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00:00:05,060 --> 00:00:15,917
2018년 9월 24일, 위대한 도시, 아테네에서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2
00:00:15,941 --> 00:00:19,654
저는 한종우라고 합니다
한국전쟁유업재단 이사장으로 있습니다
3
00:00:19,683 --> 00:00:22,127
선생님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4
00:00:22,151 --> 00:00:25,628
성함 말씀해 주시고
철자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5
00:00:28,749 --> 00:00:32,561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성과 이름 둘 다 말씀해 주세요
6
00:00:32,697 --> 00:00:33,670
드미트리오스
7
00:00:33,694 --> 00:00:35,805
드미트리오스 아르바니티스
8
00:00:35,829 --> 00:00:38,529
네, 철자를 말씀해 주세요
"아르바니티스" 하나씩이요
9
00:00:38,553 --> 00:00:39,530
스피리돈의 아들이죠
10
00:00:39,554 --> 00:00:41,244
철자 하나씩 말씀해주세요
11
00:00:41,796 --> 00:00:44,921
스피리돈의 아들,
드미트리오스 아르바니티스입니다
12
00:00:44,945 --> 00:00:47,804
감사합니다
생년월일은요?
13
00:00:49,521 --> 00:00:53,103
1928년 10월 3일이에요
14
00:00:53,127 --> 00:01:01,430
연세가 어떻게 되시죠? 지금?
15
00:01:01,788 --> 00:01:02,794
아흔 살 됐어요
16
00:01:03,602 --> 00:01:05,762
- 연세가 아흔이나 되셨어요?
- 네!
17
00:01:05,786 --> 00:01:08,461
전혀 그렇게 안 보이세요
18
00:01:09,340 --> 00:01:11,704
예순 정도밖에 안 돼 보이세요
19
00:01:12,687 --> 00:01:15,876
예순이요! 예순 정도로 보이세요
20
00:01:16,873 --> 00:01:19,320
아흔 살 맞아요
21
00:01:19,996 --> 00:01:28,708
그렇게 정정해 보이시는
비결이라도 있으신가요?
22
00:01:30,915 --> 00:01:33,204
뭐... 약을 드신다거나?
23
00:01:33,679 --> 00:01:36,577
여든다섯 때 약을 좀 먹긴 했어요
24
00:01:37,793 --> 00:01:42,963
바로 고대 그리스에 '테트라파마코스'라고
'네 가지 약'이라는 것이 있거든요
25
00:01:42,987 --> 00:01:54,426
"신을 두려워하지 말라 / 죽음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
좋은 것은 얻기 쉽다 / 나쁜 것은 견디기 쉽다"
26
00:01:54,997 --> 00:02:00,133
평생 담배는 입에도 안 댔고
뭐든 절제하며 살았죠
27
00:02:01,648 --> 00:02:15,634
계속 운동하고 훈련하고 일하고 독서를 했으니
그런대로 잘 살았다고 생각해요
28
00:02:15,964 --> 00:02:18,449
잘 보이게 조금 들어주시겠어요?
29
00:02:18,473 --> 00:02:21,394
위로 들어주세요
네, 좋습니다
30
00:02:21,817 --> 00:02:26,831
미남이셨네요!
이때 계급이 어떻게 되셨죠?
31
00:02:26,855 --> 00:02:32,127
여기서는, 중장
중장이었어요
32
00:02:33,323 --> 00:02:35,987
아주 건강해 보이세요
미남이셨어요
33
00:02:37,176 --> 00:02:38,146
그때는 운동을 많이 했거든요
34
00:02:38,653 --> 00:02:42,125
에벨피돈(Evelpidon) 육군사관학교는
언제 입학하셨나요?
35
00:02:42,739 --> 00:02:48,579
1948년 12월 1일에 입학했어요
36
00:02:48,603 --> 00:02:50,860
특기는 어떻게 되셨죠?
37
00:02:51,351 --> 00:02:59,728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보병이 되었어요
38
00:03:01,184 --> 00:03:06,181
그리고 3년 후에
6·25전쟁에 참전했고
39
00:03:06,205 --> 00:03:11,277
귀국한 다음에는
에벨피돈 사관학교 교관이 됐죠
40
00:03:11,301 --> 00:03:20,997
여기 계신 한종우 이사장님도
항공 교관이셨어요
41
00:03:27,446 --> 00:03:39,216
1958년 사관학교 교관직을
떠낼 때까지는 포병이었어요
42
00:03:39,891 --> 00:03:43,991
- 아, 포병이요, 이유가?
- 포병부대에 들어갔어요
43
00:03:44,121 --> 00:03:48,813
거기서 포수 교육을 받았고
44
00:03:48,837 --> 00:03:57,042
몇 년 뒤에 사관학교로 돌아가서
포병 교관을 했지요
45
00:03:57,121 --> 00:04:08,345
그러니까 같은 교육기관에서 보병 교관을
하다가 또 포병 교관까지 한 거죠
46
00:04:08,369 --> 00:04:17,158
포병학교에서도 오래
가르쳤어요, 꽤 오래
47
00:04:18,624 --> 00:04:25,070
한국에 가시기 전에 한국에 대해서 들어 보셨었나요?
어떤 이야기를 들으셨죠?
48
00:04:25,290 --> 00:04:32,497
한국 얘기는 들었었고
가서 참전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었죠
49
00:04:32,521 --> 00:04:37,146
전쟁 전에는 어떤 것을 알고 계셨나요?
50
00:04:37,632 --> 00:04:47,320
게릴라전, 대폭도전, 그러니까 우리 내전은
직접 경험한 적이 있었어요
51
00:04:47,649 --> 00:04:56,452
졸업하시고 참전하시기 전에 한국에 대해서
들으신 게 있는가 여쭤보는 거예요
52
00:04:56,861 --> 00:05:02,387
전쟁 전부터 잘 알고 있었어요
한국에 대해서 읽은 게 있으니까...
53
00:05:02,411 --> 00:05:04,668
그 중에 몇 가지 얘기해줄 수도 있어요
54
00:05:04,692 --> 00:05:13,980
제2차 세계대전 중
1945년 8월 6일하고 9일에
55
00:05:14,004 --> 00:05:19,204
'원자'폭탄 두 개가 떨어진 다음
56
00:05:19,228 --> 00:05:24,435
일본이 패망하는 걸 봤어요
57
00:05:24,861 --> 00:05:34,665
그리고 그때 한국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58
00:05:34,689 --> 00:05:38,493
- 그러셨군요, 알겠습니다
- 그때 처음 한국에 대해서 들은 거였어요
59
00:05:38,660 --> 00:05:44,772
한국에는 언제, 어디로
입국하셨죠?
60
00:05:45,778 --> 00:05:51,701
1953년 4월에 한국에 도착했어요
61
00:05:52,532 --> 00:05:57,210
'제14진'이라고 불렸었죠
62
00:05:57,983 --> 00:06:02,411
투입된 인원이 장교 병사 합쳐서
300명이 좀 안 됐는데
63
00:06:02,435 --> 00:06:06,142
기존 인원 교대에 자원한 거였어요
64
00:06:06,166 --> 00:06:09,696
- 네, 한국에는 어느 지역으로 들어오셨죠?
- 부산으로 들어갔죠
65
00:06:09,720 --> 00:06:16,988
제가 지휘를 맡았어요
병력을 3개조로 나눴는데
66
00:06:17,012 --> 00:06:20,178
티스 살라미노스 키마타("살라미나의 파도")
노래를 부르면서
67
00:06:20,202 --> 00:06:24,788
모두 배에서 내린 후에
기차를 타러 갔어요
68
00:06:25,459 --> 00:06:28,734
그때 일 중에서 말해줄 게 있어요
69
00:06:28,758 --> 00:06:38,488
가는 길에 지프를 지나쳤는데
우리 병력 몇 미터 앞에 서는 거예요
70
00:06:38,512 --> 00:06:46,121
지프에서 고위 장교가 나와서는
우리한테 환영 인사를 하더라고요
71
00:06:46,145 --> 00:06:54,219
- 그리스 장교였나요?
- 가까이 가서 보니 미군 중령이었어요
72
00:06:54,243 --> 00:06:56,091
나한테 경례를 하길래
나도 경례를 했더니
73
00:06:56,115 --> 00:07:00,443
"국적이 어디인지 여쭤봐도 될까요?"하고
물어보는 거예요
74
00:07:00,467 --> 00:07:08,086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 자원병력이고
전우들과 교대하러 왔다고 했죠
75
00:07:08,110 --> 00:07:16,742
그랬더니 수고했다고 격려하고는 떠났는데
그 다음부터 일이 이렇게 됐죠
76
00:07:16,766 --> 00:07:26,424
그 중령이 전선에 돌아가서는 그리스대대에
연락해서 지휘관에게 이렇게 말한 거예요
77
00:07:26,448 --> 00:07:30,331
"축하합니다!
새로 오신 분들은 진정한 전사더군요"
78
00:07:30,355 --> 00:07:38,830
언제 부산에 도착하셨나요?
4월 4일에 도착하셨나요?
79
00:07:38,854 --> 00:07:41,170
4월 초였어요
80
00:07:41,671 --> 00:07:45,285
그러면, 한국에 대한
첫인상은 어떠셨나요?
81
00:07:45,309 --> 00:07:51,485
느낌이 어떠셨어요?
그리스와 비교해서 더 낫거나 나빴던 게 있나요?
82
00:07:51,906 --> 00:07:57,697
한국에 대한 강한 애정이 있었어요
83
00:07:57,721 --> 00:08:05,612
도착했을 때는 참전하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84
00:08:06,597 --> 00:08:09,558
한국인들한테서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게
85
00:08:09,582 --> 00:08:15,956
그 모든 비극, 파괴, 1950년부터
계속된 전쟁에도 불구하고
86
00:08:15,980 --> 00:08:18,506
보는 사람마다 웃고 있었거든요
87
00:08:18,530 --> 00:08:23,167
웃으면서 우리를
친절하게 대해주는 거예요
88
00:08:23,191 --> 00:08:25,322
그래서 바로 친구가 됐죠
89
00:08:25,589 --> 00:08:31,368
전쟁 중에 어려운 일을
많이 겪으셨을 텐데요
90
00:08:31,392 --> 00:08:42,136
훈장도 많이 받으시고
전투도 여러 차례 겪으셨죠
91
00:08:42,160 --> 00:08:47,018
이 중에서 가장 인상이 깊었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92
00:08:47,987 --> 00:08:56,450
우선, 미국 정부가 보급한 장비가
마음에 들었어요
93
00:08:57,096 --> 00:09:00,517
무기도 있었고
방탄조끼에, 철모도...
94
00:09:00,541 --> 00:09:04,010
우리 병사들도 열의가 대단했어요
95
00:09:04,034 --> 00:09:09,012
나보다 나이가 많은
병사들도 있었는데 말이에요
96
00:09:09,447 --> 00:09:16,221
모두 한국인에 대해서 좋게 말했고
한국이 잘 되기를 바랬어요
97
00:09:16,626 --> 00:09:21,133
한국군은 이미 거의 무너진 상태였어요
98
00:09:21,157 --> 00:09:34,666
아주 능력 있고 결단력 있는 서른 여섯 살
군인 휘하의 육군 사단 하나만 버티고 있었죠
99
00:09:34,690 --> 00:09:43,445
그 지휘관을 만나기도 했어요, 병사들 몇 명은
나한테 배속되어서 연락병으로 활용했고...
100
00:09:43,469 --> 00:09:47,048
그중에 성이 김 씨인 병사가 있었고
심 씨인 병사가 있었는데
101
00:09:47,072 --> 00:09:52,277
심은 아마 지금 주그리스 한국대사의
아버지인 것 같아요
102
00:09:52,301 --> 00:09:56,552
그런데 지금은 기억을 못 해요
치매에 걸렸거든요
103
00:09:57,077 --> 00:10:07,346
나중에 설명할 일과도 관련이 있는 사람인데
나와 같이 있던 중국군 포로들 통역을 해 줬어요
104
00:10:07,370 --> 00:10:10,812
이건 기록에도 남은 일인데
105
00:10:10,836 --> 00:10:22,444
당시 그 젊은 친구들이 온갖 고난을 겪었는데도
엄청난 생명력과 힘을 보여줬어요
106
00:10:22,468 --> 00:10:27,015
그 친구들한테 큰 감화를 받았죠
107
00:10:27,039 --> 00:10:29,584
- 그러셨군요
- 내게 용기를 줬어요
108
00:10:30,185 --> 00:10:34,143
그 친구들은 무기도 없었는데도
109
00:10:34,167 --> 00:10:38,171
우리와 가깝게 지내면서
"뭐 필요한 거 없으세요?"라고 물어보곤 했어요
110
00:10:38,195 --> 00:10:44,242
네, 통역도 해야 하니 잠깐 쉬어 가시죠
통역을 해야 하거든요
111
00:10:44,314 --> 00:10:49,867
이제 전투에 대해서 여쭤보면...
어떤 전투에 참전하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112
00:10:50,016 --> 00:10:57,574
최전방 전투에는 다 참여했어요
113
00:10:57,598 --> 00:11:04,051
톰-딕-해리전초 전투
그리고 22일 낮밤을 싸운 전투도 있고
114
00:11:04,075 --> 00:11:13,131
철마 고지 전투, 그리고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전쟁의 마지막 두 전투에도 참전했어요
115
00:11:13,155 --> 00:11:18,756
그중 하나가... 마지막 전투는
정전협정이 발효된 곳에서 치렀죠
116
00:11:18,780 --> 00:11:27,058
그중 가장 중요한 전투가 중국군이
미군 전선을 돌파하려던 때였는데
117
00:11:27,082 --> 00:11:38,785
그리스대대 주둔 지역을
공격하는 바람에 실패했죠
118
00:11:38,809 --> 00:11:54,778
1953년 7월 17일에 벌어진 전투였는데
안개 때문에 중국군에게 불리했어요
119
00:11:54,802 --> 00:11:59,281
해가 뜨지 않아서
중국군 상황이 안 좋게 됐는데
120
00:11:59,305 --> 00:12:08,099
17시 30분이 되니까 갑자기 안개가 걷혀서
우리 군 바로 앞에 중국군이 노출된 거에요
121
00:12:08,123 --> 00:12:12,187
우리 병사들은 영웅적으로 싸웠죠
122
00:12:12,211 --> 00:12:15,122
중국군이 전부 쓰러질 때까지
싸웠으니까요
123
00:12:15,146 --> 00:12:25,593
최선임 장교가 병사 열네 명을 데리고 항복했는데
원래는 200명이 있었다더라고요
124
00:12:26,336 --> 00:12:31,932
그중에 살아남은 병력이 열넷이었던 거에요
그중 하나는 그 장교 자신이었고요
125
00:12:31,956 --> 00:12:37,507
말씀하신 것 전달하겠습니다
잊어버리기 전에요
126
00:12:39,479 --> 00:12:42,472
말씀하신 전투가
어느 도시에서 벌어졌죠? 철원?
127
00:12:42,496 --> 00:12:46,658
그게 어디였나요? 어떤 전투였습니까?
어떤 전선이었죠?
128
00:12:46,682 --> 00:12:51,798
- 아마 충청 지역이었던 것 같은데...
- 철원, 철원이요
129
00:12:51,822 --> 00:12:55,457
서류를 찾아볼게요
지금은 설명하기가 힘들어서...
130
00:12:55,481 --> 00:13:00,903
- 날짜는 7월 17일이었어요
- 1953년이죠?
131
00:13:00,927 --> 00:13:05,350
정전협정 발효 열흘 전이었죠
132
00:13:06,071 --> 00:13:15,798
중국군 장교가 항복했는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줄게요
133
00:13:15,822 --> 00:13:18,955
내가 부상 입은
그 장교를 돌보고 있는데
134
00:13:18,979 --> 00:13:30,472
중상을 입은 병사 하나가 칼리니시코프 소총을
집어 들더니 총구를 나한테 겨누는 거예요
135
00:13:30,496 --> 00:13:32,630
그 장교를 치료 중이었는데...
136
00:13:32,654 --> 00:13:44,474
결국 장교를 치료하다 말고 뛰어가서 그 중국군 병사가
총을 쏘지 못하도록 소총을 걷어차 버렸죠
137
00:13:44,515 --> 00:13:58,559
중국군 장교가 이걸 보더니, 김 아니면 심한테
저 장교는 어디 출신이냐고 물어보는 거예요
138
00:13:59,778 --> 00:14:05,581
그가 '그리스 출신'이라고 했는데
이 친구가 이해를 못 하는 거예요
139
00:14:05,605 --> 00:14:09,662
계속 "그리스, 그리스에서 왔다고요"
하더라고요
140
00:14:09,686 --> 00:14:13,426
나는 알아들었어요, 그때는 젊고
귀가 밝았으니까 무슨 말인지 알아들었죠
141
00:14:14,438 --> 00:14:19,822
그래서 내가 이랬어요
"김, 아테네에서 왔다고 전해"
142
00:14:19,846 --> 00:14:24,301
내가 "아테네"라고 하자 그 중국군이
일어나서 세 마디를 하더군요
143
00:14:24,334 --> 00:14:28,953
"아크로폴리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144
00:14:29,007 --> 00:14:31,071
솔직히 그때는 이성을 잃었어요
145
00:14:31,095 --> 00:14:36,143
멱살을 잡고는 말했죠
"네가 그리스 사람이냐? 그리스 사람이냐고!"
146
00:14:36,167 --> 00:14:39,785
그랬더니 이 친구가 순서만 바꾸는 거예요
내 말을 이해 못 한 거지
147
00:14:39,809 --> 00:14:44,117
나한테 이러더라고요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아크로폴리스"
148
00:14:44,141 --> 00:14:46,800
그냥 순서만 바꿔서 말 하는 거예요
149
00:14:46,824 --> 00:14:55,577
내가 화를 내니까, 그다음에는 그 친구가
두 손을 들고 귀 뒤에 대고는 이러더라고요
150
00:14:55,601 --> 00:15:02,901
"내 이름은 OOO 이고 군번은 XXX 이다"
전쟁포로로서 해야 하는 말을 한 거죠
151
00:15:03,246 --> 00:15:04,831
나는 소리 내서 웃기 시작했어요
152
00:15:05,979 --> 00:15:08,097
그때 굉장한 일이 벌어졌어요
153
00:15:09,118 --> 00:15:21,630
내가 웃는 걸 보더니, 그 장교가 왼손 소매에서
훈장 같은 걸 꺼내더니 나한테 주는 거예요
154
00:15:21,654 --> 00:15:23,500
내가 그랬죠
"받을 수 없소"
155
00:15:23,524 --> 00:15:26,317
그러니까 김이
"기념품으로 드리는 거랍니다" 그러더군요
156
00:15:26,643 --> 00:15:30,581
기념품이래요
그래서 받았죠
157
00:15:30,744 --> 00:15:32,741
여기 있는 이거에요
158
00:15:32,765 --> 00:15:36,443
다른 얘기 계속하죠
이 얘기는 이제 끝났어요
159
00:15:36,467 --> 00:15:42,762
포로들을 돌려보냈어요
부중대장에게 보냈죠
160
00:15:42,786 --> 00:15:46,864
다른 2인조 포로들과 함께 데려갔어요
161
00:15:46,888 --> 00:15:48,403
나는 상관없었으니까...
162
00:15:48,427 --> 00:15:54,402
지휘관이었던 쿠마나코스 사령관께서
전화로 공로를 치하하시더라고요
163
00:15:54,426 --> 00:15:56,857
그러더니 이러시는 거예요 "우리 조상의 명예를
드높인 미덕을 보여주었으니 훈장을 상신하겠네"
164
00:15:56,881 --> 00:15:57,975
나는 훈장엔 관심도 없었는데 말이죠
165
00:15:57,999 --> 00:16:05,015
그래서, 그 일은 그렇게 끝났고
그 다음에 있던 일을 얘기할게요
166
00:16:05,039 --> 00:16:13,574
며칠 후에 쿠마나코스 사령관께서 타임지
기자 넷이 사단 본부에 왔다고 알려주면서
167
00:16:14,395 --> 00:16:21,491
"가 봐, 자네를 기다리고 있네"
이러시는 거예요
168
00:16:21,815 --> 00:16:26,326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사령관께서
"그 중국군 때문인 것 같네"라고 말씀해 주셨죠
169
00:16:27,076 --> 00:16:32,820
본부에 가니까
기자 중 한 명이 있더라고요
170
00:16:32,844 --> 00:16:40,094
나한테 인사를 하더니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고
기자 중 가장 나이 많은 기자가 이러는 거예요
171
00:16:40,118 --> 00:16:44,887
"대통령께서도 당신을 알고 계십니다!
그 중국군 친구가 대통령께 편지를 보냈거든요"
172
00:16:44,911 --> 00:16:47,123
내가 맞게 알아들은 건지 모르겠지만요
173
00:16:47,147 --> 00:16:54,775
같은 날 저녁 이송된 중국군이
아이젠하워에게 편지를 보내서
174
00:16:54,799 --> 00:17:01,951
"그런 장교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1950년에
이미 항복했을 것"이라고 했다는 거예요
175
00:17:02,072 --> 00:17:06,515
여기서도 말해줄 일이 하나 있는데
기자들이 그날 일을 물어보길래
176
00:17:06,539 --> 00:17:13,887
내가 포로를 잡은 일, 그 중국군이 내게 경의를 표한 일
그리고 그 후에 그가 한 일을 얘기해 줬어요
177
00:17:13,911 --> 00:17:19,384
그랬더니 기자들이 나보고 참전한 이유, 그것도
자원으로 참전한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178
00:17:19,408 --> 00:17:24,957
그래서 대답을 했더니 이렇게 물어보는 거예요
"돈은 얼마나 받으세요?"
179
00:17:24,981 --> 00:17:29,323
그래서 "43달러요"라고 했어요
그때 실제로 받는 봉급이었으니까
180
00:17:29,780 --> 00:17:31,584
그랬더니 이 친구들이 크게 웃는 거예요
181
00:17:32,323 --> 00:17:37,198
단상 뒤에 키 큰 장군이 한 명 서 있었는데
나보고 "잠깐 볼 수 있소, 중위?" 하더라고요
182
00:17:37,222 --> 00:17:41,892
영어였기 때문에 난 바로 알아들었죠
183
00:17:41,916 --> 00:17:44,158
이러더라고
"잠깐 볼 수 있나요"
184
00:17:44,182 --> 00:17:51,693
그래서 다가가서 경례하고 명찰을 보니까
"아이젠하워"였어요
185
00:17:52,658 --> 00:17:54,960
생긴 것도 아이젠하워 닮았더라고!
186
00:17:54,984 --> 00:17:59,118
바로 아이젠하워 아들이었던 거에요
187
00:17:59,142 --> 00:18:02,462
나한테 같은 질문을 하고는
깊은 감명을 표하더라고요
188
00:18:02,486 --> 00:18:03,942
그 뒤로는 친구가 됐어요
189
00:18:04,087 --> 00:18:12,570
아이젠하워에게 받은 사인은
아직 가지고 계신가요?
190
00:18:12,594 --> 00:18:15,605
지금 가지고 계신가요?
191
00:18:16,892 --> 00:18:19,897
못 알아들었는데...
질문을 못 알아들었어요
192
00:18:19,921 --> 00:18:26,715
아이젠하워 아들... 그분이 사인을
해 주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193
00:18:26,739 --> 00:18:33,136
아이젠하워 아들과는 이후로 가까운 전우로 지냈죠
내가 그랬거든요
194
00:18:33,160 --> 00:18:35,504
아이젠하워 사인이 있으시냐고
여쭤보는 거예요
195
00:18:35,528 --> 00:18:39,061
이것도 말을 해드려야 되거든요
내가 이렇게 말했어요
196
00:18:39,085 --> 00:18:46,700
부친은 미합중국 대통령 아닙니까
제2차 세계대전부터 알아 왔고 존경하는 분입니다
197
00:18:46,724 --> 00:18:52,790
이 어려운 시기에 훌륭한 지도자신데
그런데 그분이 당신을 한국에 보냈다는 말입니까?
198
00:18:52,814 --> 00:18:56,548
그랬더니 누가
그 친구 말을 통역해 줬어요
199
00:18:56,572 --> 00:19:04,208
"귀관은 자원해서 왔지만, 나는 며칠 전에
마오쩌둥 아들이 전사했기 때문에 여기 온 거요"
200
00:19:04,232 --> 00:19:10,639
"그리고 밴 플리트(Van Fleet) 장군 아드님도
그 전에 전사했다오"
201
00:19:10,663 --> 00:19:15,851
"그랬더니 아버지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거요
'짐 챙겨서 한국으로 가라!'"
202
00:19:16,582 --> 00:19:19,348
그래서 내가 농담으로 그랬어요
203
00:19:19,372 --> 00:19:23,465
"그렇습니까, 하지만 저는 소대장입니다
장군님은 S3이고"
204
00:19:23,489 --> 00:19:29,722
S3이란 건 최전방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단 세 번째 사무실을 말하는 거거든요
205
00:19:29,746 --> 00:19:35,861
타임지와 인터뷰는 하셨나요?
206
00:19:36,497 --> 00:19:37,726
더 크게 말해줘요
소리가 안 들려요
207
00:19:37,750 --> 00:19:43,771
그렇다면 한국에서 타임지
그리고 미군과 인터뷰를 하신 건가요?
208
00:19:43,795 --> 00:19:46,022
당시에 인터뷰하신 게 아닌가요?
209
00:19:47,069 --> 00:19:50,319
타임지하고?
210
00:19:50,343 --> 00:19:51,400
네, 인터뷰했죠
211
00:19:51,616 --> 00:19:53,456
인터뷰 기사 스크랩 같은 것
해 놓지 않으셨나요?
212
00:19:53,480 --> 00:19:57,961
아니, 나한테 그런 건 안 주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줬어요
213
00:19:58,716 --> 00:20:02,905
그냥 일어난 일 그대로 말해주는 거예요
214
00:20:03,685 --> 00:20:06,086
- 당시 계급이 어떻게 되셨나요?
- 중위였어요, 중위
215
00:20:06,203 --> 00:20:10,287
휘하 병력이 얼마나 되셨나요?
지휘하시는 병력이 몇 명이었나요?
216
00:20:10,311 --> 00:20:12,100
휘하에 병사 45명이 있었어요
217
00:20:12,124 --> 00:20:15,997
그중에 전사자나 부상자는 한 명도 없었죠
나도 부상을 입지 않았고...
218
00:20:16,021 --> 00:20:24,590
그러면 전투 중에 가장 힘드셨던 전투가 어떤 전투고
어느 지역에서 벌어진 전투인지 말씀해 주세요
219
00:20:24,986 --> 00:20:28,747
힘든 전투가 하나 있었어요
220
00:20:28,771 --> 00:20:33,444
야간이었는데
딕 전초(OP Dick) 너머였어요
221
00:20:33,468 --> 00:20:45,941
좌표 XY에서 오전 11시에 포병 지원과 함께
중국군 공세가 있을 거라는 얘기가 들렸죠
222
00:20:45,965 --> 00:20:53,966
지도를 보니까, 우리가 있는 데가
바로 그 관측소 한 가운데인 거에요
223
00:20:53,990 --> 00:21:04,014
10시 30분이 지나고, 10시 58분이 됐고
잘못된 정보가 아닌가 싶었어요
224
00:21:04,038 --> 00:21:15,672
그런데 11시 정각이 되니까, 중국군 포병대가
온갖 자동화기, 기관총, 포탄 등을 전부 퍼붓기 시작했죠
225
00:21:15,696 --> 00:21:20,118
하지만 미군 포병대가
중국군을 완전히 섬멸했어요
226
00:21:20,142 --> 00:21:26,899
그날 밤에는 그냥
거기서 죽는 줄 알았어요
227
00:21:28,020 --> 00:21:31,986
신께 살려 달라고 기도했죠
228
00:21:32,148 --> 00:21:34,930
정말 정말 큰 충격이었어요
229
00:21:34,954 --> 00:21:45,831
또 다른 전투는 중국군이 반격한 전투였는데
우리도 반격을 가해서 전멸을 시켰죠
230
00:21:45,855 --> 00:21:49,150
자동화기 사격으로 전부 시체가 돼서
나가떨어지는 걸 봤어요
231
00:21:50,171 --> 00:21:51,751
다른 전투도 여럿 있는데
232
00:21:51,775 --> 00:22:08,935
그중에서도 정전협정 당시 7월 27일
11시에 치른 전투에 대해 얘기할게요
233
00:22:08,959 --> 00:22:12,378
정전협정이 발효할 때였죠
234
00:22:12,402 --> 00:22:23,863
그날 밤, 중국군 부대가 우리 부대를
고지에서 몰아내려고 매섭게 공격을 했어요
235
00:22:23,887 --> 00:22:26,502
38도선 북쪽이었죠
236
00:22:26,846 --> 00:22:34,584
우리를 몰아내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매우 위험했어요
237
00:22:34,608 --> 00:22:49,353
여기, 내가 서 있는 곳 뒤의 참호를 보면
기관총이 사격을 가하는 중이었어요
238
00:22:49,377 --> 00:22:57,823
정전협정은 이미 체결됐지만
발효하려면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죠
239
00:22:57,847 --> 00:23:03,493
결국 발효가 됐는데, 그날 전투 후에는
제대로 남아 있는 나무가 하나도 없었어요
240
00:23:03,517 --> 00:23:09,839
여기 보이는 십자가는
내가 숨어있던 나무에 묶여 있었는데
241
00:23:09,863 --> 00:23:17,237
총알이 날아와서 내 눈과
나무 사이를 정확히 맞췄죠
242
00:23:17,588 --> 00:23:20,614
나무가 반으로 꺾였는데
나는 멀쩡했어요
243
00:23:21,817 --> 00:23:26,539
그냥 힘든 정도가 아니라
우리 전부 죽을 줄 알았어요
244
00:23:26,563 --> 00:23:35,067
그랬다면 정말 비극이었을 거에요
정전협정 발효 몇 초 전의 일이었으니까
245
00:23:35,092 --> 00:23:44,540
다음 날 파판드레아스 신부가 와서는
내가 죽을 뻔한 장소에서 삼성송을 불렀어요
246
00:23:45,346 --> 00:23:49,736
병사들이 중국군 전사자 수를 셌는데
너무 많아서 전부 셀 수 없을 정도였죠
247
00:23:49,814 --> 00:23:55,031
그리스대대 종군기자인
토모풀로스라는 기자 친구가
248
00:23:55,055 --> 00:24:06,396
다음 해 군사 소식(스트라티오티카 네아) 신문에
전면 기사를 썼어요
249
00:24:06,420 --> 00:24:18,182
이 전투를 묘사하면서, 아르바니티스 중위가
전투에 승리해서 38도선 북쪽 지역을 지켜냈다고 썼죠
250
00:24:21,143 --> 00:24:22,498
그 전투로 미군 은성훈장도 받았어요
내가 추천된 게 그때였죠
251
00:24:22,522 --> 00:24:27,161
연대장이 에이커스 대령이셨는데
아주 훌륭한 분이셨어요
252
00:24:27,185 --> 00:24:32,688
이 분이 나를 은성훈장에
추천하라고 지시하신 거예요
253
00:24:32,712 --> 00:24:37,130
그리고 실제로 받았고...
254
00:24:37,642 --> 00:24:40,418
- 어떤 분이셨죠?
- 은성훈장 말인가요?
255
00:24:40,442 --> 00:24:43,994
에이커스 대령은 제15연대장이었지요
256
00:24:44,018 --> 00:24:47,289
승리 후에 그 지시를 내리신 거죠
257
00:24:47,410 --> 00:24:49,039
한국은 언제 떠나셨어요?
258
00:24:49,063 --> 00:24:54,786
언제 떠났냐고요?
1954년 4월에요
259
00:24:54,810 --> 00:24:57,333
- 1953년...
- 53년에 들어갔고
260
00:24:57,357 --> 00:25:04,161
전쟁이 7-8월에 끝났고
분계선에 주둔하다가 돌아왔어요
261
00:25:04,185 --> 00:25:06,804
당신도 거기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262
00:25:06,828 --> 00:25:12,592
- 파판드레아스 신부와 같이 돌아왔어요
- 그러셨군요, 항상 함께...
263
00:25:12,616 --> 00:25:15,583
네, 말해줄 게 있는데...
264
00:25:15,607 --> 00:25:19,444
- 그게 언제였죠? 4월 4일?
- 그렇죠, 4월
265
00:25:19,468 --> 00:25:36,369
대략적인 날짜는요?
출국일 말입니다
266
00:25:36,394 --> 00:25:37,504
4월 첫날...
267
00:25:37,582 --> 00:25:39,006
그냥 짐작이에요
기억이 안 나네요
268
00:25:41,896 --> 00:25:44,340
거기서 일 년을 보냈어요, 일 년
더 오래 있을 수는 없었고요
269
00:25:45,831 --> 00:25:47,480
- 어쨌든 1954년이었군요
- 네, 1954년이죠
270
00:25:53,302 --> 00:25:55,780
- 몇 월이었죠? 1월, 4월?
- 내가 귀국한 때요?
271
00:25:56,901 --> 00:25:59,657
- 네, 귀국하신 때요
- 4월에 귀국했죠
272
00:26:00,280 --> 00:26:09,385
또 말해줄 게 있는데, 제일 끔찍했던 전투를
아직 얘기하지 않았네요, 해리 전투
273
00:26:09,734 --> 00:26:12,906
- 저도 거기 있었죠
- 그러게요!
274
00:26:13,544 --> 00:26:20,239
소대원들하고 22일 밤낮을
줄곧 거기서 지냈어요
275
00:26:20,583 --> 00:26:34,950
시체가 이미 부패하기 시작해서, 병사들이 파리약
스프레이로 파리를 쫓아내야 겨우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276
00:26:34,974 --> 00:26:42,638
연락병 친구들 식사할 때는
내가 파리를 쫓아줬고요
277
00:26:43,273 --> 00:26:46,638
그때가 제일 끔찍한 시기였어요
해리
278
00:26:47,491 --> 00:26:51,118
기록에는 해리 전초(OP Harry)로 돼 있어요
279
00:26:51,353 --> 00:27:04,582
거기서 그리스 헌병이 나를 찾아왔는데, 내가 당시
육군 원수였던 파파고스 총리한테 편지를 썼어요
280
00:27:05,314 --> 00:27:13,508
"총리 각하, 피로 얼룩진 해리 기지에서
서신 올립니다, 아군 사기는 드높습니다"
281
00:27:13,532 --> 00:27:15,766
편지 사본도 간직하고 있어요
282
00:27:15,886 --> 00:27:20,441
한국을 떠나시고 나서
다시 방문하신 적이 있나요?
283
00:27:20,465 --> 00:27:24,232
- 가본 적 없어요
- 왜 안 가보셨죠?
284
00:27:24,818 --> 00:27:29,536
여기저기 교관으로 복무했으니까
일을 두고 떠날 수는 없었어요
285
00:27:29,560 --> 00:27:38,798
퇴역하고서는 바로 정부에 채용되는 바람에
한국에 갈 기회가 없었고요
286
00:27:39,091 --> 00:27:46,406
아이들도 있었는데 아이들이 크니까 손자들이 생겼고
손자들한테 내가 필요했으니까요
287
00:27:47,269 --> 00:27:50,145
언제 퇴역하셨나요?
288
00:27:50,169 --> 00:27:55,450
1981년 8월 7일, 아베로프 정권 때요
289
00:27:55,691 --> 00:27:58,574
한국에 가서 어떤지 보고 싶지 않으세요?
290
00:27:58,598 --> 00:28:02,682
그러고는 싶은데 할 수가 있어야죠
시간이 없어요
291
00:28:02,706 --> 00:28:08,383
자식들에, 손주들에, 친척까지 내가 있어야 하거든요
내가 옆에 있어 줘야 해요
292
00:28:08,580 --> 00:28:16,775
한국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아시나요?
얼마나 성장했고, 나아졌는지...
293
00:28:16,799 --> 00:28:19,063
원하면 내가 그 주제로
강연도 해 줄 수 있어요
294
00:28:19,087 --> 00:28:23,983
한국은 세계 5대 경제대국이죠
295
00:28:24,007 --> 00:28:31,004
내가 있을 때는 인구가 천만이었는데
이제는 4천만이에요, 아니, 5천만인가?
296
00:28:31,277 --> 00:28:35,501
나는 한국 민족이
잘 해낼 거라고 예상했어요
297
00:28:35,525 --> 00:28:44,432
무기도 없는 사람들이, 나처럼 무기든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걸 봤으니까요
298
00:28:44,719 --> 00:28:47,226
언제나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어요
299
00:28:47,250 --> 00:28:51,951
나는 한국 사람들을 사랑했어요
같은 나라 사람처럼 여겼지
300
00:28:51,975 --> 00:28:57,759
그리스 사람들이 들으면 안 되는데
내가 아는 몇몇 그리스 사람들보다도 훨씬 나았어요
301
00:28:57,783 --> 00:28:59,763
지금 여기 같이 있는 친구들은 빼고
302
00:29:01,037 --> 00:29:07,883
선생님께 한국은 어떤 존재인가요?
303
00:29:08,281 --> 00:29:08,956
못 알아들었어요
304
00:29:08,980 --> 00:29:17,766
오늘날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개인적인 생각을 여쭤보는 겁니다
305
00:29:18,197 --> 00:29:27,922
개인적으로는 유럽의 영국이나
독일 같은 나라라고 생각하죠
306
00:29:27,946 --> 00:29:33,579
땅덩어리나 그 아름다운 반도 때문이 아니라
그 국민들 면에서요
307
00:29:33,603 --> 00:29:38,185
다른 아시아 사람들하고 전혀 달라요
308
00:29:38,209 --> 00:29:41,388
남한 사람들은...
내가 독서를 좋아하는데
309
00:29:41,412 --> 00:29:49,116
여기 있는 작가이자 시인 마츠오카 선생
작품도 읽은 적이 있어요
310
00:29:49,140 --> 00:30:00,199
시도 몇 편 외웠지요, 앞으로 오래 발전할
그 문화를 이해하고 싶었어요
311
00:30:00,536 --> 00:30:03,813
분명히 발전할 거에요
앞으로도 오래 말이죠
312
00:30:03,837 --> 00:30:06,630
내 조국은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아요
가능성이 안 보여
313
00:30:06,832 --> 00:30:13,080
달리하실 말씀은 없으세요?
포로나 전투와 관련해서?
314
00:30:13,104 --> 00:30:16,178
더 하실 말씀은 없으세요?
아니면 충분히 말씀하신 건가요?
315
00:30:16,202 --> 00:30:25,069
약간 보태고 싶은 말이 있는데
호민관은 백인대장이 아니었어요
316
00:30:25,093 --> 00:30:27,053
잡힌 포로가 선임 장교였는데
317
00:30:27,077 --> 00:30:35,193
그 친구한테 깊은 인상을 받아서
그날부터 앉아서 아리스토텔레스를 읽었죠
318
00:30:35,217 --> 00:30:37,979
그 친구가 그 이름을 알길래 말이야
319
00:30:38,003 --> 00:30:49,113
손자에 대해서도 읽었어요, 기원전 544년
노나라에서 태어나 기나라로 간 군인이었죠
320
00:30:49,137 --> 00:30:56,563
병법에 대한 명저를 남겼는데, 그 내용은
오늘날에도 새길만한 가르침이 있어요
321
00:30:56,587 --> 00:30:59,231
손자, 그 이름이었어요
322
00:30:59,255 --> 00:31:06,653
기원전 544년에 태어나서
512년에는 다른 나라의 장수가 됐죠
323
00:31:06,677 --> 00:31:14,090
책사이자, 장수이자, 전사이자,
저술가였어요, 굉장하지
324
00:31:14,114 --> 00:31:18,173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도 여전히 읽고 있어요
325
00:31:18,293 --> 00:31:31,426
아직 할 얘기가 남았어요, 그 중국군 포로를
밤중에 그리스 장교와 교환했었거든요
326
00:31:31,450 --> 00:31:37,027
그런데 타임지 인터뷰하고
여러 일이 있고 나서 보니까
327
00:31:37,051 --> 00:31:41,719
그 중국군 포로가
중요한 인물이었던 게 밝혀졌어요
328
00:31:41,743 --> 00:31:51,677
중요 인물이었어요
이 휘장이 마오쩌둥 휘하 장교 휘장이라고 말했죠?
329
00:31:51,701 --> 00:31:54,373
그 포로가 나한테 준
이 휘장 말이에요
330
00:31:54,397 --> 00:31:58,773
딸아이가 잘 보관하고 있어요
잃어버리지 않게 잠가서 보관하고 있어요
331
00:32:01,304 --> 00:32:10,035
그 일로 내가 변했어요, 내 인생 가장 중요했던 때가
바로 그 전쟁에 참전한 때였던 거에요
332
00:32:10,250 --> 00:32:26,012
1950년부터셨죠
2020년은 6·25전쟁 70주년이에요
333
00:32:26,036 --> 00:32:33,553
한국 국민들에게 전할 말씀 있으세요?
334
00:32:33,709 --> 00:32:38,932
준비한 게 없는데
그래도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니까
335
00:32:38,956 --> 00:32:45,406
지금까지 했던 대로 앞으로도
잘하시라고 전하고 싶어요
336
00:32:45,430 --> 00:32:49,144
똑똑한 사람들이 이끌고 있으니까
337
00:32:49,168 --> 00:32:57,154
지금처럼 꿋꿋하게
법을 지키고 제도를 시행하면서
338
00:32:57,178 --> 00:33:10,241
과장이 아니라 언젠가는 대한민국이 (구)소련보다도
위대하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라고 말이에요
339
00:33:10,265 --> 00:33:14,517
중국보다 강해지는 것뿐만 아니라, 훨씬 더 강해져야지
분명히 그렇게 될 거예요
340
00:33:14,828 --> 00:33:31,672
내년에 역사 교사들과 다시 만나셔서
이야기 나누시는 건 어떠세요?
341
00:33:32,646 --> 00:33:36,654
- 언제나 환영이죠! 미리 알려만 주세요
- 네, 미리 알려 드리겠습니다
342
00:33:36,678 --> 00:33:43,358
이제 나이가 90이 넘었으니
24시간 전에만 알려주면 돼요
343
00:33:44,257 --> 00:33:46,543
그것 빼고는 언제나 준비가 돼 있어요
344
00:33:46,664 --> 00:33:50,521
참석할 수 있어요
기꺼이 응하겠습니다
345
00:33:50,545 --> 00:33:55,596
정말 고마워요
당신도 알겠지만
346
00:33:55,751 --> 00:34:00,758
내 친구 알렉산드로스한테도
감사할 게 있어요
347
00:34:00,782 --> 00:34:10,416
열여섯 살 때 만났는데
다른 녀석들하고는 달랐죠
348
00:34:10,440 --> 00:34:12,299
나한테 깊은 인상을 주었죠
349
00:34:12,323 --> 00:34:17,571
내 친구인 신부 파판드레아스도
살면서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다고 했었어요
350
00:34:17,595 --> 00:34:19,570
참 신심이 깊은 친구지
351
00:34:19,860 --> 00:34:24,690
내가 농담으로 "네가 축복해 주려고?" 하니까
이 친구가 "아니, 주님의 마음으로 살아야지" 그래요
352
00:34:24,714 --> 00:34:27,881
안드레아스 신부님...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지만...
353
00:34:27,905 --> 00:34:34,203
당신도 굉장히 존경합니다
다른 사람들한테 모범이 되는 분이에요
354
00:34:34,227 --> 00:34:38,591
선생님 전화번호 가지고 계시죠?
355
00:34:38,615 --> 00:34:40,727
네, 저한테 있네요
지금 드릴게요
356
00:34:41,368 --> 00:34:43,288
당신 전화번호 저장해 놨어요
357
00:34:43,322 --> 00:34:44,477
다시 또 뵙죠
358
00:34:44,501 --> 00:34:47,294
다른 일 때문에 바빠서 연락을 못 했어요
359
00:34:47,318 --> 00:34:51,628
마츠오카 선생하고 따로 보려고 했는데 말이에요
대사님하고도 같이...
360
00:34:52,098 --> 00:34:54,629
한국 국민을 대표해서
361
00:34:54,653 --> 00:35:03,679
한국을 위해 해 주신 모든 일과 오늘 또 귀중한
시간 내주셔서 말씀 나눠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362
00:35:03,703 --> 00:35:12,506
정말 고마워요, 한국에서 오래 있을 수
있어서 정말 즐거웠어요
363
00:35:12,530 --> 00:35:15,946
당신이 내 추억에
생명을 불어넣어 줬어요
364
00:35:15,970 --> 00:35:20,710
인생 황혼기에 접어들어
살날도 얼마 남지 않은 지금
365
00:35:20,734 --> 00:35:26,973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추억은 더 강렬한 색을 띠기 마련이거든요
366
00:35:26,997 --> 00:35:40,473
이 순간도 다른 순간과 함께 시간의 굴곡으로 흘러들어와
지나간 시간을 적셔서 화려하고 멋진 꽃을 피웠어요
367
00:35:40,497 --> 00:35:44,767
이 순간도 내 기억 속에
뚜렷하게 각인될 거에요
368
00:35:44,791 --> 00:35:51,183
그래서 고마워요
모두 고마워요
369
00:35:51,207 --> 00:35:54,527
모두 고맙습니다
370
00:35:54,552 --> 00:36:03,213
당신은 훌륭한 사람의 자질을 모두 갖췄어요
지금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모를 거예요
371
00:36:03,237 --> 00:36:06,324
당신은 훌륭하고 선한 사람의
자질을 모두 갖췄어요
372
00:36:06,348 --> 00:36:17,201
사회와 그 가치관, 이상, 삶이라는 것에
공헌하는 사람 말이죠
373
00:36:17,225 --> 00:36:24,702
좋을 때나 힘들 때나 계속 창조주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내려 주신
374
00:36:24,726 --> 00:36:28,482
귀한 선물이 되어 줄 그런 사람 말이에요
375
00:36:29,805 --> 00:36:33,358
한국 만세! 대한민국 만세!
376
00:36:33,783 --> 00:36:35,648
감사합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