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막
1
00:00:05,119 --> 00:00:07,911
저는 세르히오 마르티네스 벨라스케스
(Sergio Martinez Velazquez)이고
2
00:00:07,932 --> 00:00:13,527
1933년 11월 15일 보고타에서 출생했습니다
3
00:00:15,067 --> 00:00:22,571
6·25전쟁에 참전하기 전 가족들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부모님과 형제들에 대해서요
4
00:00:24,982 --> 00:00:30,179
당시 우리 가족은 산타 페(Santa Fe)라는 마을에 살았고
형제자매는 10남매입니다
5
00:00:31,949 --> 00:00:39,739
여자 여섯에 남자 넷이에요
6
00:00:39,759 --> 00:00:42,742
부모님께서는 어떤 일에 종사하셨나요?
또 선생님께서는 당시 어떤 일을 하셨어요?
7
00:00:42,762 --> 00:00:46,910
제 아버님은 철도 연금 수급자셨고
어머님은 가정주부셨어요
8
00:00:46,938 --> 00:00:48,321
저는 공부하고 있었고요
9
00:00:49,696 --> 00:00:51,977
현재 가족관계는요?
10
00:00:53,380 --> 00:00:58,517
저는 현재 아내와 별거 중이고
딸들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11
00:00:59,594 --> 00:01:01,328
슬하에 자녀는 몇 분이 있으신가요?
12
00:01:01,349 --> 00:01:10,024
초혼에서 얻은 딸이 다섯 명 있고
재혼으로 얻은 아들이 한 명 있어요
13
00:01:10,044 --> 00:01:16,109
- 손자나 손녀분도 있으신가요?
- 네, 10명 정도 있습니다
14
00:01:19,345 --> 00:01:23,375
언제 군복무를 시작했는지 말씀 해 주세요
15
00:01:24,826 --> 00:01:34,453
저는 1952년 4월에 군복무를 시작했습니다
16
00:01:37,987 --> 00:01:48,802
1952년 6월 5일에 한국으로 출발했으니까
2개월 남짓 콜롬비아에서 복무하다 한국으로 파병되었네요
17
00:01:48,823 --> 00:01:55,458
당시 징집된 신병 200명 정도가 훈련을 받고 있었고
그 중에서 50명 정도가 선발되었습니다
18
00:01:55,478 --> 00:02:00,559
저는 그 50명에 선발되었던 거죠
19
00:02:02,712 --> 00:02:07,174
그러니까 군 입대 후
콜롬비아대대로 차출되었다는 말씀이시군요
20
00:02:07,194 --> 00:02:11,176
- 네. 전체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요?
- 네, 그렇게 해주세요
21
00:02:13,789 --> 00:02:19,932
군에 입대했는데
다들 제가 어려 보인다고 하더군요
22
00:02:20,996 --> 00:02:25,291
얼마 뒤 군의관이 있는 곳을 찾아갔어요
23
00:02:25,312 --> 00:02:29,889
그랬더니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묻더군요
“콜롬비아대대에 지원하려고 합니다.”
24
00:02:29,910 --> 00:02:32,676
“몇 살이지?”
“18살이요.”
25
00:02:32,696 --> 00:02:36,340
그러자 군의관이 출생증명서를 보여 달라고 했고
보여주었어요
26
00:02:36,360 --> 00:02:40,204
그랬더니 대뜸 이렇게 묻더군요
“전쟁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
27
00:02:42,232 --> 00:02:45,196
곧이어 다시 물었어요
“무슨 나쁜 짓이라도 한 거야?”
28
00:02:45,217 --> 00:02:46,842
당시는 다들 그럴 나이였으니까요
29
00:02:47,779 --> 00:02:50,951
“애인이 떠났나? 아니면, 학교에서 짤렸어?”
저는 아니라고 대답했어요
30
00:02:51,986 --> 00:02:57,161
“그럼, 왜? 도대체 전쟁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냥 산책 나가는 것이 아니라니까.” 군의관이 말하더군요
31
00:02:57,181 --> 00:03:00,710
“아뇨.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저 참전하고 싶을 뿐입니다.”
32
00:03:00,731 --> 00:03:06,511
그러자 군의관이 “좋아. 탈의하게.”라고 말했고
결국 “적합” 판정을 받았어요
33
00:03:06,531 --> 00:03:10,071
그게 4월인가 5월이었고
그 후 우사켄에 있는 보병부대에 배치되었죠
34
00:03:10,092 --> 00:03:15,389
저는 도착한 후에도
다시 신체검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35
00:03:16,342 --> 00:03:25,339
검사가 끝나자 헤수스 키아마노라는 젊은 중위를 비롯해
여러 명이 오더니, 한 달 뒤에 다시 오라고 하지 뭡니까
36
00:03:25,374 --> 00:03:31,835
그곳에서 만났던 한 친구는 별다른 문제없이
바로 입대할 수 있었는데 말이에요
37
00:03:31,856 --> 00:03:39,010
저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어요
‘어떻게 나를 불합격시킬 수 있지?’
38
00:03:40,263 --> 00:03:44,445
그래서 저는 이튿날 다시 우사켄으로 찾아갔어요
39
00:03:44,465 --> 00:03:50,667
한국 참전용사들은 녹색 군복을
콜롬비아군은 카키색 군복을 입고 있더군요
40
00:03:50,687 --> 00:03:52,845
그 군인들을 보며 어찌나 화가 치밀던지요
41
00:03:54,216 --> 00:03:56,094
어쨌든 그렇게 그곳을 찾아갔어요
42
00:03:56,694 --> 00:04:03,662
찾아갔더니, 아구에로 대령을 직접 만나
신체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은 사실을 얘기해보라고 하더군요
43
00:04:05,025 --> 00:04:10,364
그래서 대령을 만나러 갔는데, “무슨 일이야” 하면서
문전박대를 하길래 아구에로 대령님께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어요
44
00:04:10,384 --> 00:04:13,911
“무슨 일로?”
“개인적인 용무입니다.”
45
00:04:14,990 --> 00:04:21,068
그때 나이 든 사람이 밖으로 나와 이렇게 말했어요
“무슨 일이지? 헌데 자네는 민간인이 아닌가?”
46
00:04:22,495 --> 00:04:26,222
“아구에로 대령님을 뵙고 싶습니다.”
“내가 그 대령이네만.”
47
00:04:28,279 --> 00:04:35,135
“대령님, 저는 어제 불합격 처리되었는데
한국 파병에 적합하다는 판정서가 있습니다.”
48
00:04:36,866 --> 00:04:39,570
그러자 대령이 저를 가만히 쳐다본 후 이렇게 말했어요
49
00:04:40,748 --> 00:04:42,340
“전쟁이 어떤 것인지 알고 하는 말인가?"
50
00:04:43,849 --> 00:04:49,075
"저쪽에 있는 2백 명은 참전할 준비가 된 군인들일세
내가 손을 들라면 모두 번쩍 손을 들 사람들이지"
51
00:04:49,096 --> 00:04:53,583
"헌데 자네는 무슨 몹쓸 짓이라도 한 것인가?
아니면 이성을 잃었나?"
52
00:04:53,611 --> 00:05:02,697
"애인에게 버림받았거나 학교에서 잘리기라도 한 거야?”
이렇게 몰아세우더군요
53
00:05:02,718 --> 00:05:05,942
그래서 저는 단호하게 답했어요
“아뇨, 아닙니다.”
54
00:05:08,060 --> 00:05:12,057
그러자 결국 대령이 말했어요
“하사.”
55
00:05:12,881 --> 00:05:16,963
“군의관이 이 청년을 검사했다고 들었네.”
56
00:05:16,984 --> 00:05:20,317
그 말에 하사는
“아닙니다. 로드리게스 중위가 불합격시켰습니다.”
57
00:05:20,338 --> 00:05:22,580
“이유가 뭐지?”
“너무 어리기 때문입니다.”
58
00:05:24,612 --> 00:05:29,192
“아냐, 이 청년에게 군복을 지급해 줘.”
59
00:05:30,152 --> 00:05:35,521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저를 불합격시켰던
로드리게스 중위가 저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60
00:05:35,541 --> 00:05:41,999
“몇 년 더 지난 뒤 입대해야 해
지금 이렇게 한국으로 갔다가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니까"
61
00:05:42,019 --> 00:05:44,421
"난 자네 목숨을 구해주려고 그런 거야.”
62
00:05:46,082 --> 00:05:57,339
정말 혹독한 생활을 해야 했고
그렇게 2년을 보낸 뒤 결국 50명 중 한 명으로 선발되었죠
63
00:05:58,351 --> 00:06:06,450
당시 중위가 하사에게 말했어요
“선발자들을 왼편에 기록한 다음 지휘부로 넘겨.”
64
00:06:07,118 --> 00:06:10,995
그러자 하사가 귀띔하더군요
“이쪽 줄에 서게나.”
65
00:06:11,491 --> 00:06:13,954
저는 그 줄에 섰고 결국 선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어요
66
00:06:13,974 --> 00:06:16,164
그러자 하사가 이렇게 보고했어요
67
00:06:16,185 --> 00:06:20,037
“중위님, 한 명이 더 있습니다
마지막에 한 명이 추가되었어요.”
68
00:06:20,057 --> 00:06:26,310
“이제 그만 보고서를 지휘부로 넘겨.”
그렇게 저는 결국 버스에 오르게 되었죠
69
00:06:27,287 --> 00:06:29,340
마치 저를 패기라도 할 것 같은 기세였다니까요
70
00:06:30,580 --> 00:06:34,262
6·25전쟁에 참전하게 된 진짜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71
00:06:34,282 --> 00:06:38,878
- 6·25전쟁 참전을 결심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가요?
- 일종의 모험이었어요
72
00:06:38,898 --> 00:06:47,169
저에게는 모험 같은 것이었는데
원래는 기계화 보병부대에 들어가 운전병으로 복무할 생각이었죠
73
00:06:47,189 --> 00:06:49,036
직업이라고 생각했어요
74
00:06:49,056 --> 00:06:51,796
바레라 장군이라고 지금은 세상을 떠난 분인데
75
00:06:52,667 --> 00:06:57,363
6·25전쟁에 참전했다 돌아와 연금을 받고 있고 돈도 벌었고
다른 나라도 구경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76
00:06:57,385 --> 00:06:59,008
그래서 저도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77
00:07:02,649 --> 00:07:06,456
한국으로 파병된다는 소식을 접한 가족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78
00:07:08,500 --> 00:07:12,989
한 달쯤 지났을 무렵 휴가를 나올 수 있었어요
당시 가족들은 산타 페에 살고 있었지요
79
00:07:15,190 --> 00:07:19,075
아버지께는 아무 말씀도 드리지 않았어요
당시 저는 녹색이 아니라 카키색 군복 차림이었거든요
80
00:07:19,096 --> 00:07:22,122
어머니께 한국에 간다고 말씀드렸더니
헛소리 말라고 하시더군요
81
00:07:22,892 --> 00:07:25,068
그렇게 그냥 9일이 흘러갔어요
82
00:07:25,581 --> 00:07:33,151
그러다 카르타헤나에 배가 도착해
한국으로 떠날 시점이 되었습니다
83
00:07:33,718 --> 00:07:42,205
중위, 아니 대위가 더 이상의 휴가는 없다며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싶으면 전화로 하라고 하더군요
84
00:07:42,225 --> 00:07:44,788
그래서 어머니께 전화했어요
“어머니…”
85
00:07:50,492 --> 00:07:52,696
진정하세요
물을 좀 드시겠어요?
86
00:08:03,266 --> 00:08:06,039
어머님께 전화를 걸어
“어머니, 저 한국으로 갑니다.”
87
00:08:07,972 --> 00:08:10,041
“그럼 작별 인사라도 하러 와야지.”
88
00:08:10,061 --> 00:08:14,851
아버지와 어머니, 형님과 형수님에게만 참전 소식을 전했어요
89
00:08:15,398 --> 00:08:22,604
아버지께서는 군에 아는 사람이 있다며
저를 빼내주겠다고 하시더군요
90
00:08:22,624 --> 00:08:26,417
하지만 저는
한국으로 가겠다고 말씀드렸어요
91
00:08:33,806 --> 00:08:40,977
돌이킬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돌이킬 수도 없었지요
92
00:08:42,038 --> 00:08:46,173
“이것이 아버지, 어머니께 드리는 마지막 연락이
될 것 같아요.” 라고 말했고, 그렇게 한국으로 향했습니다
93
00:08:55,092 --> 00:08:58,202
살면서 벌인 미친 짓 중 하나였죠
94
00:08:59,496 --> 00:09:04,712
저는 하느님께 간청했어요
불구가 되어 돌아오는 일은 없게 해달라고요
95
00:09:04,732 --> 00:09:10,506
또 죽을 때 죽더라도
심한 고통은 겪지 않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96
00:09:15,736 --> 00:09:19,556
6·25전쟁에 참전하기 전
그 전쟁에 대해 알고 계신 것이 있었나요?
97
00:09:19,583 --> 00:09:24,598
아뇨
아는 게 없었어요
98
00:09:24,618 --> 00:09:26,811
전혀 알지 못했죠
99
00:09:26,832 --> 00:09:30,432
언론 매체, 신문 등에서
전쟁 소식을 다루었을 텐데요?
100
00:09:30,452 --> 00:09:35,150
그저 공부하는 데 전념했지
신문 같은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요
101
00:09:37,011 --> 00:09:38,288
미친 짓이었어요!
102
00:09:39,651 --> 00:09:41,561
한국까지의 여정은 어땠나요?
103
00:09:43,914 --> 00:09:49,312
6월 5일, 이곳에서 헬리콥터를 타고 카르타헤나로 갔어요
104
00:09:50,965 --> 00:09:54,181
카르타헤나에 도착한 다음에는...
105
00:09:54,201 --> 00:09:58,921
잠시만요
기억을 더듬고 있어요
106
00:10:00,460 --> 00:10:02,710
한 5일 정도 머물렀어요
107
00:10:04,089 --> 00:10:07,796
해군 학교에 머물렀는데
경비병이나 보초병도 없더군요
108
00:10:07,816 --> 00:10:14,916
이제 전장으로 떠나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지금이라도 즐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동료들이 있었어요
109
00:10:14,937 --> 00:10:17,540
그 말을 들은 대다수 군인들이 학교를 빠져나왔죠
110
00:10:18,747 --> 00:10:25,959
그리고 당시 많은 수가
산타 마르타(Santa Marta)로 갔어요
111
00:10:25,980 --> 00:10:29,238
바란키야와 카르타헤나로 나왔죠
112
00:10:30,258 --> 00:10:33,911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레우로 대위가 들이닥쳤어요
113
00:10:36,171 --> 00:10:39,456
그는 한밤중에 중대를 소집하라는 명령을 내렸어요
114
00:10:39,476 --> 00:10:42,041
하지만 모든 군인은 이미 부대를 이탈한 상태였죠
115
00:10:42,061 --> 00:10:48,137
“이게 어찌 된 일이야? 다 도망갔어?” 라고 말했지만
다들 이미 윤락업소로 달려간 후였죠
116
00:10:48,856 --> 00:10:50,834
“신속히 해병대를 전부 소집해."
117
00:10:50,854 --> 00:10:56,331
"카바레를 뒤지든 어디를 뒤지든
이 녀석들을 찾아서 모조리 여기로 끌고 오란 말이야.”
118
00:11:01,210 --> 00:11:08,964
저는 새벽 3시가 다 되었을 무렵 복귀했는데
군인들이 기합을 받고 있더군요
119
00:11:19,541 --> 00:11:29,867
일찍 붙잡힌 군인들은 거친 바닥에 엎드려
이렇게 손을 머리 뒤로 깍지 낀 채 기합을 받고 있었고
120
00:11:29,888 --> 00:11:33,915
인정사정 볼 것 없는 발길질과 몽둥이질이 이어졌어요
121
00:11:33,935 --> 00:11:37,352
이러다 정말 맞아 죽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122
00:11:39,349 --> 00:11:48,591
전쟁에 참전하는 우리를 어떻게 이렇게
대할 수 있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123
00:11:49,427 --> 00:11:54,923
저도 마찬가지로 발길질을 당하며
그곳에서 기합을 받았습니다
124
00:11:56,962 --> 00:12:03,002
어찌 됐든 이미 배는 항구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125
00:12:04,765 --> 00:12:12,882
배는 카르타헤나에 정박한 상태였고
우리는 콜롬비아 시간으로 6월 5일 오전 10시에 출발했습니다
126
00:12:14,028 --> 00:12:23,064
배에 승선해 출항한 이튿날 파나마에 도착했고
운하 지역에 있는 발보아(Balboa)에서 하선했어요
127
00:12:23,085 --> 00:12:30,781
저는 첫 월급으로 30 달러를 받았고
그 돈으로 중국산 단 과자를 사 먹었어요
128
00:12:32,429 --> 00:12:42,237
그 사이 배는 식수와 음식을 실었고
우리는 다시 배에 승선해 하와이 호놀룰루로 향했습니다
129
00:12:42,265 --> 00:12:46,228
잘 기억나지는 않는데
한 12일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130
00:12:47,778 --> 00:12:50,631
그렇게 우리는 호놀룰루에 도착했고
131
00:12:50,652 --> 00:13:00,234
도착하자 화환을 비롯한 예쁜 장식들로
우리를 맞이하며 환영해 주었어요
132
00:13:01,190 --> 00:13:05,426
그곳에서 며칠 더 머물렀는데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네요
133
00:13:05,447 --> 00:13:08,988
그리고 우리는 호놀룰루의 온갖 곳을 다 돌아다녔어요
134
00:13:10,927 --> 00:13:13,769
지금은 어떨지 몰라도
당시 하와이는 매우 작은 도시였어요
135
00:13:13,789 --> 00:13:16,331
우리는 해변을 거닐기도 했죠
136
00:13:19,007 --> 00:13:22,992
이후 다시 배에 올라탔고
그렇게 일본으로 향했어요
137
00:13:24,074 --> 00:13:28,996
기억이 가물가물해 잘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15일 정도 항해한 끝에 사세보에 도착했어요
138
00:13:30,290 --> 00:13:33,985
네, 그곳이 맞을 겁니다
139
00:13:34,865 --> 00:13:43,526
그곳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요코하마에 도착했는데
당시 요코하마는 모든 병력이 집결하는 장소였어요
140
00:13:43,546 --> 00:13:46,514
그렇게 그곳에 도착해 며칠 동안 머물렀습니다
141
00:13:49,488 --> 00:14:00,219
그 후 다시 배를 타고 일본을 떠나
4일 후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142
00:14:01,239 --> 00:14:05,685
어떤 항에 도착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도 인천이었을 겁니다
143
00:14:06,939 --> 00:14:08,970
한국에 도착한 날짜를 기억하세요?
144
00:14:10,540 --> 00:14:19,178
6월 5일 출발했고 7월 1일 그곳에 도착했으니까
대략 30일가량 걸린 것 같습니다
145
00:14:25,639 --> 00:14:32,510
1953년 7월 한국에 도착하셨을 당시
한국이나 한국 사람들은 어떤 상태였는지
146
00:14:32,531 --> 00:14:35,966
당시 환경은 어떠했는지
무엇을 보셨는지 기억하세요?
147
00:14:36,619 --> 00:14:42,543
한국에 도착한 후
우리는 막사에 머물렀어요
148
00:14:45,770 --> 00:14:48,590
그런데 그곳이 어디였는지 지역은 모르겠네요
149
00:14:48,610 --> 00:14:57,196
그 후 여러 대의 트럭에 나눠 탔고
밤이었지만 차량 등을 켜지 않고 이동했습니다
150
00:15:00,496 --> 00:15:04,678
그렇게 우리가 배치될 전방으로 향했고
전선에 점점 가까워지니
151
00:15:04,698 --> 00:15:10,098
전차, 화포, 전사자 통지서 등
모든 것이 실감나기 시작하더군요
152
00:15:10,119 --> 00:15:15,183
사방에서 포격 소리가 들리는 긴장감 속에
몸을 숨겨야 하는 전쟁터에 도착했음을 직감했죠
153
00:15:15,203 --> 00:15:18,477
그렇게 우리는 전장에 도착했습니다
154
00:15:18,498 --> 00:15:22,586
트럭으로 얼마간 이동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155
00:15:24,135 --> 00:15:30,360
여하튼 그렇게 우리는 콜롬비아대대에 도착했습니다
156
00:15:33,612 --> 00:15:40,737
그리고 우리는 벙커와 포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157
00:15:44,216 --> 00:15:45,830
당시 한국인은 어떤 상황이었나요?
158
00:15:45,850 --> 00:15:48,071
아 참, 그렇죠
그걸 빼먹었네요
159
00:15:48,091 --> 00:15:54,083
한국인은 연합군이 지나갈 때
길 양쪽으로 늘어서곤 했습니다
160
00:15:54,103 --> 00:15:56,107
그 사이로 병력이 통과했죠
161
00:15:56,783 --> 00:15:59,595
적군이 포탄 같은 것을
쏠 수도 있었으니까요
162
00:15:59,616 --> 00:16:02,442
불쌍한 사람들이었어요
163
00:16:02,463 --> 00:16:04,974
아! 정말 극심한 가난을 겪고 있었죠
164
00:16:04,995 --> 00:16:07,278
- 도시와 마을들은요?
- 아뇨. 그런 건 없었어요
165
00:16:07,299 --> 00:16:09,732
도시라 할 만한 것조차 없었죠
166
00:16:10,280 --> 00:16:14,343
벽이란 벽은 모두 파괴되고
불에 타서 모두 천막에서 살았어요
167
00:16:14,363 --> 00:16:16,005
정말 참담한 상황이었어요
168
00:16:16,025 --> 00:16:20,185
당시 콜롬비아대대가 배치되었던 장소를 기억하세요?
169
00:16:20,205 --> 00:16:27,084
김화란 곳에 배치되었는데
당시 중공군은 고지에, 우리는 평지에 주둔하고 있었어요
170
00:16:29,378 --> 00:16:33,509
콜롬비아대대에서 주로 어떤 임무를 맡으셨나요?
당시 어떤 계급이셨죠?
171
00:16:33,529 --> 00:16:35,755
이등병이었고 소총수였어요
172
00:16:36,736 --> 00:16:38,185
소속된 중대는요?
173
00:16:38,814 --> 00:16:40,908
B 중대요
174
00:16:40,928 --> 00:16:43,113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B 중대가 맞을 겁니다
175
00:16:43,133 --> 00:16:45,501
중대장 이름을 기억하시나요?
176
00:16:51,838 --> 00:16:54,731
파레데스 대위요
177
00:16:54,751 --> 00:16:57,046
잘 기억나지 않네요
178
00:16:58,344 --> 00:17:02,152
한국에 파병된 기간 동안
콜롬비아대대의 생활여건은 어땠나요?
179
00:17:02,172 --> 00:17:06,122
음식, 잠자리, 군복 등은 어땠습니까?
180
00:17:07,188 --> 00:17:12,417
전장에 있을 때는 전투식량이 보급되었습니다
181
00:17:12,437 --> 00:17:16,989
미트볼, 쿠키 등이 들어있는 통조림이 배급되었죠
182
00:17:17,010 --> 00:17:21,646
투론과 비슷하게 설탕이 들어간 과자도 지급되었어요
183
00:17:21,667 --> 00:17:27,186
그 설탕과자를 데워서 녹인 후
음식에 부어 먹곤 했습니다
184
00:17:30,127 --> 00:17:31,538
군복은요?
185
00:17:31,559 --> 00:17:34,527
녹색 군복을 입었어요
186
00:17:34,548 --> 00:17:40,356
여름에 파병되었는데
와! 정말 끔찍한 더위였어요
187
00:17:41,263 --> 00:17:49,198
평범한 면 반바지에 반팔 상의를 걸치는
평범한 군복이었어요
188
00:17:51,165 --> 00:17:58,040
콜롬비아에는 계절 구분이 없을 텐데
한국의 겨울과 여름을 어떻게 보내셨어요?
189
00:18:00,709 --> 00:18:08,918
여름철에는 땀이 너무 많이 나서
틈나는 대로 무언가를 마셔야 했어요
190
00:18:08,938 --> 00:18:12,684
견디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더위였죠
191
00:18:13,743 --> 00:18:15,580
겨울철 군복은요…
192
00:18:16,615 --> 00:18:24,633
그러니까 여름철에는 반바지와
면 상의 같은 간단한 복장이었어요
193
00:18:25,337 --> 00:18:36,930
하지만 겨울철에는 반바지에 긴 바지를
겹쳐 입고 위에는 긴팔 셔츠에 재킷을 걸쳤어요
194
00:18:37,958 --> 00:18:46,505
거기에다 눈이 와도 젖지 말라고
방수가 되는 바지를 입었죠
195
00:18:47,182 --> 00:18:49,601
그 위에 핏 재킷과 파카를 입고요
196
00:18:49,622 --> 00:18:57,041
두꺼운 파카를 걸쳤고, 두 종류의 장갑
그러니까 양털로 된 장갑과 세 손가락 장갑을 사용했어요
197
00:18:59,424 --> 00:19:06,114
한국에 계신 동안 콜롬비아의 부모님과
소통할 기회, 편지를 보낼 기회가 있었나요?
198
00:19:06,135 --> 00:19:09,733
네, 아버지와 형제들에게 늘 편지를 쓰곤 했어요
199
00:19:10,350 --> 00:19:11,911
어떤 이야기를 쓰셨나요?
200
00:19:11,939 --> 00:19:15,146
그야 뭐, 잘 지내고 있다고 썼지요
201
00:19:15,931 --> 00:19:21,614
힘들다고 쓰기도 했지만
아버지께 보낸 편지는 아니었고요
202
00:19:21,634 --> 00:19:24,292
모두들 제가 죽을까봐 걱정했어요
203
00:19:25,196 --> 00:19:32,067
겨울에는 한동안 추위 때문에
장갑을 벗지도 못할 정도였어요
204
00:19:32,087 --> 00:19:34,132
정말 끔찍했다니까요
205
00:19:34,152 --> 00:19:37,163
그래서 두 달인가 세 달 정도 편지를 쓰지 않았는데
206
00:19:38,352 --> 00:19:45,305
부모님께서는 제가 죽었다고 생각하시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려고 이곳 전우들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하셨어요
207
00:19:45,325 --> 00:19:47,682
그래서 결국 제가 편지를 보냈죠
208
00:19:49,186 --> 00:19:52,957
“아무 일 없어요, 아버지
추위 때문에 편지를 쓰지 못했을 뿐이에요.”
209
00:19:52,977 --> 00:19:55,300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많이 나네요
210
00:19:56,007 --> 00:19:58,886
아버지, 어머니, 형제들에게 편지를 썼던 기억들이요
211
00:20:01,645 --> 00:20:09,040
다른 외국군이나 한국군과
같은 공간에 머물 기회가 있었나요?
212
00:20:09,763 --> 00:20:10,743
네
213
00:20:11,810 --> 00:20:19,647
저는 참호를 파는 한국 군인들을 지휘하는 일을
맡게 되어 그들을 감독한 적이 있습니다
214
00:20:21,225 --> 00:20:24,000
손짓 발짓을 다 해야 했죠
215
00:20:24,021 --> 00:20:26,502
아 참, 통역병도 한 명 있었는데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네요
216
00:20:29,780 --> 00:20:34,662
그 통역병은 제가 한국 군인들에게 내리는
명령을 통역하는 일을 담당했어요
217
00:20:35,367 --> 00:20:40,071
열다섯 명 정도의 한국군이 동원되었습니다
218
00:20:40,091 --> 00:20:45,343
그들은 제 지시에 따라 땅을 파서 참호를 만들었죠
219
00:20:46,863 --> 00:20:49,412
일상생활은 어떠셨나요?
220
00:20:53,315 --> 00:21:03,660
2개월 정도 전선에 배치되었는데 두려움 때문에
또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몰랐어요
221
00:21:03,680 --> 00:21:07,884
전선에 있다가 때때로 다른 장소로 이동했고
222
00:21:07,904 --> 00:21:14,326
그러다 다시 김화 전선으로 투입되곤 했는데
그곳은 사방에 적들이 있는 최전방이었어요
223
00:21:14,346 --> 00:21:21,294
적군과의 거리가 불과 100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당시 우리는 참호에서 움직이지도, 나가지도 못했어요
224
00:21:21,314 --> 00:21:25,374
적군은 우리를 발견하는 즉시
그 자리에서 사살했습니다
225
00:21:25,395 --> 00:21:28,756
적들은 그러면서 희열을 느꼈고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26
00:21:31,198 --> 00:21:37,667
한국에 파병되어 계신 동안
가장 힘들고 위험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227
00:21:38,445 --> 00:21:39,797
불모고지전투였죠
228
00:21:40,332 --> 00:21:46,434
그곳에 있던 중공군과 북한군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격을 하며 우리를 고지에서 몰아내려 했어요
229
00:21:56,373 --> 00:22:06,011
운 좋게도 제 옆에는 미군 전차중대가 있었는데
우리 아군이 수세에 몰린다고 판단되면, 전차가 투입되었어요
230
00:22:07,156 --> 00:22:11,859
그런데도 중공군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231
00:22:11,880 --> 00:22:16,977
바주카포를 쏘고 사격을 가하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밀듯이 밀려 내려왔습니다
232
00:22:17,663 --> 00:22:23,960
적들은 손전등을 들고 호각을 불며
아군의 참호로 진격해 왔습니다
233
00:22:28,699 --> 00:22:34,868
글쎄, 그 중공군들은 마치 총에 맞아도
아무렇지 않다는 것처럼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왔지요
234
00:22:34,889 --> 00:22:38,734
그렇게 손전등을 들고 호각을 불며 참호를 공격하다
제풀에 지칠 때까지 기다렸어요
235
00:22:38,754 --> 00:22:41,515
우리는 벙커나 포대 안에 숨어 있었죠
236
00:22:43,503 --> 00:22:46,118
저는 거의 소리조차 듣지 못할 정도였어요
정말 미친 짓이었죠
237
00:22:46,139 --> 00:22:49,027
그러다 일순간 공격이 멈추고
일대가 잠잠해집니다
238
00:22:49,747 --> 00:22:54,489
그러면 잠시 안도하는 마음에 긴장을 풀게 되죠
239
00:22:54,510 --> 00:23:00,706
언제 한 번은 흰색 셔츠를 입은 채
그냥 벙커 밖으로 나간 적이 있었어요
240
00:23:00,726 --> 00:23:04,911
“휙”하고 무언가 날아오는 소리에 쓰러졌어요
241
00:23:04,931 --> 00:23:09,783
적군이 던진 수류탄이었죠
242
00:23:10,998 --> 00:23:16,525
그 순간 재빨리 몸을 피했는데 여기 목둘레가 타는 것 같았어요
저는 철모를 쓴 채 수영장에 뛰어들 듯 몸을 던졌죠
243
00:23:16,546 --> 00:23:21,976
그 때문에 목 통증을 겪어야 했어요
244
00:23:23,903 --> 00:23:33,198
이 중공군들은 특정 위치에서
특정 시간에 포를 발사하곤 했습니다
245
00:23:33,218 --> 00:23:36,009
당시 아군의 제공권이 우세해서
적들은 숨어 있었습니다
246
00:23:36,756 --> 00:23:42,547
그래서 적군이 밖으로 나오는 시간을 알아 두었다가
그에 맞춰 공격을 가했습니다
247
00:23:43,387 --> 00:23:51,702
그렇게 포격을 하러 나온 적군을 기다렸다
나오는 즉시 “꽝”하고 날려버리는 거죠
248
00:23:51,723 --> 00:23:53,136
어찌나 통쾌하던지!
249
00:23:56,306 --> 00:23:58,171
그건 범죄가 아닙니다
250
00:24:01,918 --> 00:24:07,987
우리 아군이 적군의 총탄에
쓰러져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251
00:24:10,607 --> 00:24:13,452
우리를 죽이려 달려드는 적군 앞에서
하나가 되는 것이었죠
252
00:24:14,380 --> 00:24:18,592
바로 그런 통쾌함이었어요!
253
00:24:18,613 --> 00:24:20,859
적군을 무찌를 때 느끼는 그런 통쾌함 말입니다
254
00:24:21,825 --> 00:24:24,191
전쟁은 그런 거예요
그게 바로 전쟁입니다
255
00:24:26,623 --> 00:24:32,056
1953년 3월 23일 밤 불모고지에서
전투가 벌어질 때 어디에 계셨나요?
256
00:24:32,076 --> 00:24:33,980
무엇을 하고 계셨죠?
257
00:24:34,000 --> 00:24:41,778
전우 한 명과 함께 벙커에서
적군의 동태를 감시하고 있었어요
258
00:24:43,441 --> 00:24:50,650
최종적으로 콜롬비아대대의
불모고지전투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259
00:24:52,003 --> 00:24:53,795
그 전투로 우리는 퇴각했어요
260
00:24:53,815 --> 00:25:06,032
아군은 진지를 빼앗긴 채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퇴각해야 했고
살아남은 군인들이 전사자들의 시신을 수습해야 했죠
261
00:25:11,794 --> 00:25:20,743
6·25전쟁에서 전사했다고 말씀하신
전우의 일화를 들려주세요
262
00:25:21,505 --> 00:25:30,720
당시 우리는 예비지역에 있었고, 1년의 파병기간이 지나
콜롬비아로 돌아갈 배까지 이미 준비된 상태였어요
263
00:25:31,866 --> 00:25:39,312
그때 한 대위가 진급을 원하는 사람, 한국에 남아 새로 파병되는
교대 병력들을 교육하다 나중에 콜롬비아로 돌아갈 사람은
264
00:25:39,332 --> 00:25:41,164
한 발 앞으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265
00:25:41,184 --> 00:25:43,481
저는 그러지 않았지만
그 친구는 남겠다고 자원을 했죠
266
00:25:44,157 --> 00:25:51,674
그렇게 나선 탓에 그 친구는 콜롬비아가 아니라
다시 전장으로 투입되었고, 그곳에서 전사했습니다
267
00:25:52,529 --> 00:25:56,389
들리는 얘기로는 박격포격으로 인해
전사했다는데, 잘 모르겠어요
268
00:25:56,409 --> 00:25:58,092
그 이상은 모르겠습니다
269
00:25:58,815 --> 00:26:01,831
- 그분 성함이 어떻게 되죠?
- 후베날 바레라 엑토르입니다
270
00:26:04,679 --> 00:26:10,462
한국에 계신 동안
평화로운 순간이나 평온한 순간도 있었나요?
271
00:26:10,482 --> 00:26:11,624
아뇨
272
00:26:12,690 --> 00:26:14,014
전혀요
273
00:26:14,440 --> 00:26:25,798
예비구역에 있을 때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전장에 투입되면 전방의 적들은 우리를 항상 기다리고 있었어요
274
00:26:25,818 --> 00:26:31,747
우리는 적의 예상치 못한 공격에 항상 대비해야 했죠
275
00:26:32,617 --> 00:26:38,531
당시 미군 진지에는 적군 진영을 비추는
탐조등들이 설치되어 있었어요
276
00:26:39,403 --> 00:26:43,803
적진의 중공군들은 마치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쥐새끼들처럼 보였어요
277
00:26:44,744 --> 00:26:47,708
포들은 또 어찌 그리 많던지요
278
00:26:47,729 --> 00:26:53,263
아군도 벙커와 포대가 있었지만
그건 피상적인 수준에 불과했고
279
00:26:53,283 --> 00:26:56,638
중공군 진영은 마치 원래부터
고지에 자리 잡은 듯한 동굴지대처럼 보였어요
280
00:26:56,658 --> 00:26:59,987
무수히 많았던 포들도 그렇고요
281
00:27:02,320 --> 00:27:04,513
- 전투 중 부상을 입으셨나요?
- 아니요
282
00:27:05,365 --> 00:27:09,411
한국에서 복무한 것에 대해
어떤 인정을 받으신 것이 있나요?
283
00:27:11,517 --> 00:27:13,547
훈장을 받았어요
284
00:27:15,806 --> 00:27:20,752
한국에서의 복무는 언제 끝났나요?
복무가 끝난 일자를 기억하세요?
285
00:27:22,053 --> 00:27:26,009
7월이었던 것 같은데
잘 기억나지 않아요
286
00:27:26,030 --> 00:27:30,201
1951년 7월인가 6월 쯤이었는데
확실치가 않습니다
287
00:27:31,596 --> 00:27:38,028
한국에서의 복무기간이 끝났을 때 말인데요
한국인에 대해 어떤 기대나 희망을 품으셨어요?
288
00:27:38,049 --> 00:27:40,123
한국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길 바라셨나요?
289
00:27:40,761 --> 00:27:44,000
별다른 기대는 없었어요
290
00:27:44,824 --> 00:27:48,555
배를 통해 귀국하던 중 이미 정전협정이 체결되어
평화가 찾아왔다고 들었으니까요
291
00:27:48,575 --> 00:27:52,427
당시 저는 콜롬비아로 돌아가기 위해
하와이로 향하던 중이었습니다
292
00:27:56,029 --> 00:28:00,064
귀국 후 6·25전쟁은
선생님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293
00:28:02,237 --> 00:28:03,732
극도의 불안 증세가 생겼어요
294
00:28:09,781 --> 00:28:20,005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이는 저를 보신 아버지는
6개월 동안 집 밖을 나가지 못하게 하셨고
295
00:28:20,026 --> 00:28:22,143
꼭 필요할 때는 아버지와 함께 외출하도록 하셨죠
296
00:28:25,312 --> 00:28:27,963
콜롬비아로 돌아왔을 때
아버님께서 뭐라고 하셨나요?
297
00:28:29,872 --> 00:28:31,487
별다른 말씀은 없으셨어요
298
00:28:32,681 --> 00:28:34,941
항상 제 곁에 있겠다고 하시더군요
299
00:28:34,961 --> 00:28:38,407
아버지께서도 천일전쟁(콜롬비아 내전)에 참전하신 경험이 있거든요
300
00:28:40,733 --> 00:28:45,054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과거에 제가 알던 아버지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어요
301
00:28:45,075 --> 00:28:49,476
제가 돌아왔을 때
아버지께서 보여주신 행동은 무척 따뜻했죠
302
00:28:51,184 --> 00:28:55,772
하지만 저는 매우 불안한 상태로
극심한 불안 증세를 보였어요
303
00:28:56,448 --> 00:29:00,308
그런 불안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어렵게 6개월을 보낸 후에는요?
304
00:29:00,329 --> 00:29:07,902
다시 공부를 시작했고, 평범한 생활을 이어갔지만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어요
305
00:29:09,609 --> 00:29:11,399
다시 불안 증세가 찾아왔지요
306
00:29:12,951 --> 00:29:16,177
이후 다시 한국을 찾을 기회가 있었나요?
307
00:29:17,687 --> 00:29:19,917
바로 요 근래에 한국을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308
00:29:20,513 --> 00:29:24,033
어제 아들 녀석의 여권을 받아왔어요
309
00:29:25,279 --> 00:29:28,050
그러고 보니 제가 말하지 않은 것이 있어요
310
00:29:28,520 --> 00:29:31,896
1년 전 별거를 시작한 아내, 아니 동반자가 있어요
311
00:29:31,917 --> 00:29:34,334
그 사람과 30년을 함께 살며 그녀를 도와주었죠
312
00:29:36,120 --> 00:29:38,901
전 회계사로 일하며 나름 벌이도 괜찮았어요
313
00:29:38,921 --> 00:29:42,737
그래서 그 사람의 가족들
형제들과 부모님을 도와주었어요
314
00:29:43,493 --> 00:29:50,634
그 집에 남자아이가 하나 태어났는데
여동생의 아들이라고 하더군요
315
00:29:51,248 --> 00:29:54,646
그러다 나중에는 자기 아들이라고 하더군요
316
00:29:54,666 --> 00:30:02,218
지금은 다 커서 SENA의 전문 화학자가 되었지요
317
00:30:02,894 --> 00:30:11,801
15살이 된 또 다른 남자아이도 있는데
이 녀석과 함께 한국을 방문할 계획입니다
318
00:30:11,821 --> 00:30:13,094
- 선생님께서요?
- 네
319
00:30:13,114 --> 00:30:14,204
언제요?
320
00:30:14,958 --> 00:30:20,820
어제 여권, 비자, 사진 등
필요한 것을 모두 챙겨왔어요
321
00:30:23,512 --> 00:30:26,723
지금 그 아이는 엄마와 살고 있어요
322
00:30:26,743 --> 00:30:31,886
그 사람 말에 따르면 제 아들이래요
하지만 제 아들일리가 없어요
323
00:30:31,906 --> 00:30:35,594
저는 이미 20년 전에
전립선 수술을 받았거든요
324
00:30:35,614 --> 00:30:40,996
당시 의사가 말하기를 생활에는 사실상 문제가 없을 거지만
아이를 가질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어요
325
00:30:41,017 --> 00:30:43,129
그래서 저는 확실한 것이냐고
의사에게 확인까지 했었죠
326
00:30:43,149 --> 00:30:45,176
그런데도 그 아이가 제 아들이라네요
327
00:30:46,700 --> 00:30:49,504
어쨌든, 그 아이는 내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몰라요
328
00:30:50,622 --> 00:30:55,610
하지만 저를 무척이나 따르는
정말 사랑스러운 아이입니다
329
00:30:56,636 --> 00:30:58,779
- 이번에 그 아이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시는 거죠?
- 네
330
00:30:59,832 --> 00:31:01,498
녀석이 무척 들떠 있답니다
331
00:31:01,519 --> 00:31:08,264
1년인가 2년 전에도 방문하려 했지만
당시에는 그 녀석의 비자가 없었어요
332
00:31:08,285 --> 00:31:16,581
한국 대사관이 미국에 비자 발행을 요청하는 서신을 써주었고
결국 그 녀석에게 비자가 발급되었죠
333
00:31:18,460 --> 00:31:23,297
오늘날 한국이 이룬 경제 및 민주주의 측면의 급속한 성과
334
00:31:23,317 --> 00:31:33,129
그러니까 전쟁 당시의 폐허를 딛고
오늘날의 한국으로 변모한 것에 대해 알고 계시지요?
335
00:31:33,149 --> 00:31:35,346
물론이죠
많은 얘기를 들었어요
336
00:31:35,366 --> 00:31:40,327
과거 폐허였던 나라가
오늘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발전한 국가가 되었죠
337
00:31:41,245 --> 00:31:46,136
산업이 고도로 발달한 나라로
정말 아름다운 곳이라고 하더군요
338
00:31:46,843 --> 00:31:48,824
오늘날 한국은 매우 강력한 국가가 되었어요
339
00:31:49,288 --> 00:31:52,649
한국이 이렇게 변모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340
00:31:52,670 --> 00:31:54,180
과연 한국인의 비결은 무엇일까요?
341
00:31:54,201 --> 00:32:00,875
이 경우는 전쟁이 끝난 후
여러 나라가 전쟁을 겪은 한국을 도왔습니다
342
00:32:00,895 --> 00:32:04,203
돕기 위해 다 함께 지원을 했죠
343
00:32:04,224 --> 00:32:08,248
한국은 다른 나라들의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성장할 수 있었어요
344
00:32:10,900 --> 00:32:15,856
최종적으로 남북 간 평화협정이 체결되려면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345
00:32:19,615 --> 00:32:23,732
그곳에 독재자가 살아있는 한
평화는 기대하기 힘들 겁니다
346
00:32:23,753 --> 00:32:29,091
그런 독재정권이 존재하는 한 불가능하죠
347
00:32:29,111 --> 00:32:31,404
완전히 바꿔야 해요
348
00:32:31,425 --> 00:32:33,273
그것 말고 다른 해결책은 없어요
349
00:32:35,311 --> 00:32:39,842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유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350
00:32:39,863 --> 00:32:42,394
그러니까 6·25전쟁 참전용사들이
세계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351
00:32:48,033 --> 00:32:55,495
참전용사들은 공산주의자들이 점령하지 못하도록
한 나라를 지켜낸 것이라 생각해요
352
00:32:57,405 --> 00:33:03,270
중공군과 몽골군이 북한군과 함께 싸운 것처럼 말입니다
353
00:33:05,557 --> 00:33:09,819
이 인터뷰를 보게 될 후대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354
00:33:13,796 --> 00:33:14,823
글쎄요
355
00:33:14,843 --> 00:33:18,550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위협을 받을 경우에는요
356
00:33:18,570 --> 00:33:25,753
이를 완화하고 침략에 저항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이루어져야 해요
357
00:33:26,461 --> 00:33:33,753
끔찍한 광란이 자행되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함께 저항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358
00:33:35,822 --> 00:33:38,420
그 세계대전은 정말 끔찍한 일이었죠