옆에 계신 사위분을
소개해도 될까요?
202
00:23:19,333 --> 00:23:22,000
그럼요!
203
00:23:23,767 --> 00:23:28,033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디디에 멜(Didier Mehl)입니다
204
00:23:28,033 --> 00:23:30,367
로베르 테롤씨의 사위죠
205
00:23:30,367 --> 00:23:35,300
장인어른께서 오늘 50년대의
한국에 대해서 말씀하셨어요
206
00:23:35,300 --> 00:23:41,600
그리고 선생님의 자식분들이
현재의 한국을 보신 건데
207
00:23:41,600 --> 00:23:52,333
장인어른께서 묘사하신 한국과
자식들이 방문한 한국이 어떻게 다르던가요?
208
00:23:52,867 --> 00:23:57,067
장인어른이 말씀하신 것과
아이들이 본 것 사이의 차이점이요?
209
00:23:57,067 --> 00:24:03,967
제가 장인어른을 알게 된 건 약 40년 전이었는데
그때부터 늘 한국에 대해서 말씀하셨어요
210
00:24:05,800 --> 00:24:13,333
우리 뒤에 보이는 사진에서도 알 수 있죠
한국은 언제나 제 주위에 있었습니다
211
00:24:13,333 --> 00:24:19,200
그 덕분에 한국에 대한 희미한 이미지를
갖고 있긴 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어요
212
00:24:19,200 --> 00:24:29,500
제 아이들이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을 때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전했고
213
00:24:29,500 --> 00:24:34,500
경제적으로도 번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알게 되었죠
214
00:24:34,500 --> 00:24:43,000
장인어른이 제게 말씀해 주신 것과
아이들에게 들은 것은 전혀 달랐어요
215
00:24:43,000 --> 00:24:53,633
혹시 선생님의 자녀들이 대학에 진학하기 전 중고등학생 때
한국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하던가요?
216
00:24:54,933 --> 00:24:58,467
교육과정에는 없었을 거예요
217
00:24:58,467 --> 00:25:03,833
물론 가족의 역사가 있기 때문에
어렸을 때문에 한국에 대해 알기는 했지만요
218
00:25:03,833 --> 00:25:11,067
왜 프랑스는 이 아름다운 역사를
가르치지 않을까요?
219
00:25:11,067 --> 00:25:24,100
프랑스 참전 용사들의 희생 덕분에 한국이
세계 11위 경제강국이 되었는데도 말이에요
220
00:25:24,100 --> 00:25:26,467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221
00:25:26,467 --> 00:25:32,500
전 그 이유를 알 것 같아요
프랑스는 매우 자국 우월주의적입니다
222
00:25:32,500 --> 00:25:38,800
우리 정부에서 내린 결정이 아닌 건
완전히 무시해 버리죠
223
00:25:39,100 --> 00:25:48,900
프랑스는 초반에 한국 파병에 반대했어요
인도차이나 전쟁이 있었기 때문이죠
224
00:25:48,900 --> 00:25:51,400
자신의 병력을 그곳에 보내기가
아까웠던 거예요
225
00:25:51,400 --> 00:25:57,333
프랑스는 선박이나, 의료 지원단 정도만
지원하려 했다고 들었어요
226
00:25:57,333 --> 00:26:03,933
그러나 이는 미국을 화나게 했죠
그들은 당장 6·25전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에요
227
00:26:04,300 --> 00:26:07,333
결국 프랑스도 급하게 대대를 구성했습니다
228
00:26:07,333 --> 00:26:16,767
역사적으로 볼 때 이 대대는 모범이 될 만한 것이었습니다
자원병들로만 이루어진 것이었잖아요
229
00:26:16,767 --> 00:26:21,133
하지만 사실은 혼란 그 자체였죠
230
00:26:21,700 --> 00:26:34,300
자원병들 중에는 민간인 출신도 있고
저처럼 이미 군인이었던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231
00:26:35,700 --> 00:26:39,967
연령대도 다양했어요, 저는 당시 열아홉이었죠
232
00:26:39,967 --> 00:26:41,067
한번 요약을 해볼게요
233
00:26:41,067 --> 00:26:44,667
하지만 현 정부에서는 차츰
그러한 시각이 바뀌고 있어요
234
00:26:46,033 --> 00:26:54,767
곧 파리에 세워질 기념비에는 프랑스를 위해 6·25전쟁에서
목숨을 바친 병사들의 이름이 새겨질 겁니다
235
00:26:54,767 --> 00:26:58,633
한국뿐만이 아니라
'프랑스를 위해' 목숨을 잃었다고요
236
00:26:58,633 --> 00:27:04,633
지금 말리나 다른 곳에서 죽어가는 군인들과는
다릅니다, 프랑스를 위해 죽은 거죠
237
00:27:04,633 --> 00:27:09,967
프랑스가 드디어
그들의 희생을 인정해 주는 거예요
238
00:27:09,967 --> 00:27:18,800
저희가 오늘 인터뷰를 기획한 것도
바로 그런 의도입니다
239
00:27:18,800 --> 00:27:28,133
저희는 이 아름다운 역사를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역사 선생님들을 위한 교육 자료를 만들고 있어요
240
00:27:28,133 --> 00:27:36,600
사위분께서는 장인어른을
40년 전에 처음 만났다고 하셨잖아요
241
00:27:36,600 --> 00:27:42,767
조금 전에도 간단히 말씀하셨는데
242
00:27:42,767 --> 00:27:56,000
50년대의 한국과 선생님의 자녀분들이 방문한
오늘날의 한국이 어떻게 다르던가요?
243
00:27:57,033 --> 00:28:04,767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50년도의 한국은 비교적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244
00:28:04,767 --> 00:28:12,200
산업도 없었고, 농업도 자급자족의 규모였다고 해요
이 뒤에 있는 사진을 보면 집들도 매우 허름하고요
245
00:28:12,200 --> 00:28:24,200
그런데 아이들이 저에게 해주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한국은 굉장한 선진국이고 발전된 기술을 가지고 있더군요
246
00:28:24,200 --> 00:28:38,433
사실 핸드폰이나 멀티미디어만 제품만으로도
한국의 발전 정도를 알 수 있죠
247
00:28:38,433 --> 00:28:47,333
50년대의 한국과 세계 11대 경제대국이 된
오늘날의 한국을 비교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248
00:28:47,333 --> 00:28:57,267
선생님께서는 현재 한국의 경제 규모가
어떻게 되는지 알고 계시나요?
249
00:28:57,267 --> 00:29:06,600
제가 본 DVD에 의하면 7대라고 합니다
맞나요?
250
00:29:06,600 --> 00:29:16,700
7대는 조금 과장된 것 같습니다
보통 11대 경제대국이라고 하죠
251
00:29:16,900 --> 00:29:29,800
2030년이 되면 한국의 경제규모가 세계 7위가 되어
프랑스를 앞지를 것이라고 해요
252
00:29:29,800 --> 00:29:36,167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253
00:29:36,167 --> 00:29:43,367
비교하긴 힘들 것 같아요
아시아에서는 아시아적인 방식으로 사고하니까요
254
00:29:43,367 --> 00:29:46,900
여기서는 프랑스 방식으로 사고합니다
255
00:29:46,900 --> 00:29:54,567
사실 프랑스는 정말 엉망이고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가 없어요
256
00:29:54,567 --> 00:30:02,500
하지만 우리는 균형을 잃지 않습니다
프랑스는 계속 변화하는 나라예요
257
00:30:02,500 --> 00:30:14,633
특히 지적 분야에서 프랑스는 상당한 발전을 이뤄냈어요
다만 프랑스에서는 권력이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죠
258
00:30:14,833 --> 00:30:20,667
프랑스인 두 명만 모여도
서로 합의가 안 된다고 하잖아요
259
00:30:20,667 --> 00:30:35,700
손주분들이 한국에 다녀와서
어땠는지 이야기를 하던가요?
260
00:30:35,700 --> 00:30:39,033
그때 기분이 어떠셨어요?
261
00:30:39,033 --> 00:30:41,467
자랑스러웠죠
262
00:30:41,967 --> 00:30:51,333
마크 카타(Marc Catta)씨에게 연락을 취해서
제 손주들을 보내달라고 했어요
263
00:30:51,333 --> 00:31:05,333
6·25전쟁은 제 마음속에 항상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답니다
덕분에 제 아내를 만나기도 했죠
264
00:31:05,333 --> 00:31:21,000
만약 그 전쟁이 아니었다면 아내를 만나서
이렇게 큰 대가족을 이루지 못했을 거예요
265
00:31:21,000 --> 00:31:30,767
이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늘 한국에 대한 애정을 품고 있습니다
266
00:31:30,767 --> 00:31:35,567
한국인들은 정말 정이 많은 것 같아요
267
00:31:37,067 --> 00:31:47,300
제 손녀가 한국을 갔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보고
'할아버님께 감사드린다고 전해주세요!'라는 이야기를 했다네요
268
00:31:47,300 --> 00:31:50,867
처음에 했던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볼게요
269
00:31:50,867 --> 00:31:55,600
- 선생님이 계셨던 중대를 기억하세요?
- 네
270
00:31:55,600 --> 00:32:00,700
-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 유엔군 프랑스 대대의 3중대요
271
00:32:00,700 --> 00:32:06,300
- 계급은요?
- 한국에 있을 땐 하사였죠
272
00:32:06,300 --> 00:32:12,800
- 기관총을 다루셨나요?
- 뭐라고요?
273
00:32:12,800 --> 00:32:16,033
기관총이요, 뒤에 사진이 있네요
274
00:32:16,033 --> 00:32:17,100
네, 전투 지역이었죠
275
00:32:17,100 --> 00:32:29,367
- 군대에서 어떤 역할을 맡으셨어요?
- 전투부대 소속이었습니다
276
00:32:29,367 --> 00:32:38,833
모든 전투 준비에 참여했죠
정찰도 하고요
277
00:32:39,233 --> 00:32:46,900
당시에는 기동전이 아니라
진지전이라서 폭발이 많았어요
278
00:32:46,900 --> 00:32:56,033
1952년 10월 6일에 벌어진 전투같이
큰 규모도 있었지만요,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네요
279
00:32:58,867 --> 00:33:10,867
저는 최전선에 있었지만, 적과 직접 대면해
본 적은 없습니다, 항상 제가 있는 곳을 비켜갔죠
280
00:33:12,033 --> 00:33:14,533
제 위로 포탄이 지나간 적은 있어요
281
00:33:14,533 --> 00:33:25,167
한국에 계실 때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나요?
282
00:33:25,167 --> 00:33:31,833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라
1952년 10월 6일 전투였을 거예요
283
00:33:32,333 --> 00:33:40,233
그때 저희는 무인지대 바로 앞에 있었죠
284
00:33:41,133 --> 00:33:51,733
우리가 입수한 정보를 통해 중국이
곧 우리를 공격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
285
00:33:52,767 --> 00:33:55,400
다만 정확한 날짜는 알지 못했죠
286
00:33:55,400 --> 00:34:01,667
저희는 며칠 전부터 그곳에 도착해서
대기를 하고 있었답니다
287
00:34:02,300 --> 00:34:07,567
그러던 어느 날 이른 아침,
공격이 시작되었어요
288
00:34:07,567 --> 00:34:14,067
적군들이 폭격을 퍼붓기 시작했죠
그때 '그들이 오는구나'라고 깨달았어요
289
00:34:14,067 --> 00:34:16,967
하지만 그들은 주로
날개 쪽을 공격했습니다
290
00:34:16,967 --> 00:34:22,400
왼쪽에는 아마도 미군과 한국군으로
구성된 1대대가 있었을 거예요
291
00:34:22,400 --> 00:34:34,133
그 오른쪽에는 프랑스 대대가 있었고
더 오른쪽으로는 한국군 부대가 있었어요
292
00:34:34,133 --> 00:34:43,500
중국군은 날개, 그러니까 맨 오른쪽과 왼쪽을 공격했어요
우리 중대는 그 중간에 있었죠
293
00:34:43,833 --> 00:34:53,900
물론 폭격을 당한 건
매한가지였지만 말이에요
294
00:34:53,900 --> 00:35:02,367
미국이 탄막 사격을 하는 동안
정찰을 나가야 했어요
295
00:35:03,333 --> 00:35:10,900
여기저기서 계속해서
폭발이 일어났죠
296
00:35:10,900 --> 00:35:19,300
우리는 중국군이 도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찰을 계속했고요
297
00:35:19,300 --> 00:35:24,633
우리 앞에 무인지대가 있었어요
298
00:35:24,633 --> 00:35:30,133
하지만 중국인들은
우리 오른쪽에 있는 중대를 공격했어요
299
00:35:30,133 --> 00:35:37,400
1중대였죠, 그때 44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소속되어 있던 정찰대는 자리를 지켜야 했어요
300
00:35:37,400 --> 00:35:45,500
미국이 탄막 사격을 퍼붓고 여기저기 계속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우리는 그 아래에 있었거든요
301
00:35:45,500 --> 00:35:50,367
하지만 아무도 부상을 당하지 않았죠
302
00:35:50,800 --> 00:35:56,333
계속 중국군의 움직임을 주사했지만
우리 쪽으로 오지는 않았어요
303
00:35:56,333 --> 00:36:00,500
다른 부대가 공격을 받았죠
304
00:36:00,500 --> 00:36:12,733
지금 말씀하시는 1952년 10월 6일
전투가 단장의 능선 전투인가요?
305
00:36:12,733 --> 00:36:21,733
아뇨, 그건 한참 전이었어요
이쪽에 보시면 알 거예요
306
00:36:23,133 --> 00:36:34,567
한국을 직접 방문해 보니 할아버님으로부터
듣던 이야기와 많이 다르던가요?
307
00:36:34,567 --> 00:36:39,433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어떻게 바뀌었나요?
308
00:36:42,233 --> 00:36:45,533
한국이라는 나라를 처음 알게 되었어요
309
00:36:45,533 --> 00:36:49,633
그전보다 더 잘 알게 되었으니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겠죠
310
00:36:49,633 --> 00:36:54,200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나요?
311
00:36:54,200 --> 00:36:59,167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부유했어요
312
00:36:59,167 --> 00:37:07,500
그전에는 한국이 중국이나 그쪽 지역에 있는
다른 나라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313
00:37:07,500 --> 00:37:12,000
그렇게 발전이 많이 되고
부유한 나라인 줄은 몰랐어요
314
00:37:12,000 --> 00:37:18,633
특히 서울은 정말 화려하고
발전된 도시더군요
315
00:37:18,633 --> 00:37:30,033
한국에 다녀와서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도 좀 바뀌었나요?
316
00:37:30,033 --> 00:37:33,400
한국에 다녀와서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냐고요?
317
00:37:35,833 --> 00:37:38,267
네, 조금 바뀌었던 것 같아요
318
00:37:38,267 --> 00:37:47,567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으니까요
319
00:37:47,567 --> 00:37:54,033
6·25전쟁에 대해서도 배우고 할아버지가
한국에서 겪은 경험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어요
320
00:37:54,033 --> 00:38:04,400
이렇게 손녀분께서 한국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
321
00:38:04,400 --> 00:38:11,500
좋죠, 손주가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으니까요
322
00:38:11,500 --> 00:38:22,400
요즘 젊은이들은
세계적인 사고를 하는 것 같습니다
323
00:38:22,667 --> 00:38:33,167
그것이 그들의 세상이죠
324
00:38:33,167 --> 00:38:51,400
선생님께서 과거에 6·25전쟁에 참전하신 덕분에
오늘날 손주분들이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325
00:38:51,400 --> 00:39:04,733
저는 한국에 대해 아주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어요
한국사람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죠
326
00:39:04,733 --> 00:39:12,133
한국이 초청 프로그램을 앞으로도 지속해서
제 모든 증손자들이 한국에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327
00:39:12,133 --> 00:39:15,367
한국 방문에 대해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328
00:39:15,367 --> 00:39:19,067
네, 한국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329
00:39:19,067 --> 00:39:27,133
각기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함께 모여
평화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점이에요
330
00:39:27,133 --> 00:39:30,067
너무나 뜻깊은 시간이었죠
331
00:39:30,067 --> 00:39:34,833
그리고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준
한국 친구들과 아직까지도 연락을 하고 있어요
332
00:39:34,833 --> 00:39:38,367
저를 보러 프랑스에 방문해서
저희 집에서 하룻밤을 머물기도 했습니다
333
00:39:38,367 --> 00:39:40,233
정말 좋은 기억이에요
334
00:39:43,200 --> 00:39:47,800
본인의 성함과 로베르 테롤 선생님과의
관계를 말씀해 주세요
335
00:39:47,800 --> 00:39:53,667
제 이름은 크리스틴 멜
(Christine Mehl)입니다
336
00:39:53,667 --> 00:40:01,267
결혼 전 제 성은 테롤이었습니다
로베르 테롤은 제 아버님이죠
337
00:40:01,800 --> 00:40:06,133
- 6·25전쟁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 네
338
00:40:07,133 --> 00:40:12,800
어떤 말씀을 하시던가요?
339
00:40:12,800 --> 00:40:21,167
아까 말씀하신 것들도 있고
일본으로 휴가를 떠나신 얘기도 해주셨고요
340
00:40:21,967 --> 00:40:26,933
배를 타신 이야기도 있고요
341
00:40:26,933 --> 00:40:35,800
프랑스 내에서 6·25전쟁이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도 말씀해 주셨어요
342
00:40:35,800 --> 00:40:40,200
6·25전쟁에 참전한 병사들은
'무모한 자들'로 취급되었죠
343
00:40:40,200 --> 00:40:46,300
따님께서는 학교에서 6·25전쟁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으세요?
344
00:40:46,300 --> 00:40:53,333
네, 고등학교 3학년 세계사 과정에서
6·25전쟁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어요
345
00:40:53,333 --> 00:41:03,800
공산주의와 서구권 사이의
냉전을 다루다가 아마 들었던 것 같아요
346
00:41:03,800 --> 00:41:10,167
하지만 프랑스가 참전했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죠
347
00:41:10,167 --> 00:41:26,500
보셨듯이 선생님의 조카가 한국에 다녀오셨잖아요
오늘날의 한국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348
00:41:28,633 --> 00:41:33,600
그건 제가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아요
한국인들이 스스로 잘 알겠죠
349
00:41:33,600 --> 00:41:37,667
지금 북한의 상황을 보면,
전쟁을 통해서라도
350
00:41:37,667 --> 00:41:44,433
한국이 주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
참 다행이라고 보여지긴 합니다
351
00:41:44,433 --> 00:41:47,200
하지만, 앞으로 한국과 북한도
통일될 수도 있겠죠
352
00:41:47,200 --> 00:41:54,400
- 의료계에 종사하신다고 들었어요
- 네, 저는 간호사입니다
353
00:41:54,400 --> 00:42:03,633
아버님께서 한 번도 한국에 가신 적이 없는데
같이 한국에 방문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세요?
354
00:42:03,633 --> 00:42:07,767
5~6년 전에 한국에 가고 싶지 않으시냐고
여쭤본 적이 있어요
355
00:42:07,767 --> 00:42:13,067
근데 너무 멀어서 가고
싶지 않다고 하시네요
356
00:42:13,067 --> 00:42:21,467
아버님이 참전하였던 6·25전쟁에
대해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357
00:42:24,267 --> 00:42:33,800
아버님은 6·25전쟁에 대한 프랑스 내
인식에 대해서도 자주 말씀하시곤 했어요
358
00:42:33,800 --> 00:42:37,733
당시에는 참전에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거든요
359
00:42:37,733 --> 00:42:43,233
프랑스로 돌아오셨을 때도, 처음 배속된 연대에서 한국 참전병사가
오는 것을 거부해서 다른 곳으로 가셔야 했다고 해요
360
00:42:43,233 --> 00:42:51,000
그런데 새로 배치된 연대의 동료
결혼식에서 어머니를 만나게 된 거죠
361
00:42:51,000 --> 00:42:52,133
그렇군요!
362
00:42:52,133 --> 00:42:56,633
네, 어찌 보면 6·25전쟁 덕분에
두 분이 만나게 된 거예요
363
00:42:57,433 --> 00:43:03,200
지난번에 내가 6·25전쟁에
참전한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잖니
364
00:43:03,200 --> 00:43:07,500
맞아요!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참전하신 거죠
365
00:43:07,500 --> 00:43:10,800
제가 한국에 갔던 것이
자랑스럽다고 한 적이 있어요
366
00:43:10,800 --> 00:43:16,533
가족사진을 찍으면서 인터뷰를 마칠게요
367
00:43:16,533 --> 00:43:24,767
차례대로 자기소개를 해주실 수 있나요?
각 자의 이름과 테롤 선생님과의 관계를 말씀해 주세요
368
00:43:24,767 --> 00:43:27,233
- 프랑스어로 하나요?
- 네
369
00:43:27,233 --> 00:43:31,567
저는 파스칼(Pascal)입니다
미셸(Michèle)의 남편
370
00:43:31,567 --> 00:43:35,867
파비엔느(Fabienne)와 에마뉘엘(Emmannuel)의
아버지이자 로베르 테롤(Robert)의 사위입니다
371
00:43:36,167 --> 00:43:45,133
저는 미셸 플루방(Michèle Plouven)입니다
로베르 테롤의 딸입니다
372
00:43:45,133 --> 00:43:50,967
7형제 중 막내죠
373
00:43:55,400 --> 00:43:57,233
저는 에마뉘엘입니다
374
00:43:57,233 --> 00:44:03,900
저는 파비엔느의 동생이고, 파스칼과 미셸의
아들이고 로베르 테롤의 손자입니다
375
00:44:06,900 --> 00:44:08,133
저는 디디에 멜(Didier Mehl)입니다
376
00:44:08,133 --> 00:44:13,367
저는 크리스틴(Christine)의 남편이고
로베르 테롤의 사위입니다
377
00:44:13,767 --> 00:44:20,567
선생님은요? 6·25전쟁이나
아버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378
00:44:20,567 --> 00:44:31,600
아버지께서 6·25전쟁에
참전하신 것이 정말 자랑스러워요
379
00:44:32,367 --> 00:44:39,233
아버님의 증손자들을 평화캠프에
초대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380
00:44:39,233 --> 00:44:48,133
아이들을 통해서 한국의 음악이나
한국의 문화에 대해 들어 보셨나요?
381
00:44:48,133 --> 00:44:53,300
네, 한국 음악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어요
382
00:44:53,300 --> 00:44:55,333
BTS도 있고요
383
00:44:55,333 --> 00:44:59,467
BTS를 좋아하세요?
384
00:45:02,200 --> 00:45:05,633
그런 걸 좋아하기엔 제 나이가 조금 많죠
젊은이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385
00:45:05,633 --> 00:45:12,467
- BTS를 좋아하세요?
- 별로 안 좋아해요
386
00:45:12,467 --> 00:45:14,333
- 아드님은요?
- 저는 별로 안 좋아해요
387
00:45:26,233 --> 00:45:32,867
- 내년에 한국에 오신다고요?
- 네, 맞아요, 가게 되어 좋습니다
388
00:45:32,867 --> 00:45:35,767
- 기대되나요?
- 네, 조금요
389
00:45:35,767 --> 00:45:41,600
- 한국에 대해 조금 공부할 건가요?
- 아니요
390
00:45:43,700 --> 00:45:48,100
인터뷰를 끝내기 전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391
00:45:48,867 --> 00:46:03,300
제 장인어른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392
00:46:03,300 --> 00:46:09,333
장인어른을 뵙기 위해 프랑스까지
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셨잖아요
393
00:46:09,333 --> 00:46:12,633
그것 또한 한국 역사의
일부가 될 거예요
394
00:46:12,633 --> 00:46:20,067
여러분들이 한국을 재건하고 이처럼
융성하는 국가로 발전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395
00:46:20,067 --> 00:46:23,900
제 장인어른의 희생도
일조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396
00:46:23,900 --> 00:46:26,933
이렇게 멋진 일을 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397
00:46:26,933 --> 00:46:31,933
또한 모험심을 발휘하여 6·25전쟁에
참전하신 장인어른께도 감사드립니다
398
00:46:31,933 --> 00:46:44,400
이제 선생님께서 이 인터뷰를 마무리해 주셔야겠네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려요
399
00:46:44,800 --> 00:46:56,267
늘 제 마음속 한 구석엔 한국이 있었어요
오늘 또 한 번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400
00:46:56,267 --> 00:47:05,000
그 당시에는 50년 후에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401
00:47:06,667 --> 00:47:12,800
저는 수많은 참전군인 중
한 명이었을 뿐이었는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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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 덕분에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게
되었고 제 가족을 꾸릴 수 있게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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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과 한국사람들에
대한 또 하나의 추억을 간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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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저희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한국까지 와주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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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